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81화 (181/237)

# 181

일본 진출. (2)

“아, 그리고 인사할 때 폴더인사하지 말고 그냥 묵례만 하면 되는 거야. 과도하게 선배 대하듯이 인사 안 해도 된다는 거 명심해.

또 관객으로 일본 남자 팬들만 가득 있고 호응이 없다고 안절부절하지 말고.”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설 때부터 이용민 실장은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반복하며 강조를 했다.

“실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어제 오후에 리허설도 다 했고, 일본 관객들의 무호응도 다 알고 있습니다.

단체 한류 콘서트로 이미 외국공연에 몇 번이나 섰잖아요. 정 떨리고 그러면 무대 뒤에 마련되어 있다는 술이라도 한잔하고 올라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진짜 일본 데뷔 무대부터 확 그냥 음주 음방해버려?”

“미친, 어떤 의미에서는 레전드 무대가 될 수도 있겠네.”

이미 수십 수백 번의 무대 경험이 있는 우리에게 계속 쫄지 마라고 이야기하는 이용민 실장의 말이 와닿지 않았기에 다들 농담처럼 술을 먹고 무대에 올라가니 마니 하는 이야기를 하며 요요기 공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런 모습들을 한국에서부터 같이 온 VJ들이 열심히 담아내고 있었다.

“오, 진짜 abk 그룹이다. 진짜 인원이 많네. 이야기만 듣던 팀들을 여기에서 다 보네 신기하다.”

“소원아 저기 봐! 다 락 밴드들인데. 진짜 저런 갈기 머리를 아직도 하고 있어. 샤기컷을 진짜 오랜만에 본다. 대단한데.”

“그러게요. 진짜 문화적인 차이가 있는 거 같아요. 머리 스타일에서부터 확 차이가 나네요. 한국엔 이제 저런 스타일을 한 사람 자체가 없는데.

전 세계적으로는 밴드의 시대가 가고, 힙합의 시대가 왔는데, 일본은 여전히 무대에 서는 가수의 절반 이상이 밴드인것도 신기하고.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참 대단하네요.

국내의 취향만 맞추면 먹고살 수 있는 크기의 시장이 있다는 거니, 그런 규모가 제일 부럽네요.”

이용민 실장의 말을 들어서 그런지 무대 뒤에 도착해서도 졸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나와 제일이 형이 일부러 더 이야기를 많이 하며 분위기를 올렸다.

일본 혼혈인 토모가 자신 있게 나서서 이 가수는 어떻고, 한국으로 치면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되는 가수인지를 일일이 알려주었는데, 알아서 피해라고 이야길 해주는 것 같았다.

다른 가수들과 인사라도 하려 했지만, 다들 최종 리허설로 인해 바빴고, 우리가 인지도가 없다 보니 공연의 앞부분에 배치되어 있었기에 일본 연예인들과 안면을 트고 말을 섞어볼 시간이 없었다.

[네 이번 순서는 한국에서 온 팀입니다. 일본에서 처음 서는 무대가 바로 이 무대라고 하니 초연을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일본 데뷔 무대를 B-nation에서 하게 되어 기분이 업 되었다는 한국의 남성 9인조 댄스그룹 YAM입니다.]

“한고쿠? 도대체 한고쿠에서는 왜 계속 오는 거야?”

“어제도 방송을 보니 한국 가수라는 놈들이 떼거리로 나오던데 말이지. 너무 많이 오는 거 아냐? 일본 괜찮은 거냐?”

“한국엔 이런 무대도 없는 거야? 왜 이런 무대에서도 한국 놈들을 봐야 하는 거지?”

“이놈들 한국말로 노래를 부르면 야유를 퍼부을 거야.”

“걸그룹이 아니라 보이 그룹이면 오지 않아도 된다구!”

MC의 소개 멘트를 듣고 무대에 오르는데, 무대와 앞줄이 가까워서 그런지 일본 관객들의 퉁명스럽다 못해 화가 난다는 듯한 말들이 들려왔다.

