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55화 (155/237)

# 155

에이스.

“김과장! 드디어 원효성 소속사에서 고스트 출연 결정 났다고 연락 왔다.

이제 연습 스케줄 빨리 짜도록 해. 한 달 안에 가무대 올려야 하는 스케줄이야.”

“원효성이 영국 웨스트 엔드(West End) 진출을 위해 한국생활을 정리한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다행입니다.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 원효성이 주연으로 나서준다면, 주연급의 구색은 얼추 맞춰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감독님 정말로 서태수를 트리플 주연으로 세우실 겁니까?

다른 투자자들도 이젠 윤소원이 총제작비의 절반을 투자한 건 알고 있지만, 서태수를 트리플로 세우게 된다는 걸 알게 되면 다른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요즘 매일 늦게까지 일하는 김충익 과장이 허옇게 뜬 얼굴로 물어왔다.

“그래, 서태수를 트리플로 세울 거야. 김 과장도 태수 실력 확인했잖아.

그 정도 실력 되는 주연급 배우 중에 창작 뮤지컬에 설 만한 다른 배우가 있다면 이야길 해봐.

그 정도 실력을 갖춘 배우도 잘 없을뿐더러, 설령 있다손 치더라도 개런티를 못 맞춰줘.”

“현실적으로 더 좋은 대안이 없는 걸 알지만, 다른 투자자들의 반발이 걱정되어서 그러는 겁니다.

서태수가 조연, 아니 앙상블이라도 경력이 있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아예 뮤지컬 경력 자체가 없는 배우를 조연도 아닌 주연으로 세우는 것에 다들 반발할 겁니다.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비주얼적인 뒷받침이 없다면 바닥부터 올라오며 팬들을 만들었어야 합니다.

그런 과정 없이 무경력의 신인을 주연으로 세우게 되면 흥행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투자자들이 들고 일어날 겁니다.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별도의 오디션이나 쇼케이스를 해서 투자자들의 반발을 미리 막아야 합니다.”

“휴, 음악감독일 때가 그립다...내가 극본을 쓰고 내가 제작, 감독을 다 하는데, 왜 내 뮤지컬을 내 마음대로 못 만들고, 투자자 눈치를 봐야 하는 거냐?

괜히, 방송물 먹고, 헛바람이 들어서 괜히 독립했어...김 과장아, 우리 그냥 다 때려치울까?”

“아니, 감독님 또 왜 그럽니까? 현타 모드로 다 때려치우자는 호소하는 수법은 이제 안 통합니다.

트리플 캐스팅이 결정된 기념으로 주연들의 오디션을 꼭 투자자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그게 쉽게 가는 방법입니다.”

“그게 기분 나쁘게 생각하면 주연으로 감독이 캐스팅했더라도 투자자들의 최종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잖아.

나도 마치 캐스팅에 허락받아야 하는 기분이라 실권 없는 꼭두각시 같고, 주연으로 캐스팅된 세 명도 오디션과 같은 자릴 만들어서 투자자들에게 검증받는 거 같아서 기분 나빠할 거라고.”

“흠. 그것도 그렇네요. 서태수는 몰라도 원효성이나 투자한 윤소원은 엄청 기분 나빠할 수도 있겠네요.

음. 그럼, 아예 투자와 캐스팅 완료기념으로 작은 갈라쇼를 한다고 하고 자릴 만들면 어떨까요?”

“갈라쇼?”

“네, 고스트 외의 유명한 넘버들만 모아서 투자자들을 위한 갈라쇼를 하는 겁니다.

홈파티 형식의 사교파티나 결혼식 뒤풀이용으로 이런 갈라쇼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원효성이나 윤소원의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갈라쇼를 하게 되면, 자연스레 주연 세 명의 실력이 드러날 것이고, 투자자들은 서태수의 실력을 직접 보게 되면, 트집 잡지 못할 겁니다.

모든 투자자들이 다 찬성하진 않더라도, 일단 태수가 기본 실력 이상은 되니 절반만 찬성해도 캐스팅이나 일 진행에서 편해질 겁니다.”

