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83화 (183/237)

# 183

Be together!

“야스모리씨 혹시 어떤 예능인지 내용을 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아, 심야 프로그램으로 아사히TV에서 제작하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일본과 한국, 미국인이 모여 음악 밴드를 만드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일단은 정보가 있는데, 신규 제작 프로그램이라 정확한 건 미팅을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시..심야 프로그램입니까? 그러면 시청률이...”

“네, 시청률은 아마도 낮을 수밖에 없겠지요.

그리고, 새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이라 정확히 편성이 되는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일단 미팅을 한번 해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용민 실장은 아직 편성도 안 잡힌 심야 프로그램이라는 소리에 조금이나마 기대했던 마음을 접었다.

“네. 미팅이라면 언제든 좋습니다. 네. 네. 그렇게 시간을 잡아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오옷~ 실장님 우리에게 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온 거예요?”

“이야 이제 일본방송에 나가는 건가?”

“일본 데뷔 일주일도 안 되어서 프로그램 섭외라니 우리 좀 멋진 듯!”

이용민 실장의 전화통화를 듣고 있었던 멤버들이 전화를 끊자마자 앞다투어 입을 열었다.

“아직 모르는 거야. 편성이 아직 안 잡혔다고 하니깐 일단 내일 미팅을 해봐야지 알 수 있을 거야. 그러니 기대를 너무 하지 마라.

그리고, 일본은 편성이 잡히더라도 심야 프로그램이라면 시청률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야. 새벽 3시에 편성이 잡히면 그걸 누가 보겠어?”

“헐, 새벽 3시에도 편성이 되는 거예요?”

새벽 3시에도 편성이 잡힌다는 소리에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국은 새벽 1시가 넘어가면 새로운 프로그램을 하기보단, 재방송으로 아침 6시까지 때우지만, 일본은 새벽 3시까지 정규 방송이 편성되는 게 보통이야.

주로 신규 파일럿이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저예산 프로그램들이 편성되는 거지. 그래서 출연진들은 대부분 신인이나 한물간 연예인들이야.

그것 때문에 우리가 심야 전문으로 찍혀 버릴지도 모른다는 그런 문제가 있어.”

“실장님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쉽게 들어가서 경험을 쌓기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거잖아요.”

“경험 쌓기라...”

소원이의 말처럼 일본 예능에 대한 경험을 쌓는다는 부분에선 좋을 수 있었지만, 촬영 일자가 길 경우 중국 활동 시기와 겹치게 될까 봐 그게 걱정이 되었다.

“뭐, 그래도 방송에 섭외가 되었다는 게 중요한 거잖아요. 매니저분들이 일일이 방송국에 인사하러 가서 따온 게 아니라, 우리 공연을 보고 먼저 섭외전화가 왔다는 그게 중요한 거죠.”

미지근한 이용민 실장의 반응과는 다르게 제일이 형은 먼저 섭외 연락이 왔다는 사실 자체에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그래, 먼저 연락이 왔다는 그게 중요한 거겠지 긍정적으로 가자. 그럼 다들 전대물 인사 준비는 되었지?

코디가 급하게 구해온 컬러 넥타이 빨리 매고 준비해!”

**

[네. B-nation의 이틀 차 무대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9인조 한류 보이그룹 YAM입니다!]

진행 MC의 소개 멘트를 듣자 무대 뒤에서 걸어 나오며 화음을 쌓기 시작했다.

<조오금~, 조금! 더! 더 빨리~! 우리는 달린다~ 우리의 목표가 있다~>

마치 아카펠라 그룹처럼 9명이 화음을 쌓고, Run Run의 가사를 부르며 등장하자 다음 출연자를 기다리며 부산스러웠던 관객석이 일시에 조용해지며 우리의 목소리에 집중을 해주었다.

“여러분 한국에서 온 YAM입니다.

레드 제일! 골드 소원! 블랙 토모!...”

처음 멤버별로 색을 정하고, 이런 식으로 소개를 할 때는 서로가 부끄러웠는데, 무대에서 컨셉 놀이를 한다고 생각하니, 아예 팔을 내밀며 포즈까지 취할 정도로 몰입해서 각자의 소개를 했다.

“와아~! 어제와는 달라졌군요. 한류 레인저인가요?”

어제는 단순히 한국에서 왔고, 누구라는 간단한 소개만을 했었는데, 완전히 달라진 소개 방법과 밝은 분위기에 진행 MC가 보여주는 리액션부터 달라졌다.

