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
미래를 위해.
“뭐? 연습생 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너, 설마 내가 추천한 루시아 때문에 갑작스레 결정해버린 거야? 우리랑 상의도 없이?”
Nnet에서 일을 끝내고 돌아온 대현 형은 물론이고 이재원 사장이나 빨간 펀치 누나들은 긴급회의라고 해서 왔더니 갑자기 내가 연습생을 운영하겠다고 해서 황당해 했다.
그리고, 회사의 운영 방향이 왜 급작스레 바뀌어 버린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눈빛을 보냈다.
특히나, 대현 형은 루시아 때문에 자기를 배려한다고 이렇게 된 게 아닌가 하는 불편한 표정이었다.
“이재원 사장님이나 형, 누나들과 상의를 하지 못한 건 죄송해요. 하지만, 프로듀스108에 못 나가게 된 루시아가 안 되어 보여서 갑작스레 마음을 바꾸거나 한 게 아닙니다.”
혹시나, 내가 측은지심으로 인해 회사의 운영 방향을 바꾸어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을 수도 있기에 먼저 변명을 했다.
“그럼 왜 갑자기 이렇게 운영 방침을 바꾸었는지 한번 들어보지.”
이재원 사장의 진중한 목소릴 들으니 다들 일단 들어 보자는 듯이 의자에 앉았다.
“루시아가 출연이 안 될 것 같다고 이야기를 전해야 하는 입장에서 최대한 상처 안 받게 어떻게 타일러야 좋을까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엔오원의 시타형이 따로 사업체를 차렸다고 보습제를 홍보 좀 해달라고 물건들을 주더라고요.
거기서 좀 깨달은 게 있습니다. 내가 너무 소극적으로 레드샵을 운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의 내가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도 고민을 했습니다.
그냥 지주회사인 MSM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는 회사라면 그냥 지금의 레드샵 운영처럼 쉽게 갈 수 있을 겁니다.
MSM이나 다른 소속사의 연습생들을 위탁받아 이재원 사장님이나 김영민 선생님이 수업해 주고 쉽게 돈을 벌 수 있으니깐요.
하지만, 지주회사인 MSM이 우리의 가치가 더 이상 필요없다고 지분을 털어 버리게 되면, 루시아처럼 데뷔 후 1년 만에 강제로 은퇴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뭐, 지금은 우리가 만드는 곡이 가치가 있으니 그런 걱정을 안 해도 되겠지만, 돈과 미래를 누가 확언할 수 있겠습니까?
당장, YAM의 아이돌 전속 계약이 끝나는 7년 후의 미래를 생각하니 그냥 쉽게 노래를 만들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일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연습생을 운영하겠다는 게 판단이야?”
왜 그렇게 답이 도출되는지 모르겠는지 원희 누나가 물었다.
“네, 7년 후 아니 사실 7년 후의 미래까지도 볼 필요도 없습니다.
당장 올 연말과 내년만 해도 과연 우리의 인기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년 내후년까지 우리가 만들고 발표하는 노래마다 다 대박이 나고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좋을 겁니다.
하지만, 인기 최정상의 아이돌도 결국 전성기는 2~3년밖에 되지 않아요.”
“그래서 인기 있을 때 많이 땡겨서 건물을 사야 노후 대비가 된다고 하고, 다들 돈을 벌면 건물을 사려고 하는 게 현실이긴 하지.
그럼, 우리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 연습생을 키우자는 이야기지?”
“네, 대현 형 말처럼 건물이나 부동산보다는 좀 더 지금의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고, 미래를 위해 준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전성기도 2~3년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큰 이유입니다.
1990년대 최고의 작곡자이자 음반 제작자였던 김청완은 물론이고, 2000년 초반 5년 넘게 저작권료 1위를 했던 유영찬 이사의 전성기도 결국 10년, 15년이 한계였습니다.
우리는 과연 천재라고 불리는 이 사람들 만큼 해낼 수 있을까요? 이 천재들도 10년이 한계인데, 우리가 더 오랫동안 지금처럼 히트곡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아니 우리가 그분들만큼 오랫동안 프로듀서로서 창작을 할 수 있을까요?”
내가 눈에 힘을 주며 네 사람을 둘러봤다.
“네 명 다 실력이 있으니 프로듀서로서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분들만큼 히트곡을 내거나 하는 건 무리지. 특히 김청완은 전설이야. 90년대에는 김청완이 없으면 가요 차트의 40%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야.
김검모, 신소훈, 큘론, 박민경, 노이즈까지 김청완이 만들어냈던 김청완 사단은 90년대의 전설들이야.”
90년대를 음악에 묻혀 살았던 이재원 사장은 가요계 히트 메이커이자 미다스의 손으로까지 불렸던 김청완의 업적을 알기에 그런 사람과는 비교 자체가 안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네. 아마 우리 4명이 힘을 합쳐도 힘들 겁니다.
