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37화 (137/237)

# 137

답 없는 문제.

“모든 이사님과 레이블 대표님들이 바쁘신데도 회의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 안건이 있지만, 먼저 가장 중요한 ‘믹스 툰 제로(MIX TUNE 0)’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름 그대로 음악을 원점에서부터 섞어본다는 프로젝트입니다.

첫 번째 시작은 우리 EOS의 민채와 배우 이수지의 콜라보입니다. 여기에 SCT텔레콤까지 해서 삼각으로 섞이게 됩니다.

두 번째는 소녀연대의 다연과 메이저리그 스타 류승완의 콜라보로 여기에는 나테백화점이 섞이게 됩니다. 나누어 드린 자료를 보시면 10번째까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이 나와 있으니 확인 바랍니다.”

그간 바빠서 MSM에서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들에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회의에 들어와서 보니 여러 개가 진행되고 있었다.

‘믹스 툰 제로’란 프로젝트는 돈을 내는 기업과 우리 MSM의 아티스트, 그리고 다른 분야의 유명인과 콜라보 음반을 내는 것이었다.

사실 음악을 원점부터 섞어본다느니 하는 말은 포장이었고, 실질적으로는 기업의 홍보 마케팅에 돈을 받고 참여하는 것이었다.

대충 보니 콜라보에 참여하는 사람 중엔 미국의 유명가수도 있었고, 일본에서 친한파로 알려진 남자 배우, 미국에서 활동하는 스포츠 스타등 다양한 유명인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확실히 이런 프로젝트 음반이 나오게 된다면 화제가 될 것 같았다.

“응? 나도 있네. 그런데 팀 캐스팅인가?”

9번째 명단에 YAM으로 팀 이름이 적혀 있었고 나와 중국인 멤버 이미준이 적혀 있었다. 아직 이런 프로젝트에 혼자 이름을 올리기엔 무리라고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같이 콜라보를 할 사람은 ‘장이위’라는 중국 배우로 한국인과 결혼해서 한국에 살고 있다고 알려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카메라 브랜드인 ‘리콘’이 콜라보에 참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별도의 상황변화가 없으면 이 순서대로 진행이 되니 미리 준비를 부탁드립니다. 아마 촬영 및 녹화는 다음 달 안으로 끝을 내게 될 겁니다.

그리고, 다음은 산하 레이블 관련 중요사항입니다.

‘레드 샵’에서 본사와는 별도의 아이돌 연습생 시스템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별도의 연습생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처음이니만큼 각 산하 기업에서 계약하고 있는 연습생이나 유망주가 있다면 별도의 내부 오디션을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날짜는 근시일 내입니다.”

본사인 MSM과는 별도의 연습생 시스템을 운영하게 되었다는 전상일 본부장의 말에 여기저기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대부분이 원래 따로 못 두는 거 아니었어?, MSM의 사칙에 어긋나는 거 아니냐는 말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운영상 불필요하다고 할 수도 있는 산하 연습생의 운영이지만, 그룹 내 내부 경쟁이 있어야 서로 자극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20여 년간 지켜온 회사의 운영 방침을 변경했습니다.

추후 운영 방침의 변경에 대한 공지는 별도로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레드샵의 경우처럼 좋은 방안은 있으나 기존 운영 방침과 대비되기에 제안하지 못했던 것들을 주저 말고 제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이 회사의 주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이사 진들의 말이 많다 보니 유영찬 이사가 직접 나서서 사칙이 변경되었다고 이야길 해주었다.

전상일 본부장과 이야길 하며 별도의 오디션 없이 알음알음 아는 사람의 추천을 받아 소수의 연습생만 영입하겠다고 했는데, 유영찬 이사와 이야길 하고 난 후엔 우리 사무실과 연습실에 별도의 운영 보조비를 주겠다는 조건으로 그룹 내 추천을 받아 별도의 내부 오디션은 보기로 했다.

규격화되고 높은 수준이 요구되는 MSM의 연습생이 되지 못한 개성 강한 지망생, 연습생들이 여러 산하 회사에 있다는 전상일 본부장의 말에 귀도 솔깃하긴 했다.

“네, 그럼 산하 연습생 건은 넘어가고, 한국판 베보(VEVO)건입니다....”

유튜브에서의 수익 문제로 9개의 기획사가 연합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후의 내용은 우리완 별 상관이 없는 내용이었다.

회의가 여러 문제로 길어지자 비행기 시간 때문에 회의 중간에 나와서 공항으로 향했다.

