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71화 (171/237)

# 171

언더 데뷔? (4)

방송촬영이 끝났다고 했는데, 여전히 거치된 카메라가 그대로 있고, 나도 다른 YAM 멤버들과는 다르게 가게에 남아 있자 뭔가 다른 일이 있을 거라는 걸 김일숙도 알아차렸다.

“생일축하 합니다~ 생일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생일축하 합니다~”

가게 밖에서 큰 촛불 하나가 꽂힌 생크림 케이크를 들고 제이와 미영이가 들어오자 가게에 있는 모든 이들이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엄마. 소원 빌면서 촛불꺼.”

“어휴 내가 무슨 소원이 있겠어? 그냥 우리 제이랑 하늘소녀들 데뷔해서 국민 걸그룹 되는게 내 소원이지.”

“그럼 엄마 그거 빌고 촛불꺼야지.”

제이의 말에 엄마가 진짜 그 소원을 읊조리고는 촛불을 껐다.

“이렇게 내 생일에 다들 노래도 불러주고, 방송 카메라도 찍어도 되는지 모르겠네. 생일 파티를 이렇게 해줄지 알았다면 미리 너희들이랑 스태프분들이 드실 음식이라도 해두는 건데, 이게 갑자기 이렇게 되니 내가 뭘 해줄 수가 없네.”

“어머니 생일인데, 어머니는 그냥 축하만 받으시면 되죠.”

“맞아. 맞아. 그리고 아까 돈가스 많이 먹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엄마 루시아 언니가 엄마 생일축하 겸해서 편지 적은 게 있데.”

제이의 말에 루시아가 편지를 들고 앞으로 나왔다.

이런 이벤트가 있다고 미리 이야기를 나에게 했으면 나도 뭔가를 준비해 드렸을 텐데,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해서 괜히 미안했다. 그리고, 추가 촬영을 결정한 황지헌PD의 선견지명에 감탄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제이와 하늘소녀란 이름 아래 같이 있는 루시아입니다.

먼저 어머니의 생신을 축하드려요.

제이에게 어머니의 생신이라는 이야길 듣고, 멤버들끼리 어떻게 해야 하나 이야기를 하다 이런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대표해서 편지를 적었어요.

어머니께서 제이를 잘 키워주신 것에 감사드려요. 그런 제이가 데뷔를 해서 쇼 비즈니스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 걱정이 많으실 거예요.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이가 천방지축에 자기만 아는 아이 같지만 의외로 여리고, 남들을 잘 배려하는 착한아이랍니다.

겉으로는 막내인 제이가 언니들보다 키가 더 크고 하지만, 저희 8명이 막내인 제이를 친 동생처럼 보살펴서 외롭고 힘들지 않게 잘해주겠습니다.

그러니 어머니께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에요.

제이와 저희가 데뷔해서 저희를 키워주신 부모님들께 효도할 수 있도록 저희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어머니 생신 축하드리고 저희가 성공할 때까지 꼭 건강하시고 우리들을 지켜봐 주세요! 다시 한번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루시아가 적어온 편지가 제이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였지만, 사실상 편지 내용이 하늘소녀 멤버들의 부모님 모두에게 보내는 편지와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루시아의 편지를 들은 애들 모두가 눈에서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왠지 눈물바다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내가 먼저 나서려고 했지만, 제이의 어머니가 빠르셨다.

“그래, 너희들 모두가 내 딸이나 마찬가지야.”

말과 함께 앞에 서 있던 루시아와 제이를 안아주자, 애들이 전부 나와서 서로 부둥켜안고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윤사장, 데뷔 준비한다고 애들을 너무 몰아세웠던 거 아냐? 애들이 힘들어서 바로 울어 버리네.”

옆에 서 있던 김일규 부장이 그게 아닌 걸 알면서도 깐죽거리며 웃었고, 반대편의 황지헌 PD는 방송에 쓸만한 장면을 제대로 건졌다는 것에 만족했는지 나에게 웃으며 따봉을 보내주고 있었다.

