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
변화의 진통 (1).
“기원 사장형님! YAM이 1위 찍었습니다. 1시간 등락추이 보고 후발로 붙는거 확인되면 일본 쪽 테이타 뺍니다요.
그런데, 이야~ 네이버 검색어 이거, 사장형님이 작업한거에요?
네이버에 윤소원 추노, 김민경 사촌동생, 한정판 CD까지 검색어 다 올라와 있는데요.”
“아닌데. 난 다른 업체 작업할 데이터 만들고 있었어.
아하! 네이버 TV, 유튜브에서 중고나라 거래 영상이 화제였네. 자기 앨범 CD 중고구매하러 가는 영상인데...오 이거 재미있는데.
내가 살짝 숟가락만 올리면 되겠는데. 이거 반응이 핫하다.”
“저도 봐도 재미있는데요. 왜 이런 개꿀잼을 이때까지 왜 안 한거지. 북경짜장만드는 엉망진창 요리쇼도 재미있는데요.”
“알면서도 안 한거겠지. 이제까지 MSM이 해온 이미지 소비의 방향성이 달라. 생각해봐.
이제껏 MSM에서 예능이나 팬들이 쉽게 다가가기 좋게 만들었던 아이돌은 ‘신특’이나 ‘이동’ 같은 예능을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 밖에 없었어.
그 두 명의 예능 캐릭터 말곤, MSM에서는 소속 아이돌의 이미지를 고급스런 아티스트의 이미지로 유질 했거든.
고급스런 아티스트라 생각했기에 저런 예능에서 이미지를 소비하지 않으려고 했었고. 한데, 저 요리쇼를 보면 예능 캐릭터가 아닌 일반 멤버들도 예능에서 이미지를 쓰고 있어.”
“소속 가수들을 다르게 쓰기 시작했다는 거네요.
어떻게 보면 팬들이 우러러보던 자신들만의 천상계에서 인간계로 내려온 거라고 볼수 있겠네요. 그럼 이제껏 MSM이 해왔던 신비주의 같은것도 그만두려나.”
“그건 알 수 없지. 하지만, 이건 확실한 것 같네 MSM에서 이때까진 말그대로 우상(偶像)으로 아이돌을 만들고 우러러보게 했다면, 이제 아이돌에 대한 이미지를 팬들 친화적으로 수평적으로 바꾸었다는거.
그리고, 그게 차트 1위 찍으면서 먹혔다는거. 그게 중요한거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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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거 개꿀. 그래서, 김민경 사촌동생 산채로 잡아왔나요?
└친구랑 같이 잡혀서 김민경한테 욕 들었답니다. 김민경 인스타에 손들고 무릎 꿇고 있는 사진 올라옴.
└진짜임? 그거도 좀 같이 올려주지. 이거 비하인드 영상은 따로 없어요?
-북경짜장은 비하인드로 매니저 배탈나서 병원가던거 있던데, 이건 비하인드 없는 듯. 나도 그런 비하인드가 더 재미있던데.
└뮤직비디오 비하인드는 내일 올라온다고 함. 그거 보셈.
-MSM에서 이런 아이돌 개인 영상 같은거 아예 안올리고 했는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니깐 다른 회사 같음. 신비주의 버리니깐 진짜 팬질할 맛나네.
-우리 소녀연대도 이런 중고나라 CD 사는 거로 팬들 만나고 하는 거 보고 싶다. 데뷔 때 찍은 ‘소녀 학교 가다’ 같은 그런 네추럴한 영상 다시 찍어주면 좋을 텐데. 그때 같이 불타올랐던 소시지 닷컴 소원이들은 요즘 다 어디로 갔으려나...서글퍼진다.
└헉, 아재 서요? 10년도 넘은 이야기를 ㅎㄷㄷ
└이 새끼야! 그걸 알고 있는 너도 아재야. 크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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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 본부장님. 종편 KTBC3채널에서 이 중고나라 컨셉을 아예 정규예능으로 편성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다른 기획사에서도 이 컨셉으로 영상을 찍고 싶다고 문의가 계속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회원 수 1600만명의 중고나라 카페에서 스타 애장품과 아이돌 굿즈관련 카테고리를 아예 별도로 만들어 주고, 방송에 최대한 협조해주겠다고 합니다. 협찬 부분도 은근히 내비치고 있고요.”
“허, 이거 참. 네이버 TV에서 전면에 노출을 해주긴 했지만, 이렇게 반향이 클 줄 몰랐네, 소 뒷걸음질 치다가 금으로 된 황금 쥐를 잡은 거잖아.
방송국에서 그렇게 역제안이 들어올 정도면 정식으로 예능프로그램을 한번 추진해보자고.
김일규 부장이 책임지고 우리 PLUS 소속 개그맨을 진행자에 꽂는 조건으로 KTBC3랑 협의해봐.”
“네. 알겠습니다.
그것도 그렇지만, 될 놈은 알아서 된다고. 안될 것으로 보였는데, 파워 유튜버? 그런 일본인이 도와줘서 데뷔곡도 탄력을 받았잖습니까?
