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48화 (148/237)

# 148

걱정 하지마.

김영민 선생님의 말을 듣고, 차로 이동하며 3화까지 방송된 프로듀스108을 보는데, 초반 평가무대에서 나온 20여 초 외에는 제대로 된 분량이 진짜 없었다.

미션 곡을 진행하며 빨간 펀치 누나들과 같이 상의해서 만든 도도한 공주님 컨셉으로 미영이가 캐릭터를 조금 보여주었지만, 짧은 시간에는 이게 오히려 역효과를 볼 것 같았다.

“그래, 이런 공주님, 여왕님의 캐릭터는 데뷔 후 팬덤이 기반이 되어야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독특한 캐릭터 성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인데, 애정없이 보는 일반 사람들에겐 그냥 좀 이상한 애 이상의 어필이 되지 못하는 거구나.”

나름대로 준비해서 출연시킨 미영이나 찬희가 별 소득 없이 떨어질 것 같다는 현실에 과연 이 애들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하는 여러 가지 고민이 생겨 버렸다.

“시청자의 관점에서 내가 보기엔 만약 30명까지 살아남는다면 독특한 캐릭터 성에 프로그램 팬들이 적응해서 애칭과 함께 개성파 아이돌로 인기가 생길 수는 있을 거야. 하지만, 지금처럼 분량이 없는 상태에서는 무리야.”

옆에서 내가 프로듀스108을 보며 중얼거리는 소릴 들은 기봉이 형이 끼어들었다.

“그리고, 대현이가 심사위원 겸 멘토로 참여하지 않는 게 오히려 좋을 뻔했어.

지금 인터넷에서는 큰 기획사 출신들과 멘토들이 속해 있는 기획사의 연습생 분량이 많다고 중소기획사 연습생 팬들이 난리야.

그런 걸 또 제작진이 의식하다 보니, 레드샵 출신이라는 게 오히려 약점이 되어서 레드샵 애들의 분량이 쪼그라들어버렸어.

이런 걸 보면 MSM에서 연습생을 안 내보낸 게 맞는 거 같기도 하고.”

“MSM에서 ‘여기는 아이돌 캠프’에는 은채랑 연습생들을 내보냈었는데, 왜 이번에는 안내 보낸 거예요? 연습생이 없는 게 아니잖아요? 출연한 연습생과 나가지 않은 연습 생간의 트러블 같은 게 있어요?”

“그게 일장 일단이 있는데, 기존에 연습생으로 연차가 쌓인 애들의 반발도 좀 있지만, 그것보단, ‘여기는 아이돌 캠프’에 4명이 나가서 은채와 수나는 데뷔를 했고, 나머지 2명은 데뷔를 하지 못하고 돌아왔잖아.

그 친구들의 상태가 문제야. 이미 한 명은 바로 데뷔시켜 준다는 다른 기획사로 이적했고, 다른 한 명은 연습생을 포기했어.

데뷔에 성공한 연습생이 모든 것을 독차지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웬만한 멘탈로는 떨어진 이후의 뒷감당이 잘 안 되는 거 같아.

애써 몇 년 동안 연습생으로 준비를 시켰는데, 그렇게 오디션에서 데뷔 실패한 이후에 다른 곳으로 가거나 아이돌의 길을 포기해 버리니 회사 차원에서는 손해가 커.

영시스터가 엄청나게 잘되어서 수익이라도 많았다면 그 손해가 묻히겠지만, 그 정도가 아니니깐.

회사 입장에서는 마이너스야. 그러니 당연히 그런 오디션 프로그램에 애들을 내보내는 걸 망설일 수밖에 없는 거지. 무조건 엔오원처럼 잘된다는 보장이 있다면 내보냈겠지만, 이미 많은 오디션들이 수익을 못 내고 망했으니 아예 내보내지 않았어.”

“그리고, Big4라는 대형 기획사 출신이라는 프라이드가 연습생들에게 있었는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런 프라이드가 구겨지면서 상처를 입었겠네요.

