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18화 (118/237)

# 118

추노야 탈덕이야?

“중고나라에 엔오원의 앨범 40장을 판다는 판매자가 계셔서 오늘 직접 찾아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장당 3,000원에 판대요. 탈덕한다고.

엔오원 데뷔 앨범 10장, 2집, 3집, 마지막 4집 앨범까지 10장씩 판다는데.

총 12만 원에 일괄구매한다고 만나자고 했습니다.”

“그럼, 판매한다는 앨범은 완전 미개봉이던가요?”

“아니요 개봉앨범이었어요. 아마도, 포토 카드나 팬 사인회 티켓 때문에 다 개봉을 한 거 같아요.

그래도, 일괄로 40장 다 산다고 하니깐 브로마이드랑 포토카드 스티커 굿즈까지 서비스로 준다고 합니다.

아, 그리고 오늘 직거래를 도와주고, 다음 음반 거래 차례인 트로트가수 김민경 누나도 함께 합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모르 미오의 김~ 민경이에요~

소원이의 엔오원 앨범을 거래할 때는 제가 거래자처럼 나가주고, 반대로 제 앨범을 거래할 때는 소원이가 구매자로 나서주기로 했습니다. 이야길 하다 보니 직거래하기로 한, 서빙고역 1번 출구 앞에 도착했어요. 그럼 출바알~”

나는 차에서 대기하고 민경이 누나가 정체를 숨길 수 있게 트레이닝복에 마스크와 안경, 모자를 쓰고는 직거래하기로 한 곳으로 나갔다.

“1번 출구 앞이 넓은 게, 탈덕한 팬 추노하거나 현피뜨기 좋겠네요.

만약 남자 팬이면 바로 명치를 팍! 때리고, 니킥에 이단 옆차기를 그냥 막! 먹이면서 왜 파는 거야! 이 자식아! 하고 싶어요.

하지만, 아마도 확률 99%로 여자 팬일 거예요. 여자 팬이라면 하드한 스킨쉽을 할수 없으니, 그냥 그분에게 우리 YAM의 데뷔 앨범을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교복을 입고 단발머리를 한 여중생이 큰 봉투를 들고 두리번거리며 나타났다.

“어, 저기 두리번거리는 저 학생 아냐? 흰 봉투 들고.”

“맞는 거 같네요. 봉투에 삐져나온 게 엔오원 응원봉이에요.”

“저기..엔오원 CD...”

“어머 맞아요. 제가 엔오원 CD 사러 나온거예욧. 어머나 판매자가 어린 친구였구나. 어머 단발머리도 귀여워라.”

“아예...감사합니다..여기 CD요.”

여중생인지 고등학생인지는 몰라도, 민경이 누나의 호들갑 스러운 행동에 당황해하는 게 보였다.

“내가 갑자기 엔오원이 좋아져서 말이야. 그래서 상태 좋은 앨범을 찾았는데, 딱 네가 판매하는 게 보이더라고. 호호호. 정말 고맙다 야.”

“일괄로 다 구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엔오원 데뷔 앨범부터 마지막 앨범까지 10장씩 40장이에요. 집에 CD플레이어가 없어서 포토카드랑 팬사인회 티켓을 꺼낸다고 개봉만 한 거예요. 그거 빼곤 완전새거예요.”

“응? 한 번도 안 들었다고? 그럼 CD플레이어도 없는데 왜 CD를 샀어? 그냥 음원 다운 받아 들으면 되잖아. 포토카드나 팬싸가 뭐라고.

그리고, 한 번도 안 들은 CD인데 장당 3,000원은 너무 싼거 아냐? 이러며 내가 미안한데.

살 때는 한 장당 15,000원인가 줬을 거잖아? 그것도 10장씩 해서 40장이면 얼마냐, 와 중학생 용돈 다 넣었겠네.”

