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8
언더 데뷔? (1)
“지금 레드샵은 어쩌고? 레드샵을 접고 새로운 회사를 차리려는 거야?”
“아니, 레드샵은 그대로 두고, 콘텐츠 전문회사를 차려야 할 것 같아서.
이젠 뮤직비디오든, 댄스연습 영상이든 무조건 유튜브에 올려야 하는데, 그런 영상을 우리가 한번 해보려고.
지금은 MSM 쪽에서 촬영이나 편집을 다 해주고 있는데, 이젠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그래, 그러고 보니 Big3라 불리는 MSM은 물론이고 SYG나 JYG는 방송콘텐츠까지 자체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하더라, 그리고, 요즘 공중파 PD들을 마구잡이식으로 스카웃하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본게 기억이 나네.
그런데, 난 그런 영상이나 컨텐츠 쪽을 아예 모르는데.”
“형이 인터넷 마케팅이나 노출 관련 마케팅 기법을 알아서 마케팅회사를 차렸었어? 그건 아니잖아. 그리고, 자퇴하긴 했지만, 경영학과였으니 이런 회사 운영이 더 맞는 거 아냐?”
“그건 그렇지. 하긴, 요즘 전공 살려서 일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다고.
일단 알아는 볼게. 그렇지 않아도, 다시 마케팅 쪽으로 가려고 예전에 같이 일했던 동호에게 갔더니, 상황이 안 좋더라.
회사 넘겨주는 조건으로 받기로 한 돈은 다 받긴 했지만, 그게 미안할 정도더라고. 이미, 스트리밍 작업 치는 거나 페북 작업하는 방법이 다 퍼져서 레드오션이 되어 있더라고. 뭘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일단 내가 알아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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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사장, 어제 KBC1 채널에서 하는 방송을 봤는데 말이야. 그거 있잖아. 그거.”
“김 부장님 그게 뭔가요? 그리고, 제가 오후에 사무실로 출근하는 건 또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오후에나 사무실로 온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김일규 부장이 딱 맞게 나를 찾아왔다.
뭐, 이제는 PLUS에서 퇴사를 했으니 부장이 아니지만, 입에 붙어 있다 보니 여전히 김 부장이라는 말이 나왔다.
“내가 출근 시간을 알았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러니깐 그 있잖아···. KBC1에서 방송하는 도전 프랜차이즈 방송 말이야.
그거 혹시, 나도 창업할 수 있을까?”
“에? 진짜 요식업을 하시겠다는 말이에요? 야미 돈가스 말하는 거 맞지요? 그런 쪽 경험은 있으세요? 완전히 이쪽을 떠나시려는 거에요?”
“요식업 경험은 없지만, 이젠 찬밥 더운밥을 가릴 때가 아니라서 말이야. 어휴.
PLUS 그만두고, 여기저기 이쪽 일을 알아봤지만, 다들 내 인맥으로 작업치려는 사기꾼 새끼들만 달라붙더라고.
그런 놈들에게 이용될 바에는 그냥 아예 다 접어 버리고, 장사나 하려고.”
“김 부장님, 그 백장원쉐프가 나오는 골목 가게 방송을 혹시 보셨어요?”
“당연히 봤지. 재미있더라고.”
“그런데도 장사하고 싶으신 거예요? 아무 준비 없이 ‘아 할 것도 없는데, 장사나 할까?’ 하면 다 망한다는 게 잘 나오잖아요.
더구나 김 부장님은 아예 그쪽을 모르시는데, 괜찮겠어요?”
“마누라랑 여동생이랑 같이 해야지. 난 전혀 모르지만, 여동생은 원래부터 요리를 좀 해서 지금도 병원 식당에서 조리원으로 일하고 있거든.”
“여동생이면 채희 어머니 말하는 거죠?”
“그래, 남편이랑 헤어지고 나서는 동생이 조리원 일을 하면서 채희를 길렀어. 아 그리고 보니 제이로 이름을 바꾸었던데, 잘 생각했어.
역시 윤 사장 감각 있다니깐. 혼혈인 애에겐 외국 이름을 붙여줘야 느낌이 살지.”
김 부장의 이야길 듣다 보니, 그림이 그려졌다.
아무리 제이가 혼혈에 예쁘더라도, 뜨기 위해서는 뭔가 포인트가 있어야 했는데, 이걸 포인트로 잡으면 될 것 같았다.
이혼 후 영국으로 떠난 아버지 때문에 혼혈임에도 제이는 영어를 못하고, 어머니는 병원 식당에서 조리원으로 일하며 힘들게 제이를 키우는 이야기는 신파성 스토리로 먹힐 것 같았다.
