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50화 (150/237)

# 150

야미 돈가스.

[야미 팬클럽 공지]

야미 결성 1주년을 기념하여, 팬 감사제를 마련하였습니다.

대학로 00빌딩 1층 야미돈가스(가칭)에서 진행되며, 공식 팬 미팅과는 별도로 야미 팬클럽 1기라면, 무료 참여 가능합니다.

팬클럽증 소지자에 한해 멤버들이 직접 만들어 주는 수제 돈가스가 천 원에 판매되며, 팬클럽회원이 아닌 경우 팬 감사제 참여는 불가능합니다.

이 감사제로 만들어지는 모든 수익금은 불우이웃을 돕는 데 사용됩니다.

PS : 방송프로그램 촬영도 있을 예정이오니, 얼굴이 나가면 안 되는 회원분께서는 마스크를 필수로 지참해주시기 바랍니다.

-헐, 이거 뭐임? 공지글 밑에 사진처럼 진짜 멤버들이 쉐프처럼 옷 입고 돈가스를 만들어 준다고?

-서울 상경 각 나오네. 무슨 핑계 대고 올라가지.

└당당하게 덕질하고, 살찌러 간다고.

└등판이 남아 있지 않을 듯. ㅠ.ㅜ

-YAM은 진짜 기존 MSM과는 팬 서비스 자체가 다르네.

└그러게, MSM도 이런 행사이벤트가 가능한데 왜 이제껏 다른 가수들은 안 한 거지?

└전에 기사처럼 계약 관련 소문 돌고, 팬들 떨어져 나갈 것 같으니까 부랴부랴 이렇게 이벤트 하는 거 같은 느낌.

└의도야 어찌 되었든 오빠들 볼 수 있으니깐 참여 결정! 사람들 너무 많아서 치일 것 같지만, 일단 가봐야지.

-근데, 얼굴 누출되면 안된다고 마스크 쓰면 어케 돈가스 먹어야 하는거임?

└ 마스크로 코와 눈을 가려. 그리고, 가스냐? 누출되게? 노출이겠지.

└돈가스 먹다 리신 될 듯.

**

“소원형 진짜, 이걸 하루종일 해야 하는 거예요?”

“당연하지. 가빈이 너랑 내가 돈가스 튀기는 담당이야.

그렇다고 죽어가는 표정 하지 말고. 태국에서 너 본다고 오는 팬들도 있는데, 잘 튀겨서 접대해야지.

그리고 보조로 내 친구 정호랑 현수가 백업해줄 테니까, 너무 걱정은 말고.”

이미 한번 경험을 해봤다고 수석쉐프처럼 믿으라고 가슴을 두드리며 요거트를 등심에 바르고 있는 둘을 보니 든든했다.

“보조해주는 형들이 있으니 다행이네요. 그리고 일은 힘들겠지만, 오랜만에 12명이 다 모여서 하는 활동이라 그런지 좋긴 좋네요.”

태국에서 유명인으로 대우받으며 바쁘게 있다 한국으로 온 가빈이는 오랜만의 단체 활동이라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돈가스 소스를 같이 만들 때나 튀김옷을 입힐 때도 한시도 쉬지 않고 태국에서의 활동에 대해서 떠들어 대었다.

태국이나 동남아가 신기한 게, 한국에서만 활동하더라도, 이미 그 지역에서는 슈퍼스타가 되어 있다는 거였다.

특히나 태국 출신의 아이돌들이 한국에 6명이나 있다 보니 중국, 일본에 이어서 가장 많은 아이돌과 연습생이 있는 국가라고 자부심이 있을 정도였다.

우리나라의 국뽕이 있듯이 태국도 자국에 대한 자긍심이 있어서 외국에서 활동하기만 해도 자국에서는 이미 슈퍼스타로 대우를 해줬고, 그걸 또 당연하게 국민들이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슈퍼스타 대우를 받으면서도 혼자라서 너무 아쉬웠다고 계속 같이 태국 가서 같이 활동을 하자고 우릴 설득하기 바빴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준이나 소혁이 위안이는 세 명이 함께 활동하니 외롭지도 않을 것 같고..세달후에나 다시 같이 활동할 수 있는 거죠?”

