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58화 (158/237)

# 158

새로운 자리에서 새롭게.

“오늘 이 자리에 와주신 팬클럽 ‘퓨퓨’ 여러분이 좋아하실만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가장 기분이 좋아야 하는 민호형의 기분은 나빠질 수도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자, 민호형 앞으로 나와주세요.”

민호형도 아무 상의 없이 이렇게 진행을 해버리자 뭐야 뭐야 하며 물어봤지만, 그냥 못 들은 척했다. 엔오원 멤버들도 다들 무슨 이벤트인지 궁금해할 때, 통기타 반주가 나오기 시작했다.

“응? 이거 결혼식 축가로 부르는 그 노래 아냐?”

“맞네, Can't help falling in love 맞아! 당신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어 요인데. 이 노래는 주로 결혼식장에서 불러주는 거 아냐?

그럼. 이거 커밍아웃이야?”

“헐퀴.”

[이제 껏 기다려 왔어~

민호형이 제대하기를~]

내가 한 소절을 부르곤 민호 형을 무대 앞으로 이끌었다.

[우리와 함께하는데, 우리와 함께할 수 없었네.

어둠 속에서 찾은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너만 빛나는데.]

객석에서 성웅이 형이 노래를 부르며 앞으로 나왔고,

[우리의 마음을 전부 다 줄게.

우리와 함께 새로운걸 만들어요~]

태수형도 팬들 사이에서 한 소절을 부르며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자! 꽃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어서 민호형에게 꽃을 전달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미리 꽃을 가지고 있던 팬들 20여 명이 나와서는 민호 형에게 꽃을 전해주었고, 민호형은 얼떨결에 꽃들을 받아 들고는 웃었다.

꽃을 건네준 몇몇은 남아서 우리와 함께 노래를 불렀다.

[우리와 함께해요~! falling in love with you~!]

“뭐야? 뭐야! 원래 이 가사가 아니잖아, 그리고 저 사람들은 뭐야? 뮤지컬 인 거야?”

“윤소원이 뮤지컬 한다고 하더니, 이벤트를 준비했는가 봐. 대박!”

“민호 형! 어때요?”

“어떻긴 당연히 고맙지! 이런 이벤트도 준비해 주고, 고맙다 소원아.”

“아니, 형. 그거 말고, 가사를 바꿔 부른 노래 가사처럼 여기 모인 사람들과 뮤지컬 같이 하는 거요. 뮤지컬 어떠세요?”

“뮤지컬?”

생각지도 않게 뮤지컬 출연 제안을 받아서 그런지, 민호 형은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아마도, 군에서 제대하면 뭘 하겠다는 계획이 있었을 터라 그런 일들과 우선순위를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있을 것 같았다.

“여러분! 우리 민호 형이 오늘까지는 나라에서 돈을 주는 공무원이었는데, 이제 내일부터는 백수에요. 그래서 팬 여러분들과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고, 민호형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뮤지컬을 저와 같이했으면 하는데, 여러분들 생각은 어때요?”

“좋아요! 가까이서 보고 싶어요!” “저흰 좋아요!” “민호 오빠 뮤지컬 하는 거 보고 싶어요!”

“같.이.해!” “같.이.해!” “같.이.해!”

중간중간에 숨어있는 뮤지컬 단원들이 주도해서 그런지 단체 호응이 쉽게 되었다.

관객석을 가득 메운 팬들이 뮤지컬을 같이 해라고, 단체로 외치자 민호 형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마이크를 들었다.

“사실, 군대를 제대하고, 기다려준 여러분들에게 보답을 해주고 싶었고, 팬 여러분들과 가까이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저에게 주신 과분한 사랑을 여러분께 돌려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습니다.

앨범을 내고 방송에 나가서 여러분께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최선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이렇게 모여주신 팬 여러분들과 가까이 호흡할 수 있고, 티비 방송보다 더 자주 볼 수 있는 뮤지컬을 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원이와 뮤지컬을 하며 이젠 제가 여러분들을 무대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꺄!” “고마워요~!” “우릴 이제 기다려 준다니 최고다!”

팬들의 환호를 이어 우리 뮤지컬 단원들도 같이해서 좋다고, 민호 형에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우리와는 반대로 무대 아래에 있는 민호 형의 소속사 대표는 황당해하고 있었다.

민호 형의 소속사인 타이탄 엔터도 민호 형처럼 제대 이후에 어떻게 매니지먼트를 지원해서 활동할 것인지 생각해두었지만, 그런 걸 다 무시하고 즉흥적인 감정과 팬들의 환호성에 이끌려 뮤지컬에 출연하겠다고 말을 해버렸으니 소속사 대표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것 같았다.

**

“한예리 리포터, 이번에는 특별한 팬미팅 현장을 다녀왔다면서요?”

“네, 맞습니다. 오늘 제가 다녀온 팬미팅 현장은 아주 특별했는데요.

