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46화 (146/237)

# 146

흥행파워? 티켓파워?

“소원아, 그런데 너 지금 촬영장에 나와도 되는 거 맞냐? 그 머시냐, 다른 가수들 보면 신곡 내면 데모무대 같은 거, 아 맞다 쇼케이스 같은 거 하면서 홍보하던데, 넌 그런 거 안 하는 거야?”

추가 촬영 때문에 촬영장에 나왔더니 이젠 머리도 감고 면도를 해서 20 살다워 보이는 정호가 나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원래는 하려고 했는데, 안 해도 될 것 같아서 안 했어.”

“왜에? 쇼케이스를 해야 언론기사도 나오고 하면서 화제가 되는거 아냐? 그래야 차트 순위도 올라가고 하지.”

“네 말이 맞는데, 이미 화제성이 너무 커서 안 하기로 했어. 사실 쇼케이스는 좀 형식적인 그런 것도 있거든. 보도자료 뿌린 걸 그대로 기사 올리고 하기 때문에 이미 화제몰이를 돈가스로 했으니 안 하기로 했어.”

“그럼 그 앨범 나올 때 차트 줄 세우기 같은 건 신경도 안 쓰는 거야? 전에 관찰다큐 보니깐 막 회사 사람들이랑 모여서 실시간 차트보고 하던데.”

“그게 사실, MSM에서 내는 솔로 앨범이 아니라, 브레브 엔터의 금철 사장과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내는 솔로 앨범이라 드라이하게 따지면 MSM과는 큰 상관이 없는 거야. 그래서 따로 모이고 하는 것도 그냥 안 하기로 했어.

쇼케이스를 그냥 생략한 것도 이런 게 좀 걸려있기도 하고.”

“이야 냉혹한 프로의 세계구나.”

“뭐 어쩔수 없지. 정산이나 그런 부분에서 공을 들인 브레브엔터도 생각해줘야 하고. 나중에, 촬영 중간에 시간이 되면 그때나 차트 한번 보지 뭐.”

난 쉽게 그냥 이야기했는데, 촬영장의 동기들이 나보다도 더 신경을 쓰는지 11시 30분이 되자 어디서 노트북도 들고 오고, 빔프로젝터기도 들고 와서는 가게의 빈 벽면에 컴퓨터 화면을 뿌렸다.

교수님을 비롯해서 오늘 추가 촬영으로 인해 현장에 나온 태정이와 은우, 유리까지 모든 동기들이 가게 홀을 가득 메웠다.

“우오, 진짜 소원이 말이 맞네. 쇼케이스도 안 했는데, 오늘 솔로 앨범 나온다는 기사가 올라와 있어.”

시간이 아직 되지 않아서 네이버의 연예기사를 검색하는데, 특별한 연예계 이슈가 없어서 그런지 내 솔로 앨범과 관련된 기사가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진짜 소원이 몇 위로 처음 차트에 들어갈까?”

“지금 가장 핫한 남자 아이돌이긴 한데, 그룹이 아니라 혼자라서 좀 힘들지 않을까?”

“그래서 소원이도 20위권 정도 할 거 같다고 하더라.”

애들이 교수님의 눈치를 슬쩍 보더니, 맥주 같은 술을 제외하고 콜라와 사이다를 돌리기 시작했다. 극장에서 다들 앉아서 영화를 기다리듯이 워터멜론 사이트 차트를 보면서 떠들어 대었다.

**

-서버 시간 12시다. 오오~ 정각에 딱 노래랑 뮤비 올라왔네!

-캬! 타이틀 곡 ‘늦은밤에’ 가사가 가슴 후벼판다.

└미친, 이제 1분이거든 듣지도 않고 오바하네.

└밤 12시에 듣기 좋은 가사구만.

-노래가 소원 오빠 목소리랑 찰떡이야. 근데, 이걸 그 조폭같이 생긴 금철이란 사람이 만들었다고? 얼굴과는 완전 반대되는 감성인데.

└그 조폭 얼굴이랑 레드샵 4명이 공동작사로 되어 있음.

-앨범을 안 사고 후회하면 아무것도 안 남지만, 앨범을 사고 후회하면 포토 카드와 CD가 남는다. 그러니, 다들 앨범을 질러라!

