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60화 (160/237)

# 160

걸그룹은 어렵다 (1)

[자, 그럼 오늘 밤 여러분의 선택으로 탄생하게 될 프로듀스 최초의 여자그룹의 이름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국민 프로듀서분들의 투표로 결정된 이름은 ‘콜라보원’입니다. 이름 그대로 여러 개의 색이 모여 하나가 된다는 의미인데요······.]

내가 기억하는 프로듀스의 순서가 완전히 바뀌어 버리다 보니, 만들어지게 된 그룹의 이름도 바뀌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전생의 시즌 5까지 있었던 모든 기억을 다 믿을 수가 없게 되었고, 지금 최종 선발 무대에 오른 20명의 아이들 중에서 데뷔했다고 기억이 나는 아이도 4명 밖에 없었다.

더 살펴보아도 프로듀스에서 데뷔를 했거나, 아니면 그 이후 데뷔에 성공해서 내 기억에 남을 정도의 성공을 거든 사람은 더이상 없는 것 같았다.

“소원이도 엄청 열심히 지켜보네. 저 애 예쁘지 않냐? 그런데, 내가 예쁘다고 들이대면 범죄겠지?”

“네, 민호 형이 예쁘다고 들이대면 제가 신고해드릴게요. 딱 봐도 미성년자잖아요. 아직 군대 후유증이 남아서 나이를 몰라 보는 거예요?”

“야 난 그냥 예쁘다고 좋아하지도 못하냐? 짝사랑은 합법이야!

솔직히 키도 크고 화장도 하고 하니깐 나이를 알아볼 수가 없는 것도 있잖아. 그런데, 너도 집중해서 살폈잖아! 내가 하면 범죄고 넌 합법이냐?”

“형 저는 이성을 보는 눈이 아니라, 제작자의 입장에서 괜찮은 애가 있는지 살핀 거죠.

형이랑은 목적과 의도가 달라요. 진짜 가능성이 보이는 애들이 있는지 지켜보는 관계자의 시선이라고요.”

“오호, 제작자의 눈으로 살피는 거야? 대현이 말로는 조만간에 걸 그룹 데뷔시킨다고 하더니, 여기서 괜찮아 보이는 애들 스카우트하려고?”

“네 그러고는 싶은데, 프로듀스 나온 애들은 다 소속사가 있어서 데리고 오고 싶어도 그게 불가능해요. 아마도 프로듀스에 나오기 전에 별도의 추가 계약도 했을 거고요.

저처럼 무소속이 있다면 좋았겠지만, 오늘 최종선발전까지 올라온 무소속인 연습생도 없으니, 현실적으로 데리고 올 수 있는 애들은 없다고 봐야죠.”

“그럼 계약이 안된다는 걸 다 알면서 도대체 뭘 그렇게 보는 거야?”

“가족들이죠. 최종선발전까지 올라온 유전자가 어디 가는 게 아니잖아요. 최종선발전까지 오를 정도라면, 그 가족들의 기본 조건도 좋을 거잖아요.

그런 가족 중에서 괜찮은 사람이 있는지 보는 거예요. 방송국에서 배려해준다고 가족들이 방청객 앞쪽에 있으니 그걸 살펴보고 있어요.

더불어서, 방청객 중에서 눈에 띄는 사람이 있는지도 보고 있고요.”

“흠. 하긴 방청객이나 친구 응원하러 온다고 해서 스카우트된 애들도 많지.”

**

“민호씨 그게 정말이에요?”

“네 진짜예요. 걸 그룹 맞불 작전을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레드샵이 걸그룹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래서 소원이가 오늘 최종선발전에 오른 애들의 가족 중에 될성싶은 애들 찾는다고 하더라고요.

프듀에 나온 애들은 계약이 있다 보니 영입을 못 하고, 계약이 가능한 무소속인 친구들 중에선 마음에 드는 친구가 없고, 그래서 가족 중에 괜찮은 애들이 있는지 살피고 있더라고요.”

방송 중간 광고타임에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안면이 있는 기획사 매니저들이 모여 있기에 슬그머니 김민호도 끼어서 이야길 주고받았는데, 여러 가지 말들이 찌라시처럼 뿌려졌다.

