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42화 (142/237)

# 142

금철사장.

“야! 시끄러워! 보컬 연습실가서 연습해! 왜 여기서 다들 난리야?”

우리 YAM에게 배정된 연습실에서 스케줄을 확인하고 매니저 기봉이 형과 이야기를 하려는데, 보컬은 물론이고, 전자기타에 키보드까지 아주 난리였다.

“보컬 연습실은 좁고, 이렇게 악기 쓰면서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여기밖에 없어요. 거기다 합주도 한번 해보고 싶고요.

예전에는 건물에 밴드 연습실이 있었다고 하던데, 이젠 MSM에서 악기 다루는 사람이 없다 보니 아예 공간이 없대요.”

영호의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전생의 미래에서도 MSM에서 밴드나 악기를 다루는 가수가 없었다. 연습생도 많았고, 아티스트도 많고, 별도의 사무실이 있어야 하는 부가사업팀들도 많다 보니, 밴드 연습실이나 합주가 가능한 연습실 공간이 없는 것 같았다.

지금 악기를 배우고 연습하고 있는 YAM 멤버들이 MSM에서는 특이한 존재들이었다. 프로듀서로서 벌어들이는 엄청난 금액을 바로 옆에서 봤기에 악기를 배우며 뮤지션으로 성공의 꿈을 꾸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생활처럼 들으며 자랐고, 뛰어난 리듬감을 가진 이런 애들이 뮤지션으로서 성장해 MSM의 프로듀서로 활동하게 된다면 지금의 MSM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지도 몰랐다.

문제는 이런 젊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꿈만 있는 어린 뮤지션들을 앞에서 끌어주고 지도해줄 만한 성공한 롤모델이 없었다.

유영찬 이사는 궁극적인 목표는 될 수 있어도 앞에서 끌어주기에는 너무 부담이 되는 위치였고, 나는 반쪽짜리였다.

대현 형이나 빨간 펀치 누나들이 어쩌면 가장 좋은 롤모델이자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 사람들은 현업에서 뛰어서 레드샵 회사에 수익을 만들어 줘야 하는 사람들이라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중국 멤버들이 없는 기간 동안 시간이 났기에 네 개인 일정이 따로 생겼어. 작년 말부터 브레브의 금철사장이 너와 앨범같이 내려고 일정이나 정산문제를 계속 이야길 해왔거든.

이제 한두 달 시간이 될 것 같아.”

기봉이 형의 말에 무릎을 '탁' 쳤다. 유영찬 이사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다른 프로듀서들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히트곡을 내었고, 나이도 유영찬 이사만큼 많지 않았다.

더불어, 이전 제작자나 프로듀서들과는 다르게 정규교육으로 음악을 배운 적이 없었다. 가진 재능만으로 성공한 케이스이다 보니 YAM 멤버들에게는 최적의 롤모델이 될 것 같았다.

“그렇네요. 금철 사장님이 있었네요. 바로 옆에 있었는데,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하하하. 그럼 바로 브레브로 가죠.”

“지금 바로? 금철 사장과의 미팅은 내일인데.”

“오늘도 보고 내일도 보죠. 뭐. 형 빨리 갑시다.”

**

“어 그래, 소원아 온건 좋은데, 갑자기 온 거라 좀 기다려.”

“네, 회사 구경 좀 하고 있을게요. 천천히 일하세요.”

갑자기 찾아온 거라 금철 사장이 소속사 걸 그룹과 일을 하는걸 볼 수 있었는데, 두 시간 넘게 작업하는 걸 보다 보니 왜 뮤지션의 롤 모델로 금철 사장을 쉽게 생각해 내지 못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과거 전생에서도 그랬지만, 금철 사장에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는 걸 그제야 기억해 냈다.

의뢰를 받아 판매를 위해 만든 곡은 의뢰주의 입맛에 맞게 만들다 보니 확실히 히트를 했었다.

하지만, 자신의 회사에서 혼자 키우는 그룹이나 혼자서 프로듀싱을 담당하게 되면 너무 자신만의 세계에서 음악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지금도 다음 앨범 작업을 하는 ‘플래시걸’의 타이틀곡을 녹음하고 있었는데, 걸그룹의 이미지와 곡이 잘 달라붙지 않는 느낌이었다.

내 기억으로도 ‘플래시걸’이 몇 집까지 활동했는지도 생각이 안 났고, 그냥 소리소문없이 어느 순간 없어졌다고만 기억이 났다.

결국 녹음작업도 4명의 멤버 중 2명이 울면서 녹음작업 일정이 연기되며 끝이 났다.

“어휴. 갑갑해, 갑갑해. 왜 이리 애들이 부르는 곡을 이해를 못 하냐?

벌써 3년 차에 4집 앨범인데, 아직도 자기들이 부르는 곡의 분위기 해석을 일일이 해줘야 하냐.

내일 네가 오기까지 녹음을 다 끝내려고 했는데, 일정이 미뤄지게 되겠다.

그런데, 뒤에서 보면서 곡을 들으니 어때? 이번에는 ‘플래시걸’이 좀 뜰 거 같냐? 곡 들어본 소감은 어때?”

