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
이런 게 중국 스타일.
본 공연 하루 전이라 늦은 시간까지 무대 리허설을 했는데, 나는 솔로 무대까지 따로 있다 보니 일정을 끝내고 호텔로 돌아온 시간이 밤 11시였다.
“어, 형 이제 왔어요? 수고하셨어요. 이거 좀 드세요.”
내 호텔 방 앞에서 소혁이가 이온음료 캔을 수고했다고 주는데,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기에 낌새가 이상했다.
“야, 무슨 할 말이기에 호텔 방 입구에서 기다리냐? 많이 기다렸지?”
“하하하. 공연장에 매니저 형에게 톡 받고 기다린 거라 오래 안 기다렸어요. 그냥, 오늘 아침에 제일이 형과 다들 같이 이야기할 때 우리 입장을 형이 대변해 줘서 고마웠어요.”
“뭘 그걸 가지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서 화제가 되었던 글도 있잖아. 연봉 1억 주면 군대 다시 갈 거냐고 물어봤던 글.
그 글에 5천만 원만 줘도 군대 다시 가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줄섰었어.
한국 남자라면 재입대하는 악몽을 최악으로 치는데, 그만큼의 돈을 준다고 하면 다들 군대도 다시 가겠다고 할 정도였어.
한국이든 중국이든, 금권주의(金權主義)가 판을 치는 곳이라면, 돈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을 거야. 돈 앞에 장사 없어. 그런 큰 금액의 유혹에 넘어가는 건 다 마찬가지니깐 마음에 부담가지지 마.”
“그래도 형이 그렇게 이야기해줘서 다른 멤버들도 쉽게 이해를 해준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데, 형 이쪽으로 좀...”
리허설에서 땀을 흘리고 바로 온 거라 좀 씻고 싶었는데, 소혁이가 내 손을 잡고는 호텔의 다른 층으로 이끌었다.
“응? 여긴...”
“네, 우리를 경호해 주는 ‘철옹성’ 소속 경호원들의 숙소 방이에요.”
소혁이가 이끈 호텔 방은 우리들 방보다 2층 아래에 위치한 방이었는데, 중국 경호 인력들이 소속된 철옹성이란 경호업체에 배정된 방이었다.
방문에 꽂는 카드 키도 소혁이가 들고 있는 거로 봐서는 뭔가 찝찝했다.
“소원형 이렇게 따로 불러내서 죄송해요. 다른 사람은 알면 안 되는 거 다 보니. 사실, 새벽에 우리만 제안받은 게 아니라, 형도 같이 제안을 받았었어요. 그쪽에서 형이랑 접점이 없다 보니 저에게 부탁을 해와서 이렇게 형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어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이돌 윤소원이 아니라, 형이 만든 레드샵의 프로듀서인 윤소원에게 제안하고 싶데요.”
비어있다고 생각한 방 안으로 들어가는데, 누군가가 티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오늘 새벽에 본 브로커 양씨라는 사람인 것 같았다.
방에 들어서는 나를 보자 사람 좋게 웃으며 다가와 악수를 권하는데, 양씨란 이 사람의 설계에 당했다는 생각에 머리가 띵했다. 나 뿐만아니라 MSM의 이용민 실장과 YAM 멤버들까지 다 농락을 당한 것 같았다.
마치, 뒤통수를 누군가가 후드려 친 것 같았다.
‘아 시파, 아침에 애들 모여서 내가 이야기했고, 다른 멤버들이 이야기했던 게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었구나. 이미 중국 애들은 중국의 회사와 계약을 한 이후였어. 아니, 어쩌면 이미 리패키지 앨범이 성공했을 때부터 교감이 있었는지도 모르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 중국에서 일하지만, 중국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이야길 해주었던 최만일 실장의 말들이 갑자기 확 가슴에 와 닿았다.
‘진정으로 팀이나 동고동락했던 멤버들을 생각했다면 이럴 수는 없는건데..중국 애들은 이미 다결정이 된 상황에서도 중국 브로커와는 잘되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하고, 속마음을 우리에게 털어놓지 않았구나. 햐 이거 참.’
뭔가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속에서 뭔가가 욱하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프로듀서 윤소원에게 제안이라. 아마도 레드샵관련 제안이라면 받아 들일 수 없다고 해.
