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47화 (147/237)

# 147

창작 뮤지컬계

김켈리 교수는 자신의 신념과는 다르게, 제대로 된 실력 검증도 없고, 오디션도 없는 상태에서 아이돌 출신 2명에게 출연을 제의한다는 게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음악 감독이란 일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총감독을 맡아 심혈을 기울인 첫 작품 ‘날개’가 작품성 있다는 평단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했었다. 그리고, 그에 따른 금전적인 손해를 보자 자신의 신념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독립하며 야심 차게 차린 회사에 딸린 식구들의 입이 있다 보니, 본인의 만족을 위해 실력만을 따질 수 없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대란 게 혹시 뮤지컬 말인가요? 뮤지컬도 신입생 영화 같은 교내의 뮤지컬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아니, 교내의 수업이나 연습을 위한 뮤지컬이 아니야. 상업 뮤지컬의 무대에 출연을 제의하고 있는 거야.”

“교수님. 그러면 태정이와 더블 캐스팅인가요? 그리고, 실례가 안 된다면 공연이 라이센스 공연인지 창작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더구나, 본인이 자존심을 버려가며 제의를 하고 있는데, 기뻐하지도 않고, 출연하겠다는 말 대신 작품에 대해 꼬치꼬치 질문을 하는 이런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전, 문화의 전당 전속 음악 감독이던 시절의 그 위세 넘치던 그때가 그리웠다.

“어떻게 너희 둘을 더블로 세우겠니? 얼터나 커버지. 그리고 무대는 창작 뮤지컬로 제목은 ‘고스트’야. 이번 주말까지 캐스팅을 마무리 할 테니깐 할 생각들 있으면 회사로 연락해.”

김켈리교수가 차갑게 말하며 명함을 주는데, 어떻게 명함을 받았는지도 모르게 받아들고선 멀어져 가는 김 교수를 쳐다봤다.

무대에 올리겠다는 뮤지컬이 ‘고스트’라는 이야기에 다른 이야기들은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리고, 불현듯 전생과는 좀 달라진 김켈리 감독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뛰어난 언변과 지도력으로 유명연예인들을 들었다 놨다 하며, 올바른 음악 지도자상을 보여주었고, 이후 국민 음악 감독이라고 불릴 정도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굳혔었다.

하지만, 그 방송 이후 음악 감독이 아닌 총제작을 직접 맡은 뮤지컬들은 본인의 이름값에 비교해서 크게 흥행에 성공하지를 못했었다.

그렇게 김켈리란 이름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사라져 갈 때 예술계 쪽을 강타한 뉴스가 미국에서 나왔었다.

국내에서 흥행 실패했던 ‘고스트’란 창작 뮤지컬이 뮤지컬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토니상(Tony Awards)의 극본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는 뉴스였다.

그러면서 흥행에 실패했던 ‘고스트’가 다시 무대에 올려지고, 토니상의 후광인지 오픈런으로 장기 공연에 들어갈 정도로 대성공을 이루었었다.

그 이후 김켈리 감독은 수많은 라이센스 공연과 창작 뮤지컬을 연출하며 연이은 히트로 한국 뮤지컬 분야의 대모와도 같은 자리에 올랐었다.

결국, 뮤지컬 ‘고스트’의 토니상 도전은 실패로 끝났지만, ‘카메론 매킨토시’나 ‘앤듀류 로이드웨버’같은 전설적인 제작자를 목표로 열심히 활동했었다.

심지어는 한국의 창작 뮤지컬 분야에 이바지했고, 저변을 확대시킨 공로로 한국 뮤지컬계의 어머니로 다들 부를 정도였다.

그런 김켈리 감독의 첫 출발점과 같은 뮤지컬인 ‘고스트’에 출연제의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아마도 그동안 쌀쌀맞고 성격이 더러워 보였던 것도 ‘고스트’를 제작 준비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 때문일 거라고 이해가 되었다.

