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2
일본 진출. (3)
“한국이든 일본이든 자신만의 캐릭터를 가지면 좋지.
오히려 신인들은 다들 그런 캐릭터를 못 가져서 난리인데. 이런 거물스러운 캐릭터를 가지게 되면 나름 신선하지.
한국에서 온 거물 아이돌 YAM 이라고 소개되면 나름 좋을 것 같은데.”
이용민 실장은 한국에서 온 거물 아이돌이란 컨셉에 꽂힌건지 몇 번이나 입으로 읊조렸다.
“그 거물이 다른 쪽의 거물이라고 불릴지도 모르지만, 남자 아이돌이니 뭐 다른 의미의 거물이라고 해도 손해는 없을 것 같긴 하네.”
제일이 형은 그새 다른 거물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거물캐릭터까지는 아니라도, 큰소리치고 호언장담하는 그런 자신감 과잉형의 캐릭터가 확실히 좋을 것 같긴 해요.
제 기억에도 일본의 아이돌 중에는 그런 캐릭터가 없는 것 같거든요.
대부분의 일본사람은 윗사람에게 고갤 숙일 줄만 알지 위에다 대고 뭐라고 한소리 할 수 있는 그런 사람 자체가 잘 없어요.
한국 사람들은 기가 세다는 그런 이미지도 있으니 이런 캐릭터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 정도의 큰소리치는 캐릭터는 거성이라는 캐릭터가 먼저 존재하니 용인될만한 수준이고요.”
토모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더니, 일본이든 한국이든 어디든 다 먹힐 것 같은 캐릭터라고 긍정적으로 이야길 했다.
“한국에도 거성 캐릭터같은 특별한 캐릭터가 있지만, 예능 방송의 역사가 더 긴 일본의 경우에는 별의별 상상조차 못 해본 캐릭터가 다 있어요.
돌아이처럼 혀를 내밀고 노래를 부르는 미친년 컨셉의 여자 아이돌 캐릭터도 있고, 남자가 여장을 하고 나오는 오카마(おかま)라 불리는 캐릭터도 있어요. 그런 캐릭터에 비한다면 호통치는 캐릭터는 준수한 이미지인 거 같아요.”
“어? 그 오카마인가 하는 사람은 어제 TV에서 본 거 같다. 덩치도 크고 무섭던데.”
“어제 TV에 나온 그 ‘마츠코 디럭스’라는 사람은 지금 인기 연예인 순위 1~2위에요. 일본의 오프라 윈프리라고 불릴 정도로 20~40대 여자들에게는 영향력이 장난 아닌 사람이에요.
혹시라도, 방송국에서 만나게 되면 표정 관리 잘해야 할 거예요.”
“에? 진짜야? 그런 여장남자인 캐릭터가 연예인 인기 1~2위라고? 우리나라로 치면 유느님 급이라는 거야?”
“네, 유느님급 맞아요. 물론, 유느님처럼 완전히 좋은 이미지는 아니지만, 그만큼 프로그램 영향력이나 시청자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유느님 급이에요.”
오카마라는 여장 남자 게이의 영향력이 그 정도라고 듣게 되자 진짜 더 일본 연예계를 정의 내리기 힘들었다.
“그리고, 친한파인 IKKO라는 오카마도 있고, 오카마라는 캐릭터 자체가 전체적으로 인기가 있어요. 이때까진 없다가 근래에 생긴 캐릭터이다 보니 일본에서도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전통적인 성별 문제가 서구보다 더 빨리 깨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기도 하고요.”
“이야 진짜 신기하다. 그런데, 일본의 문화가 5년에서 10년이면 한국에 들어온다고 하잖아, 인기 없는 우리 소속 개그맨들에게 오카마를 미리 해라고 하면 먹히겠냐?”
우리 회사 소속의 잘 먹는 덩치 큰 개그맨 황금호나 김유일을 미리 준비시키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소원형 이미 갸류상이 들어왔었잖아요. 우리나라에서는 한철이었어요.
일본은 오카마가 프로그램 메인 MC로 진행을 하며 몇 년째 계속 인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은 개그의 소재만 되고 그냥 사라졌어요.