“저, 흠. 이런 이야길 하면 사장님이 기분 나쁘실 것 같은데.”

“야 이씌, 이미 ‘저, 흠’으로 말할 때 부정적인 거 다 느낌이 온다 인마.

객관적이든 주관적이든 이야길 한번 해봐. 요즘 히트곡을 뽑아내는 핫한 프로듀서의 감상을 들어보자.”

금철 사장은 이미 보이그룹 세팀을 데뷔시켰지만, 제대로 차트100에 들어간 노래들이 없었다.

그룹의 인지도나 팬덤의 형성도 시키지 못했고, 세팀 모두 그냥 소리소문없이 활동중지가 되어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지금의 플래시걸도 3집이나 냈지만, 인지도가 없는 속칭 듣보 걸그룹이었다.

항간에는 신인그룹을 키운다고 다른 곡에서 나오는 저작권료가 녹아나다 못해 적자로 돌아섰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였다.

‘하긴 보통 5인조 신인 그룹을 데뷔시키는데, 4억 가까이 들어간다고 하니 이미 20억 이상 썼고, 네 팀 모두 2~3집까지 앨범을 냈으니 신인 그룹 밑에 들어간 금액만 30억 가까이 되겠구나.

더구나, 강남에 5층짜리 건물을 매입했으니 이전에 히트쳐서 벌어둔 돈도 다 떨어질 때긴 하구나.’

“일단, 플래시걸은 타겟이 잘못된거 같아요. 누나들이 이쁘긴 이쁜데, 너무...”

“너무?”

“음. 둘러서 말 안 하고 바로 이야길 할게요. 직설적으로 프로듀서의 입장과 소비자의 관점에서 이야길 할게요.

동남아와 한국, 일본, 중국은 스쿨 걸 스타일이 통해요. 10대의 뿜어져 나오는 밝은 에너지와 교복 같은 스타일의 청순함이 먹히는 거죠.

한데, 누나들이 스쿨 걸 스타일로 교복 형태나 테니스 치마를 입으면 왠지 야해서 코스프레를 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라, 뭔가 어울리지 않아요.

청순보단 20대 중 후반의 누나들이 이벤트로 교복을 입은 듯한 그런 느낌이라 대놓고 좋아하거나 찾아가서 팬질을 하기엔 부담스러워요.

한국이나 아시아 쪽보다는 유럽이나 북미에서 먹히는 스타일 같아요.

플래시걸 누나들은 키도 크고 들어갈 곳 들어가고 나올 곳은 나와서 육감적으로 농익은 섹시한 여자의 매력이 가만히 서 있어도 뿜어져 나와요.

지나가는 모든 남자가 다 고개를 돌려 볼 만하죠.

하지만,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너무 룸녀 느낌이 나는 것 같아요.”

“업소녀 같다는 말이냐?”

“네. 안타깝지만 그런 느낌이 나요. 플래시걸이 교복 스타일의 스쿨룩을 입으면 무대 의상이라기보다는 업소에서 이벤트로 교복을 입고 나오는 그런 느낌이에요.

여자를 아는 남자들에겐 정말 엄청나게 어필하는 섹시한 매력이지만, 여자의 맛을 모르는 10대 20대 초반의 남자팬들..특히 아다라고하는 성향의 남자들에겐 그냥 야해보이는 무서운 누나로 밖에 안 보이는 거죠.

육감적이고 성숙하며 섹시한 몸매가 음반과 음원의 주 소비층인 그들에겐

부담이 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팬덤 자체가 생기지를 않는 거고요.”

너무 대놓고, 디스를 하는 것 같아서 금철 사장의 눈치를 보니, 생각이 많아졌는지 복잡한 눈치였다.

“이런 육감적이고 여자로서의 섹시미를 알아보는 20대 후반 이상의 아재 팬들은 이미 여자를 겪어봤기 때문에 만지지도 냄새를 맡아 보지도 못하는 화면 속의 여자들을 보고 돈을 지불하지 않아요.

그림의 떡을 소비하기 위해 돈을 쓰기보다는 현실의 여자나 하다못해 업소여자에게 그 돈을 쓸 줄 안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나 일본, 동남아에서 섹시하고 성숙한 이미지의 걸그룹이 없는 거예요. 섹시한 이미지를 소화하고 소비하기엔 부담이 되니깐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유교문화권에서는 티비 드라마에서 키스신이 나오거나 섹시한 여가수가 나오게 되면, 괜히 가족들과 음악 프로그램을 같이 잘 보다가도 가족끼리 눈치를 봅니다.

알게 모르게 성에 대해 터부(taboo)시하고 눈치를 보는 게 있어요.

그래서 눈치를 보게 되고 부담스러워 하는거죠.

아이돌 문화를 주로 소비해주는 돈을 쓰는 10대 20대 초 중반의 팬들은 순수한 스쿨걸의 이미지를 원하는 거예요. 내가 보호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순수한 아이 같은 소년, 소녀의 이미지요.”

“팬들이 원하는 순수함과 열정을 가진 10대 후반에서 이제 갓 성인이 되어 가는 젊음의 이미지를 좋아한다는 거구나.”

