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59화 (159/237)

# 159

해야할 일과 하면 안되는 일.

“대현 형~ 누나들 저 왔어요~!”

“야, 10분 지각이야.”

“죄송해요. 뮤지컬 홍보 때문에 민호 형이랑 출연진들과 같이 MBS 방송국 앞에서 플레시몹을 하는 문제로 협의하다 보니 시간이 걸렸어요.

대현 형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

“휴 네가 뮤지컬에 열정적인 건 알겠는데, 회사 일도 신경은 좀 쓰자.

하다못해 네가 받아들인 애들은 네가 챙겨야지. 프로듀스 108이 보름 후면 최종선발이야. 미영이랑 찬희는 떨어진 지 한 달이 넘었어.

그 애들한테 뭔가가 진행되고 있고, 회사에서 데뷔준비가 되어 간다는 걸 알려줘야 하잖아. 그냥 방치할거야? 이러려면 애들 왜 받았어?”

대현 형의 한소릴 듣고 나니 뮤지컬에 신경을 쓴다고 프로듀스 108에 너무 신경을 쓰지 못했고, 내가 받아들인 애들에게 미안했다.

“죄송해요. 제가 생각을 못 했어요. 그럼 지금 미영이나 찬희는 뭐 하고 있는가요?”

“루시아랑 수나까지 해서 그냥 연습실, 숙소만 왔다 갔다 하고 있잖아.

진짜 데뷔시킬 마음이 있다면 미영이랑 찬희 계약도 정식계약으로 변경하고, 준비를 지금 해야 해. 데뷔시킬 마음은 확실히 있는 거지?”

“네. 뮤지컬하고 있는 서태수형을 우리 소속사 배우로 영입했듯이 레드샵 소속의 연예인들을 늘려나갈 겁니다.”

“확실하지? 그럼 프로듀스 108 최종선발 생방송에 갔을 때 애들에게 네가 직접 데뷔 관련 이야길 해줘.”

“네 보름 후까지 계획을 짜볼게요.”

“데뷔 일정은 최소 5개월 후로 잡아야 할 거야. 다음 달엔 MSM에서 걸그룹이 나올 거야.

아마, 이번 달에 멤버 선발이 되는 프로듀스 108의 걸그룹도 다음 달에 데뷔예정이고. 다들 MSM과 프듀간의 방송가 주도권 싸움이라고 대 놓고 말할 정도야.

그래서, 2~3개월간은 그 싸움을 피해서 데뷔하는 틈새를 노리는 팀들이 많을 거야.”

“거기다 우린 MSM과 결국 같은 한지붕 아래에 있는 거니, 제가 내일 MSM 들어가서 확인해 보고 일정을 짜보겠습니다.”

연습생 일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자, 내가 뮤지컬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에 회사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들었고, 대현 형에게 잔소리를 추가로 더 들은 이후에나 회사를 나올 수 있었다.

이동하는 차에서 생각을 해보니, MSM에서 이번에 데뷔한다는 걸그룹도 전생엔 없었던 그룹이었고, 지금의 프로듀스 108의 최종 20인에도 과거의 데뷔 멤버들은 2~3명 밖에 없는 것 같았다.

몇 년 사이 뒤바꿔버린 연예계 상황을 생각해 보니, 누가 잘되고 누가 망하는지를 이제는 전혀 알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대표님 머리 복잡하시겠지만, 야미 돈가스의 프랜차이즈 방송도 내일 시작합니다. 촬영하셔야 하는 스케줄이 모레 오전으로 잡혀 있습니다.

그리고, 주말 저녁 뮤지컬 공연 이후로는 중국으로 출국하셔야 되구요.”

그러고 보니 연습생 문제뿐만 아니라 여러 일을 벌여놓았고, 진행 중이었다.

“정신이 없네요. 부산 집에도 한 번 내려가야 하는데. 갈 시간이 안 나고. 이런 생각 하다 보니 갑자기 힘이 다 빠지네요.”

“저 대표님, 제가 주제넘게 충고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빨간 펀치 누나들이 몇 년간 활동했기에 좀 쉬고 싶다고 해서 지금은 거의 내 전속 매니저가 된 남인철 실장이 운전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

아마도, 경험도 없고 나이 어린 사장에게 충고하다 잘못 찍히게 될까 봐 조심스러운 말투였다.

“네 해주세요. 전 나름대로 제가 할 수 있는 뮤지컬 일을 열심히 했는데, 대현 형이나 회사에서는 그게 아니라고 하고, 일만 많아진 느낌이라 조언이 필요하긴 합니다.”

“에헴. 그게, 말이죠. 너무 열심히 하셔서 그렇습니다.

저도 회사에서 서태수씨를 영입해서 뮤지컬 쪽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나름대로 그쪽 바닥에 대해서 공부를 좀 했습니다.

‘고스트’가 창작 뮤지컬의 초연 치고는 노래도 많고, 아 노래를 뮤지컬에서는 넘버라고 하죠. 하하하. 이런 것도 이젠 압니다.

초연치고는 넘버들이 22개나 되고, 총 공연시간도 1시간 30분이더라고요.

