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3
진출.
[YAM 새 앨범 내놔라!]
[1년 7개월 넘은 앨범 사라고 팬 사인회 하는 게 어디 있냐?]
[신곡도 다 있다는데 왜 앨범을 안 내주는가요?]
[외국 활동이라면 모르겠는데, 국내 활동도 없이 2년 전 앨범으로 존버하는 이유가 뭐냐?]
팬클럽 내 게시판과 아이돌 관련 여러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정리한 서류를 들고 MSM 본사에 방문한 야미 팬클럽 운영진들의 발걸음은 당당했다.
공식적인 서류를 접수하러 왔다고 했더니 직접 안내 데스크로 안내해준 보안직원들의 조심스러운 언행도 마음에 들었다.
“우리 야미 팬클럽 게시판에 올라온 새 앨범 발매에 대한 불만 글과 인티즌 및 여러 커뮤니티에 올라온 새 앨범 발매 청원 글을 정리한 서류와 서명서입니다.
공식 팬클럽인 우리 야미 팬클럽에선 팬으로서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한 요구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에 앨범 발매에 대한 요구서를 제출합니다. 서류를 접수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우리가 좋아하는 오빠들의 활동에 도움이 되는 한걸음이라는 생각에 서류를 제출하는 어깨에 힘도 들어갔다.
“아..저..여기는 그냥 MSM 건물 안내 데스크인데요. 서류접수를 여기서 할 수가 없습니다. 단순히 서류를 받아서 전달하는 일은 되는데, 정식으로 서류를 접수하는 이런 일은 저희도 처음이라....일단, 약속을 하셔서 따로 만나기로 하신 분은 없으신 거죠?”
서류접수 업무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안내 데스크 직원은 난감해했고, 서류만 접수하면 일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운영진들도 서류접수가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자 서로 얼굴을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우린 공식적인 팬클럽 운영진이야. MSM에서 공식 팬클럽을 담당하는 직원도 있지만, 그 직원은 힘이 없는 사람이었고.
앨범 발매와 관련된 건 총 책임자를 만나서 직접 서류를 전달해야 효과가 있을 거야.’
어떻게 할지 서로 눈치만 보던 운영진에서 팬클럽 회장인 김희연이 나섰다.
“그럼 민수민 회장이나 유영찬 총괄이사를 만나게 해주세요. 앨범 발매 지연에 대한 청원서를 직접 전해 드리고 이야길 하고 싶어요.”
“네 에?”
당당하게 MSM의 회장과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프로듀서인 유영찬이사를 만나게 해달라고 하자 안내 데스크 직원은 진짜 놀란 표정을 지으며 김희연을 쳐다봤다.
“아니..그게..공식적인 항의 방문이기도 하고..이런 일에는 책임을 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두 분 밖에 생각이 안 나서요.”
안내직원의 깜짝 놀라는 모습에 금세 용기가 줄어들었다.
“아, 그렇긴 하겠네요. 제가 일단 확인을 해볼게요. 저기 쇼파에 앉아서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일단 공식 팬클럽을 담당하는 이명한 대리를 부르긴 했지만, 아직 오질 않으니 YAM을 담당하는 실장인 이용민 실장을 불러보자.’
김희연과 운영진 10여 명이 MSM 본사 로비 쇼파에 앉았는데, 운영진 중 한 명이 가방에서 슬로건을 꺼내서 옆에 앉은 운영진들의 손에 쥐여줬다.
[팬들은 YAM의 새 앨범을 원한다!]
“야, 이건 언제 준비한 거야?”
“혹시나 해서 만든 건데 쓸 일이 있네. 이게 극세사로 만든 거라 세수하고서도 쓸 수 있는 거야.
처음으로 팬클럽에서 MSM에 공식적으로 항의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만들었지.”
“와 끝내주네.”
로비 소파에 앉은 10여 명의 사람이 글씨가 쓰인 슬로건을 들고 있으니 자연스레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고, 안내 데스크의 직원과 보안직원들은 골치 아픈 사람들을 건물 안으로 들였다는 사실에 난감해하기 시작했다.