원래 진행이 될 정도의 재능이 없다면 오카마 만으로는 힘들 거에요.”
그러고 보니 한국에는 남자 개그맨이 갸루상을 하며 인기를 끌었었다. 물론, 토모 말처럼 한철 만에 사라졌었고.
“진짜, 그런 여장 남자란 특이한 컨셉에 비한다면 허세를 부리는 아이돌 캐릭터는 평범하네.
소원이 너는 실제 회사도 운영하는 사장이니 그런 허세 캐릭터와 진짜 어울리겠어.
자수성가한 기획사 사장이자 아이돌이란 포지션이 특이하니 더 어필이 될수도 있겠다.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보자.
그리고, 흠...좋아. 민지씨! 소원이 넥타이 색 바꾸어 주세요.”
이용민 실장이 캐릭터가 좋다고 이야길 하더니 갑자기 내 의상에 대해서 이야길 시작했다.
“앞으로 소원이는 멤버들하고 다르게 금색이나 은색으로 컬러링을 짜주도록 하세요. 그리고, 제일이는 붉은색 계통으로 해주고 이 색은 고정으로 가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자 다들 들어봐. 우리가 일본 활동을 하는 동안에 컨셉을 한번 만들어 보자.
어제 B-nation에서 소개했을 때도 그렇고, 야후에 난 기사에서도 그렇고, 아예 우리를 9인조로 알고 있어. 중국 애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거야.
회사에선 한국의 YAM과 일본에서 활동하는 YAM은 다르다고 미리 선을 그어 둔거야.”
이용민 실장의 말에 다들 움찔하는 건 있었지만, 그렇다고 말을 꺼내는 사람은 없었다.
“원래 YAM을 만들 때는 멤버 인원수가 12명으로 많았기에 멤버별 색을 정하거나 하는 그런 걸 생각하지도 않았어.
사실 2000년 초까지만 해도 멤버별 색상이나 컨셉을 잡는 게 나름 핫했는데, 2010년 이후로는 촌스러운 게 되어서 아예 생각을 하지 않았지.
한데, 어제 일본 밴드나 아이돌을 보고, 지금 토모의 이야길 들어보니 다시 멤버별 캐릭터를 위해 이런 색을 정해 주는 게 왠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너희들 생각은 어때?”
“괜찮은 거 같은데요. 일본에서 9명이니 일본 쪽 컨셉에 맞게 레인보우 7가지 색상에 금색, 은색까지 9가지 색상으로 지정할 수 있겠네요.
제일이 형은 리더로서 붉은색이고, 전 거물이나 허세 있는 캐릭터이니 금색으로 정하신 거죠?”
“그래 맞아. 전대물(戦隊物)알지? 후레쉬맨, 바이오맨 같은 거.”
“네, 전대물 당연히 알죠. 우리 때는 파워레이저에요. 바이오맨, 후레쉬맨은 이름만 겨우 들어봤어요.”
“뭐 전대물이라는걸 알면 되는 거지. 전대물에서 모든 리더는 다 붉은색이야.
색에 따라 멤버들의 역할이나 개성이 부여되거든. 노란색은 떠벌이의 이미지라거나 검은색은 강인함 같은 전대물 만의 컬러 성격이 정해져 있지.
이게 촌스러운 건데, 일본에서는 아직도 전대물이 만들어지고 있고, 우리는 일본에서의 유명세를 원하니 이걸 도입해보자는 거야.
멤버별 컬러를 정해서 한번 활동해보자.”
“그러면 YAM은 한국에서 건너온 전대물 아이돌 컨셉인겁니까?”
“그래, 뭔가 유치하겠지만, 어제 앞줄에 서서 응원하던 남자들의 연령대가 20~40대까지 다양했으니 우리의 이름을 알리고, 개성있는 한류 아이돌이라는 걸 알리기에는 전대물의 색을 이용하는 게 좋은 방법인 거 같아.”