전 몇만 원이나 되는 비싼 돈을 내는 공연이라 이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대학로와 여러 극단을 둘러보고 하다 보니 창작이면서 초연 공연의 경우에는 대부분이 1시간을 겨우 채우고, 넘버들도 10곡 내외더군요.”

“네. 고스트가 창작 뮤지컬의 초연 같지 않은 공연이죠.”

“그만큼 김켈리 감독님이 심혈을 기울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헌데, 가장 심혈을 기울인 김 켈리 감독님 보다 주연배우의 캐스팅이나 홍보, 마케팅까지 앞장서서 가장 많은 일을 하신 건 대표님이시더군요.

고스트 뮤지컬 안이 아니라, 밖에서 제가 지켜보다 보니 너무 뮤지컬 일을 열심히 하시는 대표님이 보였습니다.

일반적인 투자를 한 투자자의 입장도 아니고, 주연으로 캐스팅된 배우의 입장도 아닌, 마치 총 제작을 맡은 제작자로 제 눈에는 보이더군요.”

남인철 실장의 말을 듣고 보니, 깨닫는 게 있었다.

고스트가 토니상에 노미네이트가 된다는 사실과 지금 숟가락을 올리게 되면 나중에 수확할 달콤한 과실을 다 챙겨 먹을 수 있다는 그런 욕심을 내가 부렸었다.

그리고, 그 욕심에는 전생에는 같이 작업하는 게 불가능했을 정도로 유명했던 김켈리 감독과 같이 일을 하며 주연배우로 설 수 있다는 꿈이 있었고,

그런 내 의견에 김 감독이 귀를 기울이고, 따르게 될 정도로 앞장서서 고스트를 최고의 뮤지컬로 만들려고 일했던 게 과했던 것 같았다.

남 실장의 말에 투자금을 담보로 내 재미에 도취하여 너무 깊이 빠졌었다는 걸 깨달았다.

“대표님이 완전한 뮤지컬 제작자로 나서실 생각이 없으시다면, 이제는 단순한 투자자와 배우로 남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그렇네요. 제가 앞장서서 홍보를 위해 방송국 앞에서 플래시몹(flashmob) 하자고 했던 것부터 알아서 해라고 해야겠어요.

제 일이 아니었네요. 내가 해야 할 일도 아닌데, 끼어들어선 잘했다고 주접을 부린 거 같네요.”

“총괄 제작을 하신다면야 그렇게 주도적으로 하시는 게 맞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냥 제안을 하는 것 이상으로 일에 뛰어드는 건 월권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정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 대표님을 보게 된다면 김켈리 감독이 감독이 아니고, 실세는 대표님이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을 몇 마디 말만 듣고 다 이해하시는 대표님의 센스가 좋으신 겁니다.”

“그렇게 이야길 해주시는 남 실장님도 센스 좋으십니다. 그럼 연습실로 가지 말고 집으로 가죠. 일단 오늘은 푹 잠이나 자야겠습니다.”

“좋은 선택이십니다.”

집에 도착해서도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남실장의 말이 맞았다.

이젠 뮤지컬은 김켈리 감독과 배우 3명에게 주도권을 넘기고 내가 빠져주는 게 ‘고스트’나 앞으로 여러 창작 공연을 만들 ‘켈리네’라는 회사를 위해서도 맡는 선택 같았다.

그리고, 내가 빠져줘야 민호 형이 자기 자릴 잡을 수 있을 것이고, 태수 형이나 성웅 형도 자신들의 입지를 만들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할 터였다.

**

-야 오늘 MBS 음방 대기하는데, 김민호랑 뮤지컬 배우들 플래시몹 하는거 본 사람 있음?

└ 대기 줄 중간중간에서 나와서 노래하는 거 말이지? 사람들 몰리기에 뛰어가서 뒷부분만 봤는데, 재미있었음?

└재미만 있는 게 아님, 내가 지금 뮤지컬 티켓을 알아볼 정도임. 나란뇬 뮤지컬의 뮤자도 몰랐는데, 이젠 김성웅, 서태수 프로필을 외우고 있음, 미친.

-난 윤소원 나오는 날짜 구매하려고 했는데, 실패하고 망설이는 중.

└나도 예매 실패하고 어쩔 수 없이 듣보 서태수란 배우 날짜로 예매했음. 초연 첫 공연으로 애매했는데, 내일 보고 후기 남길게.

└나도 첫 공연 예매했음. 혼자 가는데 같이 보자.

**

-야. 세상엔 고스트를 본 사람과 보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어 질거다.

└무슨 개소리야? 님 게시판 잘못 온 듯.

└뮤지컬 고스트 첫 공연 보러 간다고 했던 야미임. 보고 왔는데, 대박이다. 너도 꼭 봐라. 난 또 보러 가려고 재예매 했음.

-그 정도임? 첫 공연은 소원 오빠 공연도 아닌데, 엄청난 거임?

└장난아님, 소원 오빠꺼는 이미 매진이고, 두 번째로 지금 매진되고 있는게 서태수 공연일임. 김성웅 배우는 그래도 뮤지컬 짬밥이 있다 보니 순수 뮤지컬 팬들이 김성웅 날짜 보러가고 있고.