이미 레드샵 지분의 51%는 MSM이 가지고 있어서 인수는 아마 힘들 거고, 내가 뭘 해줄 수가 없다고.”
내 말을 소혁이가 양씨라는 브로커에게 통역을 해주는데, ‘하오, 하오’ 하며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그런 눈치였다.
“형, 이미 그런 내용은 다 알고 있다고 합니다. 양 총감님은 레드샵 같은 프로듀서 전문 엔터 회사를 중국에서도 만들고 싶답니다.
소원이 형 같은 유능한 한국의 프로듀서들이 모여, 중국의 아이돌들을 프로듀싱해주는 업체를 같이 만들어 보자고 합니다.
아마도, 그렇게 만들어 진 회사에서 처음으로 프로듀싱 하는 건 저와 미준, 위안의 팀이 되겠죠.”
“근데, 총감이라는건 총감독을 말하는 거야? 양..선생님도 무슨 다른 엔터 업계의 감독인거야? 프로듀서? 혹시 어디 회사인지 밝힐 수 있어?”
브로커를 그냥 양씨라고 부르기는 애매해서 선생님이란 말을 뒤에 붙였는데, 총감이라는 직책이 왠지 엔터 업계에서 어떤 분야의 총 감독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 중국의 총감(总监)이란 말은 실장님이나 파트장 같은 개념이에요. 한국의 총감독과 단어는 비슷한데, 직책은 좀 달라요. 양 총감님은 국제 변호사로, 우리와 형의 영입이나 엔터테인먼트와 관계된 일의 책임자예요.
회사는...현신에너지라는 회사인데, 엔터업계로 아직 진출하지 않은 기업이에요. 중국의 가스나 석유를 공급하는 회사라는데, 한국의 석유공사와 LS 칼텍스를 합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네요. 규모가 포브스 500개 기업 중에서 250위 정도라고 합니다. 삼성이 1위권, 현대와 SK하이닉스가 200위대 정도랍니다.”
“그럼 진짜 대기업이네. 그런 석유회사가 엔터업계로 진출을 왜 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되네. 아무 연관이 없는 분야인데. 문어발식 확장이야?”
“양 총감님 말로는, 석유와 같은 자원 유통회사지만, 작년부터 금융 쪽으로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은행과 증권, 여신, 선물, 보험, 금융자산거래 등의 사업을 새로 시작했다고 하는데, 신생이다 보니 홍보와 마케팅이 부족해서 우리 같은 엔터 업계를 등에 업고 싶어 한다고 하네요.”
결국, 대기업의 문어발식 카테고리 확장에 엔터쪽이 들어가 있고, 초반에 빠른 이득과 결과를 보기 위해 우리들을 영입하고 싶어 한다는 소리였다.
아마도 프로듀서 회사를 중국에 만들어 운영하게 되면 그 노하우를 중국 사람이 빼가고 2~3년 후 중국인들이 기술을 습득하게 되면 기존의 외국 기업들 처럼 토사구팽(兎死狗烹)당할 게 눈에 뻔히 보였다.
돈이 급한것도 아니고, 지금도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이런 제안은 거부하고 일어나려는데, 돈이면 다 된다는 자신만만해 보이는 양 총감의 얼굴과 생글생글 웃으며 있는 소혁이를 보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사드(THAAD)로 인한 한류 금지령이 올해 말에 터지는구나.
이건 연예계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으니 나비효과로 인해 없어지거나 하지 않겠지. 그래, 이걸로 재미를 좀 볼수 있으면 보고 한번 골탕 먹여보자.’
“그럼, 깨 놓고 이야기하죠. 사실, 저에게 프로듀싱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회사를 세우자고 하는 건, 한국의 프로듀싱 노하우를 배워가겠다는 목적이 주 목적 아닙니까?
특히나 지금 한국과 아시아에서 히트를 한 곡들을 만든 가장 핫한 프로듀서의 노하우지요.
메인 프로듀서로서 3년 계약에 60억을 계약금으로 준다면 고려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3년에 3장의 싱글 앨범 발매가 기본 계약입니다. 제 작업 노하우를 배워가는 건 그쪽에서 알아서 하시면 될 거고요. 물론 싱글 앨범이 성공했을 경우 거기에 따른 인세티브는 별도입니다. 이런 조건이라면 중국에서 새로운 레드샵을 만드는데 동의 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충 생각하고 이야기 한 조건이었지만, 이 정도의 조건에 60억을 준다면 3년 동안 6곡이라 한 곡당 10억이나 마찬가지의 조건이었다.
