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7
하늘소녀??
“김일규 부장님 퇴사한다고 들었는데, 확실합니까? 그럼, 책임지고 잡아 온다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게...윤사장 미안해. 내가 너무 큰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일이 그렇게 되었어. 가뜩이나 회사에서 투자한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기는 마당인데, 중국에 너무 크게 돈을 넣었어. 약속했던, 리얼리티는 안될 것 같아. 미안해.”
부산에 계신 아버지보다 나이가 더 많은 김일규 부장이 눈이 벌게진 채로 미안하다고 하니 거기다 대 놓고, 약속을 지키라고 닦달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쉰을 넘긴 나이로 이제 제대로 취업이나 할 수 있을지가 걱정되었다.
일반적이라면 20년 이상의 연예계 경력이라면 어디를 가든 그 인맥으로 일을 할 수 있을 테였지만, 퇴사의 이유가 사장 몰래 횡령과 같은 투자 실패라고 하면, 어느 회사에서도 받아주기 힘들었다.
아니, 쓰고 버리는 말로 사용하기 위해서 데려는 갈 것 같았다.
“그리고, 윤사장. 부탁인데, 리얼리티를 내가 못 잡았지만, 그 애들을 좀 잘 부탁해. 그 애들 계약도 사실 내 독선으로 계약 주체를 레드샵으로 돌린 거였어. 이젠 진짜 레드샵 소속의 애들이니깐 잘 부탁해. 정말 미안해.
그 애들..데뷔라도 할 수 있게 잘 부탁해. 난 이만 가볼게.”
자신은 이제 업계에서 퇴출당하는 상황인데, 우리 쪽에 와있는 우혜, 소옥, 채희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잡아 오지 못했으니 채희의 계약을 내가 깨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처음 약속이 리얼리티 프로그램 잡아 오면 채희까지 계약하는 거였지만, 그게 안 되었다고 해서 이미 숙소로 들어온 애를 내몰 정도로 야박하진 않습니다. 이미 우리 회사의 팀이니깐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음..그러면 이거 염치없는 부탁인데, 혹시 매니저도 한 명 데리고 가 주면 안 될까? 채희 팀이 정식으로 데뷔 할 때가 되면 로드 맡아줄 친구도 있어야 할 거잖아.
PLUS에서 3년 넘게 내 밑에서 일했던 친구야. 총기 있는 친구야.”
역시, 김일규 부장은 빈틈을 주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안타깝다고 동정심을 가졌더니, 바로 짐을 하나 더 넘겨주는 사람이었다.
“총기가 있었다면 김 부장님을 말렸겠죠. 일단, 우리 매니저쪽은 남인철 실장님이 총괄하는 분야니깐 일단 보내주세요.
사람이 좋으면 남 실장님이 채용하겠죠.”
사무실에 있는 간식까지 알뜰하게 챙겨가는 김일규 부장을 배웅하고 나니 일정이 없었다. 원래는 컴백을 위해 정해진 일정이 있었지만, 그게 틀어 져 버리니 시간만 버리게 되었다.
나중에라도 팀이 뜨고 나서 우혜와 소옥이로 인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확답을 받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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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그날 회식 때 왜 안 왔어? 언니들이랑 술 먹고 진짜 재미있게 놀았단 말이야.”
“미영아, 오늘은 공적인 업무로 연습실에 온 거야. 그리고, 진짜 데뷔하고 나서는 너도 나한테 존댓말 써야 한다.”
“햐, 친구를 친구라 부르지 못하고, 이제 사장님이라고 불러야 한다니. 홍길동도 아니고, ‘호우(呼友)’를 허락해 달라!! 호우! 호우!”
“내가 호구도 아니고, 너도 이제 그냥 다 사장님으로 불러! 꼬우면 너도 사장하시던지.”
“쳇!”
친구지만, 사장님으로 불러라는 말에 기분이 상했는지 미영이는 연습실 구석에서 채희랑 같이 앉아서 구시렁거렸다.
그런 채희를 보니 미영이의 호언장담대로 진짜 언니처럼 미영이와 친해진 것 같아 다행이었다.
우혜와 소옥이를 따로 불러,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금한령에 대해서 이야길 하고, 둘이 PLUS에서 완전히 우리 레드샵으로 이적이 되었다고 알렸다.
“김일규 부장님이 말했던, 그룹 활동 이후에 몇 개월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것까지는 용인을 해주지만, 그 이상 중국 활동이 주가 된다면, 난 너희 둘을 그냥 팀에서 탈퇴 시켜버릴 거야. 그 이후는 중국에서 살아가는 너희들이 알아서 해. 우린 바로 손 떼버릴 거니깐.
