# 191
아는 사람 있어?
“사실, 유튜브가 프리미엄 서비스인 레드를 출시했을 때와 유튜브 뮤직을 한국에서 런칭했을 때를 기억해 보십시오.
유튜브 코리아에서는 한국의 유료영상콘텐츠 시장을 다 장악하면서 워터멜론이 장악하고 있는 음원 시장까지도 다 씹어 먹을 거라고 장담을 하면서 한국에 진출하지 않았습니까?”
“윤소원씨 그 이야긴 그만하시죠.”
황 과장은 유튜브 코리아의 초창기 때 실패했던 이야기가 나오자 듣기 싫다는 듯이 나를 말렸다. 하지만, 황 과장을 자극해서 받아야 할 게 있다 보니 더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사실 연예계 관계자나 음원 관련 사업자들은 그때 엄청나게 긴장했었습니다. 전 세계를 장악한 유튜브가 한국 시장을 다 초토화해버리는 게 아니냐고 겁을 미리 냈죠.
한데, 뚜껑을 열고 나니 그냥 찻잔 속의 조용한 태풍이었습니다.”
“유튜브 레드와 뮤직의 실패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시니 감사하네요.
그래서 어떤 걸 이야기하고 싶은 겁니까?”
“아마 황 과장님이나 유튜브 코리아에서도 실패 원인을 분석하셨을 겁니다.
우리 쪽 분석으로는 레드에 가입을 해도 볼만한 콘텐츠가 없으니 돈을 주고 가입할 이유가 없었다는 겁니다.
초창기에는 가입해도 한국인을 위한 콘텐츠도 없었고, 볼 수 있는 게 북미권 가수들의 콘서트 영상이나 유튜브 오리지날 콘텐츠밖에 없었으니깐요.
메리트라고 홍보했던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건 크게 어필이 되지 못했고요.”
“네, 한국인만을 위한 킬러 콘텐츠가 없었죠. 광고 관련 부분도 이젠 크게 내세우지 않습니다. 복합적인 실패 원인을 우리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실패 원인파악이 다 끝났는데도 유튜브에선 한국에서 실패했던 유료 프리미엄 정책 그대로 동남아시아에서도 똑같이 하려고 하더군요.
한국에서의 유료시장 실패 원인을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 없이 그대로 동남아 시장에서 같은 방법을 쓴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지금 동남아에서는 재미있는 유료 콘텐츠가 없는 유튜브보다 볼만한 미국 드라마가 많은 넷플릭스를 유료영상 플래폼으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에서 ‘라면 먹고 갈래?’ 하는 작업 멘트가 동남아에서는 ‘넷플릭스 보고 갈래?’로 쓰일 정도죠.”
동남아에서 유료 콘텐츠 시장을 넷플릭스에 다 빼앗겨 버린 현실을 이야기하자 황윤호 과장은 더 할 말이 없는지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타개할만한 타개책을 지금 제가 이야기해 드리고 있는 겁니다.”
“아이돌 데뷔 쇼케이스를 프리미엄 유료로 가자는 말입니까?”
“네. 다만, 프리미엄 유료로 가는데 시간 차를 두거나 스트리밍 실시간만 무료로 하는 이원화가 필요합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인터넷이 빠르니 유튜브 스트리밍을 고화질로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남아나 다른 국가에서는 다르죠. 그리고 한국에선 골든타임이 동남아에서는 점심시간일 수도 있고, 남미의 경우에는 새벽일 겁니다.
현실적으로 라이브를 보는 게 불가능한 조건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그 영상을 꼭 보고 싶어 하는 팬이라면 그걸 보기 위해서 유료로 결재를 하지 않겠습니까?
하루 만에 유료전환이 힘들다면, 데뷔 쇼케이스 때는 무료 스트리밍과 무료 공개를 했다가 일정 기간 이후 유료전환시키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시간 간격을 가지고 유료화라...”