“하긴, 레드샵도 걸그룹 만들 때가 되긴 되었죠. 다른 회사들도 프듀에서 나오는 걸그룹 때문에 준비하고 있던 걸그룹들 대기 시키고 있다고 하니깐, 날짜가 한번 겹치기 시작하면 걸그룹 대전이 또 벌어질지도 모르겠네요.”

“그것보단, CH 미디어에서 이젠 노골적으로 매니지먼트사업까지 하겠다고 해서 우리 애가 오늘 선발되어도 걱정이에요. 어느 정도 인지도만 얻어 오길 원하고 내보냈더니, 이렇게 최종 선발에 올라버려서 예정된 데뷔 자체가 미뤄지게 되어서 골치에요.

더구나, 흠..민호씨도 있지만, 프로듀스 데뷔 후 회사에 남아 있던 멤버들과 팀을 이루어 나중에 데뷔했을 때, 애들의 상대적 박탈감 같은 것도 무시 못 할 수준이고. 잔잔한 문제가 너무 많아요.”

“대기업이 기획사를 인수해서 하부 레이블로 두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아예 알짜 연습생들을 프로듀스로 뽑아서 몇 년간 단물 빨아 먹겠다고 하니, 이건 울면서 와사비 먹는 거 같아서 죽을 맛이에요.”

“방송을 통해 홍보를 해주는 것까진 좋은데, 문제는 1~2년간 회사에서 컨트롤을 아예 못하게 해버리니 이건 신종 노예계약도 아니고, 뭐.”

“힘없는 기획사니깐 어쩔 수 없이 눈물 흘려야죠. 이렇게 대기업의 방송국 채널에 휘둘리면 안 되는데, 먹고는 살아야 하고. 에휴.

방송 시작하네요. 다들 들어가 봅시다.”

다시 방송이 시작되자, 화장실을 다녀온 민호 형이 옆에 붙어서는 들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이야길 듣고 보니 전생에 CH 미디어의 행보가 생각이 났다.

CH 미디어는 단순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아닌 채널의 힘을 기르려고 했는데, 그게 문화의 힘이었고, 그 힘을 자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했었다.

현재도 지분 인수로 여러 개의 레이블을 소유해서 아이돌들을 데뷔시키고 있었지만, 투자금을 넣는다고 바로 준비된 연습생과 아이돌이 튀어나와서 인기를 끄는 게 아니었다.

투자금만 넣어서 대박을 치는 아이돌이 나왔다면 이미 Big3라 불리는 대형 기획사가 더 늘어났을 거였다.

스타를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노하우가 필요한 일이었기에 레이블 인수만으로는 스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걸 CH 미디어도 깨달아 가고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큰 그림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처음 프로듀스를 만들었을 때는 이런 의도가 아니었지만, 프로듀스를 통해 데뷔한 아이돌이 한국은 물론, 아시아, 중남미까지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자, 그 목적성이 바뀌게 되었다.

프로듀스 시리즈가 계속 성공을 하자 시즌 3부터는 수익 배분은 해주지만, 아예 활동 기간을 2배로 늘리고, 그 기간 동안은 전속계약 자체를 CH 미디어로 이관하게 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프로듀스 그룹들은 CH미디어 그룹이 남미, 북미, 일본, 동남아시아 및 중동에 진출하는데 교두보의 역할을 해주었다.

이제는 유튜브와 인터넷의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TV 방송 케이블사업은 돈이 되는 사업이었고, 한류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각 나라의 한류 전문 케이블채널은 돈을 만들어 내었다.

프로듀스로 만들어진 전속 아이돌을 앞장세우고 들어간 남미와 동남아시아의 케이블채널 사업은 승승장구했고,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기억에 따르면 진입하기 어렵다는 북미의 유료케이블 채널도 승인을 받아 미국과 캐나다에 유료채널 사업을 시작했었다.

수 십개에 달하는 한국 케이블 방송의 컨텐츠와 한류스타가 만들어낸 파급력으로 마치 FOX채널이나 ESPN의 전성기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성공적인 글로벌 채널이 되어가고 있었다.

지금 CH 미디어의 주식이라도 사둬야 하나를 고민하다 보니 프로듀스108의 ‘콜라보걸’이 탄생하는 순간에도 건성으로 손뼉을 치며 웃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오늘 밤의 주인공 콜라보원의 멤버로 뽑힐 11명의 이름을 호명하겠습니다. 최종 11위의 순서는 가장 마지막에 호명되며 10위부터 호명하겠습니다....]