그런 어머니를 위해 열심히 연습생 생활을 하는 제이의 연습생 이야기라면 앞으로 데뷔할 하늘소녀를 위해서도 좋았다.
“음. 김 부장님. 일단 제 이야길 들어보세요. 너무 나쁘게 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 들어보세요.”
김 부장에게 페이크 다큐처럼 도전 프랜차이즈 프로그램에 제이 어머니가 지원을 하고, 거기에서 제이가 연습생으로 출연하고, 엄마의 가게가 성공하듯이 자기도 성공하겠다는 그런 스토리 텔링을 추가하자고 이야길 했다.
“이게 자본이 낳은 괴물 같은 생각일 수도 있지만, 이용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이용을 해야 제이는 물론이고 하늘소녀 애들이 뜰 수 있을 것 아니겠습니까?
연예계쪽 사람이 아닌 제이 외삼촌의 입장에서 이런 작업 하는 걸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이런 사연 팔이가 기분 나쁠까요??”
“나야 좋지. 진짜 방송을 등에 업고, 프랜차이즈 돈가스 가게를 오픈한다면 운영이나 요리스킬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제이의 사연이 그렇게 아름답게 포장된다면 장사도 더 잘될 거잖아.
우리나라에서는 예쁘고 잘생겼는데, 착하고 가난하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려는 사람들이 참 많거든.
그런 사람들이 모여준다면 데뷔할 하늘소녀 애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
난 대 찬성이야! 유명세는 있을 때 최대한 뽑아야지.”
음. 외삼촌의 입장에서 대답해 달라고 했는데, 20년 넘게 이 바닥 생활을 해서 그런지 김 부장은 여전히 이쪽 사람의 입장으로 이런 작업을 이해했다.
“그럼 일단, 동생분에게 이야길 해서 확답받아오세요. 저는 황지헌 PD에게 이야기하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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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협동조합 형태의 프랜차이즈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가입 회원 부족에 애를 먹고 있었어. 같이하는 일본식 라멘집도 그렇고, 만두집에 야미 돈가스까지 다 해도 20곳이 되지 않아서 고민이었어.
뭐 우리 방송이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화제를 위해서 어느 정도의 양념을 거기서 뿌려준다면 프로그램 입장에서는 좋지.”
급하게 찾아간 황지헌PD는 오히려 화젯거리를 안겨줘서 고맙다며, 제이 어머니와 김일규 부장의 참여를 대환영해 주었다.
“사실 우리 KBC1 채널 자체가 공중파이긴 하지만, 주 시청 연령이 40대 이상으로 높고, 평균 시청률은 드라마를 빼곤 5%를 넘기는 게 몇 없어.
중간 광고도 안 되는 채널이다 보니 정해진 제작비도 빠듯해서 알려진 연예인들을 섭외하는 것도 좀 힘들거든.
이렇게 알아서 나와준다면 우리로서는 무조건 환영이야. 그쪽에서 데뷔 준비하는 연습생의 부모가 프랜차이즈 가게에 지원해 준다면 우리로서는 진짜 땡큐지.”
“그래요? 그러면 아예 VJ분들을 좀 보내주십시오.
우리 팬클럽 회원들과 같이 축구경기를 보러 갈 예정인데, 축구 관람 후에는 현수가 하는 야미 돈가스에 가서 다 같이 식사를 할 예정이거든요.
축구 직관은 우리 YAM들도 같이 할거구요.
이런, 이벤트도 찍어서 방송과 가게들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좋습니다.”
“그래? 그럼 혹시 축구는 언제 보러 갈 거야? 잠시만.”
황지헌PD는 내 이야길 듣더니 어디론가 가서 리스트를 들고 왔다.
“이 날짜에 경기를 보러가면 안 되겠어? 이날 경기 중계를 우리 KBC1에서 하거든. 일요일 오후이기도 하고, 중계 자체가 우리 채널이다 보니, 미리 이런 이벤트를 알려주면 카메라 감독들이 일부러 많이 찍어 줄 거야.
사실, 축구 중계는 야구와 달리 시청률도 안 좋고, 팬들을 찍는 재미도 좀 없거든. 그런데, 젊은 친구들이 와준다면 다 좋아하지. 아마, 축구단에서도 좋아할 거다.
그러면, 거기서 찍힌 방송장면을 또 우리가 받아서 도전 프랜차이즈 방송에도 쓸 수 있고. 서로가 이득이야.”
