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
위기에서 길을 찾다.
“서울매일 김소진 기자입니다. 총괄 프로듀서를 맡으신 유영찬 이사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오늘 쇼케이스는 오후 5시였고, 음원은 특이하게도 12시 정오에 공개가 되었습니다.
보통은 공중파의 스트리밍 집계가 시작되는 밤12시를 기준으로 음원을 공개하는 것이 매뉴얼 화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YAM은 다른 그룹들과는 시간을 달리해서 정오에 데뷔곡을 공개했는데 시간을 이렇게 한 이유가 따로 있는가요?”
“네. 기자님 말처럼 아이돌의 음원은 공중파 음악방송의 집계에 좀 더 유리한 밤12시에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신인 아이돌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순위를 위해서 전체적인 이용자가 줄어드는 자정 시간에 공개하고, 팬들의 힘으로 좀 더 높은 순위를 노리는 게 요즘의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데뷔하는 우리 YAM은 그 궤를 달리하기로 했습니다.
정오에 음원을 공개한 것은 기존의 아이돌 그룹보다는 좀 더 대중성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사용자가 가장 많아진다는 점심시간과 퇴근 시간을 두고 고민 끝에 점심시간에 음원을 공개해서 많은 대중에게 평가를 받자는 의도입니다.”
“보통은 밤 12시 고정 팬들의 스트리밍 화력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인데, 의외의 결정이시네요.
하지만, 기존 MSM의 아이돌에 비해서 대중성을 얻겠다는 그 결과로 현재 실시간 차트 순위에서 25위 정도인데요. 이렇게 되면 전략이 실패한 거 아닌가요?
MSM에서 기존의 방법으로 데뷔시켰던 NTC321의 데뷔 순위보다도 더 낮은 순위입니다.
이렇게 되면 아는 사람만 안다는 NTC321은 물론이고, 윤소원군이 있었던 엔오원 출신들이 데뷔하며 기록한 순위보다도 낮은 순위입니다.
이렇게 되면 실패작이라고 불릴 정도의 기존 남자 아이돌 그룹 NTC...”
“기자님! 잠시만요.
지금 실패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셨는데, NTC321은 10년 후를 보고 기획한 그룹입니다. 그리고, 그 주 대상인 어린 10대 초반의 팬들에게는 이미 어필되어 있습니다. 팬들과 함께 성장하는 미래 그룹이 컨셉입니다.
기자님이 기획 의도와는 어긋나는 결론을 내리시는 것 같습니다.
다른 분 질문 받겠습니다.”
“그러면 추가 질문 하겠습니다.”
데뷔곡인 ‘Get Up’을 부르고 난 이후 쇼케이스 무대에 마련된 의자에 멤버들이 2줄로 앉아서 데뷔에 대한 질문을 받을 준비를 했고, 총괄 프로듀서인 유영찬 이사도 팀 구성, 제작과 관련된 질문을 받을 준비를 했었다.
하지만, 우리와 관련된 질문은 별로 없었고, 어떻게 된 것인지 다들 NTC321의 좋지 않은 성적에 대한 이야기와 주식 상장 이후 MSM에서 처음으로 실패한 그룹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더 궁금해 했다.
멤버 교체를 하는 신개념 그룹이기에 10년의 미래를 보고 기획했으며, 아직 그 10년이 되지 않았다고 유영찬 이사가 강조하며 이야길 했지만, 그렇게 따지면 10년간의 투자로 들어가는 유지운영비가 엄청날 터였다.
더구나 멤버 수가 정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30~40명이 될 때는 유지비만 해도 웬만한 다른 아이돌 2~3개 팀 비용이 들어가는데, 과연 그 투자금을 제대로 뽑을 수나 있을지 불투명해 보였다.
거기다 남자 아이돌 특성상 30살이 되기 전에 다들 군대에 가야 하니, 10년 후가 전성기라고 하는 말의 앞뒤가 맞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이런 앞뒤가 맞지 않는 대답을 해야 할 정도로 NTC321의 현재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말해주는 거라 기자들의 저런 질문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었다.
기자들도 NTC321에 관심을 가지고 계속 질문을 하는 이유가 우리 데뷔 한 달 전에 ‘BLACK ANGEL’이란 앨범을 내고 컴백했으나 벌써 7번째 앨범인데도 여전히 대중의 반응이 시큰둥했기 때문이었다.
이미 데뷔 연차는 4년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NTC321이란 그룹을 아는 일반인들은 없었고, 차트 1위를 한 히트곡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내세울 만한 대표곡도 없었다. 그렇다 보니 팀의 향방에 대해서 기자들이 집요하게 물어볼 만했다.
