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64화 (164/237)

# 164

결성! 걸그룹!

“성격도 강하고, 지금도 짝다리 짚고 서 있는 모습이 딱 그쪽 스타일이잖아. 안 그래?”

어떻게 알고 왔는지 브레브엔터의 금철 사장이 들어오며 딱 불만 많은 힙합 스타일이라고 이야길 했다.

“저 랩 못하는데요. 그리고, 랩하기 싫은데요. 힙찔이들 극혐인데요.”

“뭐래? 딱 봐도 불만 많은 에미넴 같은 그런 백인영어 랩이 쏟아져 나오겠구만.”

“영어도 못 하는데요. 이렇게 생겼다고 영어 잘하지? 하는 것도 인종주의에 입각한 인종차별인데요.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한국에서 자란 한국인인데요.”

외모상으로 성격 더러워 보이는 금철 사장의 말에도 한마디도 지지 않고 또박또박 말대꾸를 했는데, 이런 면에선 채희가 대단해 보였다.

“자자 진정들 하고. 채희가 혼혈이지만, 엄마랑 한국에서만 살아서 영어를 못해. 아버지와는 연락은 하는데, 한국어로 이야길 하거든.

외모만 보고 영어 잘한다는 오해를 참 많이 받긴 하지. 하하하.”

김일규 부장이 마치 채희의 대변인처럼 나섰는데, 이런 김부장의 모습이 왠지 뭐 마려운 강아지가 안절부절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 노래 한번 들어보죠. 준비해온 노래 해주세요.”

채희는 성격상 도저히 답이 안 나올 것 같았는데, 일단 데리고 온 김부장의 체면을 봐서 노래는 한번 들어보고 내보내야 했다.

김일규 부장이 직접 MR을 틀어주자, 몸을 흔들거리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느 멋진 날에 나에게 짠하고 나타나선...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마음속 깊이까지 숨겨 둔 그 말 나 예쁘다!]

발랄한 가사와 리듬에 맞게 안무를 하면서 노래를 불렀는데, 썩 잘 부르는 건 아니지만, 밝은 노래에 맞게 웃으며 부르니 이전까지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온데간데없고, 전체적으로 어리고 밝은 느낌이 퍼져나오는 것 같았다.

마치, 외국인이 한국어를 마스터하고, 전국 노래자랑에 나와서 저 한국노래 잘해여 하는 그런 즐거운 밝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곡의 끝에서 ‘나 예쁘다’ 하면서 턱 밑으로 손을 괴는 제스처 자체가 본인이 예쁘다는걸 강조했는데, 확실히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아는 것 같았고, 제대로 쓸줄 알았다.

“이거 가사 원래 이랬어?”

분명 아는 노래인데, 가사가 다 맞는지 긴가민가했다.

“에이틴의 ‘너 예쁘다’를 개사 한거 같은데. 곡 끝에 원래는 ‘너 예쁘다’인데, 바꾸었고 중간 부분도 다 바꾼 거 같아.”

노래 제목이 기억 안 났는데, 미영이가 가사까지 다 아는지 이야길 해주었다.

노래가 끝난 이후 노래의 여파로 인해 미소를 짓는 얼굴만 보면 확실히 전생의 여러 혼혈 아이돌처럼 승승장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헌데, 전생의 기억에 채희란 사람이 없는 걸로 봐서는 성격이나 태도로 인해 제대로 데뷔조차 못 했을 것 같았다.

‘아니, 그 반대로 영화나 다른 투자부문에서 적자를 계속내고 있는 PLUS에서 김일규 부장이 날아가면서 같이 연예계에서 없어졌는지도 몰랐다.

확실히 옆에서 잡아줄 사람만 있으면 될 것 같은데, 이상하게 김부장이 직접 챙기는 게 좀 켕긴단 말이지. 흠.’

“네, 노래 잘 들었어요. 원래 댄스도 보려고 했는데, 안무까지 같이해서 노래를 불러주셔서 확인했습니다.

일단, 세분은 잠시 밖으로 나가서 대기해주세요. 저희끼리 이야기 좀 할게요.”