“소원형 괜찮은 조건이라고 하는데요. 따로 법률적인 계약을 할 대행자를 세워 달라고 합니다.”
소혁이와 양 총감이 서로 이야길 하더니 좋다고 바로 결정이 난 것 같았다. 내 나름대로 베짱 튕긴다고 내건 조건이었는데, 바로 좋다고 해버리니 뭔가 허탈했다. 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홍콩 공연 때까지 계약을 진행해줄 대행자를 알려달라고 하는데요. 날짜가 괜찮겠어요? 한국으로 돌아가면 커뮤니케이션이 늦어질 것 같다고,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계약을 끝내자고 하는데.”
소혁이의 말에 중국이란 나라에 대해서 잘 알고, 양 총감 편이 아닌 내 편이라고 확실하게 생각할만한 사람이 있는지 생각해보니 딱 한 명이 떠오르긴 했다.
“내일 중으로 대행할 사람이 연락할 거야. 그럼 세부 사항은 그때 이야길 하자. 씻어야 하니 먼저 일어날게.”
한한령으로 골탕을 한번 먹여주려고 시작했는데, 아주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았기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특별히 다른 건 없겠지만, 이젠 중국 멤버 3명을 지금과 똑같이 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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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럽다 못해 난처한데요. 갑자기, 스카우트 제의라니.”
“갑작스럽다는 건 알지만, 일이 이상하게 되어 버렸는데 생각나는 사람이 최만일 실장님밖에 없었습니다.
중국어를 하면서 중국 사람들과의 거래나 대응을 제대로 할 만한 사람이 제가 아는 사람 중에서는 유일하십니다.
그리고, 중국에 있지만,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 더 딱 맞습니다.
우리 회사가 MSM의 자회사지만, 본사의 영향력은 거의 없이 최 실장님이 하고 싶은 방향으로 일 처리하고 할 수 있게 권한을 드리겠습니다.
계속 MSM에서 근무하시길 원하신다면 이번 거래에서 좀 도와주시고, 본사에 이야길 해서 파견 형태로 레드샵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처리를 하겠습니다.”
“그렇게까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계약직인데요. 뭐.
일단 MSM에서도 저를 대신할 사람은 있어야 하니 인수인계까진 있어야 할 테지만, 이번 거래는 도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합자회사 설립에 꼭 들어가야 하는 조건을 먼저 알려주십시오....
...흠. 이 항목이 꼭 들어가야 하는가요? 계약금 지급일자 후 3년간 음반 작업이 진행되지 않을 시 계약은 자동완료가 된 것으로 보고 계약은 종료된다는 이 문구가 꼭 들어가야 합니까?
1년에 싱글 음반 1장에 들어가는 2곡이면 진행이 아무리 딜레이 되어도 충분히 쳐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세상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습니까?
고의로 묶어두기 위해 1년에 1장의 앨범도 안 내고 계속 앨범 장수에 묶여서 대기만 할 수도 있는 불상사를 막기 위한 계약 문구입니다.
그 문구를 못 넣겠다고 하면 중국 내 한정이지만, 제 이름이나 한국의 레드샵 이름을 홍보나 마케팅에 사용하는 건 다 허용한다는 조건을 추가로 다 넣고 다시 딜을 넣어보세요.”
“흠. 그렇게도 이용될 수가 있겠군요. 앨범 출시를 하지 않고, 그렇게 묶어두는 작업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인센티브에서 5% 이상 양보하더라도 이 문구를 꼭 넣겠다고 하고 그래도 안 된다면 제시한 성명이나 초상권 홍보, 마케팅의 허용조건까지도 넣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아예 날짜까지 명시하도록 하고, 합작회사이니 아예 작업실과 운영 등의 제반 비용도 현신에너지에서 다 처리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네, 이미 중국 멤버들 3명이 넘어가 버린 상황이라 이렇게라도 해서 중국에서 최대한 땡길수 있는 건 땡겨야죠.”
60억을 땡긴다고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차후 한한령으로 인해 중국 정부 눈치를 본다고 한국과 관련된 모든 컨텐츠가 자동 퇴출당할 터였다.
