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6
금한령(禁韓令).
“네 본부장님! 이걸 계산하느라고 늦었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전상일 본부장이 찾던 재무팀 박철호 팀장이 급하게 뛰어 왔는지 땀을 닦으며 서류를 넘겼다.
“흠. 각 사업부 부장 이상과 레이블 사장단만 따라오세요.
팀장, 과장들은 금한령 이후 어떻게 중국 관련 업무 처리할지 팀, 과별로 대응책 만들어서 내일까지 대응방안 제출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이번 건을 담당할 24시간 대응팀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가장 관련이 있는 마케팅 팀과 콘텐츠 팀 팀원들 위주로 24시간 대응팀을 만들어서 이 회의실에서 상주하도록 하세요.”
회사의 실세라 할 수 있는 전상일 본부장이 나서서 진두지휘하자 시스템의 MSM이라는 말이 헛말이 아닌 듯 구성원들이 착착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 이 금한령이 단기적으로 끝나기는 어렵다는군. 6개월 이상 갈 거라고 중국 당 간부들이 직접 귀띔해주었다고 하니, 6개월 이상 계속될 거라고 알고들 있어.
중국 활동은 일단 우리 정부의 대응을 보고 판단해 보자고.
단순한 한류뿐만 아니라, 여행금지령도 동시에 떨어졌으니, 정부의 대응을 보고나서 우리도 나서는게 맞는 것 같아.
문제는, 우리 매출 비중 중에서 중국 시장이 일본 시장보다 더 비중이 크다는 거야. 각 레이블이나 부별로 매출 관련 대응방안을 생각해야 할 거야.”
“혹시 재무팀의 보고서를 우리가 봐도 되겠습니까?”
“뭐, 영업비밀이지만, 레이블 사장단들은 알아야지. 박 팀장이 분석자료 이야길 해줘.”
“네. 최악의 경우로 우리 아티스트들의 중국 활동이 1년간 중지되게 된다면, 현재 매출의 25%가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이고, 순익은 3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만약 1년 이상 2~3년간 계속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주식의 변동추이는 어떨 것 같습니까?”
“음.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2~3년간 매출 증가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이미 중국에 벌려둔 일이 있으니 거기서 손실이 계속 발생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주식등락은 순간적인 하락장 이후 금한령의 기간에 따라 반등이 있을 거라는 것 외에는 확실한 게 없습니다.”
“소원이, 아니 윤소원 사장은 금한령이 몇 년간 이어진다고 보는 거야?
그러고 보니 최근에 중국을 다녀왔었지? 이번에 상해 갔을 때 무슨 정보나 낌새 같은 걸 느꼈어? 그래서 2~3년 정도 계속될 거로 생각하는 거야?”
나야 이미 과거 전생에서 금한령 혹은 한한령으로 불리는 한류 금지령이 2년 이상 계속되었고, 금지령이 풀린 이후에도 3년 이상 중국으로의 활동에 애로사항이 있는걸 알고 있었지만, 사실대로 말을 해주기엔 근거가 없었다.
“따로 정보는 없었지만, 중국에 있는 최만일 실장 말로는 한국에 여행가는 중국인들이 나쁜 사상에 젖어서 귀국한다고 우려를 표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여행을 막거나, 다녀온 사람들에겐 별도의 정신교육이 필요하다고 당 간부들이 말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한류와 여행 업계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한국 금지령이 내려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연예계 쪽의 금한령이 빨리 풀린다고 해도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는 데 몇 년이 걸릴 겁니다. 그런 걸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 그러고 보니, 지금도 정규 교육과정에서 국수주의나 국가주의가 올바르다고 가르치는 공산주의 나라라는 걸 잊고 있었어.
한국에서 대통령 탄핵 촛불시위가 거의 매일 열리고 있으니, 여행 온 중국인들이 이런 민주주의적인 사건을 보게 되는 걸 두려워했을지도 모르겠군.
사드가 주원인이 아니라 탄핵이 금한령의 주원인일 수도 있겠어.”
“윤소원 사장 이야길 듣고 보니 정말 그렇겠네요.
사드 문제도 있겠지만, 한국국민들이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그런 사건을 보게 된다면 중국인들도 공산당에 의구심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니 금한령으로 여행과 한류를 막았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윤소원 사장님의 생각과는 다르게 지금 대통령이 탄핵 되어서 새로운 대통령이 뽑히게 된다면 사드 미사일도 철수하게 될 거고, 그러면 1년도 채 되지 않아 금방 한한령이 풀리지 않겠습니까?
탄핵이란 민주주의 제도와 사드란 미사일이 대통령만 바뀌게 된다면 없어질 테니, 금방 금한령이 풀릴 것 같은데요.”
재무팀 박철호 팀장의 말에 방 안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를 했다.
