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
언더 데뷔? (3)
김일규 부장은 PLUS엔터의 부장이란 자리를 그냥 나이가 많아서 올라간 게 아니란 걸 증명하고 싶었는지 도전 프랜차이즈 방송에 대한 추진력이 엄청났다.
제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이야길 한 다음 날부터 움직이더니, 한 달도 되지 않아 금세 가게 자리를 계약하고, 방송국과 같이 인테리어 작업하는 걸 촬영했다.
그러면서 백장원 쉐프와 다른 야미 돈가스 가게에 가서 요리 수업을 받으며 금세 프랜차이즈 방송이 천직인 것처럼 녹아들었다.
그렇게, 번개 불에 콩 볶아 먹듯이 야미 돈가스 6호점이 인천에 오픈했고, 축구 현장 직관과 날짜를 맞추어 냈다.
“헐, 소원아 원래 축구가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거였어?”
“제일이형 저도 놀라고 있어요. 오늘이 평일인 목요일이라 그런 거 아닐까요? 시간도 7시이니 다들 퇴근하고 오는 그런 거?
부산 사직야구장 가면 퇴근하고 온다고 한 3~4회 정도에 사람들이 다 들어오거든요. 축구도 그럴 거 같은데.”
“헐, 아무리 그래도 골대 뒤의 서포터즈 빼면 한 천명도 안 되겠는데. 이래서는 무슨 이벤트든 힘이 없겠다. 왜, 케이리그 축구 중계를 방송사들이 서로 안 하려고 하는지 알겠네.”
“뭐, 야구에 비하면 어쩔 수 없겠죠. 그런데, 우린 팬클럽 회원들과 그냥 같이 시간을 보내보자는 그런 이벤트니깐 뭐 상관은 없잖아요.”
아무리 6월의 평일 저녁 경기라지만 그래도 너무 관중이 없었다.
우리 야미 팬클럽 100여 명과 YAM 멤버들, MSM 회사 관계자들까지 한곳에 모여 있었는데, 몇만 명이나 수용되는 넓은 경기장에서 우리가 가장 크게 무리 지어 있는 일반 관중들이었다.
거기에, 경기가 저녁 시간이라 따로 준비한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들고 하늘소녀 멤버들과 샌드위치 업체 사람들이 나타나니 주위에서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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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축구장에 가는 게 어쩌면 엄청 짜증 나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거야.
좋게 말한다면, 아이돌 팬클럽 활동에 열정을 보이는 코어 팬들에게 너희 얼굴을 알릴 기회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그냥 알바 생처럼 샌드위치나 음료수 나누어 주고 팬클럽 애들의 비위를 맞춰줘야 하는 일이야.
우리 YAM 팬클럽 애들이 착한 애들이긴 하지만, 이게 참 여적여라는 말이 있듯이 밉보이게 되면 엄청나게 까이게 될 수도 있어.
팬 활동을 열심히 하는 팬들이니만큼 너희가 잘 웃고 잘 대해줘야 나중에 너희가 데뷔했을 때 팬으로 바뀌어서 팬 몰이를 해줄 수 있을 거야.”
“저도 알고 있어요. 팬들이 ‘이 애 예전에 봤는데, 잘 웃고 착했음.’ 하는 그런 긍정적인 댓글 하나를 달아주는 게 얼마나 큰 건지 알아요. 감정노동같은거 충분히 감내할 수 있어요. 웃으면서 일할게요.”
“그래, 나중에 우리 팬이 되어줄 사람들이라면 어깨도 주물러 줄 수 있어. 진짜야!”
제이가 제대로 기합이 들어간 건지, 먼저 나서서 그런 일 웃으면서 할 수 있다고 이야길 했고, 미영이가 어깨까지 주물러 줄 수 있다며 입을 열었다.