무대에 올라서 보니 리허설 때는 보이지 않던 관객들이 야외 관객석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우리를 응원하는 손팻말을 든 팬들도 군데군데 보였다. 하지만, 절대다수의 관객들은 방관하듯이 서 있었다. 일본에서의 첫 무대가 이런 환호 없는 무대라서 아쉬웠다.

“제일이형 저기. 저기에 우리 팬들 있네요.”

아버지가 일본인인 토모가 MC와 대화를 하며 우리 소개를 할 때 우린 오늘 찾아와준 팬들을 찾아서 일일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정식발매된 일본앨범 수록곡인 ‘Run Run’을 일본어로 부르고, 두 곡을 더 불렀지만, 간간이 소리를 치는 우리 팬들을 제외하곤 관객의 호응은 거의 없었다.

일본 팬들이 원래 호응이 없는 건 알고 있었고, 아예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다면 괜찮았는데, 앞줄의 남자 관객들의 노골적인 야유와 입을 벙긋거리며 우릴 흉내 내는 행동을 하며 비웃자 기분이 더러웠다.

[일본의 첫 데뷔 무대를 성공리에 마쳤는데요. 일본 활동에 대한 포부나, 여기에 모이신 관객분들에게 하고픈 마지막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원래라면 토모가 마무리 멘트를 하고 무대를 내려가야 하지만, 내가 먼저 마이크에 대고 외쳤다.

“거기 너희들 지금은 우리가 누구인지 전혀 모르겠지만, 우린 한국에서

정점에 있는 YAM이라는 초인기 그룹이다. 너네들 우리 이름 외워둬. 이제 자주 듣게 될 이름이니깐! 나중에 후회하지마!”

박력 있게 앞줄의 남자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이야길 쏟아내곤 멤버들에게 무대를 내려가자고 눈치를 줬다.

뻥져있는 토모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이야길 하려는 걸 내가 억지로 끌고 무대 뒤로 움직였고, 제일이 형도 고개를 저으며 골치 아파하는 거 같았지만, 몇몇은 내 어깨를 쳐주었다.

다행히 진행 MC가 한국 아이돌의 패기 있는 포부라며 잘 마무리를 해주었기에 별문제 없이 넘어간 것 같았다.

“야, 앞 열에 있던 애들 표정 봤냐? 내가 일본어로 우리 이름 알아두라고 윽박지르듯이 하니깐 멍하게 있는 거?”

“소원형 일본어 발음이 안 좋아서 못 알아들은 거 아냐? 어떻게 보면 관객도발인데, 애들이 가만히 있던데.”

“못 알아들었다면 다행이지.”

“MC 말 못 들었냐? 다 알아들었을걸.”

“이거 데뷔 무대에서, 관객 도발했다고 이제 B-nation에 못 서는 거 아냐?”

“레전드로 남겠네. 일본 데뷔 무대가 일본 은퇴 무대가 된 아이돌로. 이젠 진짜 중국 활동밖엔 없겠는데 이거.”

“야, 우리 팬들은 좋아했어. 아까 내가 말하고 나서 팬들 반응 못 봤냐?”

“소원형 우리 야미 팬들은 우리가 뭘 하든 좋아해 주는 거 아시잖아요.

헉! 설마, 형 이걸로 논란돼서 한국 돌아가게 하려는 빅피처 쓴 거 아니에요? 형 소속사 걸그룹 데뷔할 때 다되었다고 하더니.”

“야, 내가 그 정도는 아니다. 어제랑 오늘 오전에 보니깐...”

“형, 이용민 실장님이랑 제일 이형이 왔어요.”

내가 무대에서 리허설과는 다른 멘트를 해서 그런지 이용민 실장과 제일이 형은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급하게 공연총괄 PD에게 갔었는데, 두 명의 얼굴을 보니 그렇게 얼굴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야, 슈퍼스타 윤소원! 너 때문에 큰일 날뻔했다. 내가 쫄지말라고 했더니, 관객에게 협박을...아니 협박은 좀 그렇고, 엄포를 놓고 그러냐.