“네, 그리고 데뷔 때는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2~3년 후 슈퍼스타가 된다면 아마, 그 놓친 유료 콘텐츠를 보기 위해 가입하는 사람도 생기게 될 겁니다. 이번 실탄소년단 케이스를 보시면 알겠지만, 데뷔 초창기 때 인기없던 영상들도 지금은 천만 조회씩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데뷔 쇼케이스는 충분히 유료회원 전환과 유치에 역할을 할 수 있는 콘텐츠들입니다.”
“예를 든 실탄소년단은 특별한 케이스로 봐야죠.”
“네 특별케이스가 맞죠. 하지만, 그 특별케이스가 또 나오지 말란 법은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만약 실탄소년단이 뜨기 전에 그렇게 데뷔 쇼케이스를 유료화 해두었다면 아마 몇십만 명의 유료회원이 증가하지 않았을까요?”
“흠...”
실탄소년단의 케이스는 특별한 케이스라고 황 과장이 이야기했지만, 만약 그 특별한 케이스 이전에 유료 콘텐츠로 데뷔 쇼케이스를 전환해 두었다면 이후 발생했을 그 엄청난 이득에 유튜브 코리아 자체가 더 커졌을지도 몰랐다. 그걸 깨닫게 되자 황 과장은 자기도 모르게 침음성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특별케이스가 또 나오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신인들의 데뷔 쇼케이스가 점차적으로 많아지고 유료 콘텐츠가 된다면 한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볼만한 유료 콘텐츠가 없다는 말은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겁니다. 물론, 콘텐츠 제작 비용도 엄청나게 절약이 되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는 거죠.”
머릿속에서 분석을 하는지 황윤호 과장은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유료 콘텐츠의 제작과 유튜브 공식 데뷔 쇼케이스를 묶어서 기획사들에게 한 번 제안해 보십시오. 한국 유저들 한정으로 메인 페이지에 베너로 나올 수 있게 된다면, 기획사에서는 줄을 설 겁니다.
신인에게는 홍보와 입덕의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니까요.
그렇게 되면 유튜브 측에서는 가만히 앉아서 양질의 유료 콘텐츠를 수급하실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당연히 동남아 시장도 가져올 수 있을 테고요.”
한국은 5천만 명 밖에 안되는 작은 시장이지만, 문화 파급력을 생각한다면
작은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KPOP 콘텐츠를 무시할 수 없었다.
동남아시아 5억 명이 넘는 시장을 생각해야 했고, 남미 시장까지도 생각한다면, KPOP 콘텐츠는 최고의 유료 콘텐츠였다.
‘그래, 이 방법이라면 고질적인 콘텐츠의 양적, 질적 부족을 금방 해결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KPOP 시장이 아랍, 유럽까지 퍼져나가게 된다면 제일 처음 이 방법을 입안했던 사람은 위로 올라가거나, 아예 한국 아시아 지사장까지도 노려볼수도 있겠지.’
“일단 윤소원씨 이야길 듣고 보니 저는 긍정적이네요.
쇼케이스 자체를 유료 콘텐츠로 전환해서 넣는다는 건 확실히 매력적인 방법입니다.
우리에겐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을 테니깐요.
그리고 네이버가 지금 VLive로 공식 중계를 하는 것도 어느 정도 견제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다만, 이 부분은 회사 내부에서 한번 컨펌을 받아야 하는 거라. 제가 바로 확답을 드릴 수가 없네요. 최대한 빨리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황 과장의 결정한 듯한 표정을 봐서는 왠지 결과도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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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윤사장 의외네. 마케팅 쪽도 공부한 거야? 황과장을 아주 몰아세우던데.”
“저도 감독님이 변경된 극본 때문에 유튜브에 들어간다고 해서, 뭘 좀 얻어내기 위해서 동생에게 특별 과외를 받은 거예요.
그 거대해 보이던 MSM도 신인 걸그룹을 띄우기 위해 노출티저라는 꼼수까지 쓰며 초반 화제를 끌어모았어요. 부작용으로 그룹 이미지에 문제가 있을 걸 알면서도 그렇게까지 했어요.