“성격이나 말투가 툭툭거리는 너희 둘이 가장 걱정이야. 나중에 너희들의 팬이 되어줄 사람들이란 것만 기억해. 아무리 기분 나쁘게 애들이 말한다고 해도 방긋방긋 웃어야 해. 알았지?”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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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축구장으로 오기 전에 몇 번이나 강조해서 그런지 애들이 웃으면서 일일이 샌드위치랑 음료수를 팬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었고, 팬클럽 애들도 비슷한 또래의 예쁜 애들이 인천 축구 유니폼을 입고 나누어 주자, 별문제 없이 돌아가는 거 같았다.
“야, 너네 음료수 2개씩 받으면 안 된다. 다 수량 맞춘 거야! 케첩은 두 개 받아도 되냐고? 일단 한 개씩 받아봐! 케첩 안 뿌리는 애들 것 받아서 챙겨 줄게.”
제일이 형이나 나는 물론이고, YAM 애들도 같이 나서서 팬클럽 애들부터 챙기는데, 이게 성인도 있었지만, 무슨 천방지축 초등학교 애들에게 밥을 먹이는거 같았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K리그1의 중계를 맡은 KBC 아나운서 이현후입니다. 해설 이정표입니다. 4라운드에 접어든 인천 FC와 부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를 중계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애국가 제창이 있겠습니다....]
평일 경기이다 보니 직관을 가지 못한 축구 팬들이 텔레비팟이란 중계플랫폼에 몰려들었다.
나르도 : 야 중계 창에 애국가 타임인데, 화면에 잡히는 저 이쁜이들은 누구냐?
미나쿠 : 인천 서포터즈에 저렇게 예쁜 애들이 있었어?
[네 애국가 제창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축구장에 여성 팬분들이 많으신데요. 혹시 이정표 해설위원은 남자아이돌 YAM이라고 아십니까?
제가 사실 잘 몰랐는데, 오늘 팬클럽 회원들과 같이 축구장에 단체 관람을 하러 왔다고 하길래, 급히 찾아봤습니다. 이렇게 팬들과 같이 축구를 관람하러 오는 좋은 팀인 것 같아요.
팀 인원도 12명이더라고요. 축구 인원도 맞고, 아예 YAM 연예인 축구팀도 만들면 전국의 남자 축구 팬들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 하하하.
네, 저도 젊은 축구팬의 유입을 위해서 이런 단체 관람 문화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팬과 가수가 함께하며 샌드위치도 먹고 재미있게 축구 보는 이런 팬 문화 좋네요.
네 킥오프 시작합니다.]
나르도 : 헐, YAM 팬클럽 애들 물이 왜 이리 좋냐?
메디치리 : 시바 저렇게 예쁜 애도 YAM 애들이 사귀자고 하면 팬이니깐 바로 사귀겠지? 누군 모쏠로 죽어가는데. 개 부럽네.
메르신 : 부러워만 하지 말고 저 팬클럽에 가입을 해. 사커줄 같은 사이트에만 있으니 모쏠인거임. 저런 여자애들 많은 팬 클럽에 가입을 해라.
오르디앙 : 고추 달린 YAM 팬클럽에 가입하면 게이로 오해받는 거 아니냐?
오날도 : 나 같으면 게이로 오해받고, 이쁜이들이랑 친하게 지낸다.
└나르도 : 미친 ㅎㅎ
오날도 : 아 다시 또 보여 주네. 중계 촬영 감독도 우리랑 같네.
공놀이하는 땀내 나는 놈들 찍기보다는 예쁜이들을 카메라에 담는 게 국익에 더 도움이 되지. 이게 나라다.
개드리치 : 어? 그런데, 저기 갈색 머리 애 어디서 많이 본 앤데.
메르신 : 또 아는 척한다 히키새끼가 존니 척해요.
개드리치 : 아님, 진짜 저 애 어디서 많이 봤음.
기억났다. 전에 그 마약했던 그룹에 있던 애다. 이름이 시아 인가 그랬던 거 같은데.
오날도 : 사진 보니 루시아 맞네. 와 개드리치 이걸 알아보냐? 대단데스네.
개드리치 : 예쁜 애는 잊지 않는다. 뿌듯!
업사더 : 그러고 보니 저 애는 프듀에서 본 거 같은데, 공주병 컨셉 애 있었잖아. 오 옆에 혼혈도 있다. 예쁜애 옆에 또 예쁜애네. 앗 카메라 돌리지마! 관중석 더 보여줘!