“응. 아마도 그럴 테지. 방송국 카메라 온다. 열심히 튀기자!”

‘성공! 프랜차이즈’ 방송이 방송국 내부에서만 결정되고 아직 편성이 되기 전이었음에도 먼저 촬영부터 시작이 되었는데, 덕분에 백장원 대표도 직접 와서 돈가스 외의 메뉴를 멤버들에게 지도해주었다.

“일본식 돈가스에는 기본 세트처럼 같이 따라가는 사이드 메뉴가 있는데 그게 뭘까요?”

“음. 우동요?”, “일본식 카레?”

“오, 맞아요. 유명한 돈가스 프랜차이즈 가게에 가면 우동 + 돈가스 세트가 기본으로 꼭 있고, 메밀 + 돈가스 세트가 있는 곳도 많습니다.

그리고, 밥을 찾으시는 분들을 위해 일본식 카레도 같이 파는 곳도 많죠. 거기에 퓨전으로 돈가스 소스로 카레를 올려주는 곳도 있고요.

그러니, 소원씨, 가빈씨는 돈가스를 맡고, 제일씨와 정환씨는 우동, 영호씨 규일씨는 메밀, 희라씨와 다현, 토모씨는 카레를 책임져 주시면 됩니다.

미준, 소혁, 위안씨는 전기밥솥 밥과 야채와 데코레이션을 해주시면 됩니다. 진짜 돈가스 창업을 해서 메뉴를 분업하는 형식으로 제대로 운영할 테니 잘 따라주세요.

자, 도와주시는 분들도 계시니 다들 멋지게 한번 해봅시다!”

요리의 전문가가 붙어서 도와준 것도 있지만, 20대의 젊은이들이 열심히 해서 그런지 금세 체계가 잡히고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응? 기봉이 형 그런데 카운터랑 서빙은 누가 보기로 했어요? 130평짜리 큰 가게를 섭외해 줘서 그게 걱정인데.”

“아, 그건 금철 사장님과 브레브소속의 ‘플래시걸’이 해주기로 했어.”

“네에? 금철사장님이 갑자기 왜 카운터에 오는 건가요? 흠 뭐, 그 얼굴이면 돈으로 속이는 사람은 없긴 하겠지만, 우리 회사도 아닌데.”

“금철 사장님이 부탁했어. 브레브엔터 소속의 ‘플래시걸’이 컴백할 예정인데, 여기 이벤트 가게에서 일을 도우면서 어린 친구들에게 얼굴을 좀 알리고 싶데.

YAM 멤버들이 음악을 배우는 것도 있고, 서로서로 도와야지.”

기봉이 형의 말에 금철 사장님의 생각을 알 것 같았다.

인지도가 거의 없는 ‘플래시걸’의 이름을 어린 팬들에게 알리고, 조금이나마 얼굴을 익히게 하고 싶은 것 같았다.

다만, 문제는 오늘 이벤트에 참여하는 대상이 대부분 10대 20대의 여자아이들이라 ‘플래시걸’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 수 있을지는 확언하기 힘들었다.

금철 사장님과 플래시걸도 도착을 하고, 실제 팬들에게 판매전에 시식을 겸해서 다들 만든 것을 나누어 먹어봤다. 방송을 위해서 데코레이션에 신경을 쓴 게 확실히 느껴지는 메뉴와 그릇들이었다.

“우와! 진짜 이런 돈가스 정식이면 돈 주고 사 먹을 것 같아요. 소스도 상큼하게 맛있고, 메밀의 차가움과 돈가스의 조합도 좋고, 우동도 좋고, 카레소스와도 잘 어울려요! 다이어트 해야 하는 게 진짜 맛있어요.”

카메라 감독이 남자라 그런지, 아니면 음식을 만든 우리 멤버들을 빼곤 찍을 사람이 플래시걸 밖에 없어서 그런지, 음식을 먹고 리액션을 하는 플래시걸 4명이 카메라를 독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컴백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다 오랜만에 먹는 기름진 음식에 원래보다도 더 크게 리액션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화장을 거의 하지 않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나름 청순까진 아니라도 컨셉만 잘 잡으면 뜰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쉽네.’

“백 대표님 시식 반응이 괜찮으니 이대로 영업해도 되겠습니까?”

