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62화 (162/237)

# 162

걸그룹은 어렵다 (3)

“희극원에선 은연중에 이런 말이 떠돌아요.

드라마든 영화든 주연이나 비중 있는 역을 맡으려면 기본 조건으로 제작자의 ‘얼나이(二奶)’가 되거나 당 간부의 ‘얼나이’가 되어야 제대로 된 배역을 맡을 수 있다는 말이 있어요.”

“얼나이? 그게 무슨 단어야?”

“두 번째 가슴이라는 뜻으로 한국식으로 한다면 첩이나 스폰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에요.”

우혜가 민망한 단어라서 얼굴을 붉히며 이야길 했다.

“아, 스폰..그걸 중국에서는 얼나이로 부르는구나. 그런데, 그런 스폰이 중국도 심한 거야?”

“네. 이게 어느 정도로 심하냐면, 희극원 앞의 번화가에는 얼나이 중개소가 있을 정도예요.”

“에? 그럼 합법인 거잖아. 그런데, 첩이나 스폰을 놔두는 거야?

공산당에서는 첩을 두는 행위도 전근대적인 악습으로 규정해서 없앤 거로 알고 있는데, 아니야?

그 문화혁명 때 부호들이 없어지면서 축첩제도 없어진 거로 알고 있는데 내가 잘못 아는 건가?”

“네. 제대로 알고 계신 거예요. 불법이지만, 개방정책 이후 부를 가진 사람들이 나타나며 다시 얼나이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얼나이 중개소는 결혼 중개업소로 위장해서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고요.

중국의 결혼 중개업소 중에서 프로필에 금액이 적혀있으면 정상적인 결혼 중개업소가 아니라, 얼나이 중개업소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에요.

일하며 힘들게 돈을 벌기보단 편하게 돈을 받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보니 젊은 여자들이 많이들 하고 있어요.

사실 그게 더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이기도 하니깐요.

그리고, 대부분의 배우들은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싫든 좋든 거의 무조건적으로 어쩔 수 없이 얼나이가 되거나 샤오산(小三)이 될 수밖에 없어요. 아, 샤오산은 한국말로는 불륜녀 정도라고 보면 될 거에요.”

“아, 그럼, 그런 게 싫어서 한국에서 데뷔를 하려는 거야?”

“네. 뭐 한국도 이런 부분은 어느정도 남아 있다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한국은 이런 일을 인터넷에 올리면 어느 정도 정의가 행해지지만, 중국은 오히려 그런 일이 있었다고 인터넷에 글을 올린 사람이 행방불명 될 거에요.”

우혜는 자기 나라임에도 중국이라는 단어를 썼다.

이런 우혜를 보니 중국에서 큰돈을 번다고 해도 중국기획사로 도망은 치지 않을 것 같았다.

“희극원에서 매년 하는 셰익스피어 연극축제가 있어요. 셰익스피어의 여러 희곡을 한 주 동안 축제처럼 공연하는 거죠. 거기서 저와 소옥이가 나름대로 비중 있는 역을 맡았었어요.

그리고, 공연이 끝난 이후 연극축제를 협찬했던 업체 사람들과 회식을 가졌었죠.”

**

“소옥아 너도 한국의 연예 기획사에게 명함을 받았어?”

“응? 우혜 너도 받은 거야? 이거 오늘 연극제에서 비중 있는 배역을 했던 사람들은 다 한국회사의 명함을 받은 거 아냐?”

“호호호 그런가? 그래도 기분은 좋다. 어서 뒤풀이 가자.”

[자자자~ 오늘 리어왕에서 리건역을 맡았던 우혜와 코델리아역을 했던 소옥이가 왔어요~]

“캬하하하아아”

“꺄악~”

회식에 미리 와 있던 조교와 선배들이 소릴 쳐주고 문을 열어준 실내에는 10여 명의 남녀가 있었는데, 우혜와 소옥은 실내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실내에는 테이블 가득 차려진 술과 안주가 있었고, 팬티만 걸친 남자들과 속옷 혹은 얇은 티셔츠만 걸친 여자들이 서로 몸을 더듬으며 웃고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미성년자인 둘은 얼이 나가 버렸다.

“오~어서와. 오늘부터 상해 간지럼 모임에 가입하러 온 신입 들이야? 자자 이거들 받아. 회원증이야.”

머리가 듬성듬성 빠져있고 팬티만 입은 중늙은이가 술 취한 듯한 붉은 얼굴로 둘에게 회원증이라고 카드를 내밀었다. 카드에는 ‘상해 간지럼 모임 회원증’이라고 적혀있었고 회원 번호도 적혀있었는데, 숫자가 300번대 인걸로 봐서는 꽤나 큰 모임 같았다.