나르도 : YAM이 MSM 소속인데, 그럼 혹시 저 애들 연습생인거 아냐? 아닌가? 화면에서 보니깐 음료수 나눠주고 하던데.
메디치리 : 경기장 행사 도우미 같은 거로 취업한 거 아님? 루시아나 프듀애나 둘 다 망했으니깐 경기장 행사 도우미로 취업했을지도 모름.
개드리치 : 와 그러면 직관 가야 되겠네. 인천 다음 경기 언제냐?
“오케이. 반응 좋네. 동호야, 사커줄에 애들 캡쳐 글 올려. 지금 타이밍 좋다.”
“넵, VPN 써서 올립니다요. 근데, 여기만 올려도 될까요?”
“충분해, 남초 커뮤는 하나만 해도 충분해. 특히나 축구 쪽에 올리면 알아서 야구 쪽에도 글이 올라갈 거야.
웹 마케팅은 살살 구슬려주고, 띄어 주면, 진짜 같이 활동하는 유저인줄 알고 알아서 대신 일해주는 인간 매크로가 만들어지거든. 그걸 이용해야지.”
“그래도 TV에 나온 지 몇 분도 안 되어서 캡쳐 사진이랑 올리면 티가 나지 않을까요?”
“그래서, 사커줄에서 미리 활동을 해둔 거지. 이런 작업인지 아닌지 구분 안 가게 하는 게 웹 마케팅의 핵심이야.
재미있다고, 멋지다고 퍼 가주는 헤비 업로더들의 입맛에 딱 맞게 해주면 나머지는 알아서 되는 거야. 이게 요즘의 웹 마케팅이야. 요즘 누가 무식하게 핸드폰 100대씩 두고 작업을 하냐.”
“헐, 저 그렇게 했는데...”
“동호야 그러니깐 마케팅업계 어렵다고 죽는소리를 하는 거지. 여전히 마케팅업계는 호황기구만. 요즘의 웹마케팅의 트렌드는 한 단어로 정의가 되고 있잖냐. 선동!
어떻게 표시 안 나게 선동하느냐가 웹마케팅의 핵심이야. 명심해.”
제목 : 흔한 축구 직관 관중 수준
오늘 인천 부산경기에 온 관중인데, 카메라 감독이 편애하는 게 보일 정도다. 후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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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이 정도면 국대 급 와꾸 아니냐? 인천 서포터즈에 이런 은혜로운 여 팬이 있었어?
- 내 콩팥이라도 뽑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 마계 인천에서 새로운 인천으로 이미지 바로 바뀌네.
“오호~ 오늘 인천 구장 물 좋은데, 인천 경기에 직관 갈 걸 그랬나?
그래, 시파 늘 야구장 여신, 야구장 맥주 여신 이 지랄 하던 것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겠어. 불펜 새끼들 축구 직관 관중 수준이 이 정도다 이새끼 들아. 야빠 새끼들 침 질질 흘리겠네. 흐흐흐”
늘 불펜의 야구장 여신 사진을 보며 불모지 급인 축구장의 관중 사진이 콤플렉스가 있던 박준영은 불펜을 비롯해 야구 팬 커뮤니티에 사진을 퍼 날랐다.
- 와 백인인가? 혼혈이야? 이 애가 이정호 유니폼을 입고 있네. 인천 듣보선수가 외국에서 먹히는 건가?
- 와 축구장 관중 수준 좋네. 이거 다 구단에서 동원한 거 아님? 예쁜 애들이 한둘이 아닌데.
- 아나운서가 YAM 팬클럽에서 단체 직관 왔다고 함. 거기 팬클럽 애들.
- 와 팬클럽 수질 청정한거 보소. 1등급 청정수네.
- 지금 YAM 팬클럽 야미에 가입하러 갑니다.
- 움짤도 올라왔다. 애들 3명 같이 앉아서 축구 응원하는데, 여신급이네. 와 인천 수준 높다.