이번은 다행히, 그냥 넘어갔는데, 앞으론 진짜 이러면 안 된다.”

이용민 실장의 타이르는 듯한 말에 어깨를 으쓱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B-nation 자체가 밴드들의 공연도 많기 때문에 도발적인 언어나 구호 같은 게 많이 있다고 일본에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더라.

총괄 PD는 이런 거로 안 찾아와도 된다고 하고.

아마 한국이었다면 편집되고, 사과한다고 본부장님까지 찾아가고, 난리였겠지만, 일본은 또 특이하게 뮤지션, 아티스트들의 돌발행동을 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서 넘어간 것 같아. 한국이었다면 인터넷 도배 각이었어.”

“일본에서는 한국의 아이돌은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중간 정도라고 생각하다 보니 소원이의 이런 멘트도 이해를 해준 것 같더라.”

제일이 형은 다행이라면서 내 어깨를 때리며 다시는 돌발행동을 하지 말라고 했다.

“뭐 다행이네요. 그래도 그 녀석들에게 우리 이름을 외우라고 했으니 기분 나빠서 애들이 우리 이름은 외웠겠죠.

아예 이 멘트를 공연마다 다 해버릴까요? 일본인들에게 이름을 다 알리겠다는 포부라고 둘러대고.”

방금까지만 해도 사고 친 게 잘 넘어갔다고 안도하는 표정이던 이용민 실장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그거 괜찮겠는데, 가뜩이나 초식남 절식남이란 말이 일본에 만연해서 일본 여자들은 자신감 있게 이끌어주는 남자를 좋아하거든. 그리고 일본에서는 자신의 속마음을 강하게 어필하는 그런 남자 연예인들이 잘 없어.

특히나 아이돌 쪽이라면 부드럽고 다정한 스타일이 가장 많고.

우리만의 차별성은 확실히 가질 수 있겠네.”

“오케이!

거기다, 우리 ‘Run Run’ 노래 가사도 기존의 길로 가지 말고 새로운 길을 만들라는 반항적인 노래 가사니깐 딱 맞겠네요. 이 멘트를 아예 무대에 오를 때마다 하죠. 논란이 되면 이미 B-nation에서 아무 문제 없었다고 이야길 하고.”

**

“역시 한국의 팀들은 묘한 힘이 있네요.

데뷔 무대에서 이제 앞으로 자주 보게 될 테니 이름을 알아두라고 관객들에게 호언장담을 할 수 있다니. 우리 쪽 신인들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을 저지르는군요.

층쿠씨가 한번 같이 보러오자고 할 때만 해도 또 흔한 한류 아이돌이겠다 싶었는데, 완전히 놀랐습니다.”

“한국에 갔을 때 실시간으로 방송중계를 하며 노래 부르는 걸 봤기에 츠기모토상이 하고 싶어 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보러오자고 한 거였는데, 잘 모시고 온 거 같군요. 저도 오늘 보니 그때와는 또 다른 에너지가 있네요.”

“한류 아이돌은 아이돌 문화의 선진국에서 왔다고 하는 그런 자신감이 있다 보니 가끔은 오만으로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자신감이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이라 확실히 강한 임팩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츠기모토상이 하려고 하는 프로젝트에 캐스팅을 하실 겁니까?”

“뭐, 일단 저쪽 회사와 이야기를 해봐야 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꽤나 호기심이 생기는 친구들이라고 생각되네요. 한일 합작으로 일을 만들어 보기에 괜찮을 거 같습니다.”

“아까 보니 DVD용 촬영을 하고 있던데, 아예 이 호언장담을 메인으로 쓰게 되면 더 재미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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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류 아이돌의 등장! 일본에서 첫 릴리즈 한 9인조 한류 아이돌 YAM의 반항기 넘치는 무대가 화제!]

...요요기 공원에서 열린 B-nation 공연에서 ‘내 이름을 외워두지 않으면 안될 것!’ 자주 보게 될 테니 이름을 외워두라는 호언장담.