내게 투자한 돈을 그냥 날리게 될 때 양총감이란 사람의 표정이 어떨지 상상이 되어서 더 재미있었다.
그때가 되면 한국인인 내가 만든 노래를 제대로 써먹지도 못할 테고, 홍보나 마케팅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3년이란 시간 동안 돈만 깨질 터였다.
양 총감과 중국 멤버들에게 설계 당한 걸 다시 그대로 돌려준다고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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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이와 소원이 미준, 소혁, 위안이까지 5명만 잠시 좀 보자.”
북경 공연 이후 상해 공연 전에 서울에서 전상일 본부장과 몇 명의 간부들이 중국으로 날아왔다.
나와 중국 애들은 올 게 왔다는 생각을 했는데, 제일이 형은 전혀 모른 채 같이 테이블에 앉았다.
“소원이는 좀 다른 형태이니 나중에 따로 이야길 하고, 너희 셋은 이야길 언제 하려고 했냐? 저쪽에서 다 알아서 해주길 바래는 거냐? 너희들 의견은 없어?”
전상일 본부장의 날 선 말에 소혁이와 세 명은 서로 눈치를 보다 결정을 내렸는지 소혁이가 이야길 했다.
“홍콩 공연이 끝나면 그때 이야길 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양 총감이 건넨 계약 조건은 저희가 원하는 조건들입니다.”
“제일이 너는 아예 몰랐지? 소원이 너는 어디까지 알고 있었냐?”
제일이 형은 그제야, 중국 멤버 세 명이 중국 쪽과 계약을 했고, 그와 관련된 법적 서류가 한국의 MSM에 전달된 걸 알게 되었다.
“저도 계약이 이미 끝난 것인지는 몰랐어요. 세부조건이나 그런걸 협의 중인 줄 알았어요. 저에게도 이야기를 안 해줬거든요. 어떤 내용인가요? 세 명 다 탈퇴를 하는 건가요?”
“흠. 리더인 제일이 네가 관리 하지 못한 게 아니니 기운 차려.
어쩔 수 없는 거니깐. 그리고, 세 명 다 팀을 탈퇴하는 게 아니야. 고개 들어 네 잘못 없어.
세 명 다 팀에 잔류는 하고 싶은데, 중국에서 큰돈을 벌고는 싶으니 이렇게 일이 된 거라고 봐야지. 제일이 네 잘못이 아니다.
일단, 앞으로 남은 5년 6개월의 계약 기간 중 1년에 5개월은 중국 멤버들이 중국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협의 중이다.
이런 중국 활동과 관련된 문제는 이미 우리 MSM에선 경험이 많기에 최대한 언론에 오르내리며 안 좋은 쪽의 이미지를 쌓는 건 피하고 싶다.
이제 2년 차인 신인급에 속하는 아이돌이 네거티브한 이미지를 가지게 되면 서로가 손해이니깐.
그래서, 중국 외 수입에 대한 배분을 조정하는 조건으로 1년에 5개월은 세 명의 멤버들이 중국에서 활동하는 걸 허락할 예정이다. 회사에서도 중국에서 너희들이 벌어들이는 금전적인 이득을 버리긴 아까우니깐.
너희가 원했던 6개월에서 1개월을 더 양보해서 5개월로 해준다면 지금처럼 YAM은 그대로 활동을 하게 될 거야.
다만, 다른 멤버들은 너희 세 명이 없는 기간 동안 9명이 활동을 하게 되겠지.
이게 우리 MSM에서 제시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그쪽도 멤버들인 너희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니, 우리 조건을 제대로 전달하고 내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해라. 세 명은 이만 나가보고.”
전상일 본부장은 더 이야기할 게 없다는 듯이 세 명을 내보냈다.
“중국의 현신엔터테이너에서 제시한 조건 중에 재미있는 게 있더라.
6~7년만 지나면 한국 멤버들은 군대에 가거나 탈퇴하는 멤버들이 생길 수 있고 YAM도 해체하거나 할 텐데, 팀을 해체하지 않는 조건으로 멤버들에게 개별로 팀 유지 비용을 준다는 조건도 있다.
중국에서 활동하면서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한국과 아시아에서 인정받는 한류 그룹의 일원이라는 간판을 계속 가지고 가겠다는 생각이지.