└뭐래? 앨범 안 사면 돈이 남잖아. 이 멍충아.

└ㅎㅎㅎㅎ

└앨범 안 사고 그 돈이 얼마나 오래 니 수중에 있나 보자 개새끼야.

└치킨 사먹어야지 치킨 개꿀맛!

-다들 싸우지 말고 오빠를 위해서 스트리밍 돌립시다. 영!

└차!

└영차!

음료수를 마시며 떠들던 애들의 시선이 화면이 뿌려지는 벽면으로 쏠렸다.

차트의 리스트를 마우스로 이리저리 움직이던 정호가 불안한 눈빛으로 이야길 했다.

“소원아, 큰일이다. 쇼케이스를 안 해서 차트에 없는가 보다. 어쩌냐.”

“야이 멍청아! 노래가 올라간다고 바로 차트에 집계가 되겠냐? 사람들이 듣는 시간이 필요하잖아. 5분인가 10분 있어야, 그 들은 점수가 반영이 되는 거야.

누가 저 병신 대신에 마우스 잡고, 뮤비나 틀어봐라.”

아예 음원 차트에 대해서 모르던 정호는 그렇게 죄지은 죄인처럼 끌려나가고, 현수란 친구가 앉아서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를 재생했다.

“오, 저기 중계동 백사마을 아냐? 이야 아는 골목이 딱 나오니 신기하다.”

재생된 뮤직비디오에는 내가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서 달동네의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그러다 고개를 돌리며 노래를 부르는 내가 나오고 있었는데, 골목길들만 보고 동네를 바로 알아보는 게 신기했다.

“맞아, 어떻게 아는 거야? 서울에서 안 유명한 달동네라고 하던데.”

“소원이 우리 무시하네. 우리 과 출신으로 촬영 쪽이나 연출 지망이면 로케장소는 많이 알지. 나름 야경으로 유명한 동네야.

캬, 달동네 언덕배기에 앉아서 저렇게 올블랙 정장 입고, 노래 부르니깐 멋지다. 영상미 있게 잘 찍었다.”

“야경 컷 분할도 멋지지만, 소원이 얼굴이 일 다 하네.”

다들 전공자라 그런지, 조명이 어떻고, 컷 분할이 어떠니 하면서 노래를 듣기보단 영상미와 어떤 앵글로 촬영을 했어야 한다며 뮤직비디오를 2번이나 돌려보며 서로 떠들기 바빴다.

“이제 뮤비 그만 보고 차트확인 하러 간다. 엇! 야 뮤비도 유튜브에 12시에 공개되었는데, 5분 만에 2천 뷰야. 오~ 소원이 대단하네.”

“야 빨리 차트 화면!”

“오케이. 그럼 한번 쪼아보마. 100위부터 올라간다! 쭉쭉쭉~ 올라가라~”

“오! 45위 ‘My Style’ 있다. 저건 그냥 수록곡이지? 37위에 ‘기대해’도 있다. 아, 45위 마이 스타일이 3번 트랙이고, 37위 기대해가 1번 트랙이지?”

“어, 맞아. 아마도 타이틀인 ‘늦은밤에’가 2번 트랙이고 저 두 곡도 타이틀곡 앞뒤라서 같이 들어주다 보니 순위에 있는가 보다.”

나도 나름 침착하려고 했지만, 현수의 쪼는 듯이 차트를 올라가는 마우스의 움직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오 20위 안에 있는가 본데. 급상승해서 10위 가나요?”

마치 야구 경기를 중계하듯이 차트가 올라가는데, 그제야 검은 옷에 흰 배경인 내 앨범 표지가 보였다.

“이야! 12위다! 소원아 이거 성적 좋은 거 맞지?”

“아냐 인마, MSM 출신이면 무조건 5위안에 들어야 되는 거야.”

“뭐래? 남자 솔로 가수가 10위 언저리만 찍어도 대박으로 쳐주는 게 요즘이야. 쇼케이스 없이 이 정도면 성공한 거지.”

정기석 교수는 물론이고, 애들이 나에게 성공적인 것인지 아니면 별로인지 답을 듣고 싶어서 나에게 시선이 몰렸다.

그러는 와중에 태정이나 은우의 시선도 느껴졌다.