“네. 좀 더 기억에 남았으면 해서 이렇게 소개를 해보았습니다.

앞줄에 계신 분들이 어제와는 다른 분들인 것 같은데, 어젠 그냥 이름만 이야기하며 외워달라고 했는데, 그게 힘들 것 같아서 특별히 B-nation 만을 위한 인트로를 만들었습니다.

오직 여러분만을 위해 준비한 거예요. 여러분 좋나요?”

내가 일본어로 좋나요?를 한 번 더 하며 마이크를 내미니 그제야 어느 정도 ‘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케이 그럼 저희의 일본 데뷔곡인 Run Run 들려드리겠습니다.”

“여러분 한류 레인저 YAM을 기억해 주세요~!”

그리고 나오는 전주에 맞춰 ‘Run Run’과 다른 일본어 곡 2곡을 부르는데, 소개 방법이 제대로 먹힌 것인지 박수를 쳐주는 사람도 있고, 어제에 비해서 확실히 반응이 좀 더 긍정적으로 변해 있었다.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는데도, ‘한류레인저 YAM 기억했어요!’ ‘친근한 이미지인데, 한류 돌답게 안무나 보컬이 훌륭해.’ 라는 일본어도 들렸다.

전대물을 흉내 내는 이런 유치함이 먹힌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어이 얌! 이름 외웠다구. 다음엔 좀 더 재미있게 해봐.”

무대 뒤 출연자 대기실로 와서도 다른 출연진 가수들이 먼저 전대물 컨셉이 좋다고 다가와서 인사를 해줄 정도였다.

뭔가 인정을 받았다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지만, 왠지 개그를 하는 가수 ‘개가수’가 된 것 같았다.

**

[진화된 한류 아이돌의 프로토타입. 이젠 한류 돌의 재능에 개그감도 탑재?]

...많은 여성 팬들의 지지를 받는 한류 아이돌에도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뛰어난 댄스와 군무로 분위기를 주도하는 한류 아이돌에 현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B-nation에서 보여준 한류돌 YAM의 소개영상은 마치 일본 주니스 계열의 아이돌이 팀을 소개하는 것 같은 다정함과 유머가 넘쳤다.

아티스트 같은 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한류 돌을 넘어 일본 보이 그룹이 가진 다정함과 유머러스함을 탑재한 YAM의 본격적인 일본 공략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주목 된다.

―한국도 파워레이저를 보는 거야? 그러면 우리가 이긴거 아니냐?

└ 멤버 중에 일본인이 있어. 일본인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한국 친구에게 물어보니, 한국에선 가면라이더는 인기가 없지만, 초전자 바이오맨은 엄청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대부분 비디오로 봤다고, 다 알고 있다고 함.

―오옷! 슈퍼전대시리즈가 한국에서 인기였다면 지금의 한류도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닌가?

└이때까지 전대물의 팬이란 걸 드러낸 한류 그룹은 이 팀이 유일해.

└전대 시리즈의 팬으로서 난 이 녀석들을 응원하겠어. 한류 아이돌 녀석들 중에서도 좋은 녀석이 있었군.

└어이 어이, 전대물을 좋아한다는 게 왜 좋은 녀석이 되는 거야?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악인이 없듯이 전대물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악인은 없어. 포스가 함께 하니깐.

└인정. 악인은 볼 수 없는 게 슈퍼 전대물이라구.

―이 한류 그룹은 아주 약삭빠른데, 일본 여자들뿐만 아니라 일본의 남자들까지 팬으로 만들 심산으로 컨셉을 잡은 거잖아. 역시 한류는 무섭구나.

남자든 여자든 빠져들게 만드는 무서운 녀석들이다.

―멍청한 주니스 녀석들은 도대체 뭘 하고있는 거야?

└앨범 판매가 안되어서 긴급 악수회를 하고 있을 거야.

**

“일단 토모군은 일본인이니 언어 문제는 없을 것 같고, 다른 멤버들도 간단한 소통은 일본어로 다 된다는 말이죠?”

“네, 맞습니다. 그중에서 일본어가 가장 뛰어난 규일이를 프로그램에 추천해 드립니다.”

“규일군이라.. 우리가 만들 ‘Be together!’는 B-nation 공연을 하는 지역에 일주일 전에 도착해서 길거리 버스킹을 하며 공연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그런 공연프로그램입니다.