지금, 우리 YAM이 이 문제로 골치가 아픈데, 우리 회사 소속의 걸그룹에서도 같은 일을 당하기 싫기 때문에 이렇게 미리 이야길 하는 거야.”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전 나중에 한국 남자랑 결혼해서 아예 한국에서 살 거니깐요.”
소옥이의 말에 깜짝 놀랐다.
“설마..벌써 한국 남자 친구가 있는 거야? 계약에는 연애 금지조항도 있는 건 알지?”
“잘 알죠. 말이 그렇다는 거예요. 그만큼 한국에서 활동하는 게 저나 우혜는 좋아요. 우리 둘 다 그런 일을 겪어보고 왔기 때문에 접대나 관계자 회식에 불려가지 않는 한국의 아이돌이 좋아요. 아무리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해도, 중국 회사로 넘어갈 일은 없을 거예요.”
“그래, 부디 오늘 이야기한 걸 잊지 말길 바란다.”
나름대로 둘에게 탈퇴라는 단어까지 쓰며 말했기에 경고라도 될 것 같았는데, 지금 상황에선 둘 다 중국 활동에 대한 욕심이 아직은 적은 것 같았다.
“사장님 바로 가시는 거예요?”
“응. 그래 왜?”
“저희더러 그때 팀 이름을 지으라고 했잖아요. 그것도 결정해 주셔야죠.”
찬희가 손으로 적은 종이를 건네주는데, 그러고 보니 언제까지 우리 팀, 우리 걸그룹으로 지칭할 수는 없었다.
“그래, 이름을 정해야지. 그런데, 레드 파이어? 레드걸스? 불꽃소녀단? 올라걸스? 하늘소녀?
레드는 우리 회사 이름이라서 붙인 거야? 소녀단은 요즘 트렌드라서?
레드란 단어가 들어가면 강렬한 이미지를 가지기 때문에 섹시 걸그룹으로 오해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당연히 그걸 노렸지! 아니, 노렸죠. 사장님.
레드가 들어가면 섹시 컨셉인줄 알고 얼마나 섹시한지 궁금해서 보는데, 우리가 청순 스타일로 딱 있으면, 그게 더 기억하기 쉬울 것 같아서요.”
친구이기에 부담 없이 말을 걸 수 있는 미영이가 레드란 단어를 이름에 넣은 이유를 설명해 줬다.
“그런 낚시도 괜찮을 것 같긴 하네. 레드란 단어에 걸스가 붙는 것 까진 충분히 가능해.
하지만, 레드 뒤에 파이어 같은 강한 단어가 붙으면 진짜 힙합이나 걸크러쉬 느낌이라서 안 돼. 다른 사람들은 이 이름들 보고 뭐라고 하든?
아니면, 너희들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이름은 뭔데?”
“올라걸스나 하늘소녀요. 정상으로 올라가는 소녀들이라고 해서 올라걸스로 하거나, 하늘 위 천상계로 올라가는 하늘 소녀도 좋은 거 같아요.
가수는 부르는 곡 제목 따라간다는 말도 있지만, 이름부터 위로 올라가고, 하늘을 목표로 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요?”
“하늘 위 하늘은 천상계니깐 천상소녀도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올라걸스는 훌라 도박이나 다른 팀이 연상될 수도 있으니깐 안될 것 같고.
하늘소녀가 좋겠네. 팬클럽 이름은 아예 하늘님으로 하면 되겠네.”
“팬들을 하늘님처럼 생각하라는 건가요?”
“그럼, 당연하지. 가수를 위해 돈을 써주는 사람은 다 하늘님이지.
하늘소녀...좋네. 퓨어한 느낌도 있고, 청순한 느낌도 있을 것 같고. 하늘 소녀로 결정하자 그렇게 해도 되겠지?”
“네. 스카이걸스 좋아요.”
“대학교는 진짜 스카이는 못 갔지만, 이름이라도 스카이로 하면 된 거죠. 뭐. 호호호”
그러고 보니 영어로는 스카이걸스라서 한글 이름인 하늘소녀 못지않게 괜찮게 다가오긴 했다.
“그럼, 이름처럼 혹시 리더도 너희끼리 정해 봤어?”
“네. 루시아 언니요.”
“루시아가 리더야?”
자신감 부족했던 루시아가 리더라고 하자 의외였다. 나이순으로 하자면, 22살이 루시아 말고도 찬희, 리브까지 세 명이었는데, 찬희가 아닌게 의외였다.
루시아와 리브 둘 다 자존감이 떨어져 있기에 찬희가 리더가 될줄 알았는데, 루시아가 리더라니 무슨 사연이 있는 거 같았다.