이번에도 일본에서 팬들이 먼저 오고, 긴가민가했던 중고앨범 CD구매 영상도 터져서 차트 1위를 사흘 넘게 찍은 거 보면, 운빨이란게 진짜 있는 거 같습니다.
용장, 맹장, 덕장 다 필요 없고 운 좋은 장군이 최고라더니, 운빨로 조지는 건 소원이가 최고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 운이 진짜인지 아니면 치밀하게 계산이 된 결과인지 알아보고 있어.
기획팀 내 전략실에서 올라온 이 보고서 읽어 봐.
온라인에서 소통할 수 있는 전체적인 아티스트 전략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분석 보고서가 올라왔어.”
“...시간이 날 때마다 SNS, 인스타를 활용해 팬들에게 수시로 떡밥을 던져 줌으로써 팬 활동하는데 갈증 날 일이 없는 게 강점이라...늘 같이한다는 친구와 같은 아이돌이 되는 것이 SNS시대에 맞는 아이돌 상이며 그걸 만들어 줘야 하는 게 이제 매니지먼트의 일이 될 것이다.
엇? 전 본부장님 이거... 그거 아닙니까?”
“그래 맞아. 우리 MSM의 초창기에 만들어진 회사 매니지먼트 내규와 완전히 반대야.
‘너무 다가가기 쉬운 아이돌은 사생팬이 생겨 사고가 터지니. 네가 좋아하는 아이돌은 너와는 다르다는 계급론을 주입해서 숭배하게 만들라.’에 정면으로 배치되지.”
“네. 그리고, 팬질에 목마를 때쯤 한두 개씩 던져 줘서 고맙게 생각하게 만드는 신비주의 관리 방식과도 완전히 반대의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 보고서를 보고 유영찬 이사와 회장님이 며칠 동안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시더라.
회사 초기에 만들었던 내규나 매니지먼트 방침의 대대적인 변화가 있어야 하니 고심이 되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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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일정이 이제 겨우 끝났네. 네이버 공식 팬 카페나 가볼까. 엇 이거 뭐지?”
음악방송 후엔 행사까지 뛰고 나니 다들 차에 타자마자 잠을 잘 정도로 피곤했지만, 공식 팬 카페의 반응이 궁금해서 네이버에 접속을 하니 쪽지가 와 있었다.
[영원히 하나되는 YAM 공식 팬카페 운영자 ‘제일토모사이’가 보내는 전체회원 쪽지입니다.
회원여러분들도 영상을 보셔서 익히 아시듯이 카페에는 이미 YAM멤버들이 가입되어 있습니다.
다만, 누구인지 모를 뿐이지요. 아마도, YAM 멤버임에도 회원등급이 되지 않아 모든 게시판을 볼 수 있는 권한이 없는 멤버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쪽지를 받으시는 YAM 멤버분들은 본인 인증을 할수 있게 저에게 쪽지를 주시면 YAM멤버 본인으로 회원등급을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수하여 광명을 찾기보단, 인증하여 모든 팬들의 글과 팬들이 남긴 애정을 읽으실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YAM 멤버분들은 쪽지로 연락 주세요.]
“오호, 소원아 이거 고난도의 낚시 같지? 인증하면 바로 네이버 아이디로 우리들 신상 털려는 그런거 아니겠냐?”
옆에서 같이 보던 제일이 형이 같이 보곤 부정적으로 이야길 했다.
“아마도, 그렇게 되겠지요. 이용민실장님! 이제껏 MSM 소속 가수들은 이럴 때 어떻게 했어요?”
“이때까진 매니저가 가입하고 인증받아서는 매니저 아이디로만 반응을 봤지. 제일이 말처럼 네이버 아이디를 인증하고 나서, 털리고 나면 다른 메일이나 개인적인 비밀 같은 것도 털릴 수가 있거든.
그래서, 이번에도 우리 입장으로는 매니저가 인증하고 그걸로 반응을 보는걸 추천한다. 특히나 네이버 아이디는 크게 터져. 익명으로 글 남길 수 있는 디시갤러리가 오히려 더 좋을거야.”
“그럼, 뭐. 또 이때까지 그랬던 걸 바꿔 보죠. 일단 비번을 15자리로 특수기호까지 써서 새로 변경을 하고, YAM 멤버 인증을 저 혼자 한번 해볼게요.
디시는 팬들 성향이 좀 다른 것 같아서 다가가기가 좀 힘드니 네이버 공식 카페만 하는걸로 할게요.
네이버 아이디로 뭐 중요한 메일을 주고받거나 누굴 욕한것도 없으니 털어도 먼지 안나올겁니다. 카톡 아이디도 다르니 한번 해볼게요.”
“그래, 너라면 당연히 그렇게 반대로 나올 줄 알았다.
한번 마음대로 해봐. 왜 회사에서 하지 말라고 했는지 알게 될 거다.
설령 팬들이 신상털어서 뭔가 흥미롭거나 너에게 안 좋은 게 나오더라도 당장은 가만히 있을 거야.
그러다, 네가 그 팬에게 잘못한 게 생기거나 미운털이 박혀 탈덕 할 때 꼭 그걸 터트리고 갈 거다.”