“네, 야미돈가스는 프랜차이즈로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그럼, ‘성공 프랜차이즈’의 첫 영업 시작하겠습니다!”

황지헌 PD의 선언으로 시작된 우리의 고객감사제가 시작되었는데, 유료로 가입한 야미 팬클럽 회원의 숫자가 1만 명이 되지 않았기에 많이 잡아도 2천 명 정도로 생각을 하고 준비를 했는데, 팬심을 제대로 생각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가뜩이나 번잡한 대학로에 마련된 장소이다 보니, 가게가 있는 지역 전체에 몇천 명이 대기 줄을 서자 경호원으로는 부족해서 경찰들까지 출동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사람이 모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언론사 기자는 물론이고 유튜브나 아프리카 방송 BJ들도 달라붙기 시작했는데, 오후에는 일반 팬들까지 몰려들어서 대학로 전체에 대혼란이 벌어졌다.

“야미 팬클럽 회원만 가게 출입이 가능합니다. 팬클럽 회원증 없으신 분은 입장 자체가 안됩니다! 줄 서시더라도 소용이 없어요!”

“밤 10시까지 연장하기로 했지만, 지금 이 선 뒤에 분들은 줄을 서시더라도 재료가 없어서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양해 바랍니다! 이분 뒤에 계신 분들은 줄을 서도 안됩니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끝이지만, 조만간에 따로 한 번 더 한다고 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팬클럽회원들이 몰리자 결국엔 백장원 대표는 물론이고, 한번 이벤트 가게 경험이 있는 연영과 동기들도 급하다고 다 불러서 밤 10시까지 연장 영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손님에게 사인을 해주고 내보내자 밤 11시였다. 그제야 감사제를 표방한 고생제를 겨우 끝낼 수 있었다.

“뭔가 팬클럽 회원들과의 단합이나 서로 웃으며 음식을 해주고, 팬클럽 회원들에게 감사를 표하려고 했던게 감사제의 의도였는데, 이건 뭔가 주객이 바뀌어서 오히려 팬들에게 민폐를 끼친거 같은데요.”

“사람에 치여서 제대로 먹고 갔는지나 모르겠다. 돈 계산도 맞는지도 몰라.”

강철같은 금철사장도 카운터에서 선불 결제하며 치였는지 대충 정리한 돈과 영수증 뭉치를 던져주곤 테이블에 널브려졌다.

“우리 애들 홍보하러 왔는데, 강제 노동 다이어트만 하고 가네.”

“사장님 죄송해요. 원래라면 분명, 사람 없는 3~4시 사이에 홀을 돌면서 인사도 하고, 간이 무대에서 노래도 부르고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몰릴 줄 몰랐어요.”

“소원이 네 잘못이 아니지, 저 방송국 놈들이 문제지. 그냥 작게 게릴라성으로 알리지 않고 하려고 한 걸 팬클럽 공지까지 때려가면서 사람 모으고 화제성 만든 방송이 문제야.”

“엇! 우리 뉴스에 나와요. 전국방송이 아니라 지역뉴스지만, ‘눈살찌푸리는 아이돌 팬클럽행사 이대로 좋은가?’로 나오네요.”

주방에서 나와서 먹지 못한 저녁을 먹으며 티비를 보던 규일이가 뉴스에 우리가 나온다고 급히 불렀다.

‘대학로 곳곳에 무질서하게 앉아 있거나, 다른 가게의 입구를 막아 버릴 만큼 줄을 서서 영업을 방해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행사의 취지는 팬클럽 회원들이 내는 금액으로 불우이웃을 돕겠다는 좋은 취지였지만, 다른 업종의 가게에 피해를 끼치는 것은 좋은 아이돌 팬 문화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몇천 명이 모인 젊은 학생들로 인해 지역 상권이 살아날 수도 있다고 기대를 하는 상인들도 있기에, 지역사회와 스타 마케팅과의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이상 SEN뉴스 현장취재였습니다.’

“좋아! 네이버에 ‘야미돈가스’ 검색어도 올라왔고, 다른 방송국의 뉴스로 화젯거리도 만들었으니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야. 덕분에 바로 편성 잡았어.

일요일 저녁 프라임 타임이야!”

