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76화 (176/237)

# 176

오리지날 컨텐츠.

“그런데, 유튜브 오리지날 콘텐츠는 뭐로 만들겁니까? 드라마? 리얼리티?”

“그건 난 모르지. 그건 윤 사장이 알아서 해야지. 난 최대한 데뷔 일자 미룬 거랑 거기에 따른 보상 카드로 유튜브 오리지날 콘텐츠를 받아온 거뿐이야.

솔직히 신인에게는 아예 유튜브 오리지날 콘텐츠 자체를 배정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억지로 MSM과 윤사장 이름을 걸고 받아 온 거야. 뭘 만들지는 여기 모인 회사 사람들이 결정해야지. 나 같은 영업하는 사람과는 다르잖아.”

하늘소녀의 데뷔를 준비하기 위해 모인 회의라 이재원 사장과 김영민 선생님을 비롯해 대현 형과 기원 형등 나름(?) 관계자들이 모여 있었지만, 김일규 부장의 말을 듣고는 다들 말이 없었다.

김영민 선생님이 연기나 그런 부분에 가장 가까웠지만, 역시나 제작 쪽은 문외한이었다.

“이야 이거 산 넘어 산이네요. 생각지도 못한 콘텐츠 제작까지 해야 하다니.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거지.”

“윤사장 갑자기 일본데뷔에 하늘소녀 데뷔까지 힘들긴 하겠지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유튜브 오리지날로 제작된 빅턴의 '달려라 빅턴단'이란 예능이 동남아에서 화제였고, 콘서트 준비 실황을 담은 ‘Fly to the 실탄’ 다큐멘터리는 전 세계 천만 뷰를 찍었었어.

유료회원만 볼 수 있는 콘텐츠인데 천만 명이 봤다고 하니 엄청난 거지.

그런 대박을 칠 수 있는 유료 콘텐츠를 만들 좋은 기회야. 이 오리지날 콘텐츠로 강제로 해외에 알려질 수 있는 거지.”

“그렇긴 한데, 맡을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죠. 편당 제작비도 천만 원대로 작기도 하고.

흠. 기원이 형. 형이 혹시 할 수 있겠어? 나름대로 영상 쪽으로 이제 찍어서 올리고 있잖아.”

“그거랑 같냐? 난 무리야. 이제 겨우 영상 찍어서 프리미어로 자르고 에프터 이펙트로 자막 넣어서 올리는 게 전부인데 그런게 되겠냐?

진짜 연출을 전문으로 한 사람이 해야 해.

더구나, 유료인 유튜브 오리지날 콘텐츠라면 그쪽에서도 유료 콘텐츠에 대한 기준이 있을 거 아냐?

만드는 게 다큐냐, 드라마냐에 따라서 연출하는 방법도 달라서 진짜 전문가가 아니면 안 될 거야.”

“그럼 일단 유튜브 쪽 사람을 만나서 어떤 걸 찍을지에 대한 것부터 결정하는 게 먼저일 것 같네요. 졸지에 제작자 일까지 해야겠네요. 그럼 이 건은 일단 넘어가고, 펀치 누나들 하늘소녀 데뷔곡은 결정이 되었어요?”

“최종 엔트리 3곡을 다 연습시키고 있어. 다음 주에 3곡을 다 들어보고 품평회 거쳐서 결정하면 될 거야.”

“다행이네요. 그럼 하늘소녀 데뷔곡 건은 누나들에게 맡길게요.”

**

“그러니깐 유튜브 쪽에서는 하늘소녀가 데뷔하는 과정을 담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네, 맞습니다.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 모르겠지만, 메인은 하늘소녀의 데뷔가 아닙니다. 윤소원씨를 비롯해서 YAM과 엔오원의 멤버들이 출연을 해주셔야 합니다.”

유튜브 코리아의 콘텐츠 담당 책임자인 황윤호 과장은 내가 김일규 부장에게 듣지 못한 조건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정확한 정보전달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연예계 종사자들의 병폐로까지 알려진 문제가 불거졌다. 좋은 부분만 전달하고 안 좋은 부분을 숨기는 버릇이 김일규 부장에게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실제 일을 받아서 해야 하는 사람이 늘 지금처럼 뒤집어쓰기 마련이었다.

“방영 날짜도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늘소녀가 데뷔하는 날짜에 맞추어서 공개하더라도 그다지 화제가 되지 못하니깐요.

우리 쪽에서 궁금한 건 YAM과 엔오원의 멤버들이 얼마나 출연할 수 있냐는 겁니다.

YAM과 엔오원의 멤버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고, 어떤 일을 하며 평상시 활동이 없을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그런 부분을 팬들은 가장 궁금해합니다. 그런 부분을 좀 보여주십시오.”

“제가 전달 받은 내용이랑 너무 다르다 보니 이거 뭐라고 확답을 드리기 힘드네요.”