“저건 뭐지?”
평소 미국 LA에 거주하며 한국에는 한 달에 한두 번 방문하는 민수민 회장의 눈에 건물 안 로비에서 슬로건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자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다.
“네! 금방 알아 오겠습니다.”
수행비서가 슬로건을 든 사람들 옆을 지키던 보안직원에게 물어보곤 금세 민수민 회장에게 보고를 했다.
그리고, 그제야 YAM을 담당하는 이용민 실장과 직원들이 나타나 팬클럽 운영진들을 데리고 회의실로 이동을 했다.
“흠. 알맞은 곡이 없어서 컴백이 늦어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거야?
팬들이 로비까지 찾아와서 빨리 앨범 출시하라고 시위하는 건, 예전 슈퍼키즈 멤버추가 하지 말라고 찾아왔던 항의 시위 이후 처음이네.
김 비서가 왜 앨범이 연기되었는지 한번 알아봐.”
“네. 제가 바로 확인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
**
“영찬아 왜 YAM 앨범을 계속 연기하고 그러는 거야? 보고로는 자작곡으로 이미 수록할 곡은 많다며? 곡이 없는 것도 아니고, 애들이 자작곡으로 준비를 했다고 하는데, 왜 컴백 일정을 못 잡는 거야?
자작곡의 수준이 너무 낮은 거야?
미준, 소혁, 위안이가 중국에서 언제 올지 확정 난 것도 아니라고 하면서?”
“애들이 만든 자작곡이 나름대로 들을 만은 합니다. 편곡하고 좀 더 다듬으면 우리 회사만의 느낌도 충분히 날 만한 곡들입니다.
앨범 발매 연기는 중국 멤버들과 중국 시장 때문입니다. 애들의 귀국 일정이 아직 잡히지 않았습니다.
중국에 금한령이 내려졌지만, 중국 내 앨범 유통은 아직 정상적입니다. 중국 시장을 생각해야 하다보니 쉽게 중국 멤버들을 빼고 컴백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화이엔터에서 금한령 이후를 생각하자는 제안과 중국 내 합작회사의 투자 건까지 맞물리다 보니 중국 멤버들을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합작으로 영화사를 같이 하기로 한 게 그쪽 화이엔터였어?”
“네. 중국 멤버의 활동과 관련해서 서로 상부상조하기 위해 영화사 쪽도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그쪽에서는 혹시라도 중국 멤버들을 빼고 앨범이 나올까 봐 투자 조건으로 중국 멤버들이 속해 있는 YAM의 유지 조건도 있었습니다.”
“상부상조는 무슨...홍콩 단성사와 같이 어깨보증을 서로 해주는 거지 뭐.
흠. 어깨보증이라도 같이 가기로 했다면, 어떻게든 화이엔터와 같이 갈 수밖에 없긴 한 건데. 그럼 앨범을 연기할 수밖에 없네. 이 문제로 YAM 애들은 아무 말 없어?”
“일단 앨범 연기 사유를 전상일 본부장과 같이 잘 설득하긴 했습니다.”
“애들은 넘어간다고 해도, 문제는 앨범이 2년 넘게 안 나오게 되면 팬들의 이탈이 심각할 거야. 아무리 팬 사인회로 때운다곤 하지만 한계가 있는 거 너도 잘 알잖아.”
“네, 아무리 중국 시장이 중요하다지만, 한국의 인기가 식으면 중국에서도 안 먹히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중국 멤버들의 귀국을 종용하고 있습니다만, 일정 자체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언제 올지 알 수가 없다는 게 문제로구먼.
아마, 화이 쪽에서는 금한령이 철회되거나 할 때 보내주려고 하겠지.
중국의 만만디인지, 일부러 맛 좀 보라고, 이렇게 시간을 끄는지 알 수가 없구먼.
흠, 그러고 보니 쓸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긴 하네.
유이사 그러면 일단 전상일 부장을 빨리 오라고 해봐. 예전에 상일이랑 내가 써먹던 방법을 써야겠어.”