현재 돌아가는 정국을 본다면, 조만간에 국회와 법원에서 탄핵 결정이 나와서 대통령도 금방 바뀌고, 사드 미사일도 금방 철수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타당해 보이긴 했다.
“그러면 금한령은 탄핵 이후에는 끝나는 거로 보면 될 것 같고, 괜히 아카데미에 유학 온 중국 애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네요.”
MSM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를 담당하는 권은아 부사장은 사드든 탄핵이든 결국 1년 안으로 끝이 날 것 같다고 결론을 내린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고, 대통령이 바뀌어도 사드는 미국과의 문제로 인해 철수가 안 되며, 그로 인해 금한령이 몇 년간 계속된다고 이야길 해주고 싶었지만, 그에 따른 논거를 내가 제시할 수가 없었기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오케이. 그렇다면 정부 대응을 보고 당분간은 긴축재정으로 전환해서 1년 동안 최대한 손해를 보지 않는 방향으로 나가보자고. 그럼 일단, 진행사업 일자 별로 확인해 보고 스탑할지 말지 정해보자고.”
결국, 빨간 펀치 누나들이 처음으로 쏘는 회식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늦게까지 MSM의 중단기 사업 일정을 확인하고 의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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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준아 그게 무슨 말이야? CD와 포스터에 들어가기로 한 내 이름과 사진을 빼겠다고?”
“네, 소원형 죄송해요. 형은 지금 한국에 계시다 보니 여기 분위기를 잘 모르시겠지만, 사드 때문에 반한 감정이 장난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도 YAM의 이름은 물론 프로듀서로 참여한 형의 이름을 다 빼라고 난리에요. 이게 경우가 아닌 건 알지만, 어쩔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미안해요. 형.”
“휴..그래, 뭐 어쩔 수 없지 음반은 팔아야 하고, 너희도 중국에서 활동해야 하니 어쩔수 없겠지. 이렇게 하는 게 이해가 되긴 된다. 일단 알았어.”
원래 미준, 소혁, 위안의 앨범과 포스터에 들어가기로 한 이름이 빠진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만 해도 중국에서 활동하는 중국인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걸 이해해 주었다.
하지만, 한 달 후 발매되는 우리 YAM의 새 앨범 준비를 위해서 한국으로 왔어야 하는 세 명이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았고, 한국으로 들어오는 일정 자체를 모두 취소했다는 이야길 듣게 되자 이해를 해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금한령이 금방 풀릴 것으로 보고 두 나라의 정부 눈치를 보며 시간만 죽이고 있는 MSM도 답답했다.
“이용민 실장님. 그럼 이번 YAM 앨범은 중국 3명을 빼고 우리 9명만으로 활동을 하는 겁니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일단 위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을 내리고 그것에 맞게 일정이 확정돼서 내려와야 하는데, 지금 중국 문제 때문에 추후 진행되어야 하는 일정들이 다 엉켜 버렸다.
일단 제일이 네가 YAM 멤버들을 다독이고 있어 봐 내가 오늘 중으로 YAM 컴백 일정 어떻게 될지 확인하고 올게.”
우리 YAM을 담당하는 이용민 실장도 답답해했지만, 그라고 해서 뭐 뾰족한 수가 있는 게 아니었기에 결정이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저 시간을 죽이고 있을 뿐이었다.
“어휴 중국에 있는 세 명은 자기들 사정 때문에 1년에 몇 개월씩 중국에서 활동하게 우리가 양보해줬으면, 거기에 맞게 한국에서 활동하는 우리 일정에도 맞춰줘야 하는 게 기본인데. 이것들은 기본이 안 되었네.”
“내가 카톡도 보내고, 전화를 걸었는데도 아예 받지를 않아. 이거 어떻게 하자는 거야?”
“그쪽 중국회사에서 핸드폰 뺏고 해서 연락이 아예 안 되는 거 아냐?”
“그럴지도 모르겠다. 애들은 오고 싶어 하는데, 중국회사에서 못 가게 할 수도 있겠다.”
“한국 일정 없을 때 음악을 공부하고 우리가 뭔가 발전한 거 같은데, 그걸 앨범에서 보여주고 싶어도 주위에서 도와주질 않네. 아쉽구로.”
“이용민 실장님 우리 빨리 일하게 힘 좀 써보세요!”
“제일아, 내가 무슨 힘이 있냐? 힘은 소원이가 더 있지.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앨범 내면 파묻힐 수도 있어.
이번에 오랜만에 걸 그룹을 데뷔시켰잖아. ‘피치나인’ 알지?”
“네 잘 알죠. 4년 만의 MSM이 데뷔시키는 걸그룹이잖아요.”
