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
차이가 생기다.
[하나. 둘. 기나긴 시간을 기다린 것 같아.
이건 내 얘기야. 중독된 시간의 이야기야.
하루종일 너만 생각하는 중독된 내 맘을 넌 알까?
woo~ baby~
나도 모르게 가져간 내 마음을 돌려놔.
다정한 네 목소리로 말해줘. 나의 로미오!
내 손을 잡아줘. 네 눈을 보여줘. 날 안아줘~!
약속해줘. 꿈에서 깨어나서도 볼 수 있다고.
나타나 줘. 날 구하러 와준다고 해줘.
woo~ baby~
둘.둘. 난 너의 눈을 바라보면 빨려 들어갈 것 같아.
널 그냥 멍하니 보다가 시간이 흐를 것 같아.
woo~ baby~
상상만 하지 말고, 내게 다가와 나의 로미오.
Don't be shy~ 부끄러워 하지 마.
나의 눈에 너의 눈에 헤엄치고 싶어.
망설이지 마. 우리에게 내일은 더 이상 없어.
너무 고민하지 마, 우리에겐 오늘밖에 없어.
모르는 척 날 안아줘. come to me baby.
둘.셋. 밤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생각만 해도 심장이 떨려 말해야 할까.
터질 것 같은 이런 내 맘을 넌 알까?
woo~ baby~
나도 모르게 가져간 내 마음을 돌려놔.
다정한 네 목소리로 말해줘. 나의 로미오!
망설이지 마. 우리에게 내일은 더 이상 없어.
너무 고민하지 마, 우리에겐 오늘밖에 없어.
모르는 척 날 안아줘. come to me baby.]
“어때? 우리가 가이드 했을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밝은 느낌이지?”
“네. 뭐랄까. 누나들이 불렀을 때는 뭔갈 아는 성숙한 여인이 로미오를 밤에 부르는 느낌이었는데, 영시스터 애들은 대부분이 10대라서 그런지 진짜 느낌이 다르네요. 마치, 늦은 밤에 불러서는 잠잘 수 있게 방에 불 좀 꺼달라고 부르는 그런 느낌인데요.
비유가 맞으려나. 하하하”
“우리가 부른 거처럼 노래에 끈적함이 좀 있으면 더 노래의 맛이 있을 것 같지만, 이런 청순하게 부르는 로미오도 좋지 뭐.
자 그럼, 우리 앨범 마무리 작업해 볼까? 거기 대현이도 빨리 이리와 오늘 한 곡 후딱 만들어 보자!”
**
“YAM의 공식 팬클럽 ‘야미’ 1기의 창단을 축하합니다~!
우린 ‘얌’이에요~!”
“우린! 야미에요!”
무대 위에서 우리 12명이 손을 앞으로 펼치며 얌이라고 외치자, 경일대 평화의 극장 3,300석을 가득 채운 팬클럽 회원들도 따라서 야미라고 외쳤다.
팬클럽 ‘야미’ 1기 창단식은 유료가입 회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행사였는데, 팬클럽창단식에 참여하겠다는 팬들이 만 명 가까이 몰렸기에 하루에 2번이나 창단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 규모의 팬클럽창단식은 동방정기 이후 처음인 거 같지?”
“네 차장님, 준비한 굿즈의 80% 이상 매진되었고, 화환 대신 들어온 쌀과 동물 사료가 4톤이 넘었습니다.
엔오원 멤버들과 친분 있는 연예인들도 같이 보내주다 보니 저 쌀이랑 사료 처리하는 것도 힘들 것 같아요.”
“현장에 온건 그래도 2톤 정도밖에 안 되니깐 용달로 옮겨 실어야지.
쌀은 희망원에 우리가 직접 들고 가서 전달하고, 동물연대는 연락하면 찾아오니깐 그래도 좀 편할 거야.”
“그런데, NTC321 애들은 스트레스 받을 거 같아요.
먼저 데뷔했는데, 인기가 YAM이 더 많고, 팬클럽 1기는 있지만, 이후 2기 팬클럽 모집 자체를 못 하고 있는데, YAM은 1기부터 유료 팬클럽창단식에 만 명 넘게 몰리니..”