유영찬은 화이엔터와의 투자 계약 건으로 인한 앨범 연기이유까지 설명했지만, 다른 방법을 쓰겠다는 민수민 회장의 말에 의구심이 생겼다. 하지만, 일단 전상일 본부장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상일아, 예전에 일본에서 써먹던 방법을 쓰자.”
“네? 회장님 어떤 방법 말하는 겁니까?”
급하게 불려온 전상일 본부장은 민수민 회장의 밑도 끝도 없는 말에 당황했지만, 노련하게 말을 받았다.
“동방정기때 쓰던 방법 있잖아. 베타벡스와 앨범 발매계약을 해놓고는 한국에서 따로 음반 냈던 거 있잖아.”
“아, 일본에서 앨범 내는 건 베타벡스만을 통해서 발매하기로 한 계약이 걸렸을 때 말인 거지요?
일본에 직접 출시를 못 하니 한국에서 일본어 버전이 들어간 음반을 출시해서 일본에 팔았던 그 꼼수 말하는 거지요? YAM 애들 앨범도 그렇게 하자는 말입니까?”
“그래, 한국에서 앨범 내는 게 중국 멤버들 때문에 못 내는 거라면 일본에 먼저 앨범을 내면 되잖아. 한국에서 출시되는 앨범에 대해서만 그렇게 하기로 했으니깐, 일본은 상관 없을 거 아냐?”
“동방정기때와는 반대로 가자는 거군요.”
“그래, 일본에서 앨범 내는 건 중국 애들이나 화이엔터에서 뭐라고 하지 못할 거야.
그러면 일본 음반 낼 때 번안곡과 한국어 노래를 같이 넣는 음반을 출시해. 거기에 한국어 신곡이 있으면 한국에서도 알아서 같이 뜰 수 있을 거야.”
“오 그거 괜찮은 방법인데요.”
유영찬 이사는 이런 꼼수가 있는데 몰랐다며 감탄을 했다.
“그래, 이게 좋은 방법이긴 한데, 문제는 일본과 한국 동시에 나가려면 애들 일본 활동도 같이해야 할거고, 한국과 같이 활동하는 거에 부담이 될 거야. 그거 잘 케어해야해. 상일이가 일단 한번 해봤으니 똑같이 작업을 한번 해봐.
그런데, 앨범에 넣을 곡은 다 있긴 있는 거야? 이럴 경우에는 일본, 한국 해서 20곡 가까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만큼 곡이 있긴 있어? 외부에서 가지고 오는 곡은 우리 MSM만의 성향에 맞는 곡 찾기 힘들 건데.”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브레브의 금철사장이 준 곡들도 있고, YAM 멤버들의 자작곡으로 만든 곡까지 하면 20곡은 맞출 수 있을 겁니다.”
“자작곡 퀼리티는 모르겠지만, 곡이 남아돈다니 그건 다행이네. 그런데 NTC321은 이번에 음악센터에서 1위 했더라, 공중파에서 첫 1위 한 거 아냐?”
“네 맞습니다. 이제야 대중들이 알만한 곡으로 1위를 찍은거 같습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고 하더니, 이번에 NTC321 애들이 1위를 하니 정말 몇 년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면 더 좋네. 타이밍도 딱 맞구만. NTC321은 멤버들 개개인을 알릴 필요가 없으니 최대한 그룹 이름으로 국내에서 활동시켜, 국내에서 좀 더 입지를 다져. 이후에 중국 멤버도 있으니 대만과 홍콩부터 들어가는 거로 해.
YAM 애들은 이참에 일본으로 돌리면 될 거야.”
**
“다들 일본어 수업은 잘 받고 있지?”
갑자기 팀원을 모이라고 한 이용민 실장에게서 일본어 수업 이야기가 나왔다.
“그럼요. 토모가 일본 네이티브인데, 매일 토모랑 일본어로 농담 따먹기하고 있죠.”
“매일 매일 올라오는 동영상 자료도 많구요. 하하하.”
“인정, 인정!”
“다행이네. 그럼 우리 앨범 준비하자. 우리도 일본 진출하기로 결정이 났다.”