“오디션이나 쇼케이스를 그냥 말만 갈라쇼로 바꾸자는 거네.”

“네, 내용물보단 포장이 중요할 때도 있지 않겠습니까?”

“좋아 그럼, 주연은 각각 2곡, 조연 중에서도 투자, 캐스팅 기념 갈라쇼에 나와서 노래하고 싶은 애들이 있다면 뽑아봐.

조연들 애들도 투자자 눈에 띄고 싶어 할 테니깐 괜찮겠어. 갈라쇼를 추진해봐.”

“네. 그래도 명색이 쇼이니 기지들과 갈라쇼에 초대할 만한 사람들을 뽑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

“태수야, 어떠한 상황에서도 맡은 배역의 심정을 자신의 마음에 대입해서 노랠 불러야지.

그게 가장 감정선을 살리며 노래를 부르는 방법이야. 자, 다시 한 번 해보자.”

“네 선임님.”

“햐, 이거 난 김켈리 감독이 제작을 총괄한다고 하길래, 진짜 날고 긴다는 배우들이 다 와 있을 줄 알았는데, 만년 스윙인 성웅이 형 빼고는 어째 된게 제대로 된 배우가 하나도 없냐?

괜히 김켈리 감독님 이름에 넘어가서 왔더니, 유인원 같은 촌놈이 나랑 같은 트리플 캐스팅이라고 어리버리 타고 있고.

표팔이 해준다는 아이돌은 코빼기도 안 보이고.

한국 창작 뮤지컬 잘 돌아간다. 잘 돌아가. 흥행성적 끝내주겠네.”

“태수야, 저런 말엔 감정을 넣지 말고, 어디에 가나 있는 사람들이니깐 그냥 그러려니 해.

완전 신인인 네가 주연을 갑작스레 맡게 되다 보니 저런 이야길 많이 듣게 될 거야. 저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냥 듣고 흘려.”

“네. 저런 말은 듣고 흘리고, 무대에서 실력으로 보여주라는 거지요?”

“그래, 잘 아네. 저런 말엔 신경을 쓰지 말고, 다시 호흡 바로 잡아.

겨우 저런 말에 흥분하면 안 되지. 다시 한 번 더 대사 해보자.”

시비를 걸려는 마음에 이야길 했든, 아니면 연습실 내의 기선제압을 위해서이든 툴툴거리는 원효성이 있으면, 거기에 반발하는 사람이 있어야 방금 했던 말의 결과가 나오는데, 모두 다 그냥 무대응으로 원효성의 말을 듣고 넘겨버리니 오히려 화가 나는 건 원효성 본인이었다.

“야이씨. 여긴 연습 상대도 없는 거야? 뭐 이런 데가 다 있어.

성웅이 형 그 애 놔두고 저랑 입 좀 맞춰보죠.”

**

“와 깬다. 난 원효성이 ‘아이언 마스크’ 이후 웨스트 엔드 진출한다는 기사 보고 진짜 영국가서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빌었었거든.

근데, 완전 인성 폐급이네. 기사보고 잘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기억을 삭제하고 싶다.”

“웨스트 엔드에서도 저 성격이 문제라서 빠꾸 당한거 아냐?”

“다른 극단 형 말로는 원효성이 ‘강약약강’이라던데, 강한 사람에겐 약하고, 약한 사람에겐 강하게 위에서 군림하는 그런 사람이래.

아마도, 자기보다 유명하거나 잘나가는 사람이 없으니 저렇게 안하무인이 되는 거 같은데.”

“그럼 윤소원이 와야 하나?”

“소원이가 아이돌로 유명하다고 해도 이쪽에선 신인이잖아. 안될 거야.”

“그럼, 저 꼴을 우리가 계속 봐야 하는 거야? 와 진짜 학교 선배들이 뮤지컬이나 연극 쪽으로 가면 열에 한두 명 빼고는 대부 분다 다른 일 하게 될 거라고 하던데, 저런 주연 갑질도 거기에 한몫할 거 같네. 빡치는데, 오늘 끝나고 소주나 한잔때리자.”