**

“팀장님, 이게 뭔가요?”

오전 일찍부터 MSM의 신인팀 팀장인 이나영 팀장이 급하게 찾아와선 서류를 내밀었다.

“뭐긴, 걸그룹 데뷔 준비한다면서? 내가 추천하는 애들 프로필이지.

레드샵에서 걸그룹 준비한다고 소문이 엄청나게 퍼졌어. 그 소리 듣고 내가 바로 온 거지.”

“헐, 어제저녁에 민호 형이랑 몇 명한테만 이야길 했는데, 그게 벌써 퍼진 거예요?”

“당연하지, 찌라시가 만들어 지면 2시간 만에 제주도나 외국 거주하는 사람도 알게 되는 세상이야. 이번에 데뷔하는 ‘피치나인’에서 최종 탈락한 애들인데, 한번 보고 걸그룹 멤버 뽑을 때 좀 챙겨줘.”

“이거 청탁인 거죠?”

“그래, 청탁 좀 하자. 뭐 청탁을 하지 않아도, 소원이 너나 다른 회사 사람들이 봤을 때 절대 부족한 애들이 아니야.

MSM의 최종 선발까지 갔다고 하면 그 수준을 알잖아.”

“그건 그렇죠. 웬만한 기획사의 에이스급이죠. 알겠어요. 일단 따로 오디션 계획이 없다 보니, 개별로 연락을 할게요. 그런데, 왜 우리 쪽으로 오는 겁니까? MSM의 데뷔 조라면 조금 더 기다리면 될 텐데.”

“나이지. 22살, 21살이야. MSM에서 둘 다 데뷔만 바라보고 4년 넘게 연습생 생활을 했어.

사회에서 22살, 21살이라면 사회 초년생으로 뭐든 할 수 있는 나이이지만, 아이돌계에서는 거의 데뷔 마지노선이야.

아니, 이젠 대부분이 고등학생 때 데뷔를 하니 늦은 나이지.

이번에 피치나인이 데뷔하면 향후 최소 2년, 최장 5년은 MSM에서 새로운 걸그룹이 나오지 않을 거야.

그러면 이 두 명 모두 나이가 20대 중반이 될 거야. 뭐, 20대 중반에 데뷔한 케이스도 있지만, 다음번 걸그룹에서 무조건 된다는 보장도 없는 게 현실이니.

그래서, 이 애들도 고민하고 있어. 다른 기획사로 가야 하는지 아니면 계속 MSM에 있어야 할건지.”

“이왕이면 MSM이 좋지만 그게 안 된다면 하위 레이블인 레드샵이면 좋겠다는 거군요.”

“그래, 레드샵도 MSM의 패밀리니깐, 그래서 어젯밤에 레드샵에서 걸그룹 만든다는 소릴 듣고 아침부터 급하게 온 거야.”

“알겠습니다. 최대한 고려해 보겠습니다.”

이나영 팀장을 돌려보내자, 이젠 PLUS의 김일규 부장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는데, 일정상 미루는 건데도 기회를 제발 달라며 오늘 당장 보자는 사람들이 많았다.

“도대체 민호 형은 어디서 소문을 내었기에 이렇게 퍼져버린 거야.”

**

“걸그룹의 데뷔 계획을 미뤄줬으면 하는데.”

유영찬 이사의 보자는 말에 MSM 본사로 들어가니 전상일 본부장까지 배석해선 심각하게 우리 걸그룹의 데뷔를 미뤄달라고 했다.

“아니, 잠시만요. 어디서 뭘 들었는지 몰라도, 이제 준비를 시작한 겁니다. 아직 멤버들도 다 결정을 못 했습니다. 빨리 준비한다고 해도 4~5개월은 걸립니다. 피치나인과는 데뷔 일정이 겹치지 않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 알아, 그래서 6개월 이상 미뤄 달라는 거야.

어제 만들어진 콜라보원 애들이 이달 말에 정식으로 앨범을 내고 데뷔를 할거고. 그 이후 보름 차이로 우리 ‘피치나인’이 데뷔할 거야.

YAM처럼 첫 앨범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바로 리마스터 앨범을 또 발매하는 전략이 될 거야.

그 이후 추이를 보고 더 빠르게 앨범을 낼 거고. 그사이에 레드샵에서는 걸그룹이 나오지 않았으면 해.

