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51화 (151/237)

# 151

낙하산.

“야야 근데 그거 이야기 들었어?”

“무슨 이야기?”

“이번에 우리 뮤지컬에 MSM 엔터가 투자한다는 소문 말이야.”

“에? 그거 진짜 헛 소문이네. MSM은 창작 뮤지컬에는 투자를 안 하잖아.

그리고, 이번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베르테르'에 투자했다던데. 거기에 슈퍼 키즈 멤버 기호인가가 트리플 캐스팅이잖아.”

“그렇네. 거기에 이미 투자했다는 건 알고 있었고, MSM 엔터 자체도 라이센스 공연 위주의 대형 공연만 투자한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인데, 그런 헛소문은 왜 도는 거냐? 소문의 출처는?”

“출처는 나도 모르지. 말그대로 우리 켈리네에서만 도는 소문인데 뭐. 그런데, 듣기로는 김충익 과장님이 MSM에 다녀오고 해서 투자할지도 모른다고 하던데.”

“야, 그럼 내가 삼성전자 본사에 다녀오면 삼성에서 나에게 투자해 준다디?

김과장님은 일단 투자사들 돌아다니면서 투자의향서 같은 걸 다 뿌려보고 하는 거겠지.”

“저번 공연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해서, 김켈리 감독님 믿고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많이 떨어져 나갔다고 하더니, 이젠 다른 곳처럼 투자의향서를 들고 투자받으려고 돌아다니는가 보다. 감독님 처음 독립한다고 했을때는, 서로 투자하겠다고 난리였는데.”

“그러게, 처음 김켈리 감독님 보고 들어올 때는 나에게도 장밋빛인생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회사 사정도 안 좋다고 하고...이러다 ‘고스트’도 제목 따라서 스르륵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

“그래도 김켈리 감독님인데, 믿어보자고. 그건 그렇고, 오늘부터 앙상블 맡을 신입배우들이 온다고 안 했어? 일찍 안 오는 거 보면 다들 진짜 신인들이겠지?”

“그렇겠지. 오후 3시부터 연습이면 최소 2시에는 와서 몸 풀고 웜업해서 준비를 해야 하는데, 다들 오후 3시라서 그 시간에 맞추어서 오겠지.”

“훗, 처음에 나도 그랬고, 너희도 다들 그랬잖아. 쿠사리 양껏 들었지.

끝마치고 집에 갈 때 노동법에도 미리 준비하는건 시간외 불법노동이라고 울분을 토했었는데. 하하하. 그런데, 어느새 우리가 고인물이 되었네.”

“어쩔 수 없지 뭐. 진짜 재능있는 사람들은 2~3년 사이에 주연급으로 날개 달고 올라가거나, 아니면 박봉으로 인한 생활고로 이 생활 그만두거나 하니깐.”

“우린, 최저시급이라도 지켜주는 켈리네에 전속으로 있으니깐 그래도 다행이야. 이번에 없어진 드림씬컴퍼니는 월급까지 다 떼였다고 난리더라. 어? 누가 왔다. 누구지? 신입인가?”

**

“햐, 이 땀 냄새와 곰팡이 냄새 참 오랜만이네. 꾸질꾸질한 이 연습실 냄새에 감동하게 될 줄이야.”

연극, 뮤지컬 회사는 대부분이 영세하다 보니, 배우들의 연습실도 열에 아홉은 지하였다.

당연히 지하이다 보니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습기가 만들어낸 곰팡이 냄새와 사람들이 뿜어내는 특유의 땀 냄새가 섞인 기묘한 냄새가 연습실에서는 났었다.

뮤지컬 ‘고스트’의 연습을 위해 처음으로 온 연습실도 사정이 다르지 않은지 연습실 냄새라 불렀던 특유의 체취가 코를 간지럽혔다.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연습실 나오기로 한 윤소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연습실 문을 열자 남녀 4~5명이 앉아서 웜업 하는게 보이자 꾸벅 인사부터 했다.

“응? YAM의 윤소원? 에? 왜? 여긴 왜 오신거에요?”

“꺅! 진짜 윤소원이야?”

“여기 연습실은 ‘고스트’ 연습실이에요. 잘못 오신 거 아니에요?”

갑자기 들어온 사람이 TV에서 보던 사람이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잘못온거 아니냐고 먼저 물어왔다.

“선배님들 제대로 찾아온 거 맞습니다. 오늘부터 켈리네 연습실 나오기로 되어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직도 뻥 져 있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난 신발을 비어있는 신발장에 넣고 연습용 신발로 갈아 신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곰팡이 제로 스프레이를 신발장 구석구석과 다른 사람들의 연습용 신발 안쪽에도 뿌려줬다.

연습실에서 냄새가 많이 나자, 그 냄새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했었던 막내들의 연습실 규칙이었다.

그리곤, 연습실의 막내가 늘상 출근해서 하는 일인양 제습기의 물통에 가득찬 물도 비우고, 쓰레기 통의 쓰레기도 꾹꾹 눌러주며 주위를 대충이라도 치웠다.