이용민 실장도 40대 중반의 사람이다 보니, 당연히 그런 전대물을 보고 성장했을 테고, 일본의 비슷한 세대들은 모두다 전대물을 보고 성장한 사람들이기에 특이한 전대물 컨셉으로 지명도를 올리는 것이 나름 좋은 방법 같다고 느껴졌다.
“뭔가 덕후 스럽지만, 좋네요. 전 검은색 하겠습니다.”
“앗! 토모 이 자식! 나도 검은색 하고 싶었는데.”
“그런데, 검은색은 무지개 색에 없는 거잖아!”
“남는 색은 중국 멤버들에게 주면 되는거죠. 무지개색 7개에 검정, 흰색, 회색, 금색, 은색까지 5개 색이면 중국 애들까지 다 커버는 되겠네요.”
이용민 실장과 YAM의 멤버들은 20살 이상 차이가 나는 세대였지만, 다들 남자이다 보니 단순한 색 정하기에도 열을 내며 서로 이색 저색을 하겠다고 한참이나 옥신각신했다.
**
“그런데, 카메라가 늘어난 거 같은데요.”
2일 차 공연을 위해 호텔을 나서는데, 어제는 한국에서 따라온 VJ 1명 밖에 없었는데, 오늘은 일본에서도 2명이 붙었는지 3명의 VJ가 우리들을 찍고 있었다.
“베타벡스에서 DVD 제작 용도로 촬영하시는 분 2명을 더 붙인다고 연락이 왔더라. 너희 형 회사에서 붙인 VJ는 유튜브 영상 제작용인데, 일본 베타벡스에서 붙인 사람은 DVD용이니 너희 형 회사에 문제는 없겠지?”
“네. 유튜브 용도는 진짜 홍보용이라 같은 내용이라고 해도 상관이 없을 거예요.”
“그런데, 진짜 어제 소원이 네가 호언장담한 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거 같다. 하루 만에 바로 DVD 촬영을 붙일 줄은 몰랐다.
한국은 이미 DVD 시장이 다 죽었지만, 일본은 아직도 DVD가 나름대로 팔리고 있다고 미리 촬영해서 준비한다고 하네.”
“어? 그럼 우리도 콘서트 실황이 DVD로 나오는 거예요?”
“보통은 소원이 네 말대로 콘서트 실황을 DVD로 발매를 하는데, 한류 아이돌의 경우에는 일본어 베스트 앨범에 DVD 합본을 넣어서 발매를 해. 지금 찍는 건 그 앨범에 들어가는 DVD 용 촬영일거야.”
“와 그런데, 이런 게 내수 차별이라는 거네요. 일본은 앨범에 DVD도 넣어주고. 한국은 그런 케이스가 거의 없잖아요.”
“그건 어쩔 수가 없어. 소원이 너도 아마 DVD 플레이어가 없을걸. 한국에서도 실황이나 앨범 준비를 하며 만든 프로모션용 MV나 비하인드를 한정판 DVD에 넣어서 베스트 앨범에 포함 시킨 적이 있는데, 욕만 오지게 들었어.”
“아, 그러고 보니 저도 DVD플레이어가 없네요.
요즘 노트북도 DVD플레이어 없이 출시되고 있고, 데스크탑 본체에도 이제는 안 달린 게 많다 보니 볼 수가 없었겠네요.”
“그래, 그리고 DVD가 요즘 유튜브처럼 4K 같은 고화질을 지원하는 것도 아니니 욕을 들어먹기에 딱 맞는 거지. 블루레이는 사람들이 DVD랑 구분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고.
그래서 결국, 사진 북 같은 거로 대체가 되었어.
일본은 아직 인터넷 문제나 저작권 문제로 DVD를 출시하고 있고, PS4 같은 게임기에서도 DVD 기능을 지원하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DVD를 보기 쉬운 거지. 내수 차별이라고 하지만, 진짜 어쩔 수 없는 거야.”
“한국과 일본은 앨범과 DVD에서도 차이가 있는지는 또 몰랐네요. 우리 애들도 일본에 진출하게 된다면 이런 걸 미리 체크해야겠어요.”