황윤호 과장의 말을 듣고 있으니 이건 김일규 부장에게 전해 들은 것과는 다른 부분이 너무 많았다.

“쉽게 말해 하늘소녀란 걸그룹을 데뷔시키는 과정은 거기에서 한 개의 아이템으로 써주시면 됩니다. 메인은 YAM과 엔오원이 되어야 합니다.

MSM 측에는 분명 그렇게 전달을 했는데, 뭔가 중간에서 잘못 전달이 된 거 같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하늘소녀의 데뷔보다는 레드샵의 대표이자 YAM의 보컬인 윤소원씨의 생활에 관한 내용이 주 내용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거기에, 해체한 엔오원의 근황이라는 부분으로 지금은 해체된 엔오원 멤버들이 들어갔으면 좋겠고요.”

“리얼리티와 페이크 다큐가 섞인 걸 원하시는 거군요.”

순간적으로 YAM과 엔오원의 멤버들은 까메오로 그냥 출연시키거나 그냥 무료 출연을 부탁해서 공짜로 찍으면 되겠다는 얄팍한 생각도 들었다.

“뭐, 그 형식이 페이크 다큐가 되든 인간극장 같은 스타일이 되든 상관이 없습니다. 얼마나 팬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지가 제일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그건 이때까지 공개가 되어있지 않은 부분이니깐요.

돈을 들여서까지 스타의 비밀스런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그런 욕심을 채워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무료영상으로 만족하던 회원들도 프리미엄 회원으로 가입을 하니깐요.”

황윤호 과장의 말을 듣고 보니, 유튜브에서는 오리지날 콘텐츠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 것 같았다.

유튜브는 기본적으로 팬들의 덕질에 최적화가 되어있는 플랫폼인데, 무료로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에 대한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 수도 있었고, 팬들이 행사에서 직접 찍은 직캠도 언제든지 볼 수 있었다.

거기다 방송국에서 공개한 화려한 무대 영상까지 잠시간의 광고를 보는 조건으로 즐길 수 있으니 팬질과 덕질의 천국이었다.

역사상, 이 정도로 덕질, 팬질을 하기 좋았던 플랫폼은 없었다.

시청할 시간만 있으면 모든 걸 다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보니, 유튜브는 그런 무료시청자들을 어떻게든 유료시청자로 전환하고 싶어 했고, 그 방법의 하나가 우리와 같은 아이돌, 특히 K-POP 아이돌이었다.

“이때까지 엔오원과 YAM이 같이 나온 적이 없으니 그런 메리트를 뽑겠다는 거군요.”

“네. 맞습니다. 이제껏 공중파는 물론이고 케이블에서도 그 두 팀이 같이 나오거나 한 적이 없으니깐요.

유튜브에서 하루에 8시간 이상 영상을 보는 충성도가 높은 유저들도 한 달에 얼마씩 내는 정액 회원으로 가입하는 건 망설이는 게 현실입니다.

다 무료로 볼 수 있는데, 왜 가입해야 하느냐고 되묻는 거죠.

그래서 아이돌과 팬들에게 유튜브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8,000원 하는 점심 한끼는 비싸다고 하며 밥까지 굶는데, 19,000원짜리 앨범은 단순히 팬이라는 이유로 수십장을 구매하는 이 현상이 우리 유튜브에 가르쳐 주는 의미가 참 큽니다.”

뭔가 노골적으로 돈을 밝히는데, 마치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분석가처럼 이야길 하니 유튜브의 이런 마케팅을 좋은 건지 아닌지 규정하기가 모호했다.

“유료 프리미엄 회원으로 가입하는 망설임을 없애 줄 수 있는 콘텐츠가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그게 이때까지 같은 화면에 나온 적이 없는 YAM과 엔오원의 공동출연인 겁니다.

그런 메리트 있는 장면을 팬들에게 선물해 주십시오. 유튜브의 프리미엄 회원은 돈이 아깝지 않다는 걸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황윤호 과장의 말을 듣고 있으니, 유튜브도 한국의 영상 사이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국의 ‘티빈’이나 ‘옥수순’ 같은 대기업들은 프리미엄 동영상 사이트를 만들며 Big3 기획사의 아이돌들을 비싸게 캐스팅해서 웹드라마, 웹 예능을 만들었었고, 그런 영상은 유료로 가입해야만 볼 수 있게 했었다.

고정적인 유료회원의 증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마케팅방법이 아이돌을 좋아하는 코 묻은 팬들의 돈을 뜯는 방법이었다.

외국에서 들어온 동영상 사이트나 한국 재벌이 만든 동영상 사이트나 똑같았다.

하지만, ‘티빈’이나 ‘옥수순’은 콘텐츠를 만들어 오라고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직접 제작을 했고, 유튜브는 제작비를 준다는 게 다르긴 했다.