한류 아이돌의 호기 어린 외침과 반항기에 팬들은 새로운 타입의 한류 아이돌의 출연이라며 화색.

과연, 이들의 포부대로 몇 명의 일본 팬들이 이들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에 이들의 행보를 기대해 보고 싶지만, YAM이 처음으로 발매한 일본앨범 ‘Run Run’의 발매 첫날 판매고가 천여 장에 그친 것으로 봐서는 이름을 알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역시 서일본 형님들은 패기가 있다.

초식, 절식이 태반인 동일본인 동생들과는 다르다.

―어이어이 기자 녀석 외국인이라서 봐주는 거냐. 논조가 편하잖아!

―왜 일본의 아이돌이나 뮤지션들은 한국에서 공연하지 않는 거야?

└일본에서만 해도 먹고사니깐.

―일본인이 북조선에 가서 이러면 바로 탄광행이다.

―한류돌은 다리가 다 길다. 다리 길어지는 수술이라도 받은 건가? 부럽다.

―주니스 애들이 같은 무대에 서면 공개처형이잖아.

키에서 이미 모든 것이 끝났어.

―오늘은 웬일로 혐한 노인네들이 여기에 없는 거야?

└혐한 노인네들이 몰려오면 이미 대성공인 한류 돌이니깐.

이제 일본 데뷔 삼 일 차에게 혐한 노인네들은 일러.

―그래도 이렇게 야후에 기사가 올라올 정도면 대단하잖아.

혹시나 해서 일본 야후에서 기사를 검색해보니 문화 예술 카테고리에 우리에 대한 신문기사가 있었고, 저작권 때문인지 무대 영상 대신 토모가 우리 팀을 소개하는 부분과 내가 호언장담하는 부분이 영상으로 올라와 있었다.

기사에 달린 댓글도 토모가 해석을 해주는데, 나름 괜찮았다.

“이 기사도 회사에서 힘쓰고 한 거 아니야? 부정적인 내용이 없는데. 왜 이렇지? 왜 긍정적인 기사야?

만약에 일본 가수가 한국에서 이런 발언 했다면 불편하다고 바로 난리 났을 것 같은데. 아마 우리나라 기자들이 앞장서서 분란을 만들어 냈을 텐데. 여긴 너무 조용한데.

우리가 괜히 걱정한거야?”

“아티스트의 기행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그런 건가?”

“아니, 알고 보면 일본에서는 이름을 기억하라고 하는 말에 대해서는 잘 이해를 해주는 것인지도 모르지. 토모 네가 보기엔 어떻냐? 일본사람의 입장에서.”

“음. 혹시 형의 그런 발언들을 캐릭터로 이해한 거 아닐까요?”

“캐릭터? 이런 발언이 다 캐릭터로서 짜여 있다는 그런 거로 느낀다는 거야?”

“네, 그런 거 같아요.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일본도 아이돌은 많아요.

음반 시장이 전체적으로 밴드에서 아이돌로 전환이 된 이후에 방송가는 아이돌이 다 잡고 있고, 그런 방송에 나오기 위해서는 단순히 회사의 힘도 있어야 하지만, 그 아이돌만의 색이 있어야 해요.

그러다 보니 아이돌도 자신만의 개성, 캐릭터 성을 만드는데, 그러다 보니 평범함을 넘어서 이상한 아이돌 컨셉이 많아요.”

“아, 뉴스에서 본 거 같다. 채무가 있는 여자 아이돌만 모아서 만드는 그룹이라던지, 일진으로 폭력 전과가 있는 고등학교 중퇴한 여자애들만 모아서 만든 그룹이 있다고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어.”

“네, 맞아요. 그런 식으로 논란이나 화젯거리를 만들어서 매스컴에 노출이 되는 걸 목표로 하는 거죠.

형이 무대에서 관객에게 호언장담을 한 것도 그런 캐릭터 성의 일환으로 받아들인 것 같아요.”

“그러면, 일본에서는 이런 거물인척 하는 캐릭터를 해야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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