그만큼 지금 한국 아이돌 시장이 포화상태라서 데뷔시키고 띄우는 게 어렵다는 거죠.”
“하늘소녀를 위한 돌파구를 윤 사장은 유튜브로 잡은 거구만.”
“네. 지금 데뷔하는 걸그룹은 물론이고 남녀 아이돌을 떠나서 컴백과 데뷔에는 무조건 네이버 VLive에서 중계를 하고 있어요.
뭐, 그것도 돈을 쓸 수 있는 어느 정도 규모 있는 회사만이 VLive 이용이 가능하지만요.
VLive로 데뷔를 하고, 공중파 3사, 케이블 3사까지 데뷔 첫 주에는 무조건 출연을 해야 어느 정도 아이돌 팬들에게 데뷔를 어필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어느 정도 데뷔의 패턴화가 되어있는 거네.”
“네. 네이버의 영향력과 음악방송을 보는 아이돌 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는 이젠 필수코스죠.
문제는 여기에 억 단위 돈이 들어간다는 겁니다.
VLive라곤 하지만, 촬영팀이나 공연장 임대등등 그런 부분은 모두 기획사에서 준비를 해야 하고, 음악방송의 경우에는 출연료를 받더라도 적자이기에 어떻게든 첫 주에 몰아쳐서 존재감을 남겨야 합니다.”
“그래서, 데뷔 날짜도 유튜브에서 ‘데뷔조’가 공개된 다음 날 데뷔 쇼케이스를하고 최대한 유튜브를 이용하려는 거구나?”
“네. 우린 얼떨결에 받은 기회이지만, 유튜브는 유료 콘텐츠와 공식 Live에 대해서는 금전적인 비용을 주니 최대한 세이브 할 수 있는 건 아끼고, 유튜브에서 뽑아 먹을 수 있는 건 최대한 뽑아 먹어야죠.”
“그렇게 아낀 돈을 나에게 좀 맡기면 안 될까?”
뜬금없이 돈을 맡기라고 말하는 김켈리 감독의 말이 무엇인지 몰라 쳐다봤다.
“데뷔곡인 ‘말해봐’ 뮤직비디오를 뮤직드라마 찍을 때 같이 촬영해서 편집 중이긴 한데, 스튜디오 세트 버전과 다른 영상들을 더 찍고 싶어서 그래.
뭐랄까 공연무대를 연출하는 그 쫀득한 맛도 좋지만, 영상의 정리된 깔끔한 맛도 참 좋거든. 이제 이게 끝이 나면 다시 공연무대로 가야 하니 좀 더 느끼고 싶네.”
“네 그런 곳에 돈을 쓴다면 좋죠. 연습실에서 찍는 안무 영상과 클로즈업 버전까지 다 만들어 주세요.”
“그런 기본적인 안무 영상은 이미 다 완성했지. 그거 말고 팝송 커버 영상을 만들고 싶어서.
동남아시아든 북미든 유명한 히트곡을 커버해서 올리는 영상이 인기가 많잖아. 그런 사람들을 공략해 보자는 거지.
단체 커버는 물론이고, 리브나 우혜의 경우에는 솔로로 팝 커버 댄스를 올리면 외모적으로나 안무적으로 충분히 화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런 커버 영상은 데뷔 전에 미리 올려서 화제성을 하늘소녀에게로 몰아가야지.”
“그런 거라면 당연히 좋죠. 유명한 팝송 커버라면 새로운 느낌의 곡으로 느껴져서 일부러 그런 커버송이나 커버 댄스만을 찾아 듣는 사람도 있으니깐요. 기대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돈 좀 팍팍 써볼까. 후후”
새로운 영상을 더 찍을 수 있게 되었다고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웃는 김켈리 감독을 보니, 왠지 김 감독도 나로 인해 운명이 바뀌어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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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수업 장면 E2-1입니다. 딱!>
“김민호 선생님의 수업에 이어서 퍼포먼스 수업을 맡은 윤소원 선생님이에요.”
