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7
티저(teaser).
일본에서 갑자기 인기가 생기기 시작하자 MSM에서 급히 보내준 매니저를 보내주었는데, 연예계쪽 경력이 없는 신입 매니저였다. 단순히 일본어가 가능하고 일본 체류가 가능한 사람을 뽑아서 보낸 것 같았다.
한마디로, 일본에서의 영업이나 실무적인 업무처리보단 나와 토모의 편의를 봐주라고 로드매니저를 붙여준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영상촬영을 위한 VJ는 기원이 형의 원원엔터에서 나온 거라 MSM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새 VJ가 올 때 일본에서 일한 경험이 많은 이재원 사장이 같이 와서 우리와 이틀을 보내고 갔는데, 들은 이야기가 많았다.
이용민 실장이 나나 YAM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MSM 내부의 이야기였다.
이재원 사장이 MSM에서 안무가로 있었기에 들을 수 있는 정보들이었다.
“사실 MSM에선 YAM을 일본에 데뷔시키는 게 무조건적으로 좋은 것만은 아니었어.
갑자기 미국에서 돌아온 민수민회장님의 즉흥적인 일본진출 결정이 아니었다면 아마, YAM의 일본 데뷔는 내년쯤에나 가능했을 거야.”
“아니 왜요? 일본에는 대행사인 베타벡스가 있으니 데뷔만 시키면 MSM은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게 되는 거잖아요?”
“그건 맞는데, 재미있게도 새로운 MSM 남자 아이돌이 일본에서 데뷔하고, 돔투어 까지는 아니라도 무도관에서 공연할 정도로 성공을 거두어도 회사의 매출은 그 아이돌이 데뷔하기 전이랑 거의 비슷해.
새로운 MSM의 아이돌이 데뷔해서 성공한다고 해도 매출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이야기야”
“네? 어떻게 그렇게 되는 거예요? 무도관(武道館)에서 공연할 정도면 이젠 일본에서도 메이저에 든 가수라는 상징과도 같잖아요.”
“맞아. 아무리 다른 좋은 공연장이 많이 생겼어도 8천석 규모의 무도관에 섰다는 건 그만큼의 관중 동원을 입증하며, 메이저라는 걸 공인할 수 있는 증명과 같지.
하지만, 새로운 팀이 무도관에서 공연을 했어도 일본에서의 총 매출은 거의 변화가 없었어. 왜인지 알겠어?”
“아, 파이의 크기군요. 시장의 크기.”
“그래, 맞아. 일본에서 한류 K-POP 가수를 좋아하고 굿즈를 사거나 공연장에 와서 봐줄 사람들은 200만 명에서 35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어.
그 숫자에서 남/여 아이돌 팬으로 나누고 각각의 최애 팀으로 나누게 되면 MSM의 아이돌 공연을 보고 굿즈를 사줄 팬들은 50만 명에서 100만 명 정도야.
새로운 MSM의 아이돌이 데뷔한다고 해도 그 50~100만 명 사이의 팬들이 그 안에서 움직이는 거라 새로운 팬층과 매출의 창출은 거의 없어.”
“이해가 되네요. 지금 우리 YAM이 활동을하면 할수록 동방정기의 팬들을 뺏어 오게 되는 거군요.”
“그래, 좀 더 많은 한류 팬이 늘어나거나, 아니면 두세 개의 아이돌 덕질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매출이 늘어날 텐데, 현실적으론 한 개의 아이돌 그룹을 따라다니는 것도 벅차지.”
“이야길 듣고 보니, 전상일 본부장님이나 회사에서 YAM은 무조건 중국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있었네요. 매출에 크게 도움 안 되는 일본 데뷔보다는 중국 진출이 회사 차원에서는 더 이득이었을 테니깐요.”
“동방정기를 맡고있는 홍규진 실장도 그렇고 다들 일본은 좀 더 동방정기가 책임지고 벌어줬으면 하는 거지. 도쿄돔은 이제 기본이고 7만 석의 닛산 스타디움을 계속 가득 채우고 싶어 하는 거지.”
이재원 사장의 이야길 듣고 보니 아귀가 착착 맞아떨어졌다.
나와 토모의 스케줄은 계속 들어오고 있는데, B-nation 투어 콘서트에서 반응도 있었고, 둘이 속해 있는 팀인 YAM의 일은 전혀 들어오지 않고 있는 게 이해가 되었다.
‘Be together’ 밴드 멤버로 활동을 해서 생기는 팬들은 동방정기의 팬들과는 접점이 별로 없으니 스케줄을 계속 받았고, 같은 팬을 공유하거나 빼앗겨야 하는 YAM의 스케줄은 고의로 튕기고 있는 것 같았다.
팀을 위해서 한국에 들어가는 대로 담판을 지어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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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실장님. 아니 규진이 형. 이거 보라니깐 분명히 YAM의 팬층이랑 동방정기의 팬층은 다르다니깐.
본부장이 형만 오케이 하면 YAM의 일본 스케줄 진행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이야기했다니깐. 형이 우리 사정 좀 봐주면 안 되는 거야?