“소원아 내가 보기에 중국인인 우혜나 소옥이는 한국말도 잘하고, 비주얼도 좋아서 괜찮은 거 같아.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해?”

대현 형의 말에 루시아나 찬희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다들 중국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알기에 중국 멤버의 합류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우리 채희도 좋지 않았어? 데뷔하고 중국만 갈 거야? 북미나 유럽 시장을 위해서는 채희 같은 혼혈도 있어야지.”

“부장님, 채희가 자기 입으로 영어 못한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일단, 성격이 붙임성 있는 성격이 아니라 좀 공격적이라서 팀에 녹아들기 힘들 것 같아요.”

“허허. 금철 사장님이 말을 너무 하시네.

채희가 반항아 같은 그런 성격이긴 한데, 이게 한국에선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혼혈에다가 부모님이 이혼하고 엄마가 힘들게 키우다 보니 중2병과 합쳐져서 그런 거야.

데뷔 스타트 들어가면 자연스레 없어질 거니깐 걱정하지마.”

그냥 단순히 예쁘면서 혼혈인 문제로 성격이 모난 게 아니라, 가정환경 자체가 좀 좋지 못하고, 중2병이 아직 있다 보니 이렇게 된 거라고 김일규 부장이 열변을 토하며 채희를 두둔했다.

“채희의 저런 성격이나 태도로 걸그룹은 안됩니다. 90년대라면 걸스전사 느낌의 강한 느낌이 통했겠지만, 지금 저런 태도라면 팬들의 집중포화와 인성 논란 터져서 팀 자체가 박살 날 겁니다.

그리고, 김일규 부장님은 채희 아버지라도 됩니까? 무슨 다른 관계 있는거 아니에요?”

YAM의 차기 앨범 문제로 찾아온 브레브의 금철 사장이 나보다도 더 열을 내며 김일규 부장을 더 쏘아붙였다.

“여기 소원이가 사회복지 사업하는 사람도 아닌데, 실력도 별로고, 얼굴이나 피지컬 말곤 특출난게 없는 애를 무조건 받아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잠시만요. 두 분 다 그만해주세요. 일단, 미영이랑 너희들도 좀 나가 있어봐.”

혹시라도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가 나올지도 몰라, 연습생 애들은 다 밖으로 내보냈다.

“김일규 부장님 우선,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채희를 엄청나게 밀어붙이는데, 무슨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뭐, 이혼했다는 채희 어머니랑 재혼했다던가 하는 그런 이유 같은 게 있습니까?”

김 부장에서 그냥 던지듯이 물었는데, 김 부장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리곤, 각오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게...채희가 내 조카야.

너네들도 알다시피 공부도 못하고, 놀기 좋아하는 가정환경 안 좋은 혼혈 여자애가 갈 수 있는 길이 몇 없는 거 알잖아.

막내 여동생이 채희랑 혼자 힘들게 살고 있어, 팔이 좀 안으로 굽는 건 어쩔 수 없잖아.”

김일규 부장과 각을 세우던 금철 사장도 채희가 조카라는 말이 나오자 뭐라고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있었다.

과연, 한국인에게 혈연이란 것으로 깔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었다.

채희를 감싸고 돌며 대변인을 자처했던 이유가 혈연이다 보니 김일규 부장의 안면을 생각해서 받아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김 부장도 그런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승부수를 띄웠다.

“채희를 레드샵 걸그룹에 받아 주면 내가 책임지고 데뷔 리얼리티 하나 잡아 올게.”

“몇 화짜리요?”

“최소 5화짜리 한 달 편성으로 내가 잡아 올게. 그 정도면 멤버 하나 더 추가하는 대가로는 충분하잖아.”

리스크가 큰 채희를 받아줘야 하나 고민하던 나에게 김일규 부장이 꺼내든 카드는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요즘처럼 신인 그룹이 많은 시기에는 데뷔 때 임팩트가 없으면 그냥 묻히는 게 당연할 정도였다. 오히려 신인 첫 앨범이 화제가 되고 주목을 받는 일이 흔하지 않은 일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 정도로 신인 그룹의 데뷔와 안착이 힘든데, 케이블 음악 채널이나 종편에서 편성을 잡을 수 있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질 수 있었다.