어떻게 보면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이란 타이틀로 연습생 생활을 버티는 애들도 있을 텐데, 그런 게 무너지니 멘탈이 견디기 힘들 것도 같네요.”

“그래. 주위에서 보는 시선이라는 것도 참 크지.”

기봉이 형과 대화를 해서 그런지, 케이블 방송의 ‘카운트다운 뮤직’ 방송을 위해 Nnet 방송국에 와 있는 신인 아이돌들이 다시 보였다. 벌써 데뷔 연차로 3년째가 되다 보니,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져서 살아남은 5~6년 차 아이돌은 몇 없고, 대부분이 1~2년의 신인이라 불릴만한 가수들이 대부분이었다.

과당경쟁과 아이돌, 연습생이라는 이유로 성공만을 바라보고 달리고 있는 애들을 보니 뭔가 안쓰러웠다.

“네 오늘의 1위 후보는 위아걸스의 ‘오션 뷰’와 윤소원의 ‘늦은밤에’, 그린보이스의 ‘체온보다 높아’의 대결입니다.

4주 연속 1위를 하신 트와니즈의 ‘대답은 YES’를 대신에 윤소원의 ‘늦은밤에’가 새롭게 1위 후보가 되었습니다.

그럼 1위 후보들의 곡을 듣기 전에, 새로운 한류를 위한 새로운 남자 아이돌 그룹이 오늘 두 팀이나 나왔습니다....”

1위 후보에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케이블이라 1위 선정 방식이 공중파와는 조금 다르기에 기대해 봐도 된다는 기봉이 형의 말은 들었지만, 1위 후보에 올랐다는 것보다 오늘도 새로 데뷔한다는 그룹이 두 팀이나 있다는 것에 더 신경이 쏠렸다.

과연 저 애들은 몇 년이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에 라이브 무대에서 더 감정이 잡혀서 슬프게 노래를 부른 것 같았다.

“네. 시청자 선호도 점수, 음반 판매 점수, SNS 노출점수들을 합해서 순위가 결정됩니다. 3위는 위아걸스의 ‘오션 뷰’이구요. 그럼, 오늘의 1위 곡은 네! YAM에서 첫 솔로 정규앨범으로 돌아온 윤소원씨의 ‘늦은밤에’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솔로 데뷔 후 첫 1위를 하신 소감 부탁드립니다.”

1위 발표화면을 보면서도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1위로 내가 되어 있었다.

“음반판매와 시청자 실시간 투표에서 압도적인 수치로 1위를 하셨습니다.

소감 부탁드릴게요.”

내가 멍하게 있다 보니 MC들이 생방송 시간 때문인지 직접 와서 마이크와 트로피를 안겨주며 소감을 빨리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아.음 진짜 1위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우리 야미 팬클럽친구들이 힘써주신 것 같습니다.

아마도, 혼자 나왔지만, YAM 전체를 대표하는 것으로 생각해주시고 도와주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사랑을 잊지 않겠습니다. 해체하지 않고 10년 20년 같이 갈 수 있는 YAM의 윤소원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극적으로 눈물이라도 나왔으면 좋았겠는데,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찍지 못해서 아예 기대하지 않았기에 너무나 뜻밖이었다.

뒤에 서 있던 신인 아이돌들의 인사를 받고, 앵콜송을 부르게 되자 그제야 팀이 아닌 혼자서 1위를 찍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그리고, 무대 앞에 보이는 YAM과 내 이름이 적힌 팻말, 응원 수건, 손글씨를 보자 프로듀스108에 출연한 연습생들의 암울한 소식과 수많은 신인 아이돌의 무한 경쟁 현실에 착 가라앉았던 기분이 좋아졌다.

‘유료 9천 명 명배우 윤소원’이라고 적혀있는 손글씨도 보이자, 내가 재미없는 요리영화를 찍었어도 돈까지 내며 영화를 봐주고, 재미있다는 착한 거짓말까지 해주는 팬들의 고마움도 한 번에 다가왔다.