‘그래, 내 기억 속에 있는 미래에서도 뮤지컬 ‘고스트’ 이후로는 토니상의 수상은 물론 후보로 올라간 작품도 없었고,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이나 한국계가 수상한 것도 대부분이 무대나 의상디자인 같은 예술 부분에서의 수상이었지.

지금의 세상에서는 과연 ‘고스트’가 토니상을 받는 게 가능할까?’

“야 빨리 가자, 영화팬 사인회에 늦겠어. 그런데, 너 김 교수의 창작 뮤지컬에 얼터나 커버로 출연할 거야?

난 모르겠지만, 넌 티켓 파워가 있잖아. 더블이나 트리플 캐스팅은 돼야지.”

태정이의 말에 그제야 상념에서 돌아와 중강당으로 이동을 했다.

“그리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한국 창작 뮤지컬 중에서 명성황후 말고는 대형무대가 잘 없잖아.

라이센스 무대라면 라이센스 계약 때문이라도 큰 공연장에 제대로 된 지원시스템이 꾸려져서 화려하게 무대에 올리지만, 창작 뮤지컬은 너도 현실 알잖아. 끽해야, ‘지하철 1호선’이나 ‘빨래’ 같은 소규모 뮤지컬이라고.

그렇게 해서는 너 출연료도 맞춰주기 힘들걸.

아무리 교수님이 TV에서 이름이 알려지고 했지만, 실제 총감독을 맡아서 올린 뮤지컬들은 또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잖아.

헐. 너 표정 보니, 설마 괜히 수업이랑 교수님 생각해서 출연하려는 거야?”

창작 뮤지컬에 부정적인 태정이의 말이 지금 창작 뮤지컬계의 리얼 팩트였다. 자본도 없고, 큰 무대도 없는 곳.

큰 무대로 가기 위해 내공을 쌓는 곳 정도가 현재 한국 창작 뮤지컬의 현주소였다.

1년 후 ‘고스트’가 토니상 극본상의 후보로 오른 이후에는 그 판도가 달라지긴 했다.

고스트가 일본과 미국에 라이센스까지 판매가 될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이 되었고, 자본력이 생기자 좀 더 준비가 되고 커진 무대의 창작 뮤지컬들이 쏟아져 나왔었다.

“아무리 교수님이라고 해도 출연은 네 말대로 힘들지. 더구나, 지금은 솔로 활동 때문에 일정이 안될 것 같아. 그래도 뮤지컬 무대는 한 번도 안 서봤기에 한번 서보고는 싶네.”

“흠. 어떻게 보면 큰 뮤지컬 전에 경험 쌓기에는 가장 좋은 방법이겠네. 더구나 주연이 아닌 ‘비정규직 같은 얼터’나, ‘대타같은 땜빵 커버’로 나가는 거라면 네 말처럼 한번은 무대에 올라 뮤지컬의 경험을 쌓기에는 좋겠어.”

“근데,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다. 저기 봐, 영화 보고 사인받으려고 줄 서 있는 저 애들이 문제야.”

태정이와 걸어서 중강당에 도착하니 입구부터 줄을 서 있는 중고등학생들의 숫자가 엄청났다.

“야, 빨리 와! 영화 대박 났어!!

45분짜리 영화지만, 뭔가 심야식당과 골목가게를 잘 버무려서 만든 거 같다고 재미있다고 반응 좋아! 빨리 둘 다 앉아. 이제 사인하는 기계가 돼야 할 거야. 흐흐흐”

학교 내의 중강당이 영화관도 아니었고, 유료지만 2천 원이란 저렴한 영화비이다 보니 질서유지나 티켓검표 같은 걸 교내 아르바이트형식으로 우리 동기들이 해줄 수밖에 없었는데, 다들 영화가 잘 만들어졌고, 나름대로 인기가 있는 것 같자 다들 싱글벙글했다.

“저기서, 쥐포랑 팝콘 파는 건 현수랑 애들 아니냐?”