그리곤, 들고 온 요가 매트를 선배들의 근처에 깔곤 자연스레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저기..진짜 고스트에 캐스팅 된 거예요? 그리고, 뮤지컬 연습실이 처음은 아니죠? 요가 매트 들고 오는 거로 봐서는 이미 출연작이 있는 거 같은데?”

“네, 김 켈리 교수님이 아, 김 켈리 감독님이 고스트에서 같이 하자고 하셔서 오늘부터 나오기로 한 거 맞습니다. 뮤지컬 연습실은...처음입니다. 당연히 뮤지컬도 처음이구요.”

“아니, 그런데 막내들이 하는 일을 다 하네. 아! 아이돌 연습생도 연습실 치우고 하는 건 같은 건가?”

“아이돌 쪽은 좀 달라서 자기 옷 말고는 청소나 정리를 아예 안 해요. 그쪽은 위계질서가 뮤지컬 쪽 하곤 달라서요.

그리고, 다들 형, 누나들인데 말 편하게 하시면 됩니다. 그냥 소원으로 불러주시면 됩니다. 저 웜업 좀 하겠습니다.”

요가 매트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호흡을 가다듬곤, 양발을 넓게 찢으며 앉아 배에 힘을 주고 입과 혀, 목을 풀었다.

“우루루루루~, 휘르르르르~ 우루루루~”

요가 매트에서 꿈틀거리며 스트레칭과 함께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게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이 병신은 또 무슨 짓을 하는 거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체 몸을 써서 뛰며 노래 부르는 뮤지컬에서는 필수적인 몸풀기였다.

전생에는 이런 낯부끄러운 몸풀기를 하기 싫어서 목도 제대로 풀리지 않고, 몸도 제대로 달아오르기 전에 연습에 들어가서 결국 몸을 다쳤었다.

성대결절로 인해 원래의 목소리를 잃어버리기도 했고, 풀리지 않은 몸으로 연습을 하다 보니 제대로 된 몸놀림을 보여주지도 못해서 욕도 많이 들었었다.

오랫동안 무대에 서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1시간 심지어 공연 전 2시간 내내 몸을 풀어야 할 때도 있었다. 그게 프로였다.

이런 쓸데없어 보이는 준비와 관리들이 결국 배우들의 재능을 꽃피워주는 밑받침이 되고 배우로서 롱런할수 있는 기본이 되는 것이었다.

그걸 알기에 원래 연습시간인 3시까지 PT -8번 체조와 비슷한 몸풀기도 하며 노래를 부르고, 누운 채 손발을 위로 올려 덜덜 털어대며 우루루와 휘르르를 꾸준히 했다.

“햐, 역시 아이돌이라 그런지 붙임성이나 행동이 핵인싸네.”

“웜업과 목 푸는 걸 보니 제대로 풀 줄 아네요. 일찍 와서 준비하는 것도 좋고. 유명 아이돌에 MSM 출신이라고 나쁘게 볼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러게 저렇게 준비를 철저하게 해올 줄 몰랐다. 역시 MSM인가.”

“난 엄청 멋지게 보이는데. 처음 보는 사람들 있는 데서 저 우루루를 할 줄이야. 난 처음에 다른 사람들이 있다고 부끄러워서 못했었거든.

그런데 오늘 앙상블 배우 4명이 온다고 한 거 맞지? 설마, 윤소원을 앙상블로 쓰지는 않을 것이고, 다른 애들은 왜 안 오는 거야?”

선배들이 기다린 신입들은 3시부터 연습시간이라고 해서 2시 45분쯤부터 한두 명씩 오기 시작했는데, 다들 아는 사이 같았다.

“예종 출신이라 다들 잘 알 줄 알았는데, 하나도 모르네. 연습시간이 3시면 2시까지 와서 자기들 몸 웜업을 시작하는 건 당연하잖아.

너희 몸 풀고 웜업할때까지 우리가 기다리랴? 그건 말이 안 되잖아. 안 그래? 그리고 너희를 위해서도 미리 와서 몸을 풀어야지. 그래야 너희 몸을 안 다치는 거야.

저기 윤소원 봐라. 스케줄이 빽빽한데도 2시에 미리 와서 몸 풀고 하잖아. 내일부터는 일찍 와서 너희 몸 알아서 풀어.

연습은 칼같이 3시에 바로 시작할 거니깐, 특별히 오늘은 웜업방법이나 목 풀기를 가르쳐 줄 테니 따라서 해.

소원이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이리 와서 같이 해.”

신입 배우들에게 웜업을 가르치는 6년 차 배우인 김성웅은 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군대까지 다녀온 32살의 남자배우였는데, 경력에 비해 연기력이나 가창력이 좋은 배우로 어느 정도는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다만, 170이 안되는 작은 키와 잘생기지 않은 외모로 인해 가진바 재능보다는 낮은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는 배우였다.

그걸 본인도 알기에 주연을 노리기보다는 신입들의 트레이닝을 맡아서 하는 배우 관리나 연기를 지도하는 선임 배우, 혹은 스윙포지션으로 여러 배역을 준비해서 언제라도 출연진을 서포트 하는 역할을 자처하는 사람이었다.