태정이는 예전의 팀이나 프로젝트 그룹이었던 ‘더 콜업’때도 이 정도 순위에 오르지 못했었고, 은우가 소속된 ‘스테이지’ 란 팀도 최고 성적이 10위 언저리로 알고 있었다. 둘이 상처받지 않게 말을 잘해야 할 것 같았다.

“야, 당연히 이 성적이면 대성공이지. 차트 50위에만 올라도 좋겠다는 가수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안에 3곡이나 있는 거면 진짜 성공한 거야.”

“봐! 내 말 맞잖아. 무조건 1위 찍어야 되는 게 아니라니깐.”

“야, 또 차트 갱신되었어. 10위다! 대박! 늦은 밤에 이거 띵곡 되는거 아냐?”

“이거 시간이 지나면 더 올라갈 것 같은데?”

“보통은 발라드가 이 정도로 탄력받으면 더 올라가긴 하던데, 내일 아침까진 되어봐야 알겠는데.”

차트 순위에 대해서 애들이 중구난방으로 떠들어 대자, 정신이 없었다.

“자자! 그만! 주위 자리 정리해! 추가 촬영을 내일 오후까지 끝내자. 소원이는 내일 오후부터 신곡 활동 들어가야 한다고 하니깐, 추가 촬영 빨리 끝내줘야 소원이도 쉴 수가 있지. 그게 소원이를 돕는 거야. 빨리 움직여!”

정기석 교수의 말에 다들 현실 영화판으로 돌아왔는지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들 나를 배려해 줘서 그런지, 내가 들어가야 하는 씬들부터 촬영을 했고, 새벽이 되자 내 촬영씬 모두를 소화해낼 수 있었다.

“소원아 내가 구석에서 몰래 폰으로 확인하니깐 8위까지 올라갔더라. 축하한다. 피곤할 텐데 어서 가서 쉬어 저기 매니저도 왔네.”

“그래, 태정이 넌 촬영 남았지? 수고해 난 간다. 수업 때 보자.”

“야! 그리고 남는 곡 있으면 아나바다 운동처럼 나한테 좀 나눠주기도 해라. 알았지?”

내가 기봉이 형의 차에 탈 때까지 태정이와 은우가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줬지만, 한편으론 둘의 얼굴에서 드러나는 부러움도 느껴졌다.

차에서라도 잠을 자기 위해 눈을 감는데, MSM의 출신의 레전드에게 들었던 말이 떠 올랐다.

‘연예인이라는 게 참 외로운 직업이야.

인기가 많아지고,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좋아해 주지만, 점점 일반인들과는 거리감이 생기게 되어서 친해지기 힘들어지고, 같은 계통에 일하는 사람들과는 시기와 질투가 없더라도 속마음을 내비칠 수 없게 되어 외롭게 되거든. 그래서, 인기 연예인들은 늘 신경안정제와 제일 친해질 수밖에 없어.

나중에 YAM 너희들도 그런 자리에 가게 되면 동료들과 친하게 지내. 그런 우울증, 외로움을 채워주는 게 팀 동료밖에 없을 거야.

난 혼자였기에 그런 동료가 아예 없었으니깐...난 동료가 있는 너희들이 부럽다.’

YAM 데뷔 당시에 들었던 말이었는데, 일본에서 처음으로 돔 투어를 성공했던 한류 레전드의 말이었기에 단순히 일본이란 타국에서 느꼈던 향수병이라고 생각했는데, 불현듯 저 말이 떠올랐고, 갑자기 모든 말이 이해가 되었다.

어쩌면, 늘 멤버들로 시끌벅적하던 카니발 뒷좌석에 혼자 앉아 있기에 더 그런 감정이 몰아닥쳤는지도 몰랐다.

**

-야, 윤소원 라이브 들어보면, 뭔가 우울한 그런 게 안 느껴지냐? 가사가 사무치게 사랑하고 이별한 거라는 걸 알고 있지만, 뭔가 제대로 감정이 실린 거 같아 서리.

└언냐도 그렇게 느꼈어? 나도 느꼈어. 진짜 애달파 하는 그런 느낌.

└나도 나도. 나만 그런 걸 느낀 게 아니구나.

└앨범 CD보다 라이브에서 더 서글픈 감정이 묻어나는데, 씁쓸한 진짜 이별한 줄.