“그래, 미국도 마찬가지야. 아직 인터넷이 들어오지 않았거나, 인터넷이 깔려있어도 속도가 너무 느려서 어쩔 수 없이 DVD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나중에 미국에 진출한다면 이런 나라마다 다른 환경도 생각해야 할 거야. 자 빨리 차에 타라 출발하자.”
이용민 실장은 차에 올라타 이동하면서 씁쓸한 웃음이 났다.
중국회사와 맺은 활동 계약 때문에 한국에서 앨범을 내지 못했고, 꼼수처럼 일본으로 진출을 한 것인데, 왠지 잘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제대로 된 회사의 매스컴 지원이나 일본 한정 굿즈같은 것이 제대로 준비가 되었다면 CD판매 결과가 좀 더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거기다, 일본 내 활동을 대행하는 베타벡스의 내부 사정으로 인해 크게 푸시를 받을 수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더구나, 회사 내에서는 지금도 YAM의 일본 진출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었고, 그때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걸 전해 들은 게 떠올랐다.
**
“아니 전상일 본부장님이 이러시면 안 되지요. 활동 일정이 이러면 동방정기와 뻔히 활동이 겹치잖습니까? 이걸 아시면서 YAM의 일본 활동을 지금 허락해 주시면 어쩌자는 겁니까?”
“허허 홍실장 일단 너무 흥분하지 말고 좀 앉아봐.”
“지금 제가 앉아 있게 생겼습니까? 애들이 동반 입대, 제대하고 처음으로 도는 일본 돔 투어입니다. 2년 5개월의 공백 이후 처음 도는 콘서트인데, 매진이 안 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군대 공백 후의 컴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지 않습니까?
제대로 지원을 받아도 돔 투어의 성공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데, 새로운 보이 그룹을 데뷔시킨다고 홍보, 마케팅 채널을 써버리면 그 피해는 그대로 우리 애들이 받는 거지 않습니까?”
“홍실장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돔 투어에 계획된 홍보 마케팅 규모는 그대로 진행될 거야.
YAM은 10년 전 동방정기 애들이 일본에 진출했을 때처럼 활동하게 될 거야.”
“네? YAM 애들을 맨땅에 헤딩을 시키겠다고요?”
홍규진 실장은 전상일 본부장에게 듣고 싶었던 이야기가 나오자 진짜 인지 확답을 받고 싶었지만, 갑자기 YAM을 일본에서 초창기의 동방정기처럼 맨땅에 헤딩을 시키겠다고 하자 왜 그렇게 하는지가 더 궁금했다.
“그래, B-nation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섭외 일정 없이 일본에 보내는 거야. 말 그대로 맨땅의 헤딩이겠지.”
“YAM 담당인 용민이가 회사에 밉보인 거나 멤버 애들이 사고 친 게 있는 겁니까?
“아니, 그런 건 없어.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 멤버들이 다음 달에 들어오기로 했어.”
“아! 그 중국 화이 그룹과 계약한거 때문에 일본 활동을 빨리 접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거군요. 그런데 중국 내 금한령이 풀어지기 시작한 겁니까?”
“그래, 해빙 분위기가 상층부에서 불고 있는 모양이야. 중국에서 한 달 만 빨리 통보를 해줬다면 따로 일본 진출 없이 바로 중국에 진출할 준비를 했을 텐데. 일이 꼬여 버렸어.
이미 컨펌난 B-nation을 제외하곤 다른 일정 없이 바로 돌아오게 할 거야.”
“일본 진출이 그냥 기록을 남기기 위한 게 되어버렸네요. YAM애들은 이런 거 모르죠?”
“그래 용민이만 알고 있을 거야. 그러니깐 홍 실장 넌 그만 지랄하고 제대 후 첫 돔 투어 매진에만 신경 써.”
“네, 알겠습니다. 일본에서 용민이랑 YAM애들 보면 밥이나 사줘야겠네요.”
**
<위이잉~위이잉~~>
전해 들은 상념을 밀어내려는 듯 전화기가 진동을 했다. 베타벡스 매니저부의 과장인 야스모리의 전화였다.
“네, 이용민입니다. 네. 야스모리씨 전화통화 가능합니다. 말씀하세요.
네에?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 섭외가 들어왔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