다들 지쳐서 멍하게 TV를 보는 와중에 혼자 들뜬 황지헌 PD는 화제성으로 좋은 시간 편성을 따냈다고 기분이 좋은지 큰소리로 외쳤다.

“오늘, 온 팬들 인터뷰도 잘 땄고, 가격이 얼마일 때 쉽게 지갑을 열지도 확인하는 설문조사도 아주 만족스러워!

더불어, 야미 팬클럽의 회원 중에서 요식업 창업을 준비 중인 부모님이 있으면 신청하라고 하는 프랜차이즈 홍보까지 한 번에 성공했으니, 이건 금전적인 규모를 따질 수 없는 완벽한 행사였다고.

어라? 아무리 힘들다지만, 다들 기뻐하지 않는 거야?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팬들의 부모님에게 다시 돌려주는 거야. 이건 세금을 집행하는 나라도 못 하는 거야.

팬질 하라고 애들에게 용돈을 준 게, 이렇게 다시 창업하시는 팬의 부모님들에게 돌아가는 거잖아.

진짜 상생이라는 게 이런 거야! 안 그래요? 백 대표?”

“협동조합이 보통은 같은 직업, 업종끼리 뭉쳐서 만드는 것인데, 이런 팬클럽이란 공통점으로 뭉치게 되는 건 저도 처음이라 하하.

황 PD님 말처럼 팬들의 부모님이 준 용돈이 다시 되돌아서 팬들의 부모에게 가는 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낸 것이니 아주 좋은 의도와 팬들을 위한 이벤트인 것 같습니다.”

황 PD나 백 대표의 말을 들으니 몸은 힘들지만, 우리가 받은 사랑을 팬들과 팬들의 가족들에게 돌려줄 방법이 생겼다는 것에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프랜차이즈에서 일하게 될 직원들에게 월급까지 줄 수 있는 경제를 만든 거니 창조경제 급이라니까. 다들 자랑스러워해도 되는 거야.

가장 어려운 처음의 시작을 YAM과 야미들이 만들어 줬으니 이 ‘야미돈가스’로 프랜차이즈화시키고, 그 혜택을 YAM과 야미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나와 방송국이 힘을 쓸 거야. 한번 지켜봐.”

방송으로 인해 이름 자체가 신뢰의 상징이 되어 버린 백 장원대표의 말을 들으니 믿음이 가긴 갔다.

“소원아, 그 프랜차이즈에 나랑 현수도 되냐?”

백장원 대표의 말을 듣던 정호와 현수가 갑자기 자기들도 프랜차이즈 가게를 할 수 있는지 물어왔다.

“너희 둘은 갑자기 왜? 학교는?”

“연영과라도 우린 연출 쪽이잖냐. 너희들이야 나이가 들어도 먹고살 돈을 많이 벌 수 있겠지만, 우리 같은 파트는 대박 치기 전에는 늘 박봉이야.

그리고, 젊을 때 경험을 쌓고 해야 나중에 그 경험이 작품에 녹아서 나올 수 있는 거잖아. 그래서 경험도 쌓고, 돈도 좀 벌려고.”

“정호 말도 맞지 마, 영화판 있다가 돈가스 튀기나, 돈가스 튀기며 영화판 일하나 같은 거지 뭐.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의 최종진화가 치킨집이라면, 영화 연출부 사람들의 최종진화로 돈가스집도 나쁘지 않을 것 같거든.”

정호와 현수의 말을 듣고 보니, 그렇지 않아도 우리 팀의 이름과 팬클럽의 이름이 들어가는데, 그 프랜차이즈를 백장원 대표에게 다 맡기는 게 좀 그렇긴 했었다.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내 편이 생기자 오히려 내가 고맙다고 해야 할 판이였다.

“좋아. 그럼, 수 쉐프로 둘 다 승진! 그리고, ‘성공 프랜차이즈’ 방송에 나가서 본격적으로 배워서 창업을 한번 해볼래?

백 대표가 법인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너희 둘도 같이 넣을게 대신에 너희가 실무 다 해야 해. 우린 솔직히 얼굴마담이잖아. 컴백하면 우리는 방송에 계속 나가기 힘들 것 같거든.”

“우린 좋지 콜! 무르기 없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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