문제는 제작비로 큰돈을 주는 것도 아니라 출연료를 포함해서 편당 1,500만 원 정도를 준다고 하니 어찌 보면 유튜브가 더 양아치였다.

문제는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 줄 사람이 생각나지 않았다.

학교가 연영과이다보니 전문적인 선배 영화감독들을 소개받을 순 있겠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날짜도 촉박했고, 전달받은 내용과 너무나 달랐기에 이걸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장님 내일 뮤지컬 고스트 무대 일정이 있습니다. 극단연습실로 가겠습니다.”

“그래, 김켈리 감독님이 계셨구나.”

운전을 담당하는 로드매니저의 말에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몇 개월 후 토니상 작품상에 뮤지컬 ‘고스트’가 노미네이트 될 예정이었다.

그때 날짜를 맞출 수만 있으면 하늘소녀에게 스포트라이트가 향할 수도 있을 것 같았고, 김켈리 감독이라면 최고의 인선일 것 같았다.

**

“윤사장 무슨 소리야? 뮤지컬 감독이랑 영상감독이랑 같아? 수업시간에 도대체 뭘 들은거야?”

“하지만, 김 감독님 예전에 음악감독으로 영화 쪽도 일하셨잖아요?”

“그건 영화음악만 담당했었지, 영화연출은 해본 적이 없어서 몰라, 뭐 뮤지컬 영화라면 한번은 만들어 보고 싶긴 하지만, 그런 다큐나 리얼리티 같은 건 전혀 몰라.”

“그..그럼 뮤지컬 영화같은 걸 찍으면 되죠. 데뷔를 준비하는 과정을 뮤지컬로 만들면 되지 않겠습니까?”

김켈리 감독은 전혀 다른 분야라고 단박에 안 한다고 했지만, 토니상과 엮여서 어떻게든 언론의 주목을 받고 싶었기에 입에서 나오는 대로 뮤지컬 영화를 찍자고 했더니 김켈리 감독도 솔깃한지 한참을 생각하는 눈치였다.

전생의 김켈리 감독은 뮤지컬 영화도 한번 찍어 보고 싶다고 했던 게 기억이 났다.

“그리고, 이게 유튜브 유료회원만 볼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이다 보니,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큰 타격은 없을 겁니다. 처음으로 영화연출을 시작하기에는 최고의 조건이지 않을까요? 조연출로 드라마나 영화 쪽 사람을 쓰면 촬영에 대한 부분도 커버 될 것 같구요.”

조연출로 제대로 찍을 수 있는 사람을 쓴다는 것과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유료 프리미엄 공개만 된다는 말이 김 켈리 감독의 마음에 들었는지 이리저리 검색보고 입을 열었다.

“윤사장 말처럼 진짜 첫 연출 영화로 하기에는 딱 괜찮을 거 같긴 하네. 3부작이라 3시간 남짓이니 배워가면서 하기에도 딱인데.

문제는 날짜야 뮤지컬 곡을 다 만들려면 시간이 안 될 거야.”

“곡은 우리 YAM 멤버들이 만든 곡들이 많습니다. 거기서 고르셔도 될 겁니다. 일정은 최대한 맞춰보죠.”

일본앨범을 준비하며 YAM 멤버들이 만들어 둔 100여 곡을 봤었기에, 남는 곡을 가져다 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일단 질렀다.

지금 몰아붙이면 김 켈리 감독이 넘어올 것 같았다.

“편당 1,500만원이라 빠듯하겠지만, 충분히 찍을 수 있을 것도 같고. 그럼 공부삼아 한번 해볼까? 조연출이나 촬영 감독은 내가 고를 거야.”

“그건 당연하죠. 출연진은 아마도 우리 회사의 하늘소녀 애들과 YAM, 엔오원 멤버들이 될 거라서 출연료 생각하지 말고 장비와 스태프를 한번 구성해 보십시오.”

“그래, 영화판은 뭐니 뭐니 해도 인맥 판이지. 다행히 내가 시간이 되니깐 시나리오를 한번 짜보지. 만들어 뒀다는 곡들은 한번 보내줘 봐. 시나리오에 맞는 곡이 있다면 바로 쓰고, 아니면 편곡을 해야 하니깐.

내용은 윤사장이 YAM이나 엔오원 멤버들의 도움을 얻어서 하늘소녀의 데뷔를 준비하는 내용을 담으면 되는 거지? 열혈물같은 뜨거운 우정, 걸그룹을 육성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 같은 걸 잘 버무리면 되겠지?”

“네, 그런 시나리오면 충분합니다.”

다행히, 김 켈리 감독은 자신이 뮤지컬 영화를 한번 해보고 싶었다는 욕심이 원래부터 있어서 그런지 알아서 시나리오를 만들겠다며 먼저 나서주었고, 아는 조연출이 있는지 바로 전화통화를 하며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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