걸그룹의 데뷔하는 준비 과정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평균 시청률은 0.3~0.5%밖에 안 된다고 하지만, 동 시간대 TV를 보는 500만 명의 시청자 중에서 0.5%의 시청률이 작은 그것만은 아니었다.

0.5%의 시청률만 되어도 방송을 보는 사람은 2만 5천 명이었다.

신인 걸그룹의 이름과 얼굴을 2만 5천 명의 사람들에게 40분 이상 보여줄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이득이었고, 돈으로도 못사는 홍보였다.

그 시청자들 중 적극적인 팬이 백 명이라도 만들어지고, 자발적으로 짤을 만들고 팬질을 해줄 덕후 수십 명만 만들게 되어도 신인으로서는 대성공이었다.

“김 부장님의 조건 받아들이죠. 대신에 채희의 소속사 문제도 우혜와 소옥이처럼 해야 합니다.”

“알았어. 그렇게 하지. 내가 책임지고 리얼리티 편성 잡아낼 테니까, 어떻게 떡밥을 뿌릴지나 생각해둬.”

김일규 부장이 연예계에서 20년 가까이 일하며 만들어 두었던 인맥이나 끈들을 이번에 다 몰아서 쓸려는 것 같았다.

우리들끼리의 이야기가 끝나자 사무실 밖에서 대기하던 애들을 불러들였는데, 채희는 없었다.

“어휴, 이 녀석 또 먼저 가버렸네. 그럼 난 애 잡으러 먼저 좀 가볼게.”

중국 상해까지 따라오며 끈질기게 나를 괴롭히며 영업했던 김일규 부장의 얼굴이 갑자기 팍 늙어 보이는 착각이 들었다.

“한 명이 먼저 가버렸지만, 오늘 오디션 겸 면접 본 이야기 할게. 일단 PLUS 소속의 우혜와 소옥, 채희는 내일부터 소속이 레드샵으로 달라질 거야. 그리고, 다음 주까지 숙소에서 같이 데뷔 준비를 할 수 있게 숙소로 들어올 준비를 해줘.

데뷔하려면 아직 4~5개월 남았기에 너무 이른 숙소합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 봐서 알겠듯이 멤버들간의 조율이나 서로에게 적응해 가는 시간이 필요할 거야. 이해되지?”

내가 누굴 이야기하는지 다들 알기에 다들 이해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애 고슴도치던데.”

“고슴도치? 미영아 그게 무슨 말이야?”

“그거 있잖아. 고슴도치 어미는 자기 새끼와 안아 보려면 서로 찔리는 아픔을 감내해야 한다는 거. 그래서 아예 서로 멀리 떨어져서 산다는 이야기.

내가 채희를 딱 보니 채희가 고슴도치인 걸 알겠던데.

사람과 가까워지면 자신이 남에게 상처 주거나, 아니면 서로 상처를 주고받게 되기에 그걸 두려워해서 사람들에게 착하게 못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채희가 딱 그 케이스던데.”

“미영이 네가 심리 분석가도 아니면서 그걸 어떻게 알아?”

“딱 보면 안다니깐, 불효자는 불효자를 알아보고, 사기꾼도 사기꾼을 알아본다잖아.

나도 방금 사무실에서 나가 있으라고 했을 때, 나가보니 채희가 소옥이 옆에 앉아 있는 자세랑 느낌만 봐도 알겠던데. 툭툭거리는 말투나 행동 같은 걸 보면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던 경험이 있기에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가시를 딱 세우고 있는 그런 느낌이 오더라니까.”

“지금 너도 다른 사람 배려하는 고슴도치라고 하는 거야? 미영이 네가?”

“아 진짜라니까. 서로 알아본다니깐 그러네.”

“그럼, 숙소 방을 미영이 너랑 채희가 같이 사는 거로 배치해도 되지?”

