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78화 (178/237)

# 178

날개 달기.

“김 부장님이 그렇게 돈 있냐고 물어보니 무서운데요. 갑자기 왠 여유자금입니까?”

“내가 윤사장을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왜 무서워하는 거야 허허허.

어제 기자들과 한잔하면서 주워들은 게 있거든. 스타 팬텀 회사 알지?”

“알죠, 배우랑 개그맨 전문 기획사잖아요. 코스닥에 상장도 되어있고 나름 큰 회사잖아요. 아, 그러고 보니, 거기 배우들 중에 몇 명이 전속계약해지 해달라고 연매협(연예매니지먼트협회)에 중재 신청했다는 연예면 기사를 본 거 같긴 하네요. 그런데, 거기가 왜요?”

“거기도 금한령 이후 사정이 복잡하거든.

NFC가 주식 상장되면서 자칭 Big4 회사니 뭐니 하면서 바람이 잔뜩 들어서 설치니깐 스타팬텀 김사장도 그게 부러웠던지 코스닥 상장을 추진해서 상장을 시켰거든.

문제는 그 코스닥 상장을 하면서 유상증자를 했는데, 그게 중국의 연예 엔터 회사인 MJ그룹 이었다는 게 문제야.

그리고, 금한령으로 인한 중국 쪽 매출이 제로를 찍으면서 문제가 불거진 거지. 적자 폭이 꽤 컸거든. 거기에도 나 같이 중국에 투자해서 투자금을 다 날렸을 거야.

그러다 보니 회사 창업자인 김사장을 밀어내고 중국인 사장을 새로 세우려고 하고 있어. MJ그룹에선 아예 중국회사로 스타 팬텀을 만들어서 금한령을 피해 보겠다고 하는 거지.”

“거기도 복잡하네요. 그런데, 스타팬텀의 내분과 저의 여윳돈에는 무슨 상관이 있는가요?”

“그게, 스타팬텀의 김사장이 중국 애들과 싸울 실탄이 없다 보니 이사회 지분싸움에서 질 것 같다고 소속 배우나 개그맨들을 시장에 내놓았어.

물론, 알음알음 아는 몇몇들에만 알려진 거야. 그래서 윤사장이 여유자금이 있다면 이번에 시장에 나온 애들을 주워 담는 게 어떨까 해서 물어보는 거야.

지금 레드샵 소속 아티스트가 실제적으로는 서태수 하나 밖에 없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서태수도 신인이라 크게 돈을 끌어 오는 것도 아니고, 계약도 아티스트에게 유리하게 해서 회사 몫이 큰 것도 아니잖아.”

“그건 그렇긴 하죠. 하지만, 그쪽에서 내 놓을만한 사람이면 핵심인력이 아닌 여유 인력일 거잖아요. 탑급을 내놓았다면 우리 귀에 들어오기 전에 다른 회사에서 다 데리고 갔겠죠.”

“맞아. 정확해!

판다고 내놓은 애들은 회사가 돌아가기 위한 핵심인력을 제외한 어중간한 급의 배우나 개그맨들이겠지.

하지만, 레드샵에는 그런 연예인이 필요해. 그런 연예인들이 큰돈은 되지 않지만, 기획사의 허리를 두껍게 해주는 거야.

그러다, 회사랑 서로 운빨이 맞으면 뒤늦게 뜰 수도 있는 거고.

그리고, 레드샵에는 바로 일에 투입 시킬 수 있는 소속연예인이 생긴다는 게 중요해. 신생회사에는 그런 부분도 중요하거든.

더구나 우린 MSM의 자회사잖아. 새로 영입해온 애들을 깔려있는 MSM의 인프라로 활동시킨다면 한쪽으로 치우친 레드샵의 매출구조도 다각화를 시킬 수 있을 거야.”

“흠. 그렇겠네요. 신인이 아닌 중견이라면 확실히 바로 투입할 수 있으니깐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겠어요. 어떤 사람들을 내놓았는지와 이적료나 전속계약들을 알아보고 알려주세요. 매출구조 다각화는 확실히 필요한 거니깐요.”

“오케이 알아보지.”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졌다는 게 좋은지 김일규 부장은 나는 듯이 사라졌다. 이 바닥에서 오래 있었기에 이런 부분들이 도움이 되어서 좋긴 좋았지만, 늘 리스크를 달고 있는 사람이라 체크를 해야 한다는 게 단점이었다.