“MSM의 프로듀싱은 '문화기술'이라고 부를 정도로 독자적인 한국 K-POP을 구축한 숨은 공로자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의상, 안무, 뮤직비디오, 행동방식까지 모두 다 아우르는 완벽한 MSM의
관리는 회사의 자랑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차별화된 컨텐츠를 만들어 내오던 MSM의 프로듀싱이 대중과 너무 떨어져 있어서 세계를 선도하기는커녕 대중들에게 먹히지도 않고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번 YAM은 그런 항간의 지적을 의식해서 대중적 눈높이에 맞춘 것인가요?
이러한 프로듀싱의 문제를 알기에 정오에 음원을 공개하면서 대중성을 강조하고 있는 건가요?”
이번에 질문한 기자는 은근히 칭찬하는 듯하면서 깎아내리는 게 수준급의 기레기 같았다.
“질문하신 전제 부분은 인정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데뷔를 하는 ‘YAM’은 보다 더 대중성을 가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음 질문요.”
“이번 YAM도 기존 NTC321와 연령대나 장르적으로 비슷한 것이 많아 보이는데, YAM도 유동적인 멤버 구성으로 가는 건가요?”
“YAM은 고정 멤버로 갈 예정입니다. 다음 질문요.”
“MSM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생각하는 팀 운영 관리방법이 유동적인 팀 구성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연예부 기자로서 관련자라고 할 수 있는 저도 아직 멤버들 숫자와 이름을 다 모릅니다. 심지어 몇 번째 앨범인지도 잘 모르는 형편입니다.
이번 YAM은 방금 이야기하셨듯이 고정 멤버로 운영된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NTC321의 실패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오는 팀은 모두 고정 멤버로 나오게 되는 건가요?”
“휴.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NTC321은 실패가 아닙니다. 현재 진행형의 그룹에 대해서 계속 실패라고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하시는 것이 정말 불편합니다.
YAM은 엔오원 출신의 윤소원이라는 특별한 멤버가 있기 때문에 고정 멤버로 진행을 하는 것입니다.
차후 MSM에서 프로듀싱 하는 모든 그룹이 다 고정 멤버 형태로 운영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 NTC321와 관련된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오늘 데뷔하는 YAM에 대한 질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YAM은 NTC321보다 데뷔 11년 차 그룹 ‘슈퍼 루키’의 뒤를 잊는 건가요? 멤버 수도 슈퍼루키 13명, YAM 12명으로 비슷한 것 같은데, 슈퍼 루키의 후계자인가요?”
“음. YAM은 어쩌면 우리 MSM이 기존까지 만들어 왔던 팀들과는 매우 다를 것입니다.
왜냐면 윤소원이라는 멤버가 있기 때문입니다.
데뷔 앨범은 기존 MSM의 프로듀서들이 만들었지만, 보름 후 나올 리패키지 앨범에는 윤소원이 속해 있는 ‘레드샵’레이블에서 프로듀싱한 앨범이 나올 예정입니다.”
‘에? 언제 그런 게 확정이 된 거예요?’라고 유영찬 이사에게 묻고 싶었지만, 눈치를 보니 아마도 기자들의 짜증 나는 질문과 기존 MSM의 프로듀싱으로 데뷔를 시켰지만, 차트 25위라는 현실을 확인하자 리패키지를 지금 바로 결정해버린 것 같았다.
오늘의 쇼케이스 마지막 순서는 MSM 선배들의 히트곡을 커버하며 과거의 영광을 우리가 되살리겠다는 그런 의지의 관철이었는데, 기자들과 유영찬이사의 살 떨리는 질문답변을 보아서 그런지, 우리도 그렇고 기자단들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끝을 맺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쇼케이스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가더라도 그 기세를 오래 이어가지를 못했다.
**
“센터장님 갑자기 외국에서..일본 쪽에서 접속이 급증했습니다. 5천 이상 들어오는데요.”
“뭣 때문에? 매크로 작업인거 같아? 특정 지역 IP야?”
“일본 전역이긴 한데, 인구가 많은 관동에서 접속이 많습니다. 정확한 건 로그 봐야 알 것 같은데, 몇몇 서버를 두고 돌리는 매크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접속경로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들어와서는 스트리밍 돌리는 거 맞지? 누구 거야?”
“YAM이란 가수의 Get Up 이란 노래인데요. MSM소속이네요.
매크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유료결제도 일어나는 게 확인됩니다.”
“유료결제? 일단 MSM소속이라니깐 매크로는 아니라는 거네. 유입경로 확인해봐.”
“음. 유입이 유튜브입니다. 보자...팔로워 83만 명의 유명 유튜버가 링크를 해주고 홍보를 해준 거네요. 영상 링크 메신저로 보내드렸습니다.”
“작업을 위한 이상 유입은 아닌 거네. 이 상태로 계속 유입되면 10위 언저리까진 순위가 올라가겠다.
일단, 이상 접속 폭증 제외 반영해줘.
마케팅 작업으로 갑자기 올라오는 이상 접속은 모두 다 모니터링해서 다 날려버리고.