팬층이 달라서 팬 이탈은 거의 없을 거라니까.”
“용민아, 우리 말은 제대로 하자. YAM의 팬이 아니라 소원이와 토모의 팬층이 우리 애들이랑 다른 거지, YAM의 팬층은 우리와 무조건 겹친다니깐.
군 제대 후 첫 돔 투어야. 지금은 순조롭게 매진 사례를 하고 있지만, 닛산 스타디움은 아슬아슬하다니깐.
도쿄돔, 사이타마 아레나를 넘어서 닛산 스타디움 매진 콘서트가 가지는 의미를 너도 잘 알잖아.”
“게스트로 우리 애들 콘서트에 같이 세우면 매진 되는 건 문제가 없을 거잖아. 규진 형 사정 좀 봐줘요.”
“용민이 오히려, 네가 우리 사정 좀 봐주라.
이번 돔 투어 매진으로 건재함을 입증하고 나면 그 이후는 진짜 너희 쪽 터치하지 않을게.
아니, 오히려 같이 출연하는 것도 해줄게. 군 제대 후의 컴백이 얼마나 중요한지 너도 알잖냐.
이번만은 너희가 좀 물러서라. YAM은 다음 달에 바로 중국 진출도 한다면서 왜 그렇게 일본에 매달리는 거냐? 잘나가는 일본 쪽에 그렇게 발을 담그고 싶은 거야?”
절대 양보 않겠다는 홍규진 실장을 보니, 이용민 실장은 답답했다.
회사가 크고, 소속 아티스트가 많을 때 생기는 활동 시기가 겹치는 문제를 직접 겪게 되자 답이 보이지 않았다.
손쉬운 먹잇감이 깔린 사냥터를 양보하지 않으려는 약육강식의 세계와 같았다.
“에이 시파 나도 몰라. MSM 망해라 시파!”
평상시라면 절대 하지 않는 욕까지 하며 이용민 실장은 회의실을 박차고 나가 버렸다.
“새끼, 같이 매니저 하면서 나와바리는 뺏기는거 아니라고 같이 배웠으면서 우리 나와바리를 노리면 쓰나.”
홍규진 실장은 화를 내며 나가버린 용민이의 뒤를 보고 있으니 반대급부로 속이 편하고 웃음이 나왔다. 점심 밥맛도 맛있을 것 같았다.
“아씨 조금만 텐션을 올려서 일본 전국 예능방송에 내보내면 말 그대로 떡상을 칠 것 같은데, 저렇게 영역을 안 내주려고만 하고. 햐.”
끊었던 담배를 다시 입에 물었지만, 속 쓰린 아쉬운 감정을 연달아 피는 담배가 채워주지 못했다.
더구나, 기존의 한류 팬이 아닌 일본의 주류 음악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밴드를 좋아하는 새로운 팬층으로 팬을 확장 시킬 기회이기도 했는데, 그런 미래를 키우기보단 자기가 맡은 아티스트를 위해 신인에게 양보할 수 없다고 하니, 더 아쉬웠고, MSM란 창살에 갇혀 있는 것 같아서 답답했다.
그리고, 일본에서 왜 스케줄이 없냐고 물어보는 애들에게 뭐라고 대답해줘야 할지 막막해서 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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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깐 우리가 우리 프로그램을 보는걸 다시 찍는다는 말이야?”
타카미씨가 대기실 여기저기에 설치되고 있는 카메라를 보며 도대체 뭘 찍는지 궁금해했다.
“네, 리액션 영상이라고 불리는 건데, 주로 화제가 되는 영상을 같이 보며 그 반응을 보여주는 방송 콘텐츠에요.”
“아니, 그런 걸 왜 보는 거야? 유튜브는 도통 알 수가 없구만.”
타카미는 그런 걸 왜 보는지 궁금해하며 툴툴거렸다.
“사람들이 같은 영상을 보고 자신과 똑같은 장면에서 놀라는지, 아니면 웃는지, 그것도 아니면 우는지 그런 걸 궁금해해요.
한마디로 같은 감정을 느끼고 싶어 하는 거죠. 그리고 자신과 같은 리액션을 보였다면 동질감 같은 걸 느끼며 안도하는 거죠.
그러면서 자신은 인싸구나 하는 걸 확인받기 위한 영상이에요.”
“쉽게 이야기해서 자기만족을 위한 영상이라는 거구만.”
다카미는 툴툴거리면서도 카메라의 액정을 살피며 자기 얼굴이 잘 나오는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나도 두손 두발 다 들었어. 한번 마음대로 해봐.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거겠지.
리액션 영상도 인터넷에 올리든 말든 알아서 해버려. 그쪽은 우리가 아예 터치하지 않으마.”
첫 방송이라 대기실로 온 화환 이름을 확인하던 츠기모토PD는 손을 휘휘 저으며 나가버렸다.
“오옷! 시작 한다!”
개그맨답게 미니 드럼을 앞에 두고 앉아있던 야기의 큰 소리에 다들 TV로 시선이 모였다.