“그래서 매니저와 실장이 있는 거야. 멘탈관리 알아서 해줄 테니까 넌 신경 쓰지 않고 굿즈 매대 철수나 서둘러.”
**
“아, 그리고 우리 ‘야미’들에게 공지사항이 있어요!
내일 아침 가족 생방송에 나가기로 한 방송에서 소원이가 빠지게 되었어요. 그래도 본방사수해줘야 해요~!”
“아! 왜요?”, “안돼!”
“그게 소원이의 친형이 군대에 입대하는 날이다 보니, 어쩔 수가 없어요.”
“어우.” “안돼! 우리 오빠들은 군대 가면 안 돼요!”
“아니, 소원이가 가는 게 아니라 소원이의 형이 가는 거라니까 다들 울지마!! 뚝!!”
“오빠들도 나중에 가실 거잖아요! 흑흑.”
“얘들아 울지마! 아직 8년이나 남았으니깐 그땐 통일되겠지. 자 다들 뚝~!”
내가 아니라 기원이 형이 군대에 간다고 내일 아침 생방송에 빠진다는데, 마치 내가 군대에 가는 것처럼 우는 팬클럽 회원들을 보니 코가 찡하긴 했다.
“논산훈련소 앞에서 음식 사 먹는 거 아니라더니 진짜네. 더럽게 맛없다.”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동생까지 다 올라와서 형이 입대하는 것을 봤는데, 이미 민호 형을 보내고 두 번째라 그런지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았다.
형의 입대로 인한 상실감보단, 이제 서울에 내가 살집이 없어졌다는 게 더 섭섭했다.
YAM 숙소에서 반 정도 생활하고, 개인 일정이 있을때는 기원이 형이 얻은 집에서 반을 생활했는데, 형이 입대하면서 이달 말까지 비워 줘야 했다.
“그럼, 이참에 나랑 같이 작업실 겸 집을 하나 얻을래?
너도 그렇고 나도 일 때문에 늘 집에 있는 상황이 아니니 우리 둘이 집을 같이 얻으면 금전적인 부분이나 생활에 서로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어때?”
집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으니 대현 형이 먼저 같이 집 겸 작업실을 구해서 같이 살자고 이야기를 했다.
대현 형도 지금은 부모님의 집에서 같이 살다 보니 밤늦게 다니고 하는 부분에서 불편한 게 있다고 해서 나와서 살 생각이라고 했다.
확실히 단점보단 대현 형과 같이 사는 게 이득인 것 같기에 기봉이 형이 반전세 집을 구해줬다.
“50평에 방 4칸에 화장실 2개야. 평수가 있다 보니 요즘은 오히려 큰집이 인기가 없다고 하네. 전망은 안 좋지만, 뭐 주로 밤에 다니니 전망이 무슨 소용이냐.”
강북이고 어중간하게 오래되다 보니 재개발 이야기도 없는 아파트를 용케 찾아서 이사했다.
“대현아, 소원아 저 방 하나는 비워둬라. 나 제대하면 나도 여기 들어 올 거다. 알았지? 저 방 내꺼야.”
일병휴가를 나와서는 우리랑 논다고 같이 이사할 집에 들른 민호 형이 나보다 먼저 방 하나를 짚어서는 자기 방이라고 우겼다.
“거참, 휴가 나온 군인 아저씨가 무슨 집이야? 아직 제대하려면 한 10년 남은 것 같구먼. 어휴 벌써 일병이야?”
“대현이 너 군대 갈 때 보자 내가 진짜 어휴~!”
“민호 형은 일단 제대하면 그때 봐요. 집 봤으니 빨리 극장 갑시다. 오늘 시사회라 민호 형도 오랜만에 플래시 좀 받아야죠.”
“그래그래, 오늘 여자 연예인들이랑 사진 엄청나게 찍으려고 내가 벼루였다. 진짜. 이 칼산 들어간 군복 멋지지?”