괜히 집안싸움을 해서 마케팅 역량이 낭비되긴 아깝거든. 어떻게 보면 데뷔를 미뤄 달라는 게 레드샵을 위한 조언이야.”

“저 그런데, 왜 콜라보원 그룹과 정면 대결을 하려고 하는 겁니까? 그냥 놔두면 될 것 같은데. 2년 후면 결국 해체할 그룹이잖습니까?”

“그래, 그 말이 맞지. 그냥 놔둬도 되긴 해. 하지만, 콜라보원에는 Big3라 불리는 기획사 출신의 애들이 없다는 거지.”

아예 프로듀스에 연습생들을 내보내지 않았으니 없는 게 당연하잖습니까? 라고 이야길 하고 싶었지만, 그런 의미가 아닌 것 같아서 일단 이야길 더 들어봤다.

“얼굴을 보니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거 같네. 쉽게 이야기하면 주도권 싸움이야.

한국 아이돌계란 생태계를 만들고 키운 것에 Big3의 역할이 컸어. 그러다 보니 새로운 그룹의 데뷔라든지 트렌드의 주도 등 모든 것의 기준이 Big3였어.

하지만, 이젠 CH 미디어에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려고 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라고 할까.”

“흠. 지금 프로듀스라든지 하는 걸 보면, CH 미디어에서 Big3 없이도 일을 진행하고 있으니, Big3의 역량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죠?”

“그래, 다른 곳에서도 같은 시기에 보이그룹과 걸그룹을 데뷔 시킬 거야.

아이돌의 한류 문화를 주도하는 건 정부나 방송채널이 아닌, 기획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다른 회사에서도 은연중에 동의를 해준 거지.”

“흠. 결국 나쁘게 말하면 밥그릇 싸움이군요.”

그러고 보니, 처음 엔오원이 프로듀스 99를 통해 데뷔했을 때, CH 미디어 채널에서 만들어졌기에 공중파 출연이 지연되는 문제들이 있었다.

공중파방송과 케이블방송을 가진 대기업, 그리고 기획사들이 결국 한류와 KPOP이란 한배를 타고 있지만, 생각하는 것이나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보니 자신들의 이득에 따라 이전투구 할 수밖에 없었다.

힘없는 내가 나서서 뭐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 CH 미디어 측과는 관계도 좋고, 서로 주고 받는 것도 많았지 않습니까? 대 놓고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은데요.”

“사이가 좋은 게 아니라 그냥 서로의 필요에 의해 같이 일하는 거지. 채널에서는 우리의 아티스트가 필요한 거고, 우린 채널이 필요한 거고.

서로의 공생관계가 유지돼야 좋은 관계도 유지되는데, 이젠 채널에서 아예 우리의 역할까지 하겠다고 하니, 기획사의 입장에서는 기선제압을 하기위해 나서는 거지.

한번 고개 숙이고 들어가 버리게 되면 그 이후는 안 봐도 뻔하니깐.”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럼 우리 걸그룹은 6개월 이후로나 데뷔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PLUS에 김일규 부장이 회사에서 따로 키우고 있는 애들이 있는데, 그 애들은 배우 쪽이라 보컬이나 댄스 쪽에 트레이닝이 필요할 거야.”

“아직 김일규 부장을 만나지도 못했습니다. 결국 거기도 멤버 청탁인가 보내요.”

“허허, 아직 만나기 전이었어? 세 명 다 비주얼적으로는 뛰어난 애들이니깐 한번 잘 만들어봐.”

유영찬 이사와 전상일 본부장의 말을 듣고 나왔지만, 기분이 꺼림칙했다.

전생에서는 이런 속 깊은 이야기를 몰랐기에 그냥 프로듀스를 통해 데뷔한 그룹들이 연속으로 성공해서 CH 미디어가 승승장구했던 기억밖에 없었다.

만약 전생에서도 이런 미디어 채널과 기획사의 싸움이 있었고, 결국 승자가 CH 미디어라면 나는 과연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지를 고민하게 했다.

전생과 같이 CH 미디어가 세계로 뻗어 나갈 때 같이 합을 맞추어 가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MSM을 배신하게 되는 결과가 나올 것 같았다.

“윤 대표 한참을 기다렸다니깐. 이리 와서 이야기 좀 하자고.”

그리고, 귀신같이 내 동선을 알아내고 기다리고 있던, PLUS의 김일규 부장을 보니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걸 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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