김민호는 엔오원 팬들이 보러 가고 있는데, 서태수는 진짜 생짜 신인인데, 실력으로 지금 전석 매진 되려고 함.

└이 언니 말이 진짜임. 김켈리 감독이 왜 첫 초연 공연에 서태수를 올렸는지 나도 납득했음. 커튼콜에서도 다른 배우들과 같이 노래 부를때도 진짜 서태수 목소리만 들림. 돈 드는 뮤지컬 좋아하고 티비에도 안 나오는 뮤지컬 배우들 좋아하는 사람들 잘 이해가 안 갔는데.

이젠 이해가 됨. 탈덕할뻔. 그냥 잡덕으로 다 좋아하기로 했음.

└이 언니 진심 심각했네.

뮤지컬 고스트가 초연을 하고 서태수의 무대를 실제로 본 사람들의 후기가 줄을 이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원래 대부분의 뮤지컬은 커튼콜에서도 사진이나 영상을 찍지 못하게 하는데, 창작 뮤지컬이다보니 홍보, 마케팅을 위해 커튼콜에서 사진과 영상을 마음대로 찍게 해주었고, 커튼콜 이후로는 포토월에서 아예 같이 사진도 찍어준 것이 후기가 많이 올라오는 데 영향을 끼쳤다.

[뮤지컬 슈퍼스타의 계보를 이을 서태수의 강렬한 등장!]

[괴물 신인 서태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클라크 게이블 역으로 캐스팅!]

[뮤지컬계의 신성 서태수 콧수염 하나에 강한 카리스마 배우 등극.]

“이야~ 이거 날아오르네! 날아올라. 기사 타이틀만 보면 이미 슈퍼스타야. 슈퍼스타!”

“민호 형 놀리지 마세요. 저도 제목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어요.”

“무슨 손발이 오그라들어? 기분 좋아서 입이 지금 찢어지고 있구만.

뮤지컬카페에서는 너랑 소원이, 성웅이 칭찬만 있고, 난 아직 군대 물 안 빠졌다고 혹평만 잔뜩 있고.”

“민호는 나랑 같이 동갑 파워로 ‘고스트’ 장기 공연 가자.”

“크흑. 소원이는 다음 주부터 중국 간다고 하고, 태수는 라이센스 공연 간다고 하고. 노땅인 나랑 성웅이만 남아서 고스트를 지켜야 하다니.”

“아 형들 그게 아니에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다섯 번째로 뽑힌 거라, 아마 일주일에 한 번 정도밖에 무대에 못 설 거에요. 세 명이 같이 쭈욱~ 고스트 장기로 가요. 민호 형도 연습도 거의 못 하고 올라간 무대지만, 엄청났잖아요. 이제 군대 물 빠지고, 몸 좀 풀리면 혹평은 없어 질 거에요.”

“쨔식 말도 잘하네. 너 소원이가 카드 주고 갔지? 밥이나 먹으러 가자!”

다른 뮤지컬에 캐스팅된 이후 받게 된 회사 카드를 민호 형은 어떻게 알았는지, 태수를 앞장세워 초밥집으로 단원들을 모두 데리고 움직였다.

다들, 언론의 평가도 좋고, 연일 매진사례라 처음 계약된 3개월을 넘어 오픈런으로 갈지 아니면 큰 공연장으로 장소를 변경할지를 고민할 정도라서 배우나 단원들 모두의 입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

“어휴 다들 죽을상이네. 얼굴 좀 펴라. 아니 펴세요!”

Nnet 의 프로듀스 108의 최종선발 방송에 1기 출신인 엔오원의 멤버들이 모두 참석했는데, 멤버들의 소속사 출신 연습생들이 와서 우리에게 인사를 했다.

그중에는 우리 소속인 미영이와 찬희도 있었는데,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미영이의 표정이 영 좋지 못했다.

“마지막 방송에서 최종 멤버 뽑힐 때 대기석에 앉아 있는 내 모습 보면, 부산 애들 다 비웃겠지? 나 진짜 데뷔할 수는 있는 거야?”

“안 비웃는다니깐, 티비에 나온 것만 해도 충분히 부러워 할 거야. 그리고, 데뷔시켜준다니깐. 친구 못 믿냐?”

“야, 한 달 만에 겨우 얼굴 보는데, 어떻게 믿음이 가냐?”

“어허, 연습실 영상 다 보고 있었다니깐. 좀 믿어라. 오늘 방송에서는 그냥 재미있게 놀아. 나중에 음악방송에서 오늘 데뷔하는 친구들과 다 만나게 해줄 테니까 방송을 즐겨.”

막상 미영이에게 이렇게 이야길 하고 원래 지정석으로 보내었지만, 실제 우리 엔오원이 데뷔할 때 음악방송에서 보자고 했던 친구 중에서 정식으로 데뷔해서 음악방송에서 만난 친구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리고, 프로듀스로 데뷔를 한 엔오원의 멤버들도 엔오원 이후 재데뷔를 했지만, 뚜렷한 결과물을 만들어 낸 사람은 나와 대현 형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다는게 지금 아이돌계의 현실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