“형, 군복 다림질선 아무도 안보거든요. 왜 휴가 나와서는 군복을 입고 설치는 거예요?”
“내가 군에 있다는 걸 확인시켜줘야지. 그래서 일부러 군복 입은 거야. 빨리 가자!”
영화 ‘감금학원’의 시사회에 일부러 휴가 나온 군복차림으로 참석한 민호 형은 바람대로 모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다.
오히려, 영화보다 엔오원 김민호가 더 노출되는 바람에 영화관계자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영화 홍보, 예고편에서는 나도 같이 참여했던 2차 오디션의 액션캠 영상이 소개되며, 진짜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장르처럼 보였다.
공포 스팟이라 불린 실로암 학원에 영적인 체험을 하러 가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고, 왜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지 역추적하며 공포감을 조성하는데, 나름 무서웠다.
거기에 중반부부터 본인의 의지나 부모님의 바람으로 감금되다시피 해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에피소드와 불이 나며 고통스럽게 죽어 가는 신파극이 가해지자 공포물에서 드라마로 장르가 변했다. 그리고, 다시 공포물로 마무리가 되었는데, 뭔가 한국형 공포영화다운 그런 느낌이었다.
‘파라노말 엑티비티’ 같은 공포영화가 아닌, 슬픔과 한으로 공포 스팟으로 알려지게 된 실로암 학원과 한국의 비정상적인 교육에 대한 비판까지 들어갔기에, 나름 영화의 소리는 내는 것 같았는데, 이게 흥행에 성공할지는 미지수였다.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니라 슬픔과 감동까지 있는 한국형 공포영화인 것 같아요.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물론, 친구 태정이의 연기도 좋았고요. 강력 추천영화입니다!!”
의례적인 영화추천 인터뷰를 몇 번 하고 나오니, 스낵코너와 극장이 있는 건물 코너에서 들리는 음악에 영시스터의 ‘로미오’가 흘러나오는 게 들렸다.
“야, 이 노래 너희가 한 거 맞지? 너희 같은 남자 놈들에게 이런 여성스러운 감성이 있다는 거에 놀랐다.”
“초반 작업은 제가 했는데, 편곡을 빨간 펀치 누나들이 해줬어요. 그래서 여성스러운 청순함과 퇴폐미의 묘한 느낌이 같이 섞여 있는 거예요.”
“그래? 어쩐지 너희 느낌과는 좀 차이 난다고 싶었어. 노래도 좋지만, 군에서 영시스터 인기 장난 아니다. 나 복귀할 때 앨범이랑 좀 챙겨줘. 같이 사진 찍을 수는 없겠냐? 야 부탁할게.”
사진 좀 같이 찍게 해달라는 민호 형에게는 안 친하다고, 만날 수 없다고 이야길 했지만, 오늘도 성당에서 은채와 보기로 했었다.
**
“이번 주 MBS 음악센터에서 1위 하는 줄 알았는데 아쉽더라.”
“맞지? 나도 진짜 아쉬웠어. 나도 그렇고 우리 팀 애들 전부 다 음악센터에서는 1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2위도 아니고 3위라서 다들 차에서 울었다니깐.
진짜 애들 공중파 1위 찍으면 다 울려고 했는데. 이번 주에는 징코가 컴백한다고 해서 다음 주도 걱정이고, 앨범 나온 지 한 달이다 보니 이제 내리막 같기도 하고...방송활동 끝은 아직 미정인데, 슬슬 행사로 돌려지는 것 같고.
휴. 공중파 1위 못해보고 영시스터 활동이 끝날 것 같아서 걱정이야. 내가 오늘따라 말 많지? 요즘 주위에서 다들 1위, 1위 해서 스트레스 많이 받는 거 같아. 더구나, 인기만큼 직캠이나 직찍으로 사진도 많이 올라가서 신경 쓰이는 것도 많아졌고, 웃기지?
인기 없을 때는 그런 사진이나 직캠이라도 화제가 되길 바랐는데, 이제는 그런 몸매 드러나는 사진이나 직캠에 스트레스를 받으니. 참사람일 모르는 것 같아.”