하긴, 단점 없는 사람이 없긴 없으니, 단점을 파악해서 사람을 쓰는 건 어떤 면에서는 장점일지도 몰랐다.

**

“남은 게 4명이야. 여배우 1명에 개그맨 3명이 나와 있어. 이게 프로필.”

일본앨범 발매가 결정되었기에 곡을 녹음하고 있는데, 녹음실로 김 부장이 프로필을 들고 찾아왔다.

“진유화? 처음 보는 배우인데요.”

22살의 나이에 방송 연예 학과 출신이라는 경력을 가진 진유화란 여배우의 프로필과 사진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확실히 내 전생의 기억에는 남아 있지 않은 사람이었다.

166cm의 키에 외모상으로는 하자가 없어 보였지만, 아마도 이 사람의 연예계 경력은 이걸로 끝이었을 것 같았다.

“배우는 다른 애도 있었는데, 내가 한발 늦었어. 이름 있는 애들은 다 데리고 갔고, 배우는 이 애 만남아 있었어. 개그맨 3명을 다 데리고 가주면 이 애는 그냥 전속권을 넘겨 준데. 스타팬텀에서 캐스팅한 애라는데, 개그맨 3인방을 같이 이적시켜 주는 조건이면 이 애는 그냥 덤으로 준다는데.”

“배우가 개그맨 영입의 덤이라니 웃기네요. 개그맨으로 황금호, 김미미, 김유일이라...”

이 3명의 개그맨 중에서는 유일하게 김미미라는 개그우먼이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물론, 기억 속의 얼굴과는 달랐다.

내 기억 속의 김미미라는 개그우먼은 원래는 예쁘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성형수술 후 시작한 뷰티 유튜버로 인기를 얻더니 시청자 100만 명이 넘는 성공한 유튜버가 되었었다.

인기가 있다 보니, 케이블 방송의 뷰티관련 방송 고정패널로도 왕성하게 활동을 하며, 성공적인 방송인으로 활동을 했었다.

김미미는 데리고 오면 무조건 성공하는 영입이었다.

“개그맨 중에서는 황금호가 알짜야, SBC 방송국 공채에 ‘웃기는 사람들’ 프로그램 출신이다 보니 케이블에선 나름 꽂아주는 곳이 많아.

실제로 4명 중에서는 황금호만 영입할 가치가 있고, 다른 3명은 이적료를 줘가면서 데리고 올만 한 애들이 아니야.

황금호만 데리고 가겠다고 하니깐, 황금호가 김미미랑 김유일을 다 같이 데리고 가야만 이적을 하겠다고 조건을 걸었어. 그러다 보니 아직도 다른 회사로 넘어가지 않은 거야.

개그맨들이 이런 건 참 의리가 있단 말이야. 자기 앞가림도 힘든데 후배들을 챙기고, 말이지.”

김부장의 말을 들으니 아마 전생에서도 황금호는 이런 조건을 걸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 명 모두를 영입하겠다는 회사가 없었고, 공중에 붕 뜨듯이 흩어졌을 테고, 그렇게 개그 쪽을 벗어난 김미미는 성형을 하고 유튜버로 전향을 했던 것 같았다.

“그럼 3명 다 영입해서 덤까지 받죠.”

나의 목표는 김미미였기에 다 받을 수밖에 없었다.

“허허. 윤사장 조건도 안 들어 봤잖아?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은 그러면 안 되지.”

“김 부장님이 알아서 츄라이 봤을 거 아닙니까?

핸들링하는 담당자가 가지고 온 결과에 묻지도 않고 바로 도장을 찍어주는 것도 사장으로서 나름대로 믿음을 실어주는 행동이지 않습니까?”

“허허허. 뭐 그렇긴 하지. 내가 알아서 5억 달라는 걸 4억으로 쇼부를 봤다니깐. 짜식들 재고 처리하는 거나 마찬가지면서 묶음 판매까지 하려고 하는 거라 1억이나 깎았다니깐.”

“확실히 4억 맞죠? 중간에 삥땅 쳤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경영자의 역할이기도 해서, 확인해 볼 수도 있습니다. 따로 소개비 같은 걸 받기로 한 게 있으면 미리 말하세요. 그건 그냥 보너스로 드릴게요.”