“네. 이미 데뷔한 경험도 있고, 나이도 있으니 다들 찬성했어요. 그리고, 가장 먼저 하늘소녀로 뽑히기도 했으니깐요.”
이미 입에 붙었는지, 하늘소녀가 자연스레 애들의 입에서 나왔다.
그러고 보니, 제일 처음 걸 그룹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루시아 때문이기도 했으니 리더로서 좋을 것 같았다.
가장 늦게 팀에 합류한 리브와 유리도 얼굴이 밝아진 게 느껴졌고, 9명이 선배 걸그룹의 커버 연습을 보여줄 때도 서로서로 위화감 없이 잘 섞여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채희가 검은색으로 염색을 해서 잘 섞인 거였구나. 우혜와 루시아도 키가 크고 리브까지 섞이니깐 확 튀지 않고 팀에 잘 녹아 있네.”
“저 이제 채희 아니에요. 이름 바꾸었어요. 이제 ‘제이’에요.”
“제이? 그래, 그것도 좋네.”
뭐, 사실 9명이나 되는 예쁜 애들이 나만을 위해 걸그룹 커버댄스를 춰주는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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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M과 레드샵에서 알려드립니다.
이번 달 컴백예정이었던 YAM의 컴백일정이 연기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알려드립니다.
멤버 개개인의 발전을 위해 현재 작사, 작곡을 공부하며 홈메이드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바 좀 더 완성도 높은 앨범 발매를 위해 컴백일정을 미루기로 하였습니다.
앨범 발매는 미루어 졌지만, 컴백을 기다려주신 팬클럽회원을 위한 전국 팬미팅은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니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덧붙임: MSM의 공식 팬미팅 외에 KBC1 방송의 ‘도전 프랜차이즈’의 야미 돈가스 매장 팬 사인회는 별도로 진행되며, 매장 사인회로 인한 앨범 연기가 아님을 공식적으로 알려드립니다.]
- 헐, 공지 끝에 돈가스 매장에서 하는 사인회 때문이 아니라고 하는데, 알고 보면 전국에 오픈하는 돈가스집 행사 때문에 앨범 일정이 연기 된거임?
- 그런가? 여기저기 떠도는 말로는 중국 멤버들 때문이라고 하던데, 아닌가. 그런데, 돈가스 팬사인회가 새 앨범보다 중한 건가? 뭐지?
- 그 프랜차이즈 방송 보니깐, 야미 돈가스 프랜차이즈는 업주가 야미 팬클럽이거나 자식들이 야미 팬클럽에 가입되어 있어야 프랜차이즈 허락을 해주더라.
그래서, 일부러 돈가스 매장 돌면서 팬사인회 해주는가 봉
- 헐, 그러면 앨범보다 팬클럽회원들을 더 중요시 하는거 잖슴.
- 그러게. 난 중국 문제로 컴백 연기 된 줄 알고 미준이에게 배신감 느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여윽시 우리 YAM!
- 나도 회사 그만두고 야미 돈가스나 창업할까. 고민되네.
└방송을 일단 한번 보삼. 돈가스 튀기는거 개 빡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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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내 생각이 맞지?”
“와, 기원이형 군대 다녀오더니 진짜 잔머리 대마왕이 되었네.”
군대를 제대하고 부산에 하루만 있다가 서울로 올라온 기원형은 당분간 레드샵의 일을 봐주기로 했는데, 군대 가기 전에도 꼼수나 잔머리가 좋았는데, 제대 후엔 더 좋아진 것 같았다.
YAM의 앨범 연기 관련으로 중국 멤버들이 욕 안 듣게 하는 게 회사의 고민이었는데, 발매연기 공지사항 끄트머리에 덧붙임 글 하나로 팬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야미 돈가스로 옮겨가게 만들었다.
“너도 군대 가면 이런 잔머리 굴리는 일 많이 하게 될 거다. 그런 그렇고,
진짜 중국 애들 돌아오는 거 맞냐?
다른 그룹에선 이미 탈퇴했다고 기사 나오고 하던데.”
기원형의 말처럼 이미 중국 멤버들이 있는 팀에선 탈퇴 소문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나도 알 수 없어. 금한령이 끝나야 뭐든 할 것 같은데, 아마도 몇 년간은 중국 시장 포기해야 할 거야. 그런데, 앞으로 형은 뭐 할 거야?”
“다시 온라인 마케팅 쪽 하려고 보니, 2년 만에 경쟁업체들도 많이 생겼고, 있는 밥그릇에서 덜어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고민 중이다.”
“그럼 형, 이벤트 기획까지 같이하는 기획사 하나 맡아서 해볼래?”
“기획사? 엔터회사를 해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