“그래, 나름대로 회사에서는 심혈을 기울였는데, 거기가 곤란하게 되었어. 음악방송 푸쉬는 해주고 있지만, 팀에 중국 멤버도 있는 데다, 금한령으로 인해서 마케팅이나 홍보 쪽에서 돌아가면서 움직여 줘야 할 회사의 시스템들이 중국 쪽에 신경 쓰다 보니 팬덤도 못 만들고, 인기도 제대로 못 만들고 있다더라.”
“헐, 그럼 진짜 공중파 지원 말고는 다른 지원이 없는 거예요?”
“그래, 지금 회사에서는 신인 그룹 서포터에 신경을 쓸 수가 없지.
만약에 지금 우리가 앨범을 낸다고 해도 회사에서 밀어주는 힘이 평소의 절반도 안 될 거야. 지금 앨범을 내놔봤자 재미가 없어.
거기다 금한령이 내려진 걸 뉴스에서도 다루다 보니, 중국 멤버 있는 다른 팀들도 지금 다 난리야.”
이용민 실장을 통해서 은채가 있는 ‘피치나인’의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회사에서 정신이 없다 보니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해서 결과가 나쁘다는 소식에 안타까웠다.
그러고 보니, 워터멜론 차트에선 데뷔 당일엔 있었지만, 지금은 아예 차트 아웃 했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우리야 뭐 괜찮다지만, 신인 애들은 타격이 꽤 크겠는데요. 그러면 다음 주에 컴백하는 NTC321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신인에게 신경 못써준다면 거기도 신경을 못 써줄 것 같은데. 거기는 컴백 날짜를 미루려나.”
“아뇨. NTC321은 일정 그대로 진행한다고 하던데요.”
“오, 소원이 아는 거 있으면 좀 풀어봐봐.”
“원래는 날짜를 미루어서 추이를 보기로 했는데, 비슷하게 컴백하는 다른 회사의 팀들이 금한령 때문에 일정을 다들 미루었다고, 빈집털이 한번 해볼 거라고 하더라고요.”
“흠. 전략적으로는 괜찮겠는데. 그런데, NTC321에도 중국 멤버 있지 않냐? 뭐, 중국 멤버가 있다는 거로는 상관없으려나?”
“전상일 본부장 말로는 NTC321의 장점이 여기에 있다던데요. 유동적인 멤버 구성이라 중국 멤버들을 빼버리고 활동해도 원래 그러니 누구도 이상하게 보지 않을 거라고요.”
“그렇네. 우린 아마 중국 애들 3명 빼고 활동을 하면 팀 내 불화니 탈퇴, 해체 등등 여러 기사가 나왔을 테지만, 유동적인 멤버구성인 NTC321은 그런 기사가 만들어지진 않겠지.”
“뭐, 일장 일단이 있겠죠.
중국에서 전화 왔는데 좀 받을게요. 네 최만일 실장님 이야기하세요. 네? 동영상을 메일로 보냈다고요? 네 바로 확인할게요.”
최만일 실장이 보내준 동영상을 노트북으로 플레이를 하는데, 동영상에는 중국멤버 3명이 나오고 있었다.
[저희 ‘삼룡전사’는 한국의 YAM에서 나온 별개의 그룹으로 한국의 MSM과는 상관이 없는 팀입니다. 이번 곡을 만든 프로듀서는 ‘데이뮤직’이라는 프로듀서로 한국과는 상관이 없는 앨범과 노래입니다...]
미준이가 중국어로 말하는게 자막으로 나오고 있었는데, 노골적으로 우리 YAM과 MSM를 부정하는 인터뷰였다.
“소원형 이거 번역이 진짜인지 확실해요? 일본 방송처럼 다르게 번역해서 올리는 건 아니죠?”
“일부러 분란 일으키려고 만들어서 유포하는 영상이라면 이거 신고 안되나.”
“저 노래 소원이 형이 만든 거인데, ‘데이뮤직’은 또 누구야? 설마, 이런 게 주작 영상이라는 건가?”
“아니, 주작 영상은 아니야. 우리 회사 직원인 최만일 실장이 직접 영상을 따고 자막까지 같이 해서 우리에게 보낸 거야. 노래도 레드샵이 만들고, 내가 프로듀싱 해준 게 맞고. 이용민 실장님. 같이 본사로 좀 가죠.”
며칠 전 전화로 앨범과 표지에 나가기로 한 이름과 사진을 빼는 문제를 이야기했을 때만 해도 저런 이야기는 없었다.
하지만, 저렇게 아예 노골적으로 MSM이나 YAM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중국그룹처럼 세 명이 이야길 하니 어이가 없었다.
“그러면, 내 전화 안 받은 것도 다 그런 거야? 한국이랑 인연 끊겠다는 거야?”
“이야, 검은 머리 짐승 걷어 키우면 안 된다고 하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치네.”
“규일이 네가 걷어 키웠냐? 그런 이야기라면 소원이가 해야 맞는 거지. 소원이가 사실 우리 다 뽑아서 했는데, 완전 뒤통수를 때리네.