“하하하. 이거이거 4억인데, 내가 좀더 츄라이 봐서 3억 5천에 확답받아왔다는 말이야.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지, 안 그래? 소개비 같은 건 따로 없었다니깐 그러네. 허허허.”

웃으면서도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는 김 부장을 보니, 확실히 단점을 파악하고 나서부터는 너무나도 쉽게 이런 게 눈에 보였다.

빠른 시일 내 4명과 직접 만나 계약을 하기로 했고, 변호사를 붙여 김 부장이 업무 처리하는걸 체크했다.

**

“나보고 새 회사의 대표를 맡으라고?”

“그래, 형이 해야 할 것 같아. 그리고, 일반적인 기획사하곤 좀 다른 기획사로 가려고.”

“흠. 친형이 아무 직책도 없이 회사에서 카메라 들고 다니고 하는 게 어떻게 보면 안 좋게 보였을 수도 있었겠다.

그런데, 김일규 부장을 데리고 왔잖아? 그 사람이 기획사의 사장으로서 최적의 인선 아니냐? 보니깐 인맥도 넓고, 능글맞은 게 딱 기획사 사장 타입이던데.

그리고, 연예기획사가 ‘연예인 매니지먼트 협회’인가 거기에 가입하려면 기존의 협회 소속 기획사에서 근무 경력이 있어야 한다고 안 했어?”

“맞아, 연매협을 만들고 그런 조항을 만든 이유가 돈 좀 있다고 기획사를 차려서 양아치 짓 하는 놈들을 막으려고 ‘4년 이상 연매협의 회원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을 것’ 이란 조항을 만든 거 거든.

그런데, 이미 연매협에도 건달, 어깨 출신들이 많아서 기획사의 대표이거나 지분을 가진 등기임원 중에서 한 명이라도 근무 경력이 있으면 연매협에도 가입이 되고, 회원사가 될 수 있어.

김일규 부장을 등기임원으로 올리기만 해도 그런 가입조건은 충분히 가능해.”

“연매협 가입하는 것도 결국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거였구나. 하여튼 어디든 협회 놈들이 문제네.”

“그래서 형이 회사 대표가 되어도 아무 문제가 없을 거야.

김 부장은 사람이 일은 잘하는데, 약간의 문제가 있어, 전의 회사에서도 강제퇴사 당하고 야미 돈가스를 창업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어야.”

연예계에서 몇십 년이나 일한 김부장을 젖혀두고 연예기획사 일을 하나도 모르는 자신을 대표로 올린다는 것에 의아함을 가지는 형에게 김부장의 단점들을 이야기해줄 수밖에 없었다.

“이야, 김 부장 완전 계륵(鷄肋)인데.

능력은 있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탄이잖아.”

“그래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형이 옆에서 체크를 좀 해줘. 될 수 있으면 김 부장은 하늘소녀를 총괄하는 일을 맡기면 될 거야.

적(籍)은 새로 차리는 회사에 있지만 일은 레드샵에서 하는 거로 하면 일단 새 회사에서 사고는 안 치겠지.”

“알았다. 가족회사가 좋은 게 이런 거지 그럼 회사 이름은? 그런데, 새로 오는 아티스트들을 새 회사로 소속시키면 MSM의 인프라를 쓰지 못하는 거 아냐?”

“이름은 아직 못 정했는데, 일단 MSM의 인프라는 쓰지 않을 거야. 쉽게 일을 따내고, 프로그램에 꽂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산하 레이블이면 MSM의 입김에서 자유롭지가 않아. 무산되긴 했지만, 소속된 연예인들의 활동이나 데뷔 일정도 강제로 조정시킬 정도였으니깐.”

“하지만, 그렇게 되면 유명하지 않은 연예인들이라 일을 따내기 힘들 것 같은데, 김부장도 하늘소녀만 맡게 되면 새 회사에는 아예 연예계 일이 없을 수도 있어.”

“황금호란 개그맨은 자체적으로 가진 인맥이 있어서 케이블은 알아서 돌아간다고 하니깐 로드만 붙여두면 될 거야.

나머지는 인터넷 방송 위주로 할 거야. 일단 형도 영상 쪽에 관심이 있는 거 같으니, 새 회사의 업무에 프로덕션 일을 겸하면 될 거야.

