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54화 (154/237)

# 154

듣고 싶은 말.

“오올~ 감정전달도 좋고 음색도 좋은데, 그런데, 태수는 따로 트레이닝을 받아본 적이 없는 거야? 아예 이쪽은 처음인 거지?”

켈리네의 선임배우인 김성웅 형이 노래를 듣고 나서 파악을 한 것인지 물어왔다.

“네넵 그렇습니다. 전공도 아니었고, 노래를 제대로 불러 본 적도 없습니다.”

“흠. 음색은 정말 좋은데, 성대도 단련되지 않았을 테고, 갈 길이 머네.

넌 내일 다른 사람보다 2시간 더 일찍 와서 몸 풀고, 따로 강습을 받도록 하자, 소원이네 회사라고 하니깐 그런 일정은 너희 회사에서 처리해 줘야 한다.”

“네, 그렇지 않아도, 연습시간 이후에는 또 따로 회사에서 강습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선임님도 신경 좀 부탁드릴게요.”

“그래. 선생님도 신경을 쓴다고 하시니 챙겨야지.

자자! 정렬! 오늘부터 실제 ‘고스트’연습이다.

넘버 4번 ‘환자들의 노래’는 주, 조연, 앙상블까지 모두 다 같이 부르는 거라 배역 결정이 안 났어도 연습이 가능하니 모두 준비해.

그리고, 다들 소원이가 주연인 건 알지? 그러니 소원이 뒤로 라인 맞춰!

소원이가 앞에서 선도한다. 건반! 고!”

[내가 삶을 더럽힌 거야.

내가 나를 누워만 있는 지옥으로 떠밀어 버린 거야.

내 자신이 날 묶어 버린 거야.

의사든, 간호사든 그 누구도 나를 구해줄 수 없어.

이젠 아픔도 끝났어!

내 가슴에 아픔을 박아 넣어 버린 것은 바로 나야.

(모두같이)

아니야! 아니야! 자책하지 마.

사회가 그렇게 만든 거야. 사회가 너를 더럽힌 거야.

넌 최선을 다해서 거짓말을 한 거뿐이야.

침대에 누워봐. 저기 봐 밝은 빛과 천사가 다가오잖아.

거짓을 말하고, 천사를 속여봐!

콧대만 높은 천사를 속여봐! 속여봐!

천사를 속이면 불이 꺼지고, 좀 더 안전해질 거야! 속여봐!

걱정하지 마, 넌 누워있는 환자가 아니야!

우리는 모두 환자가 아니야!]

노래를 내가 부르며 율동을 같이 하면서도 뭔가 가사가 아스트랄하긴 했다.

‘환자의 노래’는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입원한 주인공 ‘진만’이 정신을 차리는데, 8인 병실에 같이 입원해 있는 사람들과 이야길 하며, 부모님이 타지 말라고 했던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가 났다고 자책을 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같이 입원해 있던 환자들이 자책하지 말고, 사회 탓을 하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의사와 간호사를 속이라고 이야길 하는 장면을 나타내는 넘버였다.

총 22개의 넘버가 고스트에 들어가 있는데, 20명 남짓한 모든 출연자 중에서 15명이 다 같이 부르는 가장 큰 규모의 넘버였기에, 연습실에 있는 모두가 다 같이 연습을 했다.

그리고, 환자의 노래 이후로는 각 배역별로 정해진 넘버들을 조를 짜서 무한 반복하는 연습에 들어갔다.

**

“선임님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뒷정리 부탁한다. 내일 봐~”

연습이 끝나자 기존 막내인 4명에 서태수형까지 5명이 바닥을 한번 닦고, 신발장에 알코올 스프레이를 뿌리고, 후다닥 정리를 끝내고 연습실을 나왔다.

“형, 막내라서 어쩔 수 없이 이런 걸 해야 해요.

캐스팅이 결정이 나면 진짜 막내라도 주연은 청소나 뒷정리를 안 하게 되니깐 그때까진 참고하세요. 배역이 정해지면 또 계급이 정해지는 게 좀 웃기죠?”

“그러게, 군대도 아니고, 여긴 또 언제 막내가 들어올지도 모르잖아.”

“예체능 쪽이 도제식의 내리사랑이 내려오는 판이다 보니, 이런 계급이나 서열화가 되어 있는 게 좀 짜증이 나긴 해요. 실력보단 연차나 인맥이 우선시 되는 것도 많고.

우리 선임은 착하고 좋지만, 선임배우를 잘못 만나서 눈 밖에 나면 왕따를 당하기도 하고, 배역에서 배제되는 나쁜 악습도 많아요.