[너네들! YAM이란 우리의 이름을 알아둬야 할 거야!]
B-nation에서 도발적인 내 외침에 관중들이 놀라는 장면에서부터 영상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내가 따로 했던 인터뷰가 바로 이어서 나왔다.
<전 세계의 음악적 트랜드는 힙합과 EDM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일본은 락과 밴드 음악이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외국인들이 보기엔 시대에 뒤떨어진 음악을 일본인들이 듣고 있고, 그런 유행에 뒤떨어진 노래만 부른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야, 소원이 이거 일본 락 밴드들에 대한 도전장이잖아.”
“츠기모토PD가 막장 편집을 한거 같은데, 유튜브 영상 때문에 아사히TV 전체 전화회선에 문제가 올 정도였다고 하더니, 그 보복을 하는 거 아냐?”
타카미와 야기의 말을 듣고 보니, 팬들 반응이 좋았는데, 이런 악마의 편집 때문에 인기가 박살이 나버리는 건가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타카미씨와 야기씨와 함께 Be together 밴드를 하며 그런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야기씨와 타카미씨의 추억대로 미니 버스를 몰아가며 전국 일주를 하고, 배가 고플 땐 오이 세 개만 먹어가며 음악을 하는 락스피릿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뒷부분의 이야기까지 다 보여주었기에 극단적인 비판은 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유튜브에 올려진 영상의 조회 수와 내 공식 계정에 늘어나는 구독자 수를 보여주며, 일본을 넘어 한국과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는 자막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X-JAPAN의 요시키가 트위터에 링크까지 한 사진을 올려두며 여러모로 화제가 되고 있는 한일 합작 밴드 B-together의 시작을 알렸다.
야기씨와 타카미씨의 만담 같은 상황극과 따라오는 팬들에게 밥까지 사 먹여 가며 팬들을 아끼는 내 모습도 긍정적으로 나왔다.
<코노방구미와 고란노스폰사-노 테이쿄-데 오오쿠리시마스...>
“캬~! 이거 재미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어. 아차 트위터!”
야기씨는 트위터의 재미에 빠졌는지 바로 트위터에 사진과 글을 올린다고 난리였고, 타카미씨는 방송 중간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계속 받고 있었다.
“이거 봐. 트위터 실시간 검색 순위에 B-together가 올랐어. 이거 대단하잖아. 스게~!”
개그맨답게 야기가 토모와 함께 리액션과 춤을 추면서 방송이 좋았다고 난리를 쳤다.
하지만, 난 유튜브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들어간 유튜브에서 새로 올라온 ‘피치나인’의 티저영상을 보곤 쉽게 저들과 같은 분위기에 빠져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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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거? 안 그래도 MSM 팬 사이트에서도 화제야. 그런데 오빠가 ‘피치나인’을 왜 신경 써?”
“진짜 팬 사이트들에서 화제가 되는 거 맞아?”
“음. 나쁜 쪽으로는 확실히 화제가 되고 있어. MSM에서 최초로 나오는 섹시 컨셉의 걸 그룹이니깐. 더구나 1집 때는 청순이었는데, 바로 2집에선 섹시니깐 욕을 엄청나게 듣고 있어.
MSM이 그쪽 성향은 아니었잖아. 반발은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런데, 피치나인은 MSM 소속이라 오빠랑 아무 상관이 없는거 아냐? 오빠회사인 레드샵 레이블이랑 얽힌 게 있는 거야?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B-together 방송이 끝나고 리액션 방송까지 다 찍자마자 한국의 지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유튜브에 올라온 ‘피치나인’ 뮤직비디오 티저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내 예상처럼 반응이 좋지 않았다.
가슴선이 도드라져 보이게 크롭 티를 입은 은채의 모습이 계속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냥...MSM에서 섹시 컨셉의 걸그룹이 나오길래 그 반응이 궁금해서 너에게 전화 한 거지.
아 맞다. 오늘 일본 방송 첫방 나갔는데, 반응 확인은 되냐?”
“그건 좀 더 있어야 확인될 것 같은데, 일단 트위터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으면 엄청 화제인 건 맞으니깐 기대해도 될 거야.”
“그래 알았어. 또 전화할게.”
동생 지혜와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유튜브에서 영상을 재생시켰다.
“노래 제목도 ‘아무도 모르게’가 뭐야. 싸구려틱하게...”
몸매가 드러나는 검은 타이즈에 크롭 티를 입은 의상으로 춤을 추는 티저영상은 MSM에서 처음으로 나오는 섹시 컨셉이라 화제의 영상으로까지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영상에 달린 댓글들이 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와 정은채 이년 가슴 오지네. 만져주는 남친 있는가봐. ㅓㅜㅑ
-MSM에서 꽁꽁 싸매서 그렇지, 고르고 고른 애들이라 확실히 피지컬은 좋네.
-왜 이제야 이런 컨셉을 내놓는 거야? 티저 말고 본편은 도대체 언제 나오는 거야?
-MSM 이제 똑바로 일하네. 여자 연습생 많다는데, 이런 섹시 컨셉으로 좀 더 데뷔시켰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