“오 그런 멋진 상부상조가 같은 채널 안에선 있는군요. 그럼, 이 날짜에 경기장에 팬들과 같이 갈 테니 VJ분들을 좀 부탁드립니다.
이건 실제 가게 하실 분 연락처입니다. 연락하셔서 일정을 잡으시면 될 겁니다.”
“오케이, 그럼. 내가 미리 중계 맡는 스포츠국에도 이야길 해둘게.”
방송국을 나와 핸드폰으로 찾아보니 KBC1 채널은 의무계약 비슷하게 한국 K리그를 중계해 주고 있었는데, 시청률은 1~2%대로 낮긴 낮았다.
그리고, 축구경기 중 우리를 카메라가 잡아 준다고 해도 길어야 10~20초 밖에 나오지 않을 거였기에 사실 큰 이득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거면 자료 화면으로는 충분했다.
단순히, 일자리가 없어진 김일규 부장의 말에서 시작된 일이 점점 긍정적인 방향으로 뭔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애들이 연습하고 있는 연습실로 향했다.
“애들아, 정식데뷔는 아니지만, 공중파에 나갈 기회를 잡았다.”
“네에? 진짜요?”
이미 데뷔를 해서 공중파 음악방송에도 나가 보았던 루시아와 프로듀스108에 나가봤던 두 명을 제외하곤, 다들 공중파에 나간다는 사실 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난리였다.
“일단, 하나는 축구 경기장에 우리 YAM과 팬클럽이 같이 갈 때, 너희들도 같이 가는 거야. 거기서 데뷔 준비 중인 팀으로 소개가 될 건데, 걸그룹 커버댄스를 춰야 할 거야. 단체로 커버댄스 할 수 있는 곡 준비는 하고 있지?”
“네, 당연하죠. 언제든 주간 아이돌들 같은 프로그램에 나가서 랜덤댄스나 걸그룹, 보이그룹 커버댄스 출 수 있게 연습 중이에요.”
댄스에 강점이 있는 소옥이와 리브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벌써 튀어나와서 춤을 추고 난리였다.
오디션을 볼 때 썩어들어가는 우울증에 빠져있던 리브와 유리의 밝아진 모습을 보니 팀웍도 좋아 보이고, 축구장에서 애들을 소개하고 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저기, 사장님 그런데 축구장에 가는 거라면 커버댄스 말고 다른 것을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다른 거? 어떤 거?”
유리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다른 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소리에 뭐를 준비해야 하는지 물었다.
“그게, 축구장은 야구장처럼 응원석이 있는 게 아니고, 음. 응원은 골대 뒤의 서포터 석에서 주로 이루어지거든요.
그래서 따로 춤출 공간도 없고, 치어리더들이 나와서 춤추는 타임도 따로 없거든요.
그냥 경기 내내 노래만 부르면서 응원을 해요.”
“축구에는 하프 타임이 있잖아? 그땐 한 10~20분 시간이 있던데.”
“그땐 축구 구단에서 뭘 따로 준비하고, 관중석에서는 뭘 할 수가 없을 거예요.”
“그래? 축구경기를 TV에서만 보고 직접 가보질 않았더니 그런걸 알 수가 없지. 그럼 뭘 준비해야 하는 거야?”
그러고 보니, 야구는 매 이닝 공수전환이나, 투수교체, 타자교체를 할 때마다 몇 분씩 걸리기 때문에 응원석에서 치어리더들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축구는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는 몇 분 동안에 골이 터지고, 스포츠의 흐름이 몇 초 사이로 확 바뀌는 스포츠이다 보니, 치어리더나 응원석에서의 이벤트가 맞지 않을 것도 같았다.
“친오빠가 축구 서포터라서 원정도 같이 따라가고 해서 조금 아는데요. 축구 서포터는 야구랑은 좀 달라서 서포팅 호흡과 다르게 구단에서 치어리더를 데리고 오면 욕부터 나오는 곳이라 좀 그래요.
그냥 일반석에 앉아서 서포팅송을 같이 부르는 게 가장 욕을 안 듣는 방법일 거예요.”
“그런 거야? 이런, 난 축구장도 야구장처럼 그렇게 간이 무대가 있고 올라가서 뭘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그냥 팀 유니폼을 입고, 서포팅 송을 같이 불러주는 거 말곤 축구장에서는 뭘 할 게 없을 거예요.”
유리의 이야길 듣고 보니, 시간을 들인 것에 비해서 결과는 그렇게 좋지 못할 것 같았다.
흔하게 알았던 야구와 축구는 분위기부터 다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