“터트릴 게 없는 완전무결한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한번 해볼게요. 걱정 마세요.”
“뭐 네가 책임지면 되니 뭐 알아서 해.
그리고 깨끗하게 살면 우린 관리하기 좋으니 더 좋지 뭐.”
이용민 실장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 것 같았다.
MSM 소속의 아이돌뿐만 아니라, 모든 연예인이 해당하는 것이었는데.
일반인일 때 올린 다른 가수 욕하는 글이라든지, 담배 혹은 비밀연애를 했던 사진들까지 인터넷에 올려두다 보니 어느 날엔가 해킹이 되어 골치 아프게 되는 걸 자주 봤었다.
하지만, 그런 관리를 미리 다 했기에 자신있게 네이버 아이디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 다 차에서 자니깐 이걸 바로 인증 사진 찍으면 되겠네.”
일부러 운영자에게 인증을 하지 않고, 자유게시판에 내가 윤소원이라고 글을 올렸다. 인증사진으로 멤버들이 자는 얼굴 옆에서 같이 찍어서 5장 이상 올렸더니 반응이 핫했다.
-미친 진짜 이렇게 잠자는 멤버들 얼굴을 바로 올리면 어쩌자는 거임? 진짜 이건 완전 감사! 또 감사! 더더더더. 오빠 더 주세요~!
-이 시간에 숙소 가는게 아니라 다른 스케줄 하러 가면서 찍어 올리는 거임? 스케줄 미친.
사진 더 달라는 댓글에 사진도 한 장 더 올려주고, 지금 또 녹음실로 간다고 답글도 달아줬다.
한 시간 정도 관련된 게시물에 답글을 달아주다 보니, 어느새 카페운영자가 확인했는지, 바로 등급도 올려주었기에 들어가 보지 못했던 게시판을 한번 둘러 보고는 이제 나간다고 글을 쓰고 카페를 나왔다.
-와! 새벽 실시간 인증에 댓글을 직접 받다니. 대박~!
-애들아, 팬클럽 이름 정하는 투표에도 소원이가 투표했어!
└엄청 맛있다는 야미(yummy)로 하자는데, 팀 이름인 얌과 맛있다는 야미라면 어울리긴 하네.
-소원이가 뭘 맛있게 먹겠다는 거냐? 크흐흐흐.
└이 언니 벌써 흑화되기 시작하네.
-야미 좋다! 어서 빨리 정식 창단식 했으면 좋겠다.
-그럼 이제 야미로 완전 확정인거임?
-멤버가 좋다는데, 그걸로 가야지. 이틀 동안 다른 멤버들은 인증을 안하는거로 봐서는 대표로 인증해서 의견 남긴거라고 봐야지.
-오예~ 우린 야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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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레드샵 쪽의 임원들도 왔으니 회의 시작해 보죠. 먼저 회장님을 대신해서 유영찬 이사님이 대독하겠습니다.”
전상일 본부장이 레드샵의 대표로 나와 이재원 사장이 온걸 알리자 몇몇 임원들에게서 ‘하위 레이블도 다 오는 회의였어?’ 하는 수근거림도 들렸지만, 저들의 입장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었기에 넘어갔다.
“뭐 대독까지는 아니고, 이번 YAM의 리패키지 데뷔와 마케팅 방식에 대해서 회장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결과를 알려드리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이렇게 다들 모여 달라고 한겁니다.
우선, 이제까지 글로벌화를 위한 준비작업이자 해외 뮤지션의 글로벌 감각을 받아들이는 창구로 쓰였던 ‘MSM FRIEND PARTY’는 폐지됩니다.
폐지 이유는 지난 10년간 투자한 비용과 시간에 대비해서 그 성과가 미흡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전상일 본부장을 통해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대부분의 임원들도 이건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찬성을 표했다.
“향후 글로벌화는 좀 더 로우레벨(Low Level)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때까지 해왔던 외국의 트랜드를 해당국의 아티스트를 통해 가져오며 그 나라 스타일의 현지화를 했던 방식은 포기하겠습니다.
우선 가장 단순하게 영어로 된 앨범을 동시에 발매하는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예정입니다.”
“유이사님 그러면 일본에서 성공을 가져왔던 현지화를 포기한다는 말입니까?”
일본지사의 사장인 김두현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했다.
“아, 일본은 예외입니다. 일본은 이미 파악이 끝난 시장이며 스타일 자체가 한국과 동일하기에 글로벌화에서 제외됩니다.
일본 쪽은 이제까지 해온 방식 그대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글로벌화에는 일본을 제외한 북미와 남미, 중국, 동남아, 유럽권으로 한정을 합니다.
일본은 내수 시장과 동일하게 보고 있기에 글로벌화에서 제외되는 겁니다.
그리고, 인도와 아프리카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해서 제외 했습니다.”
“레드샵의 대표로 회의에 참석한 윤소원입니다.
일단 유영찬 이사님의 새로운 글로벌화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옆에서 이재원 사장이 놀란 얼굴로 내 팔을 잡아끌었고, 임원들이 수근거렸지만 할 말을 계속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