“저 고등학교 1학년이에요. 원래 용돈에 엄마가게에서 서빙 알바해서 받은 돈까지 다 넣긴 넣은 건데, 그래도 전 작게 산 거예요.

앨범당 20장씩밖에 안 샀어요.”

“20장씩? 그럼, 4집까지 총 80장을 샀다는 거야? 어머어머. 그러면 100만 원이 넘는 돈을 엔오원에 쓴 거야? 이야 대단하다.”

“네, 그래도 몇백 장씩 사는 홈마 언니들에 비하면 작게 산 거예요.

일괄로 사주셔서 여기 포토카드랑 브로마이드 스티커 굿즈 다 드릴게요.”

“거기 핑크색 응원봉은?”

“아, 이건 또 다른 분에게 팔기로 한 거라서 못 드려요. 응원봉은 USB 선풍기 겸용이라 이뻐서 팬이 아닌 분들도 많이 구매하시거든요.”

“어머 포토카드도 많네. 한 30장은 되겠는데. 80장 구매한 앨범에서 다 나온 거야? 누구 포토카드 모은다고 한 거야? 그럼 나머지 40장은? 그건 이미 판매했어?”

“소원이 오빠랑 시타 오빠꺼는 다 모아서 들고 있어요. 각 앨범마다 사인 받은 것도 들고 있고요. 지금 들고나온 40장 빼고 나머지는 주위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고 나눔했어요.”

“이야, 너 부자구나! 친구들에게 막 나눠주고. 그래서 장당 3천 원에 저렴하게 다 파는 거야?”

“그건, 아니에요. 그게..전문 중고사이트에 팔려고 하니, 이미 해체해서 없어진 그룹이고, 개봉해서 포토카드가 없다고 장당 500원밖에 안 준다고 하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알라탄이나 Yes25 같은 음반 중고 전문 거래 사이트에 포토카드 없는 앨범을 판다는 매물이 너무 많이 올라와서 가격이 그렇게 밖에 안된데요.

그래서 중고나라에 올린 건데. 언니가 사주신 거예요. 정말 고마워요.”

민경이 누나와 앨범을 팔기 위해 나온 판매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음악을 듣기 위해 앨범 CD를 사는 것도 아니고,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앨범 CD를 발매하는 것도 아닌 이 상황이 너무나 한심했다.

앨범에 음악이 주는 감동과 메시지를 담아내기보다는 여러 종류의 포토카드와 팬싸인회 티켓을 담아내다 보니 이런 사태가 생긴 것 같았다.

아마도, 처음 앨범 CD 안에 팬싸인회 티켓을 넣은 건 우연히 앨범을 구매한 팬에게 행운의 티켓을 주겠다는 거였을 테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저 아이돌을 만나기 위해 티켓이 나올 때까지 사재기하는 이상한 티켓 패키지가 되어 버렸다.

원하는 게 나올 때까지 사재기하는 것을 보면 마치 폰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의 랜덤 박스를 현질하는것과 같아 보였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티켓 나올 때까지 무조건 구매하라고, 사재기를 위해서 이렇게 만든 건지도 몰랐다.

“예전 모 그룹은 CD케이스 사진을 10가지 버전으로 출시를 했는데, 공식 팬 사인회가 없더라도 그 모든 사진을 모은다고 10장씩 구매하기도 했었어. 그렇다고 이걸 전통이라고 하기엔 문제가 있고. 그냥 나쁜 관례지.

하지만, 진짜 찰리의 초콜릿 공장처럼 황금 티켓이 단 1장만 들어 있다면, 과연 그 한 장이 일반 팬에게 돌아갈까? 진짜 행운을 주려고 해도, 결국 그 황금 티켓을 찾기 위해 사재기는 똑같이 재현됐을 거야.

그렇다고 이런 팬 사인회 티켓 같은 걸 넣지 않으면 너무 판매량 차이가 나니 어쩔 수 없는 거고.