이 조건까지 다른 멤버들과 이야길 해봐.
회사에서는 최대한 언론의 잡음 없이 최대한 조용하게 이 계약이 마무리되었으면 하니깐.”
“돈을 더 벌기 위해 팀 탈퇴하려고 언론에 오르락거리면, 결국 전체 팬덤의 이탈이 생기니 그런 걸 막고, 최대의 이익을 보겠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겠네요.”
“그래, 제일이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거지. MSM에서 막는다고 안 나갈 애들도 아니고. 중국 법원은 당연히 자국인의 편을 들게 되겠지. 그렇게 분탕질을 쳐서 서로가 상처를 입고 다치기보다는 서로의 이익을 위해 한발씩 물러나는 거지.
아마, 앞으로 MSM에서 제작될 팀에서 중국 멤버가 있다면 지금의 이 별도활동계약이 기본이 될 거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애들이랑 이야길 해볼게요.”
제일이 형은 내게 따로 이야길 하자는 눈빛을 보내곤 자릴 비켜주었다.
“듣기로는 중국에 기획사를 차린다고? 중국 애들이 뭘 원하는지 알지? 반도체 같은 과학기술도 2~3년이면 노하우를 다 털리는 곳이야.”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했고, 최대한 안 털릴 수 있도록 할게요.”
“회사 간의 문제이니 더 이상 이야길 하지 않겠지만, 중국에 들어왔던 대부분의 기업은 웃으며 들어왔다가 울면서 중국에서 철수했다는걸 잊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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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 본부장까지 와서 이루어진 중국 멤버의 계약은 MSM의 조건대로 1년 중 5개월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수익 배분은 당사자들만 아는 것으로 해서 내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전상일 본부장과 간부들이 웃으며 한국으로 돌아간 걸 봤을 때, MSM 입장에서도 그리 나쁘지 않은 거래였던 것 같았다.
문제는 제일이 형이 따로 멤버들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이야길 했지만, 그래도 뒤통수를 맞은 거라, 중국 멤버들과 나머지 9명의 멤버들 간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겨 버렸다.
제일이 형과 내가 이 벽을 없애려고 했지만, 답이 없었다.
“이래서, 중국 애들은 안된다니깐요. 뭐든 다 돈으로 하려고 하고, 터놓고 이야길 했으면 이해를 해줬을 텐데, 자기들의 협의 사항에 문제가 있을까 봐 이야기도 안 하고 하는 그런 사고방식 때문에 중국인을 믿을 수가 없어요.”
“토모야, 일본인들의 속마음을 안 보여주는 것도 만만치 않아.”
“아 진짜 소원이 형 그래도 전 반은 한국 사람이에요. 으리! 정! 그런 걸 안다고요.”
“그럼 넌 일본에 갔을 때, 일본 회사에서 같은 조건으로 너에게 영입제의가 온다면 어떻게 할래?”
“일단 일본의 엔터 업계에서는 그런 돈을 못 쓰니깐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일 거예요. 그리고, 그런 제의가 오더라도 안가죠.
중국은 14억 내수 시장이 있으니 그런 큰돈과 중국 내 활동만으로 다 되겠지만, 일본은 절대 불가능해요. 지금도 일본에서 아이돌이 되고 싶은 사람은 다 한국으로 오고 있고, 뜨고 나서도 안가잖아요. 물이 달라요.
그리고, 민폐를 끼치고 팀에서 나왔다면 일본 방송국에서도 출연을 안 시켜줘요.
그런 부분에서는 일본이 더 의리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 저에겐 그런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저도 그래요. 형 저도 팀 탈퇴 안 해요.”
태국 멤버인 가빈이까지 서로 탈퇴 안 한다고 신앙 간증하듯이 이야기를 해왔다.
“야! 너네 소원이 계약금 60억 받았다고 너무 알랑방귀 뀌는 거 아니냐?”
“하하하. 그러는 제일이 형도 소원이 형처럼 프로듀서 되겠다고 기타연습하는 거잖아요.”
“인마! 이건 노후 대비지 노후 대비! 자 다들 악기를 들어라!
소원이라는 대박 프로듀서 롤 모델이 있으니, 우리도 계약금 억대를 위해 곡을 만들자. 다들 이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