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3
도미냐 가자미냐?
“그런데, 진짜 어떻게 노래 한 곡만 듣고 계약을 하자고 하는 것인지 말이 안 되는 거 같습니다.
더구나 뮤지컬을 하자고 하셨는데 전 뮤지컬 노래 아는 것도 없고, 제대로 뮤지컬 공연을 본 적도 없는데, 저의 뭘 보고 뮤지컬을 같이 하자고 하는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미래에서 당신이 날려주는 걸 봤으니깐요.’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다른 핑계를 댈 수밖에 없었다.
“뭐랄까 감이라고밖에 말을 못 하겠네요. 처음 들었을 때 필이 꽂히는 그런 느낌요.
그리고, 그런 감이나 느낌을 저 혼자 받은 게 아니라, 남인철 실장님도 받았고, 김켈리 감독님도 같이 받은 겁니다. 그러니 이렇게 세 명 모두 여기 와 있는 것이고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여기 남인철 실장님이 가수 ‘빨간 펀치’를 발굴하고 데뷔시킨 분이 십니다. 될성싶은 떡잎을 바로 알아본 거죠.
물론, 서태수님은 떡잎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겠지만, 이건 확실합니다.
여기 있는 세 명 모두가 서태수씨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계약을 하자고 하는 겁니다.”
노래 한 곡만으로도 재능을 알아 보기엔 충분하다고, 계약하자고 띄어 주었음에도 성격이 조심스러운 것인지, 서태수의 입에서는 흔쾌히 좋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고, 고민하고 있다는 게 바로 얼굴에 드러났다.
“일단, 시간이 늦었기에 우린 서울로 올라가야 합니다. 언제든지 여기 적혀있는 연락처로 연락을 주세요.
바로, 업계 최고 대우는 힘들더라도, 서울에서 살 수 있는 숙소와 담당 매니저를 배정해서 최고의 가수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어이쿠 시간이 벌써 이리되었네요.
자, 김 감독님, 윤 사장님 어서 차로 가시죠. 지금 출발하지 않으면 자정 넘어서 서울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윤 사장님 다음 스케줄이 펑크 나게 됩니다. 어서 가시죠.”
아직 서태수가 완전히 넘어와서 계약하자고 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남인철 실장이 있지도 않은 내 스케줄을 핑계로 얼른 서울로 올라가자고 이끌었다. 뭔가 생각이 있는 것 같아 따라줬다.
하지만, 급히 이동하면서도 서태수에게는 손을 들어 전화하라는 제스처를 보여주며 물러났다.
**
“제가 보기에 서태수씨는 좀 우유부단한 사람 같으면서도 의심이 많은 스타일 같습니다.
옆에서 계속 뭘 해라고 하면 망설이며 더 의심하게 되는 조심스러운 성격입니다. 그래서, 일단 혼자서 생각하고 판단할 시간을 줄 수 있게 두 분을 모신 겁니다.
아마, 두 분이 바람을 잔뜩 넣어 놓으셨으니 빠르면 내일, 늦어도 일주일 안에 연락이 올 겁니다. 그때 바로 계약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연락이 일주일 넘게 오지 않는다면 주최 측을 통해 알아둔 연락처가 있으니, 그땐 직접 집으로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남 실장의 말을 듣고 보니, 역시 이 바닥에서 실장이라는 직함이 그저 생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감독님, 그럼 서태수씨는 우리 소속사로 데리고 가도 되겠지요? 그리고, 충분히 만족하시죠? 그럼 주연인 ‘진만’역에는 저와 서태수 두 명이 확정 난 겁니다.”
“뭐 이야기한 것도 있고, 충분히 괜찮아 보이니 일단 받아들이지.
그리고, 서태수에겐 전문적인 매니지먼트인 레드샵이 좋겠지. 우리 켈리네는 제작사이니 전속 배우를 들인다고 해도 관리가 안 될 거고.
하지만, 아쉽기는 하네. 흠..”
서태수란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을 보았지만, 품에 거두지 못한다는 것에 속이 쓰린 듯 흐음.. 하는 앓는 소리가 이후에도 몇 번이나 들렸다.
아마도, 오산으로 출발하기 전 나를 만났을 때 한 말을 지금은 후회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
“그러면 투자 건에 대해서 전상일 본부장님은 권한이 없다는 말인가요? MSM의 본부장이 투자 건에 대해 집행 권한이 없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권한이 있는 겁니까?”