보컬인 내가 퍼포먼스에 대한 수업을 한다는 게 웃겼지만, 김켈리 감독이 극본을 그렇게 적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퍼포먼스에 대해서 수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몇몇 사람들은 퍼포먼스를 안무와 동일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하지만, 둘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야.
안무 중에 별도로 할 수 있는 개인 연기를 퍼포먼스라고 정의할 수 있지.
지금 KPOP은 최고의 안무와 퍼포먼스를 가진 문화상품이라고까지 하는데, 내가 왜 퍼포먼스를 따로 가르치는 걸까? 이유를 아는 사람 있을까?”
“말 그대로 연기이니깐요.
안무는 정해져 있는 거고 퍼포먼스는 개인이 따로 하는 연기라서 수업이 따로 있는 게 아닐까요?”
제이가 연기 부분이기 때문에 따로 가르치는 게 아니냐며 대답을 했다.
“좋은 답이긴 한데. 틀렸어. 자 이 영상을 모두 봐봐.”
모니터에서는 유튜브에서 조금만 검색해도 나오는 무대 편집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소녀연대의 ‘The Boy’ 무대를 편집한 거야. 총 6개의 무대를 편집해서 한 개의 무대로 만든 거지. 뭔가 느껴지는 게 없어?”
“6개의 무대가 완벽한데요. 다른 무대로 바뀌는 부분인데도 깔끔하게 편집되어 있고. 멋지게 편집한 거 같아요.”
“9명의 동작이 칼군무라는 말처럼 완벽히 칼각이에요.”
“맞아. 잘 봤어. 이 편집 무대를 만든 사람이 6개의 무대를 잘 편집했지.
자, 그럼 소녀연대의 이 무대들에서 안무와 퍼포먼스를 구분해 볼 수 있는 사람 있을까?”
안무와 퍼포먼스를 구분해 보라는 내 말에 10명 모두 굳은 듯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까 말했지. 안무와 퍼포먼스는 다르다고.
안무 중에 개인의 연기가 나와서 퍼포먼스를 펼쳐야 하는데, 6개의 무대 안무가 다 동일해.
소녀연대만 그런 게 아니라 KPOP 아이돌이라면 모든 무대에서 같은 안무를 칼같이 하고 있어.
처음에는 칼 군무라고 멋지다고 하지만. 이렇게 6개의 무대를 합쳐서 편집했는데도 무대 의상만 다르지 다 같은 안무야. 퍼포먼스는 없는 거지.
이러다 보니 안무와 퍼포먼스를 구분하는 게 불가능해진 거야.
퍼포먼스까지 안무 안으로 다 넣어 버려서 연기하는 부분도 안무화 시켜버린 거지.”
“저, 선생님 퍼포먼스를 안무 안에 넣은 게 문제가 있는 건가요?
아무 문제가 없다면 그냥 만들어진 퍼포먼스를 안무화 해서 올라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그렇지 아무 문제가 없어. 다만, 아티스트보단 만들어진 아이돌의 돌(DOLL) 인형 느낌이 강해진다는 거야. 완벽해 보이지만, 규격화로 만들어진 제품 같은 느낌이 들거든.
자 그럼 비교를 위해서, 이 영상들을 한번 봐봐.”
이번에 재생되는 영상은 1980년의 느낌이 팍팍 나는 흐린 화면이 재생되었다.
애들은 오래된 영상이라 이게 뭔가 싶어 조용히 지켜봤고, 한 곡이 끝이 나고 같은 노래의 다른 무대가 또 반복되자 특이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같은 노래를 똑같이 부르는 가수의 같은 노래, 다른 무대를 보고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는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당시에 많이 있었던 가요제 대상 출신인 가수야. 같은 노래를 부르는데, 안무가 완전히 다르지? 방송 날짜도 며칠 차이 안 나는 시기라서 안무를 변경하거나 한 게 아니야. 어때 느껴지는 게 있어?
아, 혹시 이 가수 아는 사람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