나중에 형이 힘이 생기면 이런 거 좀 정리해주세요.”

“내가? 넌?”

“전 이게 부업이지만, 형은 이게 본업이잖아요. 그리고, 형이 인상 쓰면서 화를 내면 무서워서 악습도 사라질 것 같지 않아요? 하하하”

“그래, 내 얼굴이면 악습이 없어지겠네. 하하하.

그런데, 진짜 걱정인데, 내 외모로 ‘진만’역에 캐스팅이 될까?

김 감독님이나 너는 무조건 주연이라고 하지만, 뮤지컬은 상업적이어야 하잖아.

티켓을 팔기 위해서는 소원이 너 같이 비주얼 적으로 되는 사람이 주연이 돼야 상업적인 성공이 되지.”

“그것도 맞지만, 아이돌은 곁가지에요. 티켓 파워를 위해 트리플 캐스팅으로 아이돌을 캐스팅하긴 하지만, 아이돌을 따라 오는 팬들은 뜨내기예요.

고정적으로 뮤지컬을 향유하는 뮤지컬 팬들은 아이돌 공연일에는 오지 않아요.

제대로 뮤지컬을 아시는 분들은 뮤지컬 계에서 커온 진짜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를 원하거든요.

그런 분들은 비주얼을 신경 쓰긴 하지만, 그게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 않아요. 형의 그 음색과 노래라면 금방 팬이 생길 거고, 비주얼적인 부분은 그리 큰 부분이 아닐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태수 형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격려를 했지만, 얼굴 표정이 그리 밝아지진 않았다.

외모적인 콤플렉스가 진짜 있는 건지 아니면, 소심한 성격상 이런 건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형! 안 되겠다. 사무실엔 내가 이야기할 테니깐 일단 나랑 어디 좀 갑시다. 자 따라오세요.”

**

“어머, 짝 쌍꺼풀이네요. 끼가 많으시겠다. 오호호호”

“저..저기 그런데, 진짜 제 머리도 스트레이트가 가능한가요? 제가 저희 동네에서 몇 번이나 했었는데 제대로 안 되었거든요.”

“거긴 기술이 없는 거죠. 이젠 고슴도치에게 파마를 해줄 수 있고, 양에게 스트레이트를 해줄 수도 있는 게 요즘 기술이에요. 이 정도 곱슬은 충분해요. 자 눈 감으세요. 눈썹부터 다듬고 전체적인 케어 들어갈게요.”

태수 형을 데리고 간 곳은 YAM을 담당하는 미용실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전생의 태수 형 스타일을 이야기해주며, 메이크업까지 부탁했다.

“뮤지컬 배우라면 미백에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메이크업만으론 안될 거에요. 비욘세 주사, 마늘 주사를 다 맞아야 좀 효과가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저분은 레드샵 장부에 올려야 하는 거죠?”

“네, 우리 쪽 장부로 해주시면 됩니다.”

스탭에게 태수 형을 맡긴 지 세 시간이 지나자 내가 전생에 기억하는 모습이 씌어진 서태수가 만들어졌다.

이마를 들어내며 자신감 있게 2:8 포마드로 올려진 깔끔한 머리스타일을 하고 송충이 같던 짙은 눈썹이 정리되자 시골 총각 채치수의 이미지가 없어지고, 꽤 남자다운 선 굵은 사나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머리를 하는 동안 코디네이터가 가져다준 옷까지 입자 첫눈에 연예인이구나 하는 느낌은 없어도, 잘 꾸며진 20대 훈남은 충분히 될 정도의 외모가 되어 있었다.

태수 형도 새롭게 바뀐 자신의 이미지가 낯선지 몇 번이고 거울을 보며 얼굴을 이리저리 비추어 봤다.

“어머 어머, 키가 있다 보니 어깨도 넓어 보이고, 진짜 머리스타일 바꾼 것만으로 사람 이미지가 달라지네. 멋지다!”

“샵 실장님 말처럼 진짜 형 이제 연예인 같아요. 굿굿!”

나는 물론이고, 서비스업에 있는 샵 실장이다 보니, 이런 사람에겐 무한 칭찬을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기에 한참동안이나 칭찬을 해주고,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줬다.

“헤헤. 진짜야? 진작에 서울에 와서 머리를 했어야 했는데. 이제야 이런 걸 알게 되었네.”

“그럼, 이렇게 꾸민 걸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러 갑시다.”

“어..어딜? 설마 크..클럽을 가는 거야?”

늘 이야기만 들었던 클럽에 가는 거라고 지레짐작했는지, 얼굴이 활짝 꽃이 피었다.