“그게 김 감독님 이번 켈리네의 ‘고스트’ 투자건은 MSM의 이름으로 집행하는 게 맞지만, 실제 투자비용을 집행하는 건 MSM의 하부 레이블인 레드샵입니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레드샵의 윤소원이 개인 투자를 하면서 회사의 이름을 빌려 달라고 한 겁니다.”
“아니 왜요? 그리고, 윤소원은 이제 20살이지 않습니까?
데뷔 년 차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투자하겠다는 10억이란 돈을 정말 가지고 있긴 있습니까?
아무리 아이돌이 돈을 잘 번다고 하지만, 아직 데뷔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20살이 투자 건을 집행한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투자금 집행을 해주지 않기 위한 핑계 아닙니까?”
“그런 핑계도 아니고, 돈이 없는데, 투자하겠다고 사기 치는 투자사기도 아닙니다. 그런 걱정은 전혀 안 하셔도 됩니다.
사실 MSM이든, JYG, SGY이든 1위 곡을 여러 개 들고 있는 아이돌들은 속칭 말하는 영 앤 리치(young and rich)들입니다.
거기다 소원이 같은 경우는 곡까지 쓰죠.
아이돌 활동에 따른 수익에, 저작권 수입이 아마 제 연봉은 가뿐하게 넘길 겁니다.
더구나, 중국에서 맺은 프로듀싱 계약에 따른 수입도 있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비싼 유명 라이센스 뮤지컬을 혼자서도 들고 올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째 선진 모르겠지만, 갑자기 창작 뮤지컬에 투자하고 싶은데, 홍보, 마케팅을 위해 MSM 이름으로 투자하듯이 해달라고 하더군요.
뭐, 본인이 투자금을 다 출자하겠다고 했으니 우린 그냥 그걸 집행해 줄 뿐입니다.
그리고, 김 감독님도 아시다시피, 뮤지컬 투자라는 건 캐스팅이 확정돼야 현물이든 현금이든 집행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직 주연 배역 캐스팅도 되지 않았는데, 투자금 집행을 해달라고 하시니 제가 못 해드린다고 이야기 드린 것이고요.
일단, 투자 주체인 소원이를 불렀으니 직접 한번 이야기를 해보십시오.”
“아니, 내 첫 총괄 감독작품인 ‘날개’에 출연 캐스팅 요청했을 때는 까더니, 왜 이번엔 직접 나서서 투자를 하겠다고 하는 겁니까? 도통, 이해가 안 가네요.”
“네? 캐스팅이라니요?
아~ 아마도, 저는 물론이고 소원이도 김 감독님께 캐스팅 되었다는걸 모를 것 같네요.”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분명 캐스팅 제안서를 보냈는데, 당사자가 모른다니요.”
“아마도, 실무진 선에서 반려되었을 겁니다. MSM에서는 국내 창작뮤지컬보단 라이센스 공연을 우선시 하는 게 회사 내규이다 보니. 좀...흠.
아마, 그래서 저는 물론이고 소원이도 모를 겁니다. 이 부분은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이다 보니 양해를 좀 부탁드립니다.”
김켈리 교수는 전상일 본부장의 양해 부탁한다는 말에 속에서 울컥하는 게 올라왔지만,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윤소원에게 수업 중 캐스팅 제의를 했고, 그 이후로 MSM이 투자를 해주기로 한 것에 대해서 캐스팅에 대한 당연한 응답이라고 생각을 했었던 게 잘못된 생각인 걸 깨달았다.
단순히 티켓 파워를 위해 윤소원을 캐스팅 한 것인데, 이 투자건 자체가 모두 다 윤소원이 주도 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안녕하세요? 두 분 다 많이 기다리셨죠? 밖에서 대충 들었는데, 투자금 건으로 김 감독님이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해드리면 되는 건가요?”
“아..아니 아직 캐스팅이 미확정인데도 투자금이 조기에 집행이 되었으면 해서 하는데..”
김켈리 감독은 방금 알게 된 사실들이 아직 정리되지도 않았는데, 윤소원이 훅 들어오다 보니, 갈피를 잡지를 못했다.
“보통 캐스팅이 된 주연배들을 보고 투자금이 집행되는 게 이쪽의 관례로 아는데, 그럼 트리플 중에서 한자리는 캐스팅된 제가 확실하겠네요. 맞죠?
그럼, 다른 2명은 누구인가요?”
“그게 아직 조건교섭을 하고있어서 아직 미확정이야.”
“아, 그럼, 보통은 투자사 추천으로 1명을 꽂는다는 것도 있던데.
제가 한 명 추천해도 될까요? 당연히 감독님이 보시게 되면 바로 오케이 하실 정도의 사람입니다.”