“와! 소원형이다! 형 오랜만이에요!”

“진짜 소원이네. 소원아 얼굴 잊어버리겠어.”

일 때문에 행사도 빠지고 삼 일만에 본다고 다들 오랜만에 본다고 놀려대기 바빴다.

MSM의 월드투어는 중국 북경을 시작으로 상해, 홍콩, 대만, 방콕, 하노이, 자카르타, 도쿄, 오사카를 돌고 부산과 서울을 도는 것이 상반기 일정이었다. 이후 하반기에는 LA, 뉴욕, 멕시코시티, 칠레를 돌고, 런던과 파리를 돌며 마무리가 되는 1년이 걸리는 스케줄이었다.

장기 일정이기에 최대한 스케줄을 조정하지만, 공연 3~4일전 현지에 도착해서 여러 광고와 방송을 소화하고 콘서트까지 하는 힘든 일정이었다.

북경에 도착해서도 짐만 풀고는 바로 식사 겸 홍보 활동도 바로 시작되었다.

MSM에서 상암동에서 운영 중인 ‘디 테이블’이란 퓨전 다이닝(Fusion Dining) 레스토랑의 지점을 북경에 열었는데, 홍보의 일환으로 여기에서 MSM의 아티스트들이 다 같이 식사를 하며 중국의 연예 관련 프로그램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YAM은 중국 북경에서의 공연이 처음인데 소감이 어떤가요? 8만 명이 되는 관객들 앞에서 공연하는 것은 처음이죠? 그리고, 북경 출신인 미준군은 고향에 돌아왔는데 느낌은 어떤가요?”

YAM의 12명 멤버중에서 중국인인 미준, 소혁, 위안이 대부분 이야길 하고 중국어를 모르는 나머지는 그냥 헤헤 거리며 웃어주는 것이 일이었다.

현재 MSM의 팀 중에서 중국인이 3명이나 들어가 있는 그룹은 우리 YAM 밖에없다 보니, EOS나 슈퍼키즈 등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기존 선배들보다 더 중국 연예 방송사의 주목을 더 받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중국 공항에 딱 내리자마자, 미준이랑 소혁이, 위안이는 어깨에 막 힘이 팍팍 들어가더라. 역시, 중국도 국뽕이구나. 배고픈데 언제 인터뷰가 끝이 날까.”

맨 뒤에서 심심해서 옆자리의 토모와 잡담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죠. 중화가 최고라고 이야긴 하지만, 가게 영업을 위해서 백인 남녀를 고용해서 손님처럼 앉혀두는 곳이 중국이라잖아요.

외국에서 인정받는 중화 인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걸 가장 좋아하기에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야, 일본 혼혈인 일본 국적자인 너에게 이런 이야길 듣게 되다니 놀랍다.”

“중국에 오기 전에 매니저 형에게 주의를 받으면서 이야길 많이 들었어요. 아마 일본인인 제가 제일 인기 없을 거라고. 환호 소리가 다를 테니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중국의 의식이나 문화에 대한 책도 찾아서 봤고요.”

“역사적인 문제가 있다 보니 어쩔 수 없겠지.

그리고, 너뿐만 아니라 저 세 명 빼고는 다 그냥 찬밥이야.

아! 그러고 보면 넌 일본 가게 되면 네가 저렇게 앞에 나설 거잖아.”

“후후후. 저도 메리트는 하나 있어야죠.”

“거기 맨 뒤에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거 같은데, 그럼 마지막으로 한국말로 한마디 해주시죠.”

“저요? 음..사랑해요 연예가 중계!”

고민하다 드립을 치며 윙크를 해주었다.

“훗”, “풋”, “아 형!”

“아 왜? 원래 이 말을 해야 인터뷰 끝이잖아. 그리고, 중국 방송 이름도 연예계 LIVE네.”

통역도 웃으며 설명을 하고 리포터도 내가 한 말이 인터뷰를 끝낼 때 하는 상징적인 말이라는 소리에 만족해하며 인터뷰가 끝이 났다.

그제야 겨우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저쪽 VIP룸에서 중국 멤버들을 따로 보고 싶다는 요청이 있는데, 당 간부들이라 거부를 하기가 좀 힘듭니다. 당 간부의 자녀들과 같이 왔는데, 사진을 좀 따로 찍어 주고 해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교통국 간부라 거부하기엔 좀 그렇습니다.”