“이제 우리 회원이 되는 거라면 앞으로 무대나 방송에 서는 건 걱정하지 말라고, 자자! 다들 주목해 오늘 가입하게 된..이름이 뭐라고?”

“우..우혜입니다.” “소옥입니다.”

“자 다들 잔을 들어 우혜와 소옥이를 위하여 건배를 하자!”

새로운 신인이 왔다고 금새 다들 잔을 들어서 건배를 하며 미성년자인 둘에게도 술을 권했다.

“잔을 받아, 이미 술은 다 마시고 있지?”

술잔을 들고 망설이는 둘은 옆에서 권하는 선배로 인해 억지로 술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여기 이분은 상해TV 음색별천지 프로그램의 스폰서이고, 자동차 판매장을 여러 개 가지고 계신 장계원씨야. 우리 희극원 축제에선 메인 스폰서로서 지원하고 계시지.”

“오늘 둘의 연기를 보니 잘하던데, 무대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간지럼 모임에서도 그런 끼와 재능을 보여줘 봐. 좋은 실력을 좀 보여봐.”

술에 취한 장계원이 실력을 보여달라며 갑자기 팔을 들며 털이 수북한 겨드랑이를 둘에게 보여주었다.

“자, 어서!”

둘은 갑자기 겨드랑이를 들이미는 장계원의 행동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

“뭘 보고만 있어? 어서 날 간지럽혀봐. 우리 간지럼 모임의 규칙이야.

손으로 간지럼을 태우지 못하면 혀와 코로 간지럽혀야 할 거야. 어서 해봐~”

술에 취한 것인지 조명 때문인 것인지 얼굴과 온몸이 붉게 달아오른 듯한 장계원의 표정을 보니 우혜는 물론 소옥도 몸이 얼어 버린 듯이 움직이질 못했다.

“네? 그..그 그건 좀...”

“뭐야? 이런 것도 못 하면서 리어왕의 딸 역할로 무대에 오른 거야?

이거 뭐야? 공연의 스폰만 받고, 이런 일은 하기 싫다는 거야?

이거 기분 더럽잖아. 내 소중한 돈을 가지고 공연을 했으면서 간지럼은 싫다는 거야?”

마치 빈정이 상했다는 듯이 장계원이 옷을 챙겨 들고 실내를 나가버리려고 하자, 학교의 선배 언니들은 물론 같이 동석해 있던 사람들이 이게 무슨 짓이냐며 기다리라고, 밖으로 나가려는 장계원을 붙잡고 타이르며 달래었다.

“야, 너희 둘 분위기 파악이 안 되는 거야?

상해 TV의 스폰서이자 희극원의 축제 메인 스폰서를 화나게 해서 뭘 하려는 거야?

메인 스폰서를 열 받게 해서 희극원의 축제가 없어지면 너희 둘이 책임 질 거야? 어쩌려고 스폰서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거야?”

“너희 둘 다 알아둬. 배우에겐 연기가 전부가 아니야. 방송의 투자자와 스폰서와의 이런 회식까지 포함이 되어 있는 거야.

다른 곳보다 이곳 상해의 간지럼 모임은 양호한 거야. 이런 것도 감당하지 못할 각오라면 내일부터 희극원에 나오지 마!”

“우혜야 위구르인이라 그렇다지만, 소옥이 너는 상해 출신이잖아.

진짜 짜증 나! 이런 것도 감당 못 할 거면 무대에서 비중 있는 역을 맡으면 안 되는 거잖아? 빨리 다른 사람을 위해 그만둬버려!”

이제껏 학교에서 다정하게 연기 지도를 해주던 조교와 여자 선배들이 우혜와 소옥이를 몰아세우자, 둘은 이게 진짜 자신들이 잘못한 것인 줄 알고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고, 그저 눈물만 나오려고 했다.

“자자, 장사장님이 다시 오셨다. 장사장님을 위해 러브뽑기를 해볼까?

뽑기에서 걸리는 두 사람은 서로 팬티를 바꿔입기야. 물론 바로 여기서 말이지. 자 번호 뽑는다! 냐하하하”

상해 TV의 스폰서이자 희극원의 메인 스폰서 비위를 맞추기 위해 여러 사람이 서로 과장해서 웃으며 떠들었는데, 이런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를 맞추지 못하는 우혜와 소옥은 점점 뒤로 밀려나 실내에서 쫓기듯이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숙소로 돌아온 우혜는 베게에 얼굴을 깊이 묻고 악을 써가며 비명을 질렀다. 베게에 묻혀 제대로 퍼지지도 않는 비명이었지만, 표출하지 못한 화를 악을 써가며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한참을 울며 가슴속의 화를 털어내려 했다.