“소원아, 아 윤소원 사장. 보통 투자사 추천으로 1명은 되지만, 2명은 안 되는 거야. 그게 관례야.”
내 이야길 듣던 전상일 본부장이 2명은 안 된다고 이야길 했다.
“본부장님, 전 교수님 수업 중에 캐스팅 된 거예요. 그래서, 별도로 쳐야죠.
그리고, 추천하는 사람이 저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니 아마 감독님이 보시게 되면 바로 반하실 겁니다. 이건 제가 보증하죠.”
“일단 그 사람을 한번 봐야 이게 정당한 투자사의 추천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겠죠.
그리고, 투자사의 T/O라고 할 수 있는 자리는 일단, 윤소원으로 결정된 거로 확정하겠습니다. 보여주겠다는 진짜 그 배우가 뛰어난 배우라면 캐스팅으로 섭외하는 거로 하죠. 물론, 캐스팅할 만큼의 기준이 안 된다면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그게 공과 사를 뚜렷하게 정리할 수 있는 방법 같군요. 윤.사.장.님.”
“네, 알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 배우를 지금 보러 갈 예정이었는데, 같이 저희 차로 가시죠.”
**
이렇게 급하게 내려온 오산에서의 일로 트리플 캐스팅의 두 자리가 채워지자, 나머지 한자리를 누가 차지할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감독님 트리플 캐스팅중 다른 한자리는 생각해둔 배우가 누구인가요?”
“원효성으로 생각을 해두고 있고, 지금 그쪽 매니지먼트와 협의 중이야.”
김켈리 감독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원효성은 전생에서도 ‘고스트’의 주연 배우였고, 토니상 극본상에 노미네이트 되며 히트작이 되어 오픈런 공연을 했을 때도 2년 가까이 주연의 자리를 지켜주었던 배우였기 때문이었다.
“원효성이 픽스나면, 그때 전체적으로 출연진들 미팅이 있을 거야.
다음 주 까지는 서태수와 계약을 하고, 최소한의 뮤지컬 넘버들은 부를 수 있게 준비를 해줘야 해.
지금은 노래에 대한 필 하나만으로 주연으로 캐스팅되었다고 이야길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다른 제작담당들도 만족할 수 있게 공개오디션을 해서 실력을 보여줘야 할 거야.”
“네, 오늘 본 그 정도의 수준이라면 아마 모든 사람들이 서태수씨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럼, 내일 중으로 김충익 과장과 이야길 해서 투자금이 바로 집행될 수 있게 처리하겠습니다.”
**
“서태수에게서 계약하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내일 사무실로 오기로 했습니다. 계약 조건은 알려주신 그대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무실에 오니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남인철 실장이 보고를 해왔다.
“다행히 사흘 만에 연락이 왔네요. 연습시간은 어느 정도 되겠네요.
일단 계약 부분은 실장님께 맡길게요. 전 내일 일정상 ‘고스트’ 연습실에서나 겨우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나면 남실장님이 바로 연습실로 서태수씨를 데려다주면 될 겁니다. 날짜가 어느 정도 여유는 있지만, 그래도 쇠뿔도 단김에 뽑으라고 내일부터 바로 연습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첫 연습에 필요한 준비물은 제가 알려드렸죠?”
“네, 요가 매트라든지 연습복 같은 것도 미리 준비해두겠습니다.”
다음날 정오에 정상적으로 서태수와 계약을 했다는 남인철 실장의 문자를 받았기에 그제야 한숨을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고스트’의 연습실로 출근해서 인사를 하는데, 분위기가 평상시와는 달랐다.
다른 앙상블 신인배우들이 막내들의 일을 잘 처리해서 내가 할 일은 없었는데, 내가 처리해야 할 가장 큰 짐이 연습실 구석 기둥 뒤에 쭈구리처럼 앉아 있었다.
‘이거 원, 남인철 실장님이 소심한 성격이라고 판단했을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이건 너무 소심한데.’
“어, 태수 형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연습하는 거 맞죠? 잘 오셨어요!”
일부러 밝게 아는 척을 하며 서태수에게 인사를 했다. 내 인사 때문에 다른 배우들이 쳐다보는 게 부담스러운지 안절부절못하는 서태수의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
“이제 같은 소속사이니 태수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노래 연습은 많이 했어요? 아, 형 낯을 좀 많이 가리는구나. 그건 시간이 해결해 줄 거에요. 형, 스트레칭이나 웜업은 했어요?”
내가 엄청 친하게 이야길 하고, 손을 잡아끌어 몸풀기를 하려고 하자 마치 끌려가기 싫어하는 허스키 강아지처럼 버티다가 포기했는지 기둥 뒤를 벗어났다.