“네. 그래서, 섹시미로 나왔던 모든 걸그룹들이 다 망한 겁니다. 지금 잠시만 생각해봐도 섹시하고 성숙한 이미지로 나왔던 걸 그룹 중에서 살아남은 걸그룹이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쉽게 팀 이름이 떠오르지 않을 겁니다.

지금 녹음하는 플래시걸의 4집 앨범도 컨셉을 섹시에서 건강미의 형태로 변경을 해야 어느 정도는 먹힐 것 같습니다.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성숙한 여인의 느낌을 스쿨걸 스타일로 못 바꾸니, 건강미로 컨셉을 바꾸어서 운동하는 밝고 건강한 여자 같은 느낌으로 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스타닛의 4인조 걸그룹 영스타 같은 건강미?”

“네. 지금 플래시걸의 육감적인 섹시 이미지로 청순은 절대 무리입니다.

우리 회사의 데뷔 10년이 넘은 소녀연대나 7년 차가 넘고도 살아남은 대부분의 걸그룹은 데뷔 연차가 7~8년이 되어서도 청순을 고집하거나, 그게 도저히 안 된다면 패션리더로서의 모습을 강조하며 고급스러운 모델 스타일로 가고 있습니다.

데뷔 7~8년이면 20대 후반이라 섹시를 강조해도 될 나이인데도 절대 섹시로 가지 않습니다. 한국과 아시아 문화권에선 섹시가 안 통한다는 걸 아니깐요.”

“넌 컨셉을 변경하라고 하지만, 그냥 새로 청순 이미지의 멤버들로 걸그룹을 새로 만들라는 그런 말로 들리니 고민이네.

그리고, 플래시걸 4명 중의 2명은 너랑 동갑이라 누나가 아니야.

그런데도 네가 누나라고 할 정도이면 스쿨걸 컨셉은 진짜 아닌 것 같구나.

컨셉의 변경이 필요하겠어.”

“에? 진짜 2명이 동갑이라고요? 전혀 그렇게 안 보이던데, 헐.

그렇다면 일단 스타일링을 변경해 보세요. 지금의 긴 파마머리 같은 스타일과 눈화장만 바꾸어도 이미지가 좀 달라져서 업소녀의 이미지는 좀 바뀔 겁니다.”

“그렇게 해보지, 그런데, 넌 룸에는 언제 가봤냐? 어떻게 룸녀, 업소녀의 느낌이라는 걸 아는 거지?

이제 갓 대학생이 된 녀석이 벌써 그런 데나 다니고 말이야. 이거 돈 있다고 너무 타락하는 거 아냐?”

“그..그런곳에 진짜 맹세코 하..한번도 안 가봤어요! 그냥 이미지가 그렇다는 거죠!”

“이거, 너무 강력한 부정인데, 그러면 긍정인거 알지? 짜식. 이거 소원이도 응큼한 놈이었네. 흐흐흐. 어쩐지 같이 놀고 싶더라니.”

금철 사장이 너도 나쁜 놈이구나 하는 눈빛을 보내는데, 전생에 자주 갔었기에 진짜 한 번도 가지 않았다는 변명을 계속하기가 모호했다.

“그건 그렇고, 작업하시는 동안 회사 둘러보니깐 빈 사무실이 많던데, 혹시 연습실 쉐어가 가능할까요? 아니면 저렴하게 임대라도.”

“무슨 연습실? 너네 레드샵도 연습실 독립했다고 하지 않았어? 연습생을 그렇게 많이 받은 거야?”

“우리 레드샵은 따로 독립해서 연습생 연습실은 나오는데, 따로 YAM 애들이 악기 연습하고, 밴드처럼 합주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필요해서요.”

“YAM이? 밴드로 가는 거야?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밴드는 전혀 아닌데. 왜 그런 선택을 하는 거지?”

“아, 밴드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애들이 이제 자작곡을 하고 싶다고 해서 연습을 하면서 서로 주고받는 그런 게 있어야 하는데 공간이 나오지 않아서요.

브레브에서 그런 연습을 하면서 금철 사장님의 곡 만드는 스타일도 배울 수 있을 것 같고, 서로 좋지 않겠습니까?”

“흠. 우리 애들에게도 좋을 것 같은데, MSM에서 뭐라고 안 하겠어?”

“회사에서 연습하는 거나 학원 다니는 건 뭐라고 하지 않아요. 브레브랑 계약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금철 사장님한테 음악 배우러 간다고 하면 오히려 더 좋아 할 겁니다.”

“가르치겠다고 이야기한 적 없는데. 이 자식 떠넘기려고 하네.”

“조금 가르쳐 주시면 애들이 만들어낸 곡으로 브레브의 팀들이 활동할 때, 그게 언론플레이 하기도 좋고, 서로 윈윈되겠죠.

애들에게는 그럼 내일부터 브레브에 와서 연습실 꾸미고 하는 것부터 참여하라고 할게요. 다들 몇 개월 동안 실업자라서요. 하하.”

“흠. 나쁘지 않네. 그럼 일단, 네 솔로 곡부터 한번 들어봐라.

노래 제목은 ‘늦은밤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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