“그래, 난 감이 팍 오더라니까. 예능 쪽 떠난 지 15년이 넘었는데도 느낌이 있더라니깐. 느낌이 달라 확실히. 거기다 이런 가슴 뭉클한 사연까지 있으면 시청자들의 관심은 떼 놓은 당상이지.

제이랑 하늘소녀? 방송에 나오면 바로 시청률 올라갈 거야. 이건 방송국 밥 30년 먹은 내가 보증한다. 이건 진짜야.”

황 PD의 말에 거치 카메라와 조명을 정리하던 스태프들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황 PD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방송 편집 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우리 애들을 극찬하니 방송 회식을 내가 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주 후 도전 프랜차이즈 방송이 나가자 다시 커뮤니티가 달아올랐다.

개드리치 : 야, 이주 전 인천VS부산 경기에 왔었던 직관 축구녀들 누구인지 알았다.

단순한 YAM 팬클럽 회원 애들이 아니라, 그냥 팬클럽 행사에 일 도와주러 온 연습생이더라. 축구장에 직관간거도 지금 KBC1 도전 프랜차이즈 방송에 나옴.

오르디앙 : 어쩐지 너무 예쁘더라. 걔네들 보고 야미 팬클럽에 실제 가입한 사람 땅을 치고 있을 듯.

오날도 : 오 경기 중계 카메라 말고, FHD 공중파로 보니 진짜 예쁜데. 헐, 근데 나이가 16살? 흐미, 나 그날 영상 보고 벌써 결혼까지 하는 걸 생각했었는데. 민짜였어.

메르신 : 님 철컹철컹.

오르디앙 : 그러면 축구직관 나왔을 때 소속사에서 작업 친 거야?

개드리치 : 작업을 쳤으면 커뮤니티에서 화제였던 그날 네이버에서 기획사랑 걸그룹 이름 다 나왔겠지. 이주나 지나서 티비에 이렇게 나오는거 보면 소속사도 몰랐던 듯.

오르디앙 : 하긴, 작업했으면 이미 네이버에 이름만 쳐도 연관 검색어 뜨고 했겠지. 지금 하늘소녀 조회해봐도 이름도 안 나오고 어디 소속사인지도 안나 오네. 어디 소속인지는 모르지만, 거기 일 못 하네. 이렇게 물들어 왔을 때 노를 저어야지.

윤흥민 : 네 형님들 그래서 제가 왔습니다.

레드샵엔터 홍보 마케팅 담당 윤기원입니다.

현재 KBC1 방송에 나오고 있는 제이는 레드샵엔터에서 데뷔 준비 중인 하늘소녀의 멤버입니다.

관심 감사드립니다. 공식 인스타 주소 남기고 갑니다.

걱정해 주시는 네이버 검색은 아직 데뷔전이라 검색서비스를 해줄 수 없다고 합니다. 형님들이 마케팅 포인트까지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르디앙 : 와 이 새끼들 화제인건 어떻게 알고 나타나냐?

메르신 : 어, 잠시만 그럼 프랜차이즈 방송에 나온 저 돈가스집 가면 저 애 볼 수 있는 거 아니냐? 저 가게 엄마가 하는 거라며?

오날도 : 그렇네. 내일 바로 가봐야지. 우리 집 근처던데.

개드리치 : 방송보니 가난하던데, 잘되었으면 좋겠다. 데뷔하면 내가 스트리밍 들어 준다.

오르디앙 : 인스타에 링크 있는 유튜브 가니깐 영상도 이미 올라와 있는데. 올린 날짜 보니 축구직관 이후에 부랴부랴 올린 것 같다 ㅎㅎㅎ

메르신 : 소속사에서도 그날 화제가 되니깐 부랴부랴 급하게 영상 올린 듯. 그러고 보니 프로듀스 108에 나왔다가 떨어진 애들이 두명이나 있네.