‘그래 결국 연예인은 팬들만 보고 가는 거다. 나머지는 본인의 의사지 내가 걱정해준다고 내가 책임져 준다고 해결되는 건 하나도 없어.

내가 겪었던 선배들이 그리했듯. 결국, 본인들이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저 판을 깔아주고, 응원만 해주자.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엔딩곡이 끝나고 방송국을 나설 때까지 공개방송에 와준 팬들에게 무한 하트를 날려주고 고마움을 표했다.

같은 서울도 아니라 인천, 경기에서 왔다는 애들도 있다 보니 뭔가 해주고 싶었는데, 해줄 수 있는 게 하트 날려주는 거 말곤 없었다.

1위 한 걸 가족과 YAM멤버들도 봤는지 전화와 톡이 쏟아졌다.

“오빠! 나도 오늘 실시간 투표 보냈어. 엄마가 집에 언제 내려오는지도 물어보던데, 그리고 아빠는 차 좀 바꿔 달라고 돌려서 이야길 좀 해달래.”

(야! 그렇게 대 놓고 이야기 하지 말고 돌려서 이야기 하라니까!) 전화기 너머로 당황해하는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고 옆에서 웃는 엄마의 목소리도 들리는 거로 봐서는 엄마의 허락을 맡은 것 같았다.

시간 내서 부산에 갈 때 아빠 생일 선물로 차를 바꿔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봉이 형에게 말해 우리 사무실로 가지 않고, 브레브엔터의 연습실로 이동을 했다.

“이열! 화제의 1위 가수 오셨네. 이미 통보받아놓고는 1위 생각도 못 한 것처럼 연기한 거 끝내주더라. 역시 유료관객 9천 명의 명배우!!”

제일이 형이 방송에서 본 거로 놀린다고 명배우 드립을 치며 놀렸다.

“형, 개인 트로피 들고 우리 동영상 찍어요! 1위 축하 리사이틀 안 해요?”

“1위 축하 노래는 안 불러줘도 되겠죠?”

“1위 축하 한턱 언제 사는 거예요?”

역시나 연습실에 있던 YAM 멤버들의 먹잇감이 되어 한참이나 1위 축하와 놀림을 받았다. Vlive를 켜서 팬들에게 1위를 한 소감을 이야기하고, 모든 게 야미들 덕분이라고 감사 영상도 남겼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웠다.

“그래서 그런데, 팬들에게 뭐 해줄 거 없을까? 오늘 내가 1위를 했지만, 내 개인 팬보단 우리 팬들이 다 나를 밀어줬기에 가능한 거였지 않아.

단순히 우리가 방송이나 라디오 등에서 열심히 하는 거 말고, 직접적으로 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거. 그런 거 없을까?”

“그럼 소원이 형 학교에서 찍은 영화처럼 우리도 자체 영화를 만들까요? 그리고, 몇만 명 이상 보면 특별 이벤트를 해주고 하는 거 어때요? 저도 영화 한번 보려고 가봤더니 팬들이 너무 많아서 보지는 못하고 왔거든요.

나름 팬클럽 한정으로 영화를 만들고 이벤트를 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건 재발하지 말자, SHOT 선배들의 SF영화 몰라? 그해 최악의 한국영화에 등극했었잖아.”

“헉, 자체제작 영화가 흑역사 제조기였구나.”

“그럼 소원이 형네 영화 이벤트처럼 우리도 요리를 해서 팬들에게 접대를 할까요? 소원이 형 드라마 할 때 밥차랑 커피차도 보내줬었는데, 그 반대로 우리가 밥차를 차려주는 거 어때?”

“오 좋은데. 난 찬성 팬감사 팝업식당을 해서 단체로 애들 먹기 좋은 카레 같은 거 해서 주고 노래 불러주고 하는 거 좋겠는데. 난 찬성!”