한마디로 보컬이나 악기를 다룰 줄 아는 멤버가 참여를 해줬으면 합니다.

그래서, 일본인인 토모군과 소원군을 섭외하고 싶습니다.

소원군은 작사/작곡에 키보드까지 연주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버스킹에서 악기를 다루고 곡을 부를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것이군요. 그럼 다른 출연진은 일단 다 정해 진겁이니까?”

“먼저 A feel의 리더인 다카미씨가 기타를 맡아주실 겁니다.”

“아, 그분 예능에도 많이 나오시고, 연세가 꽤나 있으신 거로 아는데요.”

“네,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다카미씨가 본인만의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입니다.

같은 A feel의 멤버인 제임스씨가 베이스를 맡을 거구요.”

“두 분 다 60이 넘으신 분들이군요. 예능이 가능할까요?”

“아카시야 산마 선생님은 55년생으로 아직까지 게닌(개그맨)의 최고봉에 계십니다. 다카미씨나 제임스씨가 한국 나이로 60살이 넘었더라도 충분히 음악적인 역량을 보여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의 연예계 경험을 무시하시면 안 될 겁니다.”

노익장을 무시하지 말라는 마코토란 아사히 TV 직원의 말을 들으니, 더 걱정이 되었다.

음악적인 역량은 몇십년간 밴들를 했으니 걱정이 없었는데, 과연 20살 애들과 60살이 넘은 어르신과의 예능이 가능한지가 걱정이었다.

“그리고, 드럼으로 니시로 야기상이 맡아 주실겁니다.”

“야기씨라면 그 개그맨이 아닌가요? 키 작고, 눈 쌍꺼풀이 있는 그분요.”

“맞습니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아마추어 밴드에서 드럼을 했었고, 회사의 연말 회식이나 모임에서도 늘 드럼을 쳤다고 하니, 실력은 안심하셔도 될 겁니다.

60대의 락밴드 멤버들과 20대의 아이돌, 그리고 40대의 게그맨이 섞이는 것이니, 나름대로 구색은 다 갖추어진 것 같지 않습니까?”

전성기가 지난지 한참이 지난 60대의 밴드멤버와 마찬가지로 리즈 시절이 지났다고 평가받는 40대의 개그맨....

그리고, 이제 일본에 갓 데뷔한 20살의 한국 아이돌이 음악 프로그램을 같이한다고 하니, 이게 어울릴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확실히 젊은 우리 애들이 눈에 띄기는 뛸 것 같은데 말이지.’

“그럼 혹시, 편성 시간은 결정이 난 겁니까?”

“편성은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다카미씨의 인지도도 있지만,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츠기모토PD의 퇴사 기념 작품이기도 해서 심야 타임이 아닌 오후 타임으로 편성이 잡힐 겁니다.”

“에? 일본은 퇴사를 하는데, 기념으로 편성을 잡아 주는 건가요?”

“츠기모토PD가 이번에 따로 프로덕션을 차리는 문제로 퇴사를 하는데, 30년 넘게 아사히 TV를 위해 공헌한 공로도 있고, 새로 만드는 프로덕션도 결국 아사히 TV의 계열사라 그런 혜택을 주는 것이죠.

뭐, 젊은 시절 처음으로 같이 방송을 했던 츠기모토PD와 다카미씨를 기념하기 위한 방송이기도 해서 대우를 해주는 거죠.”

“연공(年功)을 기념해주는 건 확실히 일본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편성이 확실하다면, 토모와 소원이의 일정을 조절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러니깐 저 긴 머리의 어르신이 유명한 사람이라고? 그리고, 저 백인인 제임스도 같은 팀이라고?”

“네 소원형. 전설의 밴드는 아니지만, A feel 이란 팀의 활동 기간이 30년이 넘다 보니 굉장히 유명하신 분이세요.”

“가지고 있는 기타만 봐도 어마어마해 보인다야. 그런데, 이 조용한 분위기 어쩌냐?”

기타리스트 겸 방송인인 다카미와 제임스를 만나게 되었는데, 느껴지는 포스는 없었지만, 뭔가 불편한 그런 느낌이 있었다.

“우리가 불편한 만큼 저분들도 불편하실 거에요. 인사를 나눈 거 말곤 그냥 대기를 하다 보니, 진짜 불편하네요.”

이런 분위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며 키 작은 남자가 굴러 들어오듯 뛰어 들어왔다.

“오하~! 야기 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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