“진짜 너 말 많다. 스트레스를 수다로 푸는 거야?”
“멤버들 다 말이 많아서 누군갈 앉혀 놓고 이야길 할 그게 없었어.
내 수다에 성모 마리아님도 놀라시겠다. 헤헤헤.”
“알긴 다행이다. 그런데 너희 조기 해체하는 게 인기 있다고 다시 연장되었다고 하더라. 아직 회사에선 이야기 안 하지?”
“이야긴 안 했는데, 다 눈치로 알지. 인기가 있으면 다시 정상적으로 갈 것 같았거든. 더구나, 이젠 돌아가는 걸 보니깐, 어느 정도 인기가 있으니 여러 작곡자가 곡을 준다고 계속 오긴 오더라.
우리들은 그래도 공중파는 못 해봤지만, 케이블에서라도 1위 할 수 있게 곡을 준 레드샵의 노래를 계속 받고 싶은데, 회사에서는 곡비 없고, 여러 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작곡자들의 노래를 받고 싶어 하는 눈치야.”
“그렇지 않아도 다음 곡 오퍼 한번 오더니 곡 조건 바뀌는 게 없으니 연락도 없더라. 뭐, 우리 곡이 아니라도 좋은 곡을 받아서 대박을 치면 좋은 거지.
이제 다 떠들었지? 이리와 한번 안아보자.”
“싫어 내가 안을 거야.”
둘 다 활동에 바쁘다 보니 일주일에 한 번 겨우 볼 정도였지만, 이렇게 성당 예배 의자에 둘이 앉아서 껴안고 있는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서 행복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YAM도 새 앨범을 회사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원래 영시스터에 주려고 만들었던 곡을 달라고요? 신인팀 팀장이신 이나영 팀장님이 저에게 이야기 하는 거라면 신인 걸그룹을 새로 만든다고 생각하면 되는 겁니까?”
“그래, 내년 초에 4년 만에 MSM에서 걸그룹이 데뷔할 예정이야. 거기에 들어갈 곡을 일단 다 모으고 있어.”
“일단, 타이틀이나 수록곡으로 결정 난 건 아예 없는 거죠?”
“그래, 데뷔 멤버도 정해진 게 없고, 일단 곡부터 모아보고 그 곡에 맞는 애들로 연습생을 꾸릴 예정이야.”
“그럼, 지금 영시스터에 가 있는 은채나 수나가 들어가는 것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거네요.”
“음. 너와 같은 입장이면서도 살짝 다른 케이스인 은채나 수나가 신인 걸그룹에 들어가는 게 나도 좋지.
일단 어느 정도는 고정 팬들이 있으니 정착하기 쉬울 것 같으니까. 고등학교 같은 반이었지?”
“네, 고등학교도 그렇고, 이젠 대학교도 3명이 다 같이 가거든요. 될 수 있으면 친구들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서요.
힘 좀 써주세요. 그러면 제가 곡 드릴게요.”
“아니 그런 힘 쓰지 마.”
신인팀 이나영 팀장과 회의실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유영찬 이사가 들어왔다.
“방금 이팀장이 말한 신인 걸그룹은 물론이고, 이번에 YAM 새 앨범 프로듀서에 나와 같이 작업하게 될 거다.
될 수 있으면 레드샵의 성대현, 빨간 펀치 2명까지 다 같이 참여했으면 하는데. 그렇게 한다면 그냥 은채와 수나는 네가 알아서 합류시켜.
따로 힘쓰지 마.”
“유 이사님과 공동작업인 겁니까? 제가 알기로는 유 이사님은 한 번도 공동작업을 안 해본 거로 알고 있는데요.”
“그래, 처음이지. 나도 약한 성격이 아니다 보니, 공동작업을 하다 늘 싸우다가 깨졌거든.
이번에는 신구(新舊)의 조합이 이루어질지, 아니면 신세대의 감성이 구세대의 고리타분함을 없애 버릴지. 한번 해보자고. 그 결과에 따라 앞으로의 MSM의 프로듀싱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게 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