“자, 스트레칭 방법부터 알려줄게요. 다리 쭈욱~ 펴고, 아파도 참아야죠. 자 누릅니다.”
“아악, 자..잠시만..”
“이번에는 PT-8번 체조하면서 몸풀기에요. 이때 입술, 혀, 목을 다 풀 수 있게 우루루루 하시면 돼요. 어서 하세요! 소리 더 크게! 배에 힘주고요!
다시, 한 번 더! 좋아요. 소리 좋다~!”
서태수형의 덩치가 나보다 조금 더 크다 보니, 울림통이 좋은지 입 풀기를 위해 우루루루 하는 소리의 질도 남달랐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웜업을 하며 우리를 힐끗, 힐끗 쳐다봤다.
그리고, 버핏과 토끼 춤까지 해서 충분하게 웜업이 된 것 같자 물을 마시게 했다.
“어때요? 몸이 풀린 것 같아요? 이젠 매일 연습실에 일찍 나와서 이렇게 몸과 입을 풀고, 몸 관리 해야 해요. 형은 또 다이어트도 좀 필요하다 보니, 식단도 아마 남 실장님이 짜주실 거에요.”
“그..그런데, 소..소원아, 진짜 내가 뮤지컬 해도 되는 거야?
저기 배우들 봐 봐. 그리고 너도 그렇고, 다들 잘생기고 호리호리한데, 진짜 내가 뮤지컬 배우가 될 수 있을까? 다들 날 보는 눈빛이 좀 그렇잖아.”
“아, 형 그건 오늘 처음 왔으니 저 사람 뭐 하는 사람이지 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에서 오는 눈빛이죠.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다 같은 무대에 설 동료로서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한 거죠.
혹시, 형 노래 가사 다 아는 거 있어요?”
“노래? 뮤지컬 노래는 며칠 동안 많이 듣기는 했는데, 완곡을 다 부를 만큼 외운 건 없어.
음. 굳이 따지면, 네 노래 ‘늦은 밤에’는 많이 들어서 가사를 다 외우긴 해.”
“그래요? 그럼, 자 앞으로 나와보세요. 저랑 같이 노래 한번 부르죠.”
또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는 허스키 강아지 같은 태수형의 손을 잡아서 연습실 중앙으로 이끌었다.
자신감이 부족한지, 내 손을 잡고 연습실 중앙으로 나온 후에도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런 태도라면 죽도 밥도 안될 것 같았다.
“태수 형. 고개 들어요. 움츠러들지 마세요.
지금 형의 수준이 어떤지 궁금해하는 다른 경쟁자들이 안 보여요?
이 연습실은 정글이에요. 다 실력 없는 형을 발 아래에 두고, 주려 밟아가며 계단처럼 위로 올라가려는 경쟁자들이 있는 곳이라고요.
눈에 불을 켜고 있는 맹수들이 있는 곳이라고요.
뭐, 그렇다고 이기기 위해 똑같은 짐승이 되라는 말은 아니에요.
마음을 환하고, 밝게 가지세요. 바닥에 깔려주기 위해 온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죠.”
내가 작게 속삭이는 소리에 그제야 고개를 들어서 나를 마주 봤다.
[늦은 밤 끝에 걸려있는, 하지 못한 말. 너와 나누고 싶었던 소주 한잔. 너무 아껴두었기에 하지 못한 그 말....]
전주도 없이 내가 먼저 노래를 부르는데, 뮤지컬 발성으로 바꾸어서 천천히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빛으로 형도 같이 따라 불러라고 눈치를 주자 소심해서 열리지 않을 것 같던 입이 열리며 같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확실히 제대로 트레이닝을 받지 않아 음정이 불안한 게 있었지만, 타고난 음색이 어디 가는 게 아니었다. 음색이 그냥 깡패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태수 형이 혼자 부를 수 있게 난 소리를 줄이며, 옆에서 흐뭇하게 지켜봤다.
[이제야 외쳐본다. 사랑해. 사랑해 너를 사랑한다!...]
“햐 노래 잘 부른다. 음색이 좋은데.”, “소원이 노래인데, 뭔가 느낌이 다르네. 리메이크해도 되겠다.” “외모와는 달리 음색이 장난 아니다.”
“역시, 음색은 신의 선물이야. 나도 저런 목소리였으면 좋겠다.”
노래가 끝이 나자, 연습실에 있던 배우들의 긍정적인 감상이 들려오자, 그제야 굳어 있던 태수형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어때요. 형? 형 자신이 보기에도 재능이 있는 거 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