오날도 : 그리고 약 때문에 팀 폭팔 당했던 루시아란 애도 있고, 뭔가 여기저기서 데려온 느낌인데.

개드리치 : 9명인데 외모 빠지는 애들은 없네. 저 혼혈인 애만 16살이고 대부분이 20살 22살이라 연령대가 좀 높긴 높다. 뭐, 그래도 나보다 어리지만.

업사더 : 그러면 축구 직관 때문에 강제 데뷔 모드인거임?

메르신 : 정식데뷔가 아니니깐 일본 아이돌들이 하는 언더 데뷔?

오날도 : 그건 또 뭐임? 힙찔이들이 하는 언더 데뷔랑 다른거임?

메르신 : 힙합이랑 같은거임. 정식 앨범 없이 그냥 언더에서 노래 만들고, 버스킹하고 하는게 언더 데뷔임. 공중파 데뷔 없이 그냥 행사만 주구장창 뛰면서 직캠같은거 올라오는 걸그룹이 언더 데뷔한 케이스임

개드리치 : 별의별 게 다 있네. 축구는 언더 데뷔 같은 거 없냐?

나르도 : 축구도 당연히 있지, 아재들 뛰고 있는 조기 축구경기에서 개드리치가 데뷔하는 게 언더데뷔임 ㅎㅎ

오날도 : 이해 존나 쉽네. 빨간 펀치가 있는 레드샵에서 키우는 걸그룹이라니깐 정식 데뷔가 기대가 되긴 되네.

개드리치 : 나도 기대됨. 저 혼혈 애. 제이란 애는 무조건 센터다. 돈가스 가게 알바라고 유니폼을 입었는데도 엉덩이가 화가 나있는 게 보통이 아니네. 일단 내일 돈가스집 가봐야겠다. 먹고 후기 올리마.

사무실에서 하늘소녀 멤버 애들과 같이 도전 프랜차이즈 방송을 보며 방송에 의한 커뮤니티의 변화를 보고 있었는데, 다행히 고의적인 작업으로 의심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형 커버영상들은 어떻게 올린 거예요?”

“방송국 찾아갔었지. 어머니 생신 영상 찍은 거 복사할 수 있으면 받아 오려고 갔는데, VJ분들이 있으시더라고 그래서, 간 김에 VJ분에게 카메라 뭐 사고 조명 뭐 사고 조언받아서 애들 연습할 때마다 찍어서 바로 올린 거야.

이론적인 건 없지만, 귀동냥에 유튜브에 올라가 있는 거 보니깐 쉽더라.”

“올! 형한테 그럼 그쪽을 다 맡길게.”

다행히 기원이 형은 영상 쪽으로도 쉽게 적응을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방송과 커뮤니티 모니터링을 하는데, 남인철 실장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애들에게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인터넷 매체이긴 하지만, 아이돌 관련으로 나름대로 뷰(View) 수가 나오는 매체입니다. 데일리 칸이라고, 스포츠, 연예 전문매체입니다.

거기 말고도 아는 기자들 몇 명에게 일단 인터뷰 건으로 만나보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오, 이런 언더 데뷔만으로도 매체들이 관심을 가질 정도라는 거에요?”

“네, 저도 매니저 일 오래 했지만, 이런 일은 또 처음 봅니다. 아직 정식데뷔도 아니고, 보도자료를 돌린 것도 아닌데 먼저 인터뷰하고 만나자고 하는 건 이때까지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물론, 거마비 챙겨 주고 뒤 작업도 해야 하는 거죠?”

“네, 그게...업계 관행이라. 그건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보통 신인을 데뷔시킬 때는 데뷔전에 먼저 보도자료를 보내서 데뷔 일정에 맞게 관련 기사들이 올라오게 준비를 했다.

그래야 데뷔했을 때 조금이라도 더 포탈사이트에 노출이 되기에 어쩔 수 없는 필수 사항이었다.