전설이라는 사람들도 10년 15년이 한계인데, 과연 우리들의 끝은 어떻게 될까요. 과연 음악인으로 계속 살아갈 수나 있을까요?
처음 생각은 MSM의 우산 아래로 들어와서 세차게 내리는 비를 피하며 쉽게 성장하길 원했지만, 결국엔 MSM의 우산을 벗어나야 햇빛을 받아서 더 클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MSM보다 우리가 더 큰 우산이 되어야 하겠죠.
그런 힘을 만들려면 우리 네 명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의 감각이 무뎌지고, 음악의 트랜드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었을 때, 우리의 자리를 꿰차고 앞으로 뛰어 나가줄 프로듀서와 뮤지션, 아이돌들을 키워야 합니다.”
“그럼 단순한 아이돌 연습생을 운영하겠다는 게 아닌 거야?”
“네. 90년대 2000년대를 주름 잡았던, 김청완, 유영찬이사가 트랜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결국, 천재라는 자만심과 자신의 음악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후배들을 이끌어주고 같이 작업하는 협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변화하는 음악 트랜드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의 선배들이 실수한 부분을 보고 우리가 그대로 따라가면 안 되겠죠.
유영찬 이사님은 이제야 아차 하면서 늦게나마 우리 같은 사람들을 영입했지만, 우리는 지금부터 준비할 겁니다.
우리 네 명 외에도 역량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픈마인드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아니, 받아들일 겁니다.
왠지 내 지분을 빼앗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지분까지 줘야 할 정도의 역량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나눠줄 지분 이상의 일을 우리에게 해준 사람일 겁니다.”
“흠. 단순한 연습생 시스템 도입이 아니라, 종합 엔터테이너 회사로 가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네.”
“네, 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MSM이나 다른 큰 기획사는 자금력이든 이권 보장이든 해서 뮤지션들을 영입해서 프로듀서팀을 꾸리겠지만, 우리는 그런 뮤지션들을 키워 낼 겁니다.
처음 받아들일 때는 연습생이지만, 애들에게 작사, 작곡을 같이 가르쳐서 뮤지션으로 싹이 보이는 애들을 별도로 키울 겁니다.
그런 뮤지션의 재능을 가진 애들이 아이돌로 뛰어주기까지 하면 더 좋고요.
그런 우리 레드샵의 정체성을 가진 프로듀서들로 10년 20년 아니 30년 이상 커갈수 있는 회사로 만들 겁니다.”
“좋은 생각이야. 사실, 아이돌 연습생만큼 열심히 하는 애들도 없지.
그냥 몇 년을 노래와 춤에 파묻혀 살지. 아마 프로듀서 지망하는 전공자 보다도 더 많은 노래를 듣고 할 거야.”
“네. 이재원 사장님 말처럼 매일 새로운 노래를 듣고 트랜드를 분석하고 노래의 운율을 따지고, 호흡을 따지면서 음정까지 디테일하게 분석하는 사람은 연습생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 히트곡을 따라 추며 화려한 무대에 서고 싶어 하니깐요.
연습생들은 자기도 모르게 창작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 많이 듣고, 많이 분석한 사람이 그걸 노래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몇 년간 들어오고 분석해왔던 노래에 대한 재능이 뿜어져 나올 겁니다.”
“그런데, 루시아에게서는 그런 재능이 보이든? 가이드로 음색이 좋아서 추천한 거지 뮤지션으로서의 능력은 나도 몰라.”
“이제 봐야죠. 음악성이라는 게 바로 보이면 그게 말이 안 되는 거지요.
브레브엔터의 금철사장이나 얼리어 레코드의 돈끼도 결국 몇 년간 음악에 빠져 음악을 들으며 자신만의 세계에서 노래를 만들어냈어요.
루시아나 찬희는 물론 경력이 긴 연습생들은 음악에 빠져 살았어요.
그런 음악의 영향으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이 뿜어져 나오게 만들어야죠.”
“그럼 사무실이나 다른 건? 우리가 연습생을 키운다고 하면 MSM이 안 좋아할 것 같은데.”
“우리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니 연습생을 키우게 되면 MSM에서 얹혀사는 건 끝을 내야겠죠. 그래도 지주회사이니 지원도 좀 받고요.
재능이 있지만, MSM의 아이돌 주의에 어긋나는 연습생이라 못 받아들인 연습생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 연습생들을 모아서 운영하겠다고 하면 어느 정도는 도와주겠죠.”
“오케이. 대 변혁이 갑자기 들이닥쳤네. 그럼, 연습생을 받아 들이는건 이렇게 방향을 정하도록 하고.
미영이 관련으로 이야길 좀 해야 겠어.”
“미영이요? 왜요? 누나들이 며칠 데리고 있으니 개선의 여지가 안 보이던가요?”