프로듀스 99에서 결성된 엔오원의 김민호 제대 축하 팬 미팅이었습니다.”

“아니, 엊그제 입대를 한 거 같은데, 벌써 제대를 한 거예요? 탈영한건 아니죠?”

연예가 라이브 방송의 MC인 김현준의 말에 방청객들도 맞아 맞아 하면서 시간이 빨리 갔다는 것을 리액션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김현준 MC도 아시겠지만, 원래 군대 기간이 내가 가 있으면 엄청 느린데, 남이 가 있으면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하더라고요.”

“인정. 인정! 진짜 그런 거 같아요. 벌써 제대라니. 이야. 팬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냈겠네요.”

“네, 맞습니다. 보통은 제대 이후 가지는 일반적인 팬 미팅에서는 기다려준 팬들의 편지낭송과 사회에서만 먹을 수 있는 그런 과자 먹기 대회 같은 걸 하는데, 이번은 좀 색달랐습니다.”

“보통은 군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연습을 하거나 제대 팬 미팅 준비를 할 시간을 주지 않아서 따로 준비를 못 하는데, 이번은 특별했군요.”

“네, 무대에서 환복을 하는 이벤트도 재미가 있었지만, 하이라이트는 바로 뮤지컬 배우들의 사랑이 넘치는 캐스팅제안이었습니다. 보시죠~!”

실제 발송에서 뮤지컬 단원들이 노래를 부르며 캐스팅을 하고, 뮤지컬에 참여하겠다는 말에 환호하는 팬들의 모습이 그대로 방송이 되었고, MC와 리포터가 서로 뮤지컬과 민호형의 제대 후 첫 행보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이야, 소원이의 말대로 되었어. 이렇게 공중파에 우리 뮤지컬이 소개가 될 줄이야. 대단하다.”

성웅이 형은 ‘고스트’의 이름이 방송에 나오고, 캐스팅 요청을 받아들이는 민호 형의 모습을 보고선 입을 헤 벌릴 정도로 내게 감탄을 했다.

“뭐, 조금만 생각하면 되는 거였어요. 연예가 라이브에서 팬 미팅 찍으러 온다고 하는 이야기와 민호 형이 제대하면 어떻게 활동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거.

그리고, 우리에겐 지명도가 있는 배우와 뮤지컬 홍보가 필요했다는 것.

그렇게 잘 버무리다 보니, 아직 계약조건 협의 중이지만 민호 형을 캐스팅할수 있었고, 이렇게 공중파 연예프로그램에서 홍보를 할 수 있게 된 거죠.”

“이야, 대단하다. 그런데, 너 너무 냉정한 거 아니냐? 같은 팀 멤버 형까지 이용하려고 하고. 앨범 내려고 했다고 하던데, 뮤지컬 때문에 솔로 앨범 밀리는 아니야?”

“태수형. 이건 민호 형을 이용한 게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도와준 거예요. 사실 민호 형의 타이탄 엔터가 큰 회사였다면, 이미 민호 형의 솔로 앨범 준비를 위한 곡 선정이 끝났어야 해요.

우리 MSM은 슈퍼키즈의 멤버들이 제대하면 한 달 안에 바로 앨범을 낼 수 있게 세팅을 해두니깐요.

그런데, 타이탄 엔터에서는 팬 미팅 이후로 앨범 작업 준비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최소 3개월, 길면 1년까지도 걸려요.

그 기간이 짧은 거 같지만, 나라의 의무로 인해 강제로 제대까지 기다려 준 팬들에겐 그 기간이 짧지가 않아요.

제대 후 활동 없이 3개월에서 1년을 팬들은 기다리질 못해요.

아마, 민호형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처럼 팬들이 김민호라는 사람을 기억에서 지워버리게 되겠죠.

그런 공백없이 바로 다음 달에 무대에 설 수 있게 전 도움을 준거라고요.”

“그리고, 그 도움이 이렇게 티켓 판매로 바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거지? 정말 대단하다.”

“뭐, 제 돈이 들어가 있으니 열심히 해야죠. 하하하”

**

“민호 형 처음 연습해 보니깐 어때요? 충분히 할 수 있겠죠?

제대 후 첫 활동으로 창작 뮤지컬을 하는 게 절대 나쁘지 않을 거예요. 공연 없는 날에는 형 앨범 작업도 충분히 될 거고. 물부터 마셔요.”

“그래, 허억, 헉. 숨 좀 돌리자. 휴.

아직 체력이 안 올라오다 보니 노래는 좀 버거운데, 한 달이면 어느 정도 몸이 올라올 것 같아.

그런데, 같이 연습하다 보니, 성웅이 형이나 태수 둘 다 정말 잘하던데, 나를 왜 캐스팅 한 거냐?”

“당연히, 형이 진만 역에 어울리니깐요.