“그래, 아 소원이랑 감독님 같이 오셨다. 이제 좀 살겠네.”

**

“아니 초등학교 방과 후 뮤지컬도 아니고, 배역을 맡은 배우가 수정을 원하면 어느 정도 수정은 해줘야 하는 게 기본이잖습니까?

그리고 뮤지컬은 뭔가 더 결실이 있는 행복한 결말이 되어야죠. 더구나, 창작 뮤지컬이라면 내용이 더 밝아야죠.

들어가 있는 넘버들은 너무 쳐지는 분위기라서 전혀 흥이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다 고쳐야 해요.

갈라쇼에서 부르겠다고 뽑은 노래 넘버들하고 비교해봐요.

대충 봐도 고스트의 넘버들이 너무 우울하잖아요.

연습하다 딱 우울증 올 것 같은 그런 넘버들이구만.”

나와 감독님이 연습실에 도착해서, 전체적인 첫 회의를 열었는데,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원효성이 이대로는 안된다고, 고스트를 뜯어 고쳐야 한다고, 열변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사실, 원효성이 화를 낼 정도로 고스트의 내용이 많이 어둡긴 했다.

대부분의 히트 뮤지컬은 화려하며, 흥겹고, 밝은 분위기였는데, 뮤지컬 ‘고스트’는 그런 흥겨움과는 거리가 많이 멀었다.

어떻게 보면 우울하기까지 한 새드엔딩까지 포함되어 있기에 대부분의 뮤지컬 관객들에게는 불호의 뮤지컬이었다.

그래서 전생에선 인기가 없어서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무대가 내려졌었다.

하지만, 그 암울한 극본이 인정을 받아 토니상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그 병실 안의 암울함이 경쟁에 치여 환자처럼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삶과 같다는 평단의 평가와 관객들의 공감대가 뮤지컬카페들에서 만들어지며 이후 2년 이상 오픈런으로 공연을 이어갈 수 있었다.

“윤소원 넌 작곡도 한다며? 곡을 다시 편곡해서 신나게 한번 고쳐봐.”

슈퍼스타처럼 본인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회의 중에 일어나 뮤지컬의 전체적인 내용을 다 변경하자는 이놈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이때까지 가만히 지켜보던 김켈리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 보니 아직 ‘고스트’ 뮤지컬에 대한 총연출자의 마음가짐을 이야기 안 해줬네.

이거 하나만 알려 줄게. 두 번은 이야기하지 않으니깐 다들 잘 들어.

이방 밖에선 웨스트 엔드의 라이징 스타든, 인기 아이돌이든 뭐든 상관없어.

이 연습실! 이 뮤지컬 ‘고스트’ 안에선 내 말이 절대적이야.

원효성 네가 무슨 생각으로 곡의 분위기나 결말을 바꾸라고 하는지 그딴 건 내가 알 바 아냐.

넌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노래 부르고, 말을 하면 되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 외의 행동이나 생각은 인정 못 해!

너희들이 배우네 하면서 유세를 떨지만, 결국 내 도구일 뿐이야.

그거면 되는 거야. 나에게 배우로서 쓰임을 받으면 되는 거라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강한 카리스마를 토해내는 김켈리 감독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알았으면 입 다물고 자리에 앉아. 너 말이야. 너.”

“이..이..”

원효성이 큰 욕이라도 하고, 방을 뛰쳐 나가버릴지 알았는데, 그냥 자리에 앉아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나눠준 유인물을 뒤적이는 척을 했다.

아무리, 웨스트 엔드까지 간 배우라 할지라도 김켈리 감독을 무시하진 못하니 화가 나지 않은 것처럼 참는 것 같았다.

“드디어 내가 두 번째로 총괄하는 뮤지컬 ‘고스트’의 연습과 일정이 시작되었다.

이번 ‘고스트’는 효성이의 말처럼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음울한 내용의 뮤지컬이 될 거다. 시간도, 예산도, 배우도 스태프도 부족하지만, 부족한 부분은 우리들의 열정을 깎아 넣어서 커버를 해야 한다.