“맞아. 회식비 버는 거지. 오늘은 없는데, 내일부터는 아예 너희들 촬영 중에 찍은 사진으로 시네마 포토 북도 만들어 팔기로 했고, 영화 티켓가지고 촬영했던 가게 4곳에 가면 가격 할인도 해주기로 했어.

수업에서 글로만 본 영화 수익구조나 마케팅에 대해서 이렇게 몸으로 체득하고 있다.”

“야 저 현수막은 또 뭐야? 유료관객 1만 명 달성 시 주연 배우들의 팝업가게 오픈? 저거 나에게 이야기도 안 했잖아!”

“저 현수막 만들 때 만 해도 유료관객인데, 설마 1만 명 들어오겠어? 해서 그냥 만든 건데, 진짜 될 것 같아서 우리도 걱정이다. 하루에 700명씩 오는 추세라면 이번 달 안에 달성될 것 같아.

그땐, 스케줄 좀 비워주라. 자 사인해주는 시간 되었네.

사인을 시작하게 사인 노예들이여~”

몰려든 팬들에게 사인해주고 사진을 찍으며 유료관객 달성 기념 이벤트에는 꼭 행사비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사인회에 음악방송 녹화까지 마치고 가는데, 계속 뒷머리가 간질거리는 게 김 켈리 교수에게 제의받은 ‘고스트’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전생에서 김 켈리 교수가 한국 뮤지컬 대상에서 작품상을 받으며 했던 말도 떠올랐다.

[제가 뉴욕의 브로드웨이에 가서 느낀 것은 이미 미국에는 놀라울 정도로 재능있는 아시안 배우들이 많지만, 그들을 수용할 만한 플랫폼이 없었다는 겁니다. 다른 인종 배우들보다 더 열심히 연습하고, 트레이닝 받으며, 오디션을 연습하지만, 아시아 인들에겐 기회가 없었습니다.

아시아와 관련된 몇몇 개 뮤지컬의 고정된 배역 말곤, 아시아인들이 맡을 수 있는 배역에 한계가 있다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뛰어난 아시안 배우들이 충분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더 좋은 무대를 만들라고 저에게 뮤지컬 대상을 주신 것 같습니다.

브로드웨이에서 아시아 인들이 평등한 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 힘쓰겠습니다.]

한국이 아닌 미국의 무대에서 아시아인들의 평등한 무대를 위해 힘쓰겠다고 했던 김 교수의 말이 떠오르자 지금은 실패가 거의 확정적인 ‘고스트’란 뮤지컬을 그냥 내버려 두면 안 될 것 같았다.

“남인철 실장님 차를 레드샵이 아니라 MSM으로 돌려주세요. 그리고, 내일 실장님이 어디를 좀 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저, 감독님이 직접 YAM의 윤소원에게 출연제의를 하셨습니까?”

“그래, 그게 왜?”

김 켈리 교수는 그런 걸 물어보는 김충익 과장이 못마땅한지 퉁명스레 이야길 했다.

“참 잘하셨다고요. 이거 보십시오. MSM에서 이번 우리 뮤지컬에 투자하겠다고 합니다. 공연판권 40%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10억대 규모의 투자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공연판권 40%에 10억이면 CH 미디어의 투자보다 못하잖아. CH는 30%를 제시하지 않았어?”

“네. 단순 수치상으로는 CH 미디어의 제안이 더 좋아 보이지만, MSM의 제안이 실속이 더 있습니다.

공연에 MSM 출신 아티스트를 캐스팅해주면 그 비용 부분을 MSM이 가져가는 판권비용에서 처리를 가능하게 처리를 해줍니다.

더불어, MSM이 가지고 있는 뮤지컬계의 힘과 MSM 아티스트의 티켓파워까지 같이 얻게 되는 겁니다.”

“대놓고, YAM의 윤소원을 캐스팅해라고 하는 거네.”

“네, 그래서 제가 잘하셨다고 하는 겁니다. 윤소원의 레이블 담당 실장이 왔었는데, 주인공 역인 ‘진만’ 역으로 캐스팅해달라고 합니다.

더블까진 원하지 않고, 트리플캐스팅을 원한다고 합니다.”