결국, 다 돈 벌려고 하는 거니깐 너무 마음 쓰지 마.

너 얼굴에 고민하고 있는 심각한 표정이 다 드러난다.”

기봉이 형의 말을 듣고 보니, 급히 표정을 추슬렀다.

기분은 씁쓸했지만, 민경이 누나가 학생에게 12만 원을 꺼내주는 게 보이자 차에서 나갈 준비를 했다.

“그럼, 이제 공부 때문에 탈덕하는거야?”

“그게, 엔오원 앨범을 소장용 빼곤 다 정리하고 소원이 오빠가 있는 ‘YAM’이랑 시타 오빠가 있는 ‘스피릿’ 앨범을 사려고요.”

“어머머, 탈덕이 아니라 본진 이동을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한 거였어?”

“헤헤헤. 네. 2개 팀을 좋아한다고 잡덕 취급당할 것 같지만, 소원오빠랑 시타오빠를 좋아해서 2팀 다 파보려고요.”

“이야 너 진성 덕후구나. 꺄하하하.”

인이어를 통해 대화를 듣다 보니 탈덕이 아니라서 추노는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어졌다.

“그럼, 엔오원과 YAM, 스피릿 중에 누가 더 좋아? 그리고 이유는?”

“셋 다요. 지금은 그냥 다 좋아요. 사람 좋아하는데 이유는 없잖아요.”

좀 더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기봉이 형이 신호를 주었다.

차에서 내려서 다가가는데, 민경이 누나가 내 쪽을 힐끗 봐서 그런지 그 애도 내 쪽을 봤다.

스쳐 지나가며 던지듯 YAM 앨범 CD를 그 애에게 안겨줬다.

“이거 이번에 나온 앨범. 오다 주웠다.”

쿨병에 걸린 듯이 그리곤 그냥 지나쳤다.

“에?”

“소원아 네 팬이야!”

민경이 누나가 학생의 황당해하는 표정을 보며 얼른 이야길 했다.

지나가다 다시 돌아오며 마스크와 모자를 벗는데, 나를 보는 학생의 표정이 진짜 눈코입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다 커지며 놀라는 게 보였다.

“헉! 진짜 소원오빠세요? 허..헐..대박 이게 무슨 일이야?”

발을 동동 굴리면서 뒷걸음질 치는 걸 민경이 누나가 잡아줬다.

“매니저 형! 우리 앨범 나오면 이 친구한테 앞으로 그냥 다 챙겨주면 안 돼요? 친구 이름이 뭐지?”

“저..저 연희에요. 이연희요. 이거 진짜예요? 몰래카메라 같은 거예요?”

“그럼 진짜지 원래는 탈덕하는 팬이 앨범 떨이로 다 판다고 해서 추노 하려고 했는데, 본진 이동이라고 해서 다행이야. 앞으로도 좋아해 줄 거지?”

“네 네네 물론, 당연하죠. 와 이거 진짜죠?”

“그래 카메라에 얼굴 나와도 되겠어?”

“계 탄 건데 당연히 돼요!”

민경이 누나와 내가 연희를 앉히고 새것과 마찬가지인 CD가 너무 아깝다고 이야길 했지만, 팬 사인회 때문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CD 사재기 안 해도 되게 팬클럽이 빨리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팬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사인회는 사재기를 안해도 되잖아요.”

“전상일 본부장님 들으셨죠? 어서 빨리 팬클럽 창단해주세요!

팬클럽 이름도 여러분들이 좀 정해주세요! 네이버 공식카페 얌얌 홈에 글 올려주세요!”

“헉 오빠도 거기 가입되어 있는 거예요?”

“그럼, 당연하지. 사실 우리 멤버들 모두 다 가입해서 눈팅하고 있어. 욕하면 현피뜨자고 댓글 달 거야.

그렇다고 현피해서 보려고 일부러 욕 적지는 말고. 하하하.