여러 모니터로 사진과 움짤이 퍼지는 걸 확인하는 기원이는 재미가 있었다. 아주 살짝 특이한 씨앗을 뿌렸을 뿐인데도, 그 씨앗은 여러 사람의 손길을 거쳐서 여러 커뮤니티에서 싹을 틔우고, 금세 나무가 되며 성장을 했다.
네이버 검색어에는 단어 특정이 어렵기에 올라가지 못했지만,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관중수준, 인천축구녀등의 이름으로 화제가 되었다. 데뷔를 위한 밑 작업 수준에서는 이것만으로 충분했다.
소원이에게 결과를 알려주기 위해 전화기를 들었다.
“어, 형. 반응은 좀 있어?”
“당연하지, 완전성공으로 봐도 될 것 같다. 이제 프랜차이즈 방송 나갈 때 뒷 작업만 해주면 바로 달라붙을 거다.”
“오케이 여윽시 형은 마케팅의 귀재라니깐.”
축구는 0:0으로 전반이 끝났고, 후반에도 골이 터지지 않는 지루한 경기이다 보니, 경기에 집중하기보단 핸드폰으로 각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하기 바빴다. 거기다 미리 KBC1의 황지언PD에게 언질을 받은 촬영 감독들의 알 듯 모를듯한 지원으로 티비에 더 많이 잡힐 수 있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고 우리가 제이 어머니와 김일규 부장이 오픈한 돈가스 가게로 갔을 때는 대부분의 커뮤니티 히트 글로 인천 축구장녀 게시물이 올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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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사장. 방송촬영 끝나고, 애들이 가게에서 생일 파티를 한다고 하는데, 시간이 되면 같이 좀 있어 줘.”
평소의 정장스타일이 아닌, 희색의 조리사 옷을 입고 앞치마까지 두른 김일규 부장이 나름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길 하는데, 누구 생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누구 생일인가요? 하늘소녀 멤버들 중에서는 생일이 없을 텐데요.”
“이야, 윤사장 애들 생일도 기억하고 있구나. 하하하.
멤버들 생일이 아니라, 내 동생 생일이야. 제이가 언니들이랑 같이 엄마 생일 축하를 해주고 싶다고 해서. 이번 주 토요일이 생일인데, 오늘이 아니면 시간이 안 될 것 같거든.”
오늘 주방에서 묵묵히 돈가스를 튀기던 제이의 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멤버의 부모님 생일이라 윤사장이 없어도 되지만, 그래도 멤버의 부모님까지도 챙긴다는 그런 이미지를 멤버들에게 주면 좋을 것 같은데.”
김부장의 말을 들으니 그렇게 하는게 맞는거 같았다.
원래 예정되어 있던 방송국 사람들과의 회식에 좀 늦게 간다고 황지언PD에게 이야길 했다.
“응? 윤사장 그걸 왜 이제 말하는 거야? 철호야! 거치용이랑 고정 카메라 철수하지마. 그리고, 두 명은 남아서 따로 촬영 좀 하자.”
황PD의 말에 장비를 철수하려던 스탭들은 더 물어보지도 않고, 다시 카메라의 배터리와 메모리를 교체하고 추가 촬영 준비를 바로 시작했다.
“네? 황 PD님 이런 것도 방송에 쓸 수 있는 겁니까?”
“일단 방송에 쓰일지는 모르겠지만, 찍어둬야 할 것 같은데.
윤 사장은 모르겠지만, 오늘 축구경기에 방송화면 나가고 나서 스포츠국에 전화가 엄청나게 왔다고 하거든.
마치 예전에 도전 골든 퀴즈에 나왔던 배우 김가인을 보고 연락처 알려달라고 전화 왔을 때만큼 전화가 왔었다는데.
거기다 우리가 스포츠 커뮤니티 쪽도 보고 있는데 거기서 반응이 핫해.
아예 구단에서 YAM 팬클럽에게 시즌권 증정하라는 글이 추천을 받아서 베스트에 가 있을 정도야. 이런 반응이면 당연히 추가 촬영도 생각하는 게 맞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