“아주 제 마음대로네. 그런데, 아직 대본도 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배역 이름을 아는 거지?”

“MSM의 정보력이 엄청나지 않습니까?

그리고, 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트리플로 캐스팅을 한다면 다른 두 명이 받쳐주면 될 테니, 캐스팅하겠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투자 건은 빨리 진행해 달라고 하겠습니다.”

**

“넘버와 대본을 보면 알겠지만, 교통사고 후 귀신을 보게 된 주인공 진만과 귀신들과의 관계들이 주를 이루는 내용이야.

그리고, 결말 부근을 보면 귀신들과 시간을 보낸 것이 알고 보면 꿈속이라는 것과 그 귀신들이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으로 누워있는 같은 병실의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끝나는 거야.

다들 의식 없이 누워있는 것 같지만,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나타내는 거지. 그리고, 그런 어두운 현실에서도 밝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는걸 보여주는 게 이 뮤지컬의 지향점으로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상징하는 바가 있는 뮤지컬이지만, 상업적인 부분은 잘 모르겠다.

네가 이 뮤지컬에 왜 투자하려고 하는지도 모르겠고, 진만이라는 역으로 꼭 출연하고 싶어 하는 이유도 모르겠다.”

내 연기 선생님이신 김영민 선생님이 뮤지컬 ‘고스트’의 대본을 보고 넘버들을 먼저 확인해보고서 내린 결론이었다.

전생의 기억으로 인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고, 대본과 넘버 곡들의 악보를 보자 나도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그래요? 전 넘버들이 너무 좋은데요. 그리고, 이런 알고 보니 꿈이라는 설정과 꿈에서는 늘 밝지만, 현실은 이런 암울하다는 상징성이 전 좋아요.”

“뭐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알고 보니 꿈, 알고 보니 유령 같은 건 이미 영화에서 많이 다루어서 떡밥이 많잖아.”

“하지만, 뮤지컬 쪽에서는 거의 없어요. 그리고, 김 켈리 감독님의 역량을 아니깐 투자와 출연을 같이 하려는 거고요.

뭐, 흥행이 안 되더라도, 나중에 큰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작은 창작 뮤지컬에서 내공 쌓는다고 생각해주세요.”

“그래, 네 돈으로 투자해서 한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냐?

MSM에서도 네가 직접 나서서 돈까지 투자한다고 해서 관심을 보이긴 보이던데, 쉽게 투자하겠다는 말은 안 했다고 하더라.”

“창작 뮤지컬은 10개 나오면 10개 다 수지타산을 못 맞추거든요.

보통은 첫 개시시즌에서는 다 손해를 봐요.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공연시즌에서 남는 것과 기업체 협찬에서 이득을 보는 거라서, MSM 같은 큰 회사는 들어오지 않을 거예요.”

“10개 중의 10개 모두 적자를 본다면, 뭐 거의 사업성이 불가능하네.”

“네 티켓파워가 있는 팬들을 끌고 다니는 스타들은 창작 뮤지컬에 나오지 않으니깐 어쩔 수 없어요. 팬을 끌고 다니는 스타들은 몸값이 비싸서 라이센스 공연같이 큰 투자가 이루어지는 작품위주이다 보니 국내 창작 뮤지컬은 늘 티켓들고 다니면서 판매할 수밖에 없죠.”

“네 말대로 성공하면 좋겠네. 그건 그렇고, 프로듀스108에 나간 미영이와 찬희는 1차 컷은 통과를 했는데, 둘 다 순위가 40위 50위권대야.

대현이와 빨간 펀치 애들은 탈락했을 때 어떻게 할지 벌써 준비를 하고 있더라.”

“벌써요? 그래도 첫 평가무대랑 준비를 잘해갔잖아요?”

“모니터링 할 시간이 없었지? 평가무대가 20초 나오더라. 편집 분량을 못 받아서 제대로 안 될 것 같아. 회사에서 처음으로 들어온 연습생에 처음으로 내보낸 건데, 결과가 안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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