‘디 테이블’의 지배인이 옆 테이블의 이용민 실장에게 부탁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참이나 이용민 실장이 다른 실장들과 이야길 하더니 알겠다고 했고, 중국 멤버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가서 밥 얻어먹고 오겠다고 했다.

“한국의 70년대 마냥 중국은 당 간부가 오라고 하면 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야. 오늘 나온 방송국 사람들도 당 간부라고 하니깐 알아서 눈치를 보고 설설 기더라.”

매니저 기봉이 형이 입맛이 쓰다는 듯이 이야길 했다.

“아마 이용민 실장님이나 다른 회사 사람들도 이렇게 멤버들이 가서 자녀들에게 인사하고 서비스를 해주면 이후 중국에서 귀찮은 일이 생겼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허락해 줬겠죠.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 우리도 이해합니다. 아마 다른 나라에 가면 다른 멤버들도 이렇게 불려가서 인사하고 사진 찍어 주고 할 일이 있을 거야.

그때 최대한 웃으면서 해줘 알았지?”

제일이 형의 말에 현실적인 부분이라 어쩔 수 없이 다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소원아 일어나봐.”

“으응..제일이 형 왜요? 무슨 일 있어요? 기봉이 형도 있네요.”

“세수하고 잠시 따라와라. 비상사태다.”

매니저인 기봉이 형의 비상사태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였다. 몰래카메라도 아니고 뭐지 싶었지만, 옆에 있는 제일이 형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서 일단 기봉이 형을 따라나섰다.

우리가 묵던 호텔 방의 아래층으로 향하는데, 꺼림칙했다.

‘우씌 이거, 아까 중국 애들 4명 불려 간 거처럼 접대에 끌려가는 거 아냐?’ 하는 기분 나쁜 생각도 들었지만, 잠옷 바람이라 안심이 되긴 했다.

‘아냐, 일부러 잠옷 파자마 파티처럼 접대하는 건가.’

이대로 도망을 칠까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며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는데, 기봉이 형과 제일이 형이 문을 열고 들어간 호텔 방에는 이용민 실장을 비롯한 MSM의 간부급 사람들 4명이 모여서 이야길 하고 있었다.

“휴. 다행이네요.” 내가 생각한 더러운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뭐가 다행이야? 다행스러운 상황이 아니야, 빨리 제일이랑 앉아봐.”

“아까 저녁을 먹으면서 미준, 소혁, 위안이 VIP룸에 당 간부들 자녀들과 사진 찍고 한 거 기억하지?”

“네. 기억하죠. 거기서 무슨 문제가 터졌어요?”

“그래, 문제가 터졌다. 애들이 호텔을 벗어났어.

우리도 처음에는 당 간부의 자녀들인 고등학생 애들과 따로 만난다고 호텔 방을 벗어난 줄 알았다.”

“헐”

이란 말이 내 입에서 절로 나왔다. 숙소 이탈이라니.

“그럼, 여자를 만나러 간 게 아니에요?”

옆의 제일이 형도 제대로 모르는지 물어봤다.

“그래, 제일이 네가 애들이 방에 없다고 이야길 했을 때만 해도 당 간부 자녀들과 몰래 만나러 나간 거로 생각했어.

하지만, 이리저리 알아보니 그게 아니더라.”

“그럼요? 왜 숙소를 벗어난 거예요?”

“아마도, 중국 엔터쪽에서 브로커들이 붙은 것 같다. 호텔측에 이야길 해서 CCTV를 확인하니 로비에 마중 나온 사람이 중국의 업계 사람인 것 같다.”

“흠. 골치 아프네요. 애들에게 연락은 안 되는 거예요?”

“그래, 핸드폰은 연락이 안 되고, 그 브로커에게 연락을 해보니, 정리가 되면 연락을 해준다고 하더라.”

“네? 브로커의 연락처를 알고 있다고요? 어떻게요?”

“브로커가 생판 모르는 사람이 아닌 예전 EOS의 멤버 이탈 때부터 알던 사람이니깐. 관리를 한다고 외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막았지만, 그 당 간부의 방에 갔을 때는 우리가 붙지 못했으니 거기서 접촉을 했겠지.”

“이미 전적이 있는 사람이 끼어들었다면 문제가 더 크겠는데요.

그런데, 이미 몇 번의 사태가 있었는데, 회사에서는 따로 준비된 그런 대책 같은 건 없나요?”

“중국은 법이나 계약 그런 것보다 당의 명령이나 국가의 이익이 우선이야. 우리가 백날 대책을 만들어도 답이 없어.”

“실장님. 브로커 양씨에게 전화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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