“음. 그게. 좀 미묘해. 오히려 지금의 캐릭터를 살려야 할 것 같은데.”
“네? 그 공주병 컨셉으로요?”
“그래, 우리 둘이 며칠간 미영이를 보고 내린 결론이야. 뭔가 병신같지만, 매력이 있다고 할까. 독특한 캐릭터야.
키라(KIRA)의 김규리 같은 독보적 캐릭터야. 지금은 키라가 해체를 했으니 그런 공주님 여왕님의 캐릭터가 없어.”
“대상 프랜차이즈의 키라요? 아, 그러고 보니 도도한 여왕님이니 여신이니 하는 컨셉으로 주목은 받긴 받았었네요.”
“그래, 그 컨셉이 미영이에게 있으니 그냥 고칠 필요 없이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아마 프로듀스에서도 캐릭터를 살릴 수 있을걸.”
“흠. 같은 여자가 그렇게 봤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겠죠. 그럼 누나들이 비호감보다는 호감이 가는 공주병의 이미지로 좀 다듬어 주세요.”
“찬희와 같이, 공주와 시녀 같은 컨셉으로 둘을 엮는 것도 생각을 해보지. 결국 캐미가 있어야 둘이 같이 살 수 있는 거니깐요. 그럼 긴급회의는 여기서 끝을 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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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거 받아. 그리고 고맙다.”
“이거 뭐에요? 어? 프로듀스108 원서 복사본이에요? 이걸 왜?”
“응? 이 원서 가져오라고, Nnet에서 나한테 눈치 준거 아니었어?
멘토로 참여해서 예선 탈락한 애들 정보 가지고 오라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에? 형 착각하신 거 같은데요. 뭐 주시니 일단 고맙게 받을게요. 김PD님 몰래 들고 온 거예요?”
“몰래 어떻게 들고 오냐? 그냥 이왕 방송에 못 나가는 애들 원서를 주면 우리가 연습생으로 스카웃 할 수도 있다고 하니깐, 그렇게라도 애들에게 기회가 갈 수 있다면 좋다고 복사해 주더라.
메인작가 말로는 다른 기획사에 있다가 급하게 이적한 애들도 있고, 소속이 없다가 미영이처럼 급하게 회사 들어가서 원서 낸 애들도 있다하더라.
우리처럼 임시 계약으로 묶여있는 애들이란 뜻이겠지.”
“프로듀서에 원서를 낼 정도라면 한번 연락해서 볼 가치는 있겠네요. 일단 새 시즌이 들어가면 그때 연락을 한번 해볼게요.
그리고, 진짜 루시아 때문이 아닙니다. 오디션에서 휘트니 휴스턴노래 부를 때 보니 가창력이 좋았어요.
점점 기획사들도 메인 보컬 감은 무조건 다 데리고 가는 분위기라 메인보컬을 구하기가 어려워요. 우리도 메인 보컬 감은 무조건 데리고 있는 게 맞아요.”
“그래 알았다. 간다.”
내가 그렇게 미래를 위해 회사를 변경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는데, 대현 형은 내가 배려를 해준 거로 생각하는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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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봐. 입이 보살이고 말이 씨가 된다니깐. 연습생 돌린다는 소문이 진짜 바로 현실이 되잖아.”
“하하하. 그렇네요. 진짜 말에 힘이 있다더니. 진짜 전상일 본부장님 말처럼 되었어요.”
“그러니깐 이제 노래 제목 지을 때도 리치걸같은 돈을 많이 벌 것 같은 노래 제목을 지어.”
“진짜 그래야겠네요. 그래서 연습생을 받으려고 하니깐 연습실도 없는 형편이라 연습실과 사무실이 딸린 저렴한 임대 좀 알아봐 주세요.”
“야, MSM의 본부장이 부동산 업자냐? 내 살다 살다 나에게 사무실이랑 연습실 알아봐 달라는 청탁이 들어 올 줄 몰랐네.”
“레드샵에는 진짜 사람이 없어서요. 행정과 관리가 좋은 MSM의 힘을 좀 빌려야죠.”
“그래도 더부살이 안 하겠다는 눈치는 있네. 일단 알아보라고 할 테니깐 좀 기다려봐 당장 필요한 건 아니지?”
“네, 일단 오디션을 보거나 해서 연습생을 받기보다는 알음알음 괜찮다고 연습생들 사이에 소문난 애들을 컨텍해서 영입할거라 당장 급한건 아닙니다.”
“알았어. 우리 MSM 산하의 레이블이 처음으로 연습생을 받는 거니 일단 너도 이번 주 회의에 들어와. 그러고 보니 그날 오후에 중국으로 너 바로 출국해야 하는 건 알지?”
“네, 월드투어가 있다 보니 연습실과 사무실 구하는 걸 본부장님께 부탁드리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