└알고 보면 이미 12212번째 애인이 생겼다가 없어졌는지도 모름. 진짜 연해 하더라도 안 걸렸으면 좋겠다.

└내가 연애질 한번은 봐준다. 그런 경험이 있어야 이런 슬프다 못해 사무치는 아픈 노래가 나오지.

└그럼, 내가 그 연애질의 대상이 되어서 소원 오빠의 인생에 오점을 남길게. 흐흐흐. 다들 한번은 봐줘~!

└미친 소원이 오빠는 무슨 죄냐?

└당연히, 내가 더 많이 사랑한 죄지. 흐헤헤헤.

**

“애들아, 오늘 고등학생들이 많아 보이는데 입학설명회라도 한 거니?”

“엇? 남자의 기술에서 뮤지컬 지도하셨던 김켈리쌤 아니세요? 와 대박!

쌤 팬이에요! 사진 좀 찍어도 되죠?”

“어어, 그래그래, 사진 찍어. 그런데, 오늘 교복 입은 애들이 많던데, 입학설명회 온 거니?”

“아니요. 오늘부터 중강당에서 ‘요리전쟁’ 영화 상영한다고 해서 소원이 오빠 보러왔어요.”

“어어? 그래? 영화 보러 온 거였구나.”

“네. 원래는 2천 원 하는 첫 타임 영화 티켓이 3만 원까지 올랐는데도, 그거 사서 왔어요. 첫 타임 팬들 한정해서 주연 배우들 사인회가 있다고 해서요.

쌤, 우리 시간 다 되어서 먼저 갈게요. 쌤 뮤지컬 공연하는 거 알게 되면 꼭 보러 갈게요! 수고하세요!”

김켈리 교수는 방금 이야기했던 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수십 명의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뛰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러니깐, 지금 제일 핫한 아이돌이 윤소원이라는 말이지?”

“네, 김교수님. 새로 올리는 뮤지컬에는 윤소원이나 다른 그룹의 센터급 되는 애를 더블 캐스팅으로 해서 올려야 합니다.

저번 뮤지컬에는 너무 실력만 보셔서 티켓파워가 너무 부족했습니다.”

김켈리 교수에게 실력은 있었지만, 무명에 가까워 티켓파워가 부족했던 주인공 배역으로 인해 결과가 안 좋았다고 이야길 하는 김충익 과장은 말을 해놓고는 김켈리 교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김 과장은 내 연출론을 알잖아. 아무리 인기 있어도 실력 없는 배우랑은 일 못하는 거.

아무리 인기 그룹의 센터 급이라고 해도 오디션 봤을 때 너무 못했잖아.”

“하지만, 그런 애들이 이미 다른 뮤지컬에서는 주인공 배역을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교수님껜 정말 죄송한 말이지만, 타협을 좀 하셔야, 투자하기로 한 CH미디어에서 좀 더 좋은 조건으로 투자를 해줄 것 같습니다.

일반 대중의 귀로는 고음만 찌를 수 있는 가수면 다 노래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뮤지컬에서는 실력보다는 흥행력을 보고 캐스팅을 해야 합니다.”

김충익 과장의 입에서 투자와 CH미디어 라는 말이 나오자, 김교수도 쉽게 화를 내거나 고집을 부리기가 힘이 들었다.

“여~ 인기가수가 수업도 들어오고 근면성실한데.”

“김켈리 교수님한테는 찍혀서 수업 들어와야지. 수업 이후에 사인회 딱 가면 시간도 맞아서 억지로 수업 왔다. 중강당에 한번 가 봤냐?”

“멀리서 봤는데, 300석인데도 더 많이 온거 같더라. 그리고, 너네 팬들이 첫 영화라고 쌀이랑 화환도 보냈더라.”

“나중에 인증사진 찍어서 인스타 올려야 되는데 그때 사진 같이 찍자. 교수님 오신다.”

오늘도 냉정해 보이는 인상의 김켈리 교수의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수업을 들었는데, 이날은 웬일인지 부르지 않던 내 이름도 출석 때 불렀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서 태정이와 일어나려는데, 따로 이야길 하자고 했다.

“너희 둘 친하지? 둘이 같이 무대에 한번 서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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