“네? 일본 진출요? 그럼, 미준이랑 애들이 오기로 한 거예요?”
팀의 리더답게 제일이 형이 멤버들 문제를 물어봤다.
“그건 아냐, 팬클럽에서 앨범 발매 연기 항의하는 걸 회장님이 보셨다. 중국 멤버들 없이 한국에서 컴백하는게 힘들다면 중국과 사이 안 좋은 일본에서 9명이 컴백 가능하는 건 가능하겠냐고 해서 법적 자문을 받아서 그렇게 진행을 하기로 했다.
회장님께 감사하기도 해야 하지만, 야미 팬클럽에 감사해야 할거야.”
“우리 야미들에게는 늘 감사하죠.
그런데, 그렇게 되면, 9인조 YAM이 되는 건데 나머지 3명에게 문제가 없을까요?”
“우리도 반일을 엄청나게 하지만, 중국은 우리나라 이상이야.
그 동네에서는 멀쩡하게 지나가는 렉서스 자동차가 일본 차라고 세워서는 불 지르고 하는 동네야. 지금 금한령에 못지않게, 중국, 일본은 늘 사이가 안 좋아. 희토류와 영토문제로 한바탕한 이후로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중국 아이돌이나 가수도 없고, 일본에서 중국에 진출했던 가수들도 다 일본으로 돌아갔어.”
“그러고 보니 snk48이라고 중국에서 만든 그룹은 아예 일본 뒤통수를 치곤 그냥 막무가내로 중국에서 자체운영한다고 하더군요.
그쪽 팀으로 이적했던 일본 멤버들도 다시 다 일본으로 돌려보냈다고 하고.
이젠 일본과는 별개로 자매 그룹도 만든다고, 일본 쪽에서는 욕을 많이 하더라고요. 아마도, 우리 9명이 일본에 진출하는 게 미준이나, 소혁, 위안이에게도 좋을지도 몰라요.”
“그래 소원이 말처럼, 회사에서도 일본 진출에는 아예 중국 멤버들을 제외하고 하는 게 이득이라고 보고 있다.
그럼, 일단 일본 앨범에 실을 노래들을 선별해보자. 기존 타이틀 곡과 신곡이 들어간 베스트 앨범 형태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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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전 먼저 가볼게요. 회사에 일이 있다 보니 일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회사 출근해서는 그냥 회의만 하더구먼, 형 안 가도 되는 거 아니에요?”
“이 무식한 규일이 보게. 사장이 아무 일도 안 하는 거 같고, 그냥 회의 보고서 받고 하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힘든 거야.
꼬박꼬박 올라오는 보고서 받아서 그걸 읽어보고 맞는 방향인지 확인해 보는 게 엄청 심력이 쓰이는 거야.
그리고, 일반 회사가 아니라 소원이처럼 기획사라면, 연습생부터 소속된 연예인들까지 일일이 다 체크해야해.
일반 회사처럼 생산 판매가 아니다 보니, 일일이 손으로 눈으로 챙겨야 할 거야. 그래서, 책상에 앉아 있는 거 같지만, 그게 편하지가 않아.”
제일이 형이 내 편을 들어 준다고 편해 보이는 사장들이 어떤 부분에서는 더 힘들다고 이야길 해주었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아까부터 모르는 번호로 계속 전화가 오고 있었는데, 모르는 번호라고 떴지만, 뒤의 네 자리 숫자는 예전의 누군가와 같은 번호라서 계속 신경에 거슬렸다.
연습실을 나와서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찾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나야...지금 올 수 있어?”
급하게 받은 전화는 내가 기억하는 뒷자리 네 개 번호의 그 사람이었다.
데뷔로 인해 전화기를 없앴던 은채였다.
YAM으로서의 활동이 없었던 기간이 끝나고 일본 진출이 결정된 기분 좋은 날에 오랜만에 통화를 한 은채의 목소리를 들어서 기분이 좋아야 했지만, 금방이라도 울 것같이 가라앉은 목소리에서 슬픔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