군대 갔다 와서 형 팍~ 삭았어요. 고생 많이 하고 교통사고가 난 진만 역에 형이 딱 맞죠.”

“장난 말고, 진짜 날 캐스팅한 이율 이야기해봐.

우리 회사 사장님은 난리다 난리. 내가 성급하게 내린 판단에 일정이 밀리게 되었다고, 생각이 있냐 없냐 하면서 나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니깐.

네가 ‘민호 형 뮤지컬 재능이 있어요.’ 하는 말만 하면 내가 그 말을 그대로 해주며 폼 잡을수 있을 것 같은데. 하하”

“뭐, 형의 춤은 이미 안무가들 수준이라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노래는 사실 우리 중에서 제일 쳐지죠.”

“그래 나머지 3명에 비해서는 내가 쳐지긴 하지. 그래도 팩트로 네 입으로 직접 들으니 더 아프네.”

“하지만, 형은 인지도가 있잖아요. 엔오원의 팬덤인 퓨퓨 애들이 아직도 남아 있고, 군 제대 이후 첫 행보에 많이들 궁금해하는 대중의 심리 같은 것도 있고요.

그런 홍보 쪽의 장점이 일단 제일 크죠.

그리고, 한 배역에 여럿을 캐스팅하는 이유가 또 있어요. 같은 배역이라도 공연하는 배우에 따라 작품을 해석하는 방향과 개성이 다 다르거든요.

어떤 배우는 노래로 감정을 전달하는 장점이 있을 테고, 어떤 배우는 뮤지컬의 기본기에 충실한 튀지 않는 장점을.

그리고, 형은 노래보단 율동과 안무에서 감정을 더 크게 표현하는 장점이 있죠.

이런 장단점이 서로 섞여들면서 ‘진만’이라는 배역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거죠.

뮤지컬은 회를 거듭할 때마다 배우들에 의해 조금씩 가감되는 것이 가능한 장르이니깐요.”

“뮤지컬이 그런 거였어? 그러고 보면 주연배우에 따라서 매 공연이 다 다를 수가 있겠군.”

“네, 그래서 뮤지컬은 주연배우를 달리해가며 2번 3번씩 보는 뮤지컬 매니아들이 많은 거랍니다.”

“하지만, 고스트는 일반적으로 몇 번이나 가서 보게 만드는 흥겨움이 전혀 없던데. 좀 암울하고, 심도 깊게 보고 고민을 해봐야 하는 뮤지컬 같은데.”

“형! 정확하게 보셨어요.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창작 뮤지컬과 라이센스를 사 와서 하는 뮤지컬 대부분은 유명한 넘버가 있거나, 신나는 넘버들의 흥겨움이 있어요.

하지만, 한국 창작 뮤지컬 한정으로 보면, 오히려 흥겹기만 한 창작 뮤지컬은 외면받고 있어요.

이런 흥겨운 노래 중심의 뮤지컬들을 속칭 주크박스형 스타일의 뮤지컬이라고 하는데, 대부분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졌어요.

한국 창작 뮤지컬 계의 전설인 ‘지하철 1호선’이나 ‘빨래’ 같은 경우는 소시민의 힘든 삶과 신파극이 주 내용이에요.

한마디로 감정을 건드리는 뮤지컬들이 성공한다는 거죠.

뮤지컬 ‘고스트’에는 제대로 된 삶이란 무엇인지, 소시민의 행복은 무엇인지가 슬프게 나타나 있잖아요.

홍보만 제대로 된다면 충분히 먼저 언급한 두 뮤지컬만큼 성공할 수 있을거에요.”

“뭐 그 정도까지 성공한다면 가수 안 하고 계속 뮤지컬 배우 하지 뭐. 하하하.”

“적응이 빨라 좋네요. 자, 연습합시다!”

**

공중파 연예프로그램에 노출이 되었고, 팬 미팅 현장에 있던 팬들의 후기까지 여러 커뮤니티에 퍼지자 자연스레 엔오원의 팬클럽인 ‘퓨퓨’와 YAM의 팬클럽인 ‘야미’를 주축으로 뮤지컬 티켓들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야, 초연의 첫 공연을 윤소원이나 김성우가 아니라 서태수 일 줄은 누가 알았겠냐? 신인을 첫 오프닝 공연 때 주연으로 세우는 김켈리 감독도 장난 없네.”

“그러게, 신인에게 첫 초연을 맡기다니. 대담한 거겠지?”

“그래, 김 감독이나 서태수나 둘 다 간이 큰 거지. 그런데 소원이는 왜 아직 안 오는 거야?”

“아직 시간 남았어. 그리고, 대현이 네가 모이라고 했잖아. 왜 갑자기 다들 모이라고 한 거야?”

“당연히, 회사일 때문이지. 프로듀스 108에서 떨어진 애들 어떻게든 데뷔를 시키든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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