오늘부터 전쟁이라는 각오로 연습에 나서주길 바란다.

그리고, 난 누구든 특별대우할 생각 없으니깐 다들 똑같은 배우 그 자체로서 직업의식을 가져주길 바란다.”

“네에, 알겠습니다.”

결국, 김켈리 감독의 강한 카리스마에 1시간 만에 ‘고스트’ 회의는 끝이 났고, 투자자와 기자들을 모아서 하는 ‘갈라쇼’까지 논의하며 첫 전체 회의가 끝이 났다.

**

“처음부터 이야기하지만, 난 아이돌 출신들이 뮤지컬 주연을 맡는거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결국, 표를 팔기 위한 마케팅일 뿐이잖아. 아이돌이라고 특별 대우 같은 거 없고, 특히나 기본기 없는 애들이 진행사항을 더디게 하는 거 자체를 싫어하니 너도 알아서 잘해.”

“아예, 알겠습니다.”

원효성은 어제 김켈리 교수에게 한소리를 들으며 나름의 위신이 깎였는데도 여전히 ‘고스트’의 간판이자 에이스가 본인이라고 생각하며 행동하는 거 같았다.

“저기 봐. 아무리 갈라쇼 라지만, 꼴사납게끔 루이 역을 저 태수가 하는 게 말이 되냐?

왕좌에 앉았을 때 근엄함과 위엄이 있어야지.”

원효성은 뮤지컬 ‘아이언 마스크’에서 달타냥 역을 한 커리어가 있다 보니, 갈라쇼에서 서태수가 루이 역을 맡는 것 자체를 짜증 내는 것 같았다.

“찬양하라 내 이름 그리하면, 살리라, 살리라~ 살리라~!”

루이왕이 연회장의 높은 단에서 내려오며 부르는 짧은 넘버를 선임배우인 성웅이 형이 추천해줘서 태수형이 불렀는데, 원효성의 짜증과는 반대로 큰 덩치에서 나오는 위압감과 울림이 연습실을 쩌렁쩌렁 울릴 정도였다.

노랠 부르는 태수 형의 얼굴을 보니 앞에서 비꼬고 있는 원효성 때문에 지고 싶지 않아 하는 필사적인 게 음색에서 느껴졌다.

아마도, 자신을 무시하는 원효성에게 지고 싶지 않았기에 혼신의 힘을 쏟아내는 것 같았다.

전생에서 누구나 박수를 칠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서태수 만의 카리스마가 지금 만들어 지고 있었다.

연이어 미녀와 야수의 ‘Beauty And The Beast’를 여가수와 부르는데, 축가로 많이 사용되는 곡이다 보니, 연습실의 모두가 다 지켜보며 박수를 쳐주었다.

“이야, 진짜 생각도 못 했는데, 태수가 소원이는 물론이고 효성이 보다도 더 잘 부르는 거 같은데, 아니 웬만한 뮤지컬 간판들은 다 버로우 시키겠는데. 대박이다!”

“진짜 누구보다 잘하네. 호호호”

주위의 단원들이 대 놓고 하진 않지만, 태수 형과 원효성을 비교하듯이 이야길 하자, 마이 페이스로 김켈리 감독에게 한소릴 듣고도 멀쩡하던, 원효성의 얼굴이 일그러져 버렸다.

뮤지컬 주연배우로 설 만큼 잘 생긴 원효성의 얼굴은 이날뿐만 아니라 며칠씩이나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갈라쇼가 아닌 ‘고스트’를 다 같이 연습할 때도 같은 노래로 세 명이 비교당하다 보니, 어디 가서 노래로 기죽어 본 적 없는 원효성이 가장 노래를 못하는 배우취급을 당하게 되었고, 잘생긴 그 얼굴은 늘 찡그리거나 굳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

“야, 큰일 났다. 비상이야!”

“비상요? 무슨 일인데요?”

“원효성이 갑자기 ‘고스트’ 출연을 번복했다. 일정상 출연 못 하겠단다.”

“네? 아니, 갈라쇼 이틀 전에 이렇게 파토를 내 버리는 건, 물 먹이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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