물론, 회사가 역량이 있다면, 친한 기자들에게 연락해서 기사를 몇 개 올리고, 어떤 내용의 기사인지까지도 협의할 수 있긴 했다.

그리고 그런 협의에는 금전적인 돈독함이 오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뭐 그렇다면 어쩔수 없죠. 이제부턴 스케줄에 맞추어서 샵에도 가야 하고, 메이크업에 코디까지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 일전에 김일규 부장이 소개한 사람은 괜찮던가요?”

“네, 로드로 돌리고 있습니다. 그 친구가 일은 잘하는데...그게 좀 애매합니다.”

“일은 잘하는데, 애매하다는 건 뭔가요?”

“그게...게이 같습니다. 보통은 수영복 입은 여자 사진이나 후방주의 사진 같은 걸 남자들은 커뮤니티에서 자주 보는데, 이 친구는 주로 남자 사진을 보고 좀 그렇습니다.”

남인철 실장은 이게 성적 관련 이야기이다 보니 조심스레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 더 좋은거 아닙니까? 여자 걸 그룹 매니저로 게이라면 최적의 인선인거 같은데.”

“그..그것도 그런데, 같이 일하는 우리가 좀 그렇습니다.”

“에이. 게이인 분들도 아무한테나 안 들이됩니다. 걱정마세요. 그리고, 남실장님도 연예계 쪽에 게이나 동성애 하는 사람들 알음알음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도 그렇긴 한데, 같이 일하기엔 또 애매해서.”

“걸그룹이니깐 여자 매니저가 필수고 남자 매니저도 있어야 하는데, 될 수 있으면 애들에게 안전한 그 로드분으로 계속 가죠. 오히려 그분이 있음으로써 똥파리들이 안 꼬일 수도 있으니깐요.”

“흠. 그러고 보니, 그렇네. 보통의 남자들은 남 실장님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니깐 하늘소녀 애들 노리고 접근하는 똥파리들을 쫓아내는 역할도 그분이 할 수 있겠는데요.”

나와 기원이 형의 이야길 듣던 남인철 실장은 그런 순기능이 있다는 것에 그럴듯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케이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하죠. 언더데뷔인데, 인터뷰 요청까지 들어왔다면 커뮤니티에서 제대로 얼굴을 알렸다는 증거이니 오늘은 우리 기뻐합시다. KBC1 방송에서 애들의 가능성을 보았다는 것에서 만족합시다.”

**

“윤사장님 운 좋게도, 데일리 칸 인터뷰가 올라가자마자 일이 들어왔습니다.”

“네? 무슨 일인데요?”

“잡지지면광고 촬영인데, 의류쪽입니다. 웨딩드레스와 원피스를 입고 찍는 광고입니다.”

“오, 그럼 나름 패션잡지촬영이네요. 좋은데요.”

“영업도 안했고, 그냥 데일리 칸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연락이 왔습니다. 다만, 제이와 우혜만 촬영입니다. 제이는 혼혈이고 우혜는 위구르족이다 보니 한국인 같지 않고 외국인 같다고 일이 들어왔습니다.”

“음. 하늘소녀가 아니라, 이국적으로 생긴 모델이 필요한 일이 들어온 거군요. 뭐 그래도 처음으로 돈 받고 하는 일이니 좋네요. 제이 어머니 가게도 방송 덕분인지 장사도 잘되고. 잘 풀리고 있네요.”

“남실장님 혹시 현장 스케치 영상을 찍기위해서 저도 같이 가면 안 될까요? 찍어서 근황으로 유튜브 올리면 좋을 것 같은데.”

동영상 촬영 장비를 천만 원 가까이 구매해서 어떻게든 장비를 써보고 싶은 기원형의 눈에 불이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유튜브와 인스타 관리를 기원형이 잘해주고 있어서 반응도 나름대로 좋았다.

계속 좋은 일만 일어났으면 좋았을 테지만, YAM 팬 싸인회 때문에 MSM 본사로 들어가니 골치 아픈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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