그리고, 아예 김켈리감독의 ‘플라이 하이’ 뮤지컬 드라마에 형도 참여하면서 배울 수 있는걸 배워봐. 스태프랑 직원들 구성도 형이 한번 마음껏 해보고 하늘소녀 애들이 데뷔하면 Vlog나 기타 영상물을 아예 형에게 위탁할게.”

“이야 이거 책임감이 갑자기 커지네. 재미는 있겠는데, 이렇게 판이 커지면 피곤한데.”

기원형은 말로는 피곤하다며 앓는 소리를 했지만, 한눈에 봐도 의욕이 넘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럼, 회사를 소원이와 내가 만든 거니깐 원원엔터로 하자.

그럼 그 4명 만나는 자리에 나도 나가면 되는 거지?”

“원원엔터 좋네. 영어로 이름 쓰기도 좋고. 그런데, 형 설마 그때도 카메라 들고 갈 거야?”

“당연하지. 아예 회사 설립하는 방법과 새 식구를 맞아들이는 것까지 다 만들어 올릴 건데. 나름의 독창성 있는 컨텐츠로 최고잖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당연하다고 하는 기원이 형을 보니 이젠 진짜 유튜버가 된 거 같았다.

**

이야기한 것처럼 형은 테이블 거치용 카메라와 삼각대에 고정시키는 LED 조명 판까지 들고 와선 영상을 찍었는데, 당연하게 모두의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부끄럽게도, 저분이 원원엔터의 대표이사이자 제 친형입니다. 사전협의 없이 이렇게 찍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계약을 위해 스타팬텀 회사의 사무실에 만난 사람들에게 내가 일일이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

“호호홍. 저도 유튜버는 해보고 싶었는데, 저렇게 장비를 들고 와서 찍는 건 처음 봐요. 신기하네요.”

괜찮다고 웃으며 이야기하면서도 신기하다는 듯이 관찰하는 개그우먼 김미미를 보니, 미래에 유튜버 스타가 되는 게 단순히 운이었던 건 아닌 거 같았다. 물론, 성형은 해야 할 것 같았다.

문제는 김미미에게 어떻게 이야길 해야 내가 기억하는 김미미의 얼굴로 성형을 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뭐, 우리야 카메라에 찍혀야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대표님이 직접 찍어준다면 더 좋은 거지요. 그런데, 수익 배분은 됩니까? 그것만 된다면야 뭐 벗방이라도 당장 가능합니다. 크허허.”

공채 개그맨이자 여기에 나온 개그맨들의 큰형 같은 존재인 황금호는 당장이라도 벗방이 가능하다고 셔츠를 벗으며 탁자에 올라가는 리액션을 보여주었는데, 그러자 옆에 있던 김유일이 ‘형 참아야 해 아직 계약전이야!’를 외치며 말리는 즉흥 꽁트가 만들어 졌다.

옆에 있는 김미미도 눈을 가리며 ‘어머어머’ 하며 오버된 리액션으로 웃음을 만들어 내었다.

솔직히 개그에 대한 기대는 전혀 없이 나왔는데, 이 세 명이 나름 손발도 맞고 괜찮아 보였다. 이런 팀워크면 나름대로 화제가 될 만도 했을 것 같았는데, 이때까지 황금호를 빼곤 무명이었다는 게 안타까웠다.

“그럼 변호사에게 공증 받은 데로 4년 전속과 활동 조건은 스타팬텀의 조건과 동일하게 계약하는 거로 최종확인하겠습니다. 스타팬텀, 원원엔터 양측 다 동의하시죠?”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에 서명을 하고, 준비된 수표를 넘겼는데, 중국 측에서 회사 계좌까지 들여다보고 있기에 수표로 이적 금액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제 원원엔터 소속이니 새 회사에 합류한 기념으로 다들 식사나 하러 가시죠.”

나름대로 새로 온 사람들과 서먹함을 없애기 위해 식사를 제안했다.

“오, 제일 듣기 좋은 소리네요. 여기 진유화씨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좀 많이 먹습니다. ‘뚱스 녀석들’에 나오는 선배들만큼은 못 먹지만, 좀 먹긴 먹습니다. 하하하

그러니 대표님은 우리 식대 걱정하지 않게, 우릴 열심히 굴려주세요.”

“그럼 바로 먹방으로 갈까요? 첫 회사 회식부터 먹방하는 기획사로 영상 올리면 화제가 될 거 같은데.”

개그맨 김유일의 잘 먹는다는 말에 기원이 형은 바로 먹방을 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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