실시간 차트가 중요하다 보니 참 피곤하다.
그럼, 일본 유튜버가 올린 영상이 무슨 영상인지 나도 한번 봐 볼까.”
[오~수고이 간고쿠 군진 가코이! 유멘인? 오~가코이~]
유명 일본 유튜버가 올린 영상에는 YAM이 명동에서 군복 이벤트를 했던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
“이거 갑자기 우리 Get Up 순위가 8위까지 올랐는데요.”
“소원아 진짜야? 어디 어디? 오~ 진짜네. 댓글에 일본어와 왜 이리 많아?”
“네 진짜 일본어가 많네요.
제일이형! 유튜브 카오링? 이라는 사람의 영상을 보고 왔다고 적혀있네요. 링크도 있고 한번 가보죠. 오! 실버 버튼 유튜버네요. 구독자 83만 명!
얼굴 보니깐 이 사람 기억이 나네요. 명동에서 군복 행사했을 때, 우리랑 같이 영상 찍고 했던 그 여자 같은데요. 유명한 유튜버였나 본데요.”
“오 이러면 우리 일본에 진출 한거야? 유튜브 데뷔로? 유튜브 이어서 정식으로 데뷔도 가능하려나. 좋은데.”
“일본에는 한국 가수들이 너무 많이 진출해서 1위 찍고 가야 대우받아요. 어중간하게 가면 대우가 안 좋아요.”
“당연하지 1위 찍고 가야지.”
“그래도 일본 분들이 많이 들어줬으니깐, 리패키지에 일본어버전도 한번 추진해 봐도 되겠네요.”
“그런데, 8위면 아 지금 6위다. 오 계속 오르는데. 이러면 엔오원 출신으로 데뷔한 팀 중에서는 최고 순위 아냐?”
“어? 그런가요? 오호. 안 그래도 여동생이 6위라고 엔오원 출신 중에서 제일 높은 순위 했다고 톡이 오네요. 이러면 톡방에 자랑해야죠.”
“햐, 우리도 핸드폰 있어서 카톡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얼른 1위를 해야 핸드폰 사용이 가능할 텐데. 내 인스타는 잘 살아 있으려나 모르겠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공식계정에 팔로워가 많이 붙고 있다고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냐. 우리랑 진짜 소통하는 건 하나도 없는데.”
“그래도 그런 소통을 안 해서 사생팬이 없다 보니, 우리들 생활이 편한 거 아니에요?”
“사생팬을 우리가 안 겪어봐서 모르겠지만, 그런 사생팬이 붙었다면 인기 있는 거니깐 인기있게 사생팬이라도 있어 봤으면 좋겠다.”
“사실 사생팬도 스타의 이미지를 위해 너무 숨기다 보니 생기는 거야.
코딱지도 좀 파고, 머리도 며칠 안 감고 하는 리얼한 생활 모습을 보이면 사생팬도 아이돌이지만, 저놈도 같은 인간이구나 하면서 잘 안 붙는다니깐.
우리 회사는 너무 신비주의라 사생팬을 더 만드는 그런 전략인거 같기도 하고.”
“제일이 형 그래도, SNS하다가 말 잘못 해서 연예인 생명 끝나는 사람도 많잖아요. SNS는 양날의 검이에요. 늘 승리하는 퍼거슨경의 말처럼 인생의 낭비까지는 아니라도, 우리처럼 대중의 관심을 먹는 사람들에게는 위험해요.”
“부정적으로 보는 영호 말도 맞지. 안 그래도, 오늘 팬이랑 싸움한 배우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더라. 결국, 퍼거슨옹이 또 승리했지만, 아쉽다. 쩝.”
제일이 형과 영호의 말을 듣다 보니, 고민이 되었다.
SNS를 하지 못해서 친척이나 친구들과 단절된 듯한 이런 환경이 집중하기 좋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만큼 가두리 양식장 같은 환경에 가두어져서 사는 것 같고, 다른 이들과 어울리지 못해서 뒤처진 듯한 느낌이 들기에 심리적으로 뭔가 불안했다.
특히나, 남들 앞에 나서기 좋아하는 성향의 연예인들은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자신감을 잃어버릴때도 있었다.
**
“전상일 본부장님, 이용민 실장님. 연예인은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십니까?
스케줄 간다고 급하게 이동하다 교통사고가 나서 죽을 때?
아닙니다.
그러면, 바쁜 활동으로 인해 건강을 돌보지 않아 암에 걸려 죽을 때?
그것도 아닙니다.
연예인은 대중들에게 잊혀 졌을 때가 바로 죽은 겁니다.
소속 연예인들이 죽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결국, MSM도 죽는 겁니다.
연예인들이 살아남으려면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생존전략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 연예인들을 서포터 해줄 MSM도 바꿔야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