“태수 형 김칫국물킹이네요. 사무실부터 가야죠. 이 형 안 되겠네.”

“아..아 미안.”

얼굴이 벌게진 태수 형을 좀 더 놀리다가 회사로 가니 모두들 미리 모여 있었고, [레드샵 정식 소속 연예인 1호 서태수 입단식!]이라고 적힌 현수막도 걸려있었다.

“자, 여기 어깨띠도 하자.”

남인철 실장이 금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소속 연예인 1호’가 적힌 어깨띠를 채워줬다.

“이야, 샵 다녀오니 진짜 사람이 달라 보이네. 기자들도 있으니깐 웃어봐. 얼굴은 또 왜 이리 굳어 있어?”

“진짜 ‘빨간 펀치’ 분들을 보게 된 게 신기해서요. 그런데,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요?”

“태수형이 이제 우리 가족이 되었으니깐 입단식 해야죠. 축구도 새로 선수 영입하면 입단식 하잖아요.

우리도 그렇게 입단식을 해주는 겁니다. 남실장님 가족분들은 아직 안 오셨어요?”

“이미 도착해서 우리 메이크업 샘이 가족들을 꾸며주고 있어.”

“에? 가족들도 왔다고요?”

“물론이죠. 이런 입단식에선 가족들끼리 사진도 찍고 해야죠.

그래야 내일부터 빡시게 연습을 해도 형이 도망을 못 치죠.”

내가 하는 농담에 굳어 버리는 태수 형을 보니 대현 형은 물론이고 친분으로 사진 찍으러 온 기자들도 웃음을 터트렸다.

사진을 위해 메이크업까지 한 가족들이 나오자 태수 형을 띄어 주기 위해서 레드샵에 입단한 소감 인터뷰도 하고, 진짜 연예인이 되었다는 것을 가족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다 같이 단체 사진도 찍고, 태수 형의 자존심과 자신감을 부여시키기 위해 다들 움직여 주었다.

“그럼, 입단식 기념으로 축하곡을 태수 형이 부르죠. 유일하게 아는 제 노래로 부탁해요~”

“그럴까? 흠..흠..늦은 밤 끝에 걸려있는, 하지 못한 말...”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울려 퍼지는 서태수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다들 집중해서 귀를 기울였다.

“이야~ 음색이 진짜 독보적이다. 감미롭다. 발라드를 위해 태어난 목소리 같은데.”

“조금 다듬으면 진짜 역대급 발라더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소원이보다 더 노래 잘하네.”

다들 노래를 듣곤 칭찬 일색이었다.

“난 갑자기 소원이가 아이돌은 절대 불가능한 사람을 소속 1호 연예인으로 데리고 왔고, 남 실장님도 급하게 막 움직이기에 뭐지? 했는데, 노랠 들어보니 왜 소원이와 남 실장님이 그렇게 했는지 다 이해가 되네.

그리고, 나도 내가 부르려고 숨겨뒀던 곡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또 처음이다.”

“형이 마음에 든다고 하니 좋네요.

그렇지 않아도, 대현 형에게 보컬강의를 좀 부탁하려고 했어요.

김영민 선생님은 연기 지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뮤지컬에 투자한다고 하더니, 그럼 서태수는 뮤지컬 배우 쪽이야?”

“네, 나중에 따로 앨범을 낼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뮤지컬에 집중하려고요. 그럼 입단식의 끝으로 회식하러 가죠. 다들 술은 소주, 맥주 한 잔씩만!”

**

“이야, 진짜 어제의 서태수야?”

“어멋 등빨 훈남이 되었네.”

“역시 남자는 머리빨, 옷빨이야.”

뮤지컬 연습실에 가니 배우들이 태수 형의 변화된 모습에 다들 놀라워했다.

‘아휴 아닙니다. 그냥 미용실 실장님들이 다 해주신 거라서요. 하하하’

‘다 미용실 실장님 덕분입니다.’

태수 형도 이런 외형적인 변화로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져서 즐거운지, 늘 웃으며 미용실 실장님 덕이라고 겸양을 떨었다.

칭찬이 고릴라도 춤추게 하는지, 채치수를 닮았던 시골 총각은 덩치 큰 댄싱 훈남이 되어 무슨 일이든 앞에 나서고,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몸을 흔들어 대면서 먼저 노래들을 선도하기도 했다. 덕분에, 쉽게 뮤지컬 배우들 속에 들어가 진짜 배우 동료로 받아들여졌다.

“소원아. 네가 진짜 은인이다. 난 내가 무엇을 하라고 하든 다 할 거야. 이거 진짜다.”

“햐, 형 그런 이야기는 여자에게 듣고 싶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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