어찌 보면 김성웅 같은 사람이 뮤지컬 극단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만능 배우였다. 그리고, 배우가 부족한 한국 뮤지컬 계를 실제로 떠받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자 스트레칭은 여기까지 하고, 원래 연습실이 좀 더 크면 거울 집고 오기 뺑뺑이를 시키지만, 여긴 좁으니 버핏운동과 토끼 춤으로 대체한다. 버핏 20개 하고, 토끼 춤으로 연습실 한 바퀴 돌아 토끼 춤추면서 우와, 후하 기합 넣고.”

말은 쉽지만 버핏 운동에 온몸을 쓰는 토끼 춤을 기합까지 넣으며 추고 나자 머리에서 땀이 흘러내릴 정도로 온몸 운동이 되었다.

다들 정수기에서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마실 때, 나는 준비해온 컵에 찬물과 뜨거운 물을 섞어서 마셨다.

“다들 주목! 몸을 쓰고나서 덥다고 차가운 물을 그렇게 마시면 안 돼.

뮤지컬 배우는 날렵한 몸매를 위해 거의 모두가 다이어트를 해. 아마 다들 연습전이라 공복 상태일 거고.

공복 상태에서 차가운 물을 그렇게 마시면 따뜻하다 못해 뜨거워진 위와 장이 놀라게 되고 약해지게 돼. 속칭 말하는 먹은 것도 없는데 급똥이 마렵게 되는 거야.

그렇게 약해진 위와 장은 무대에 서야 할 순간에 제대로 집중을 못 하게 만들어.

저기 윤소원이처럼 미지근한 물을 마셔라. 그게 뮤지컬 배우의 자기 몸 관리법이야. 물 한잔도 정해서 마셔야 한다.

단순히 뒷배경이나 채워주고, 코러스나 하는 게 앙상블 배우라고 생각하지 마, 이제 자신의 몸은 뮤지컬 일부라고 생각하고 관리를 해야 한다. 알겠지?”

“네!” “네엡”

“매일 연습전에 이렇게 몸을 풀어야 하니깐 1시간 전에 무조건 와야 하는 거 잊지 말고.

어떻게 보면 쓸데없어 보이는 몸풀기 같아 보이겠지만, 이게 너희들에게 가장 필요한 거야.

몸을 써서 땀이 흘러내리듯이 몸속에서는 너희들의 호르몬이 뿜어져 나올 거야. 이 호르몬이 너희에게 자신감을 줄 거다. 그 자신감이 가득 찬 상태에서 연습을 해야 해, 그렇게 연습을 해야 나중에 무대 위에서도 자신감이 생길 거고.

신인인 너희들에겐 가장 필요한 게 자신감일 테니까. 그리고, 그 배역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면, 관객들에게 전해져야 할 뮤지컬의 감동도 더 많이 전해질 수 있는 거고.

자 그럼, 기본 발성으로 파트 분배부터 해보자. 그리고, 선생님이 배역 정해주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연습 시작이야.”

선임 배우인 김성웅은 단순히 이거 하지 마라, 저거 조심하라고 그냥 지적하는 게 아니라, 왜 이런 행동을 하면 안 되고, 왜 이런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를 일일이 설명해주는 제대로 가르쳐 주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노하우를 가르쳐 주지 않으려고 벌벌 떨며 숨기기 바쁜 대부분의 선임 배우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전생에서도 이런 사람에게 제대로 배웠다면 좀 더 몸 관리를 했을 것 같았지만, 이런 선임 배우를 만나는 것 자체가 본인의 운일 터였다.

**

“야야, 윤소원이 주인공 ‘진만’ 역에 캐스팅 된 거 맞대. 트리플 캐스팅!”

“진짜야? 그럼 MSM 엔터에서 투자한다는 소문도 진짜라는 이야기잖아.

MSM은 투자하는 뮤지컬에는 꼭 자기 회사 아이돌 낙하산으로 꽂아 넣잖아. 난 아이돌과의 작업은 처음인데. 제대로 연습실에 나오려나.”

“그래도, 오늘 보니깐 제대로 발성도 하고, 몸을 움직이는 건 제대로 배웠던데. 보통 얼굴만 잘생겨서 뺀질거리는 배우나 모델 출신들보다는 훨씬 좋더라.”

“나도 아이돌이라면 인기 끌려고 실실 웃으면서 춤추는 그런 거로 생각했는데, 완전히 다르던데. 아직 넘버들을 부르는 건 못 봤지만, 제대로 스트레칭에 연습실 규칙들을 잘 따르는 걸 보면, 낙하산이라도 난 인정해준다.

그리고, 일단 팬클럽에서 지원사격을 해주니 티켓은 잘 팔릴 거잖아 그러니 대찬성! 우리 주연배우로 인정!”

“그래, 투자를 해주는 조건으로 낙하산 내려 보내는 건 어쩔 수 없지.

투자를 받아서 ‘고스트’가 제대로 무대에 올라가는 게 확정되었다는 그 자체로 좋아할 만하지.

문제는 트리플 캐스팅에서 나머지 두 자리를 누가 하느냐야. 이름있는 전문 뮤지컬 배우들이 과연 들어올지 모르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