“어. 난 괜찮아. 채희는 저기서 조금만 츤데레로 바꾸기만 해도 팬들 조련 끝내줄 것 같거든. 내가 한번 해보지 뭐.”

“그렇다고 공주병까지 주면 안 된다.”

“공주는 한 팀에 한 명만 있으면 되는 거니깐 나만 믿어. 그건 그렇고, 이렇게 7명이서 우리 데뷔하는 거야? 그럼 리더는 누구야? 루시아 언니? 아니면 찬희 언니?”

“아니, 일단 내일 2명을 더 보기로 했어. 찬희가 MSM에 있었을 때 같이 있었다는 친구 2명을 이나영 팀장님께 추천받았거든, 내일 그 친구들 한번 보고 최종적으로 9인조가 될지 7인조가 될지 결정할 거야. 찬희는 이 프로필 좀 봐봐.

내일 오는 게 이 두 친구인데, MSM에 있었을 때 분위기 흐리고 하는 애들은 아니었지?”

“네. 대표님. 둘 다 괜찮았어요. 그런데, 유리는 이름이 그대로인데, 이 애는 이름이 리브가 아니었는데...”

“아마도, 가명으로 프로필 다시 만든 걸 거야. 이 두 명도 ‘피치나인’ 데뷔 조까지 올라갔었거든.”

“저기..그러면 채희도 이름을 바꾸는 게 어떨까요? 저와 이름이 비슷하기도 하고, 이미지가 외국 혼혈이다 보니, 한국 이름보다는 외국느낌의 이름이 좋지 않을까요?”

“음. 그렇네. 좋은 지적이야. 그리고, 이름 이야길 하다 보니, 팀 이름도 정해야겠네.

흠. 일단 팀 이름을 숙소에서 너희들끼리 한번 정해서 가져와 봐. 팀의 인원이 정해지면 그때 다 같이 모여서 적어온 걸 보고 이야길 하고 결정하자.”

애들을 숙소로 보내면서 김일규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채희 가명을 영어로 짓자고 이야길 했고, 집에서 쓰던 외국 이름이나 하고 싶은 이름이 있으면 정해서 알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김 부장님 채희 머리카락을 검은색으로 염색을 해야 할 것 같으니까 미리 채희에게 의견 물어봐 주세요. 다음 주에 숙소 들어갈 때 단체 사진을 한번 찍어 봅시다.

중국 멤버인 우혜가 위구르족이니깐 약간 서양 느낌도 있고, 검은 머리를 한 채희랑 둘을 한번 세워보고 최대한 둘이 섞이게 이미지를 만들어 봅시다.”

“알았어. 일단 MSM의 ‘피치나인’이 성공적으로 데뷔하면 바로 우리 리얼리티 들어 갈 수 있게 준비를 내가 해 놓을게. 윤사장 고마워!”

“데뷔 말고 성공하고 나면 그때 고맙다고 해주세요.”

“이미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야. MSM에서 걸그룹 내놓은 것 중에서 망한 거 없잖아.

하위 레이블인 레드샵에서 나오는 거긴 하지만, MSM의 매니지먼트가 그대로 해줄 거니깐 이미 성공한 것이라고 봐야지 안 그래? 하하하 하여튼 고마워! 내가 조만간에 한턱낼게.”

이미 데뷔 성공이라고 말하는 김 부장의 목소리에서는 꼴통인 조카를 잘 끼워 넣었다는 후련함이 느껴졌다.

“자, 금철 사장님, 오래 기다렸습니다. 우리 YAM 앨범 이야기나 한번 해보죠. 그리고 내일은 MSM의 데뷔조 까지 갔던 애들 2명이 오디션 겸 해서 오는데, 내일도 와주실 거죠?”

“그냥 연습생이라면 안 왔겠지만, MSM의 데뷔 조에서 최종 탈락한 애들이라면 한번 수준을 보러 와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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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알 수 없네. 어제는 너무 건방지고 해서 난감했는데, 오늘은 뭔가 또 다르게 알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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