거기다, 중국에서 음반 활동하라고 프로듀싱도 소원이가 해줬는데, 이렇게 소원이와 YAM을 부정하고 회사를 부정하다니. 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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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도 최만일이가 보낸 영상 방금 확인했어. 화이엔터 쪽 사람과 통화하니 그쪽도 어쩔 수가 없었데. 지금 중국 쪽에서는 사상 검증하듯이 한국과는 아무 연관 없는 거냐고 계속 확인하며 몰아세우고 있다나 봐.”
전상일 본부장도 영상을 보고 확인을 한 것 같았다.
“그럼, 어떻게 하자고 하던가요? 그냥 휘몰아치는 파도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땜질로 버티자고 하던가요? 이 영상이 중국 지역방송에 나온 거라면 며칠이면 유쿠에 올랐다가 유튜브에도 올라올 겁니다. 그땐 어떻게 하려고요?”
“최대한, 이 영상이 올라가는 걸 막아봐야지. 사실 답이 없어. 휴..
지금 급한 불 끄려고 중국 애들 탈퇴했다고 하기도 뭐하고, 그냥 이번 건 넘어가서 금한령이 끝날 때까지만 어떻게든 있어 보자.
유튜브에 올라가는 걸 최대한 막아보고 그래도 영상이 올라가서 터진다면, 그 이후에 팬들이나 대중들의 반응을 보고 판단해 보는거 말곤 대책이 없어.”
“뭐든 다 가만히 있어 보자는 답 없는 답이네요. 이렇게 MSM이 중국 쪽에 대응하니, 저런 인터뷰도 나오는 거고 계속 갑으로 중국 쪽에서 버티는 겁니다.
MSM이 매출 비중이 큰 중국 시장을 버리지 못한다는 걸 그쪽도 알고 있으니깐, 저러는 거라고요.
여기에 대한 대응 전략은 아예 없는 겁니까? 시스템의 MSM이라면서요?”
“여러 곳에서 터지는 게 많다 보니 나도 미쳐 버리겠다. 아무리 20년 넘는 메니지먼트의 역사가 있다지만, 이런 상황은 데이터 자체가 없는데, 어떻게 대응을 하겠냐?
정부도 지금 대선과 맞물려서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하고 있는데, 우리라고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겠어?”
“그래, 윤사장 우리가 먼저 나서서 세 명을 내보내면, 또 어떻게 여론의 방향이 달라질지 알 수가 없게 될 거야. 일단 시간을 가지고 좀 있어 보자고.”
나와 같이 온 이용민 실장도 일단 있어 보자고 하니 답답했다.
중국의 돈 때문에 계속 끌려만 다니다 보니, 오히려 한국 멤버들이 역차별로 손해를 보는 거나 마찬가지였기에 이런 건 진짜 잘못된 것 같았다.
전상일 본부장은 물론이고 이용민 실장도 금한령이 짧으면 몇 개월, 길어도 1년이면 끝이 날 거로 봤는데, 그래서 어떻게든 금한령 이후의 중국 시장을 위해서 지금 손해를 보더라도 현상 유지를 하며 버티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참 소원아, PLUS의 김일규 부장이 조만간에 회사를 나갈 거야.”
“네? 왜요?”
“PLUS 대표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중국에 투자를 마음대로 했어.
뭐, 김부장도 일이 이렇게 될지 모르고 투자를 했겠지만, 투자금도 다 떼일 것 같고 대표에게 보고를 안 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야.
다행히 우리 MSM에는 이런 케이스가 없지만, 김 부장같은 케이스가 다른 기획사에 엄청 많아서 지금 다들 난리다.
작은 회사 중엔 중국 쪽의 투자만 믿고 확장했다가 아예 부도 위기까지 몰린 곳도 있어.”
전상일 본부장의 말을 듣다 보니, 왜 ‘채희’정도 되는 조건의 혼혈아가 전생에서는 듣도 보도 못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 이 투자문제 때문에 김일규 부장이 날아가며 조카인 채희도 같이 사라진 것 같았다.
김일규 부장에겐 금한령으로 나쁜 일만 일어나고 있었지만, 반면에 나는 이미 프로듀서 관련으론 돈을 다 받은 상태였고, 다음 작업을 위해 잡혀 있던 일정도 전부 취소되었기에 나에겐 이득밖에 없는 금한령이었다.
동영상을 보내준 메일 말미에 최만일 실장이 적은 글귀가 생각이 났다.
‘처음 중국 쪽과 계약할 때 음반 몇 장으로 계약하지 않고, 몇 년으로 계약을 한 그 계약조건이 진짜 최고의 한 수였습니다. MSM은 물론이고 한국 연예계에서 유일하게 금한령으로 이익을 본 사람은 사장님밖에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