“카레는 색이 좀 그래서 불호인 애들도 많으니까, 불호가 거의 없는 극호 음식인 돈가스로 하자. 소원이가 돈가스 요리하는 역도 했으니깐, 딱 맞네. 소원이가 돈가스 튀기는 거로 낙점!”

“와아~~ 대봑~~ YAM YAM 야무지게 먹는 야미식당! 이름 좋네~”

“우리 시간 있는 지금 해요!”

“좋아. 라면도 불기 전에 원샷 때린다는 말처럼 지금 당장 MSM으로 가자. 가서 팬 감사제 할거라고 이야기하자.”

“오~ 무브무브~ 고고~”

**

“당연히 팬 감사제 비용은 우리‘소원’이가 다 낼 겁니다. 그러니 하루종일 돈가스 튀길 수 있고, 팬들이 밥 먹고 갈 수 있는 장소와 홍보만 좀 해주세요.”

“아 제일이 형! 돈을 내가 다 낸다는 말은 없었잖아요!”

“부르조아 레드샵 사장님이 한턱 좀 쓰세요. 오늘 카운트다운 뮤직에서 1위 해서 음원도 5위로 순위가 올라갔잖아요.

발라드가 10위안에 안착하면 더 오래 차트에 남는 거 모르는 사람은 여기 없잖아요.

소원이 형 같은 부자가 돈을 좀 풀어야 돈이 돌고 민생경제가 안정되고 하는 건 반은 일본인인 저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형이 통 크게 쏴서 야미들에게 맛난 돈가스를 대접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잖아요.”

민생경제까지 들먹이는 토모의 말에 더 이상의 반항은 포기했다.

“이용민 실장님, 감사제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레드샵으로 넘겨주시면 처리하겠습니다.”

“어께이 그럼. 초 호화로운 팬 감사제로 준비를 하지.

그리고, 돌아가기 전에 3층 연습실에 들려서 ‘컬러256’ 애들 응원 좀 해줘. 다음 달 데뷔인데, 애들 사기가 좀 안 좋거든.”

이용민 실장의 초호화란 단어에 안됩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다음 달 데뷔한다는 ‘컬러256’ 이란 말에 입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은채와 수나가 데뷔를 하기로 한팀이 ‘컬러256’ 이었는데, 이 팀도 고정 멤버가 아닌 변동 멤버로 팀을 만든다고 해서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 같았다.

변동 멤버이다 보니, 리더가 있음에도 제대로 된 구심점이 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데뷔가 코앞인데도 멤버들끼리 뭉쳐지지 않는다고 은채가 한단하듯이 이야기를 한 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멤버들과 3층 연습실로 가니 문틈으로 트로피칼 하우스의 발랄한 리듬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문에 나 있는 창문으로 보니 10여 명의 여자아이가 연습을 하고 있었다.

“노래는 산뜻한데, 좀 흔한 듯한 리듬이라 MSM의 색채를 좀 지운 것 같은데.”

“그러게,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지 뚜렷한 MSM의 느낌은 없는 거 같은데.”

YAM 멤버들이 요즘에 나름대로 음악 공부를 한다고 서로 들려오는 노래에 대해서 품평을 늘어 놓았다.

노래가 끝이 나자 이용민 실장과 우리가 들어가니 다들 놀라서 막 쳐다봤다.

“여기에 기운 없는 애들이 있다는 소리에 우리 기운을 좀 나누어 주려고 왔어요.”

그제야 리더로 보이는 여자애가 정신이 드는지 일어섰다.

“애들아, 어서 줄 서.” “하나, 둘. 세상을 가득 채우는 컬러 256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야야, 우리도 줄 서. 솔로 1위 가수를 보유한 YAM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제일이 형이 우리의 원래 인사말 대신 다른 인사말을 혼자서 하곤 들고 온 과자들과 음료수를 애들에게 건네줬다.

나는 오늘 받아온 1위 트로피를 은채에게 건네줬다.

“너희도 1위 할 수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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