하지만, 오늘의 더러운 감정은 쉽게 잊혀지지가 않았고, 다음날부터 희극원에서는 프로그램 스폰서의 비위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바보같은 애들로 찍혀서 주연은 물론, 비중있는 역할 자체를 맡을 수가 없었고, 둘은 희극원에서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둘은 명함 한 장에 의지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었다.

**

“희극원에서 많은 걸을 배우고 어느 정도 재능을 인정받았었지만, 위구르인이라는 문제와 이런 접대 문제로 인해 한국에서 데뷔를 꼭 해야 해요.

뉴스에도 나오지만, 중국에선 슈퍼스타라 해도 당 간부나 투자자의 비위를 맞춰 주기 위해 그런 자리에 불려 나갈 수밖에 없어요. 그런 게 싫어서라도 한국에서 데뷔를 꼭 해야 해요.”

우혜의 말을 듣고 보니, 한국도 접대와 스폰문제가 있지만, 중국에 비한다면 나름 깨끗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Big3나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기획사 소속이라면 그런 자리에 불려갈 일도 없었고, 데뷔 후 인기를 얻어 중국에 진출하더라도, 한국 기획사 소속이라 중국의 그런 회식이나 접대에 불려가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문제에선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의 아이돌이나 연습생들도 한국에서 데뷔하고 싶어 했는데, 한국의 아이돌 문화가 미국과 일맥상통한 것이 많았고 병폐가 있더라도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서는 깨끗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똑같은 팬미팅이라도 일본의 유흥문화에서 온 악수회 같은 팬미팅이 아니었고, 이름이 알려진 기획사들은 자체적으로 해외 투어까지 계획할 정도로 역량이 있었고, 정산이나 아티스트 관리가 중국에 비해 투명하고 공정했다.

“그리고, 슈퍼스타가 될수 있으니깐요.”

중국이 가진 나쁜 문제가 나오다가 갑자기 소옥이의 입에서 뜬금없이 슈퍼스타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에서 데뷔하고 중국으로 오면 누구든 스타가 될 수 있으니깐요.

특히 MSM 출신이라면 말이 더 이상 필요 없죠.

YAM에서도 3명이 따로 활동하고 있지만, MSM 출신으로 중국에 오기만 하면 누구든지 슈퍼스타가 될 수 있어요. MSM 출신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중국에서는 스타로 인정을 받거든요.

우리도 그렇게 된다면, 이런 비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멋지게 살며, 행복할 것 같아요.”

소옥은 데뷔만 하게 된다면, 이런 레스토랑에서 매일 식사를 하고 멋진 호텔 방 같은 곳에서 살 수 있다는 꿈과 환상에 젖었는지, 싱긋이 미소를 지으며 웃고 있었다.

이야길 듣다보니 소옥인 우혜보다 출세지향인 것 같았다.

좀 더 쉽고 빠르게, 중국의 정상급 스타가 되기 위해서 MSM이란 간판이 둘에겐 필요했고, 그렇게 되면서도 당 간부나 투자자들의 비위를 맞추며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한국에서 데뷔하겠다는 우혜와 소옥이의 입장이 나름대로 이해가 되긴 했다.

“어 여기들 있었어? 벌써 식사를 해서 다행이네. 그래 윤사장은 우리 애들이랑 이야길 해보니 어때? 괜찮지?

아까 화이엔터 사람들도 우혜와 소옥일 한번 보고 꽂힌 것인지 말이야. 다 같이 저녁을 먹자고 하는 걸 거부한다고 힘들었다니깐.”

그제야 김일규 부장과 최실장이 돌아와선 저녁 접대가 늦어졌다며 미안해했다.

“어때? 애들이 뜨더라도 중국회사로 갈아타진 않을 것 같지? 우리 애들 레드샵 걸그룹에 넣어 줄 거지?”

귓속말처럼 옆에 붙어서 기름지게 웃는 김부장을 보면 싫은데, 성공지향의 근성이 있는 이 둘을 놓치기도 조금 아쉽긴 했다.

“일단, 다른 한 명까지 해서 같이 보고,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

“허허, 이 두 친구 재능을 보고 화이엔터 사람들도 침을 흘렸다니깐 그러네. 이렇게 여유 부리다가는 놓친다니깐.”

화이쪽 사람들이 흘린 침이 진짜 재능에 대한 침인지 다른 일(?)에 쓰기 위한 침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한령이 조만간에 들이닥친다는 걸 알고 있는 나로서는 아무리 외모적으로 뛰어난 두 명일지라도 쉽게 중국인 멤버들을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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