그런데, 연희는 이렇게 아이돌 팬질 하는거 부모님이 뭐라고 안 하셔?”

“음. 뭐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스트레스 풀 수 있는 게 별로 없잖아요. 그래서 엄마도 그냥 봐주시는 거예요.”

“아, 엄마 가게에서 서빙해서 용돈 번다는데 무슨 가게야?”

“팥빙수 가게 하세요.”

“그럼, 바로 팥빙수 가게로 갑시다! 인터넷 방송이고 해서 홍보 상관없죠?”

옆에 있던 홍보팀 과장님이 고개를 끄덕이자 바로 출발을 했다.

연희 어머님 가게는 대로변에 있는 큰 가게도 아니었고, 대기업 프랜차이즈도 아니었지만, 나름 가게가 아담하고 인테리어도 깔끔했다.

“연희야 너 CD 팔고 온다면서 왜 다시 들고 왔어? 바람 맞은 거야?”

“엄마 그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엔오원, 아니 YAM 소원이 오빠가 와버렸어.”

“으응? 그게 무슨 말이야? 헉, 진짜 윤소원이네. 이게 무슨 일이야?”

가게에 혼자 계신 연희 어머님이 놀라실 틈도 없이 카메라를 든 스태프들과 같이 들이닥쳐 팥빙수도 주문하고, 가게 로고 앞에서 민경누나와 같이 사진도 찍어주고, 사인도 해주며 나름대로 홍보할 수 있는걸 만들어 주었다.

“어머니, 연희가 이벤트에 걸려서요. 이제 팬질은 조금씩만 하고 공부 열심히 하기로 했어요. 연희야 그렇게 약속했지?”

“헉! 오빠! 제가 언제 그랬어요? 엄마 아냐! 나 공부 못하는 거 알잖아.”

“공부 못하면 이제 잘하면 되겠네. 대학교를 in 서울하고 그때까지 오빠 좋아해 주면 대학교 입학 선물로 데이트해준다. 약속.”

“헉. 진짜요?”

“그래 이 언니가 그때 첫 데이트 스타일 메이크업해준다. 나도 약속!”

“호호호 연희야 이제 진짜 공부밖에 없어. 매일 밤샘해야 하겠네. 열심히 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성적이 안 좋은데, in 서울 어떻게 할 수 있지 하며 멘붕이 온 연희를 빼고는 다들 웃으며 중고나라 직거래 방송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

“안녕하세요. 민경이 누나 CD 판매하신다는 분이죠?”

“네 맞습니다. 이 CD 한정판이에요. 관계자들에게 프로모션으로 뿌리는 증정 CD에요. 아마 200장만 제작이 된 거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한정판이다 보니 가격이 10만 원이에요.”

“아니, 관계자 한정판으로 200장만 제작되었다는 걸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관계자세요?”

“아 그게 제 친구가 김민경 사촌 동생이에요. 걔가 받은 건데, 팔아달라고 해서 저도 알게 되었어요.”

“이야. 진짜 유니크한거네요. 사촌동생피셜이라니.”

“하하하. 그렇죠. 싸인 받은 포토 엽서도 있는데, 그냥 드릴까요? 전 필요가 없어서리. 가지고 있으면 버릴 것 같고.”

판매자가 사인이 된 포토엽서는 필요없다고 그냥 버리듯이 준다고 하자, 차에서 민경이 누나가 뛰듯이 내리더니 괴성을 지르며 뛰어 왔다.

“야! 너 김준호 친구지? 이 자식이 평생 소장할 거라고 해서 CD 나오기 전에 관계자용 CD를 줬더니 이렇게 프리미엄을 붙여서 팔아먹는 거야?”

“에? 이거 뭐에요? 헐.”

미친 소처럼 뛰어오는 민경누나를 보곤 판매자가 겁을 먹곤 도망을 쳐버렸다.

“야! 저 판매자 잡아!”

“와 씨 진짜 추노하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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