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
풍문으로 들었소.
무대 아래에서 환호해 주던 누나들과는 달리 다림질 각이 살아 있는 생도복을 입은 생도장 누나는 굳은 표정으로 글을 읽어 내려갔다.
“자랑스러워야 할 군인의 군복이 요즘은 부끄러운 옷이 되어 버렸고, 군복을 입으면 무조건 다 아저씨라는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YAM 멤버들이 군복을 입고, 군복은 부끄러운 옷이 아니라 멋진 옷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군복을 입은 군인이 멋있을 수 있고, 명예로운 옷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이거 아주 뜻깊은 부탁입니다.
국군간호사관학교 4학년 생도들의 부탁은 군인들이 입는 군복도 멋있을 수도 있고, 더불어 군복이 가지는 의미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YAM’ 멤버들이 군복을 입어 달라는 겁니다.
방송국 관계자님, 이 부탁 가능하겠습니까?
네에. 저기 잘생기신 PD님이 오케이 사인을 보내셨네요.
그러면, 이 부탁은 이루어진 것으로 보겠습니다. 박수~!”
<짝짝짝 와~아~!>
“사실, 군복은 물론이고 옷빨의 완성은 얼굴이거든요. 군완얼 다들 아시죠?
‘군복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거요. 오늘 온 YAM 멤버들 보니 이미 얼굴이 완성되어 있으니 군복의 멋짐을 충분히 알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SBC MTV 방송의 ‘YAM과 같이 놀자’의 특별 오프라인 데뷔무대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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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틀 후 애들 데뷔 쇼케이스가 있는데, 데뷔 쇼케이스 하루 전에 명동에서 군복을 입은 이벤트를 하고 9화 촬영을 하자는 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아니, 이용민 실장님 말은 되지요.
데뷔 쇼케이스 하루 전에 오프라인에서 이렇게 이벤트를 하면서 홍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거지 않습니까?
다른 기획사에서는 외국 관광객들 많은 명동에서 이벤트를 하지 못해서 난리입니다. 예전에는 그냥 보안요원 세우고 이벤트나 버스킹을 진행했지만, 이제는 다 서울시에 허락을 받고해야 될 정도로 명동에서 이벤트 하는게 특별해 졌습니다.
그리고, 서울시에서는 이제 신인들 게릴라 행사는 명동에서 아예 못하게 막고 있고요. 그런 기회를 우리 방송국에서 만들어 주겠다는 건데 뭐가 문제입니까?”
“우리도 이게 이득인 건 알지만, 그 다음날이 데뷔 쇼케이스지 않습니까? 저희 최종 점검 리허설을 해야 하는데, 갑자기 명동에서 군복을 입고 이벤트를 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거기다 데뷔 쇼케이스 전에 노래가 선공개 되는 건 문제도 있습니다. 군부대에서의 방송은 부대 내의 닫힌 공간에서 이루어진 것이기에 퍼지는 문제가 없지만, 명동에서 이벤트로 선공개가 되면 좀 곤란합니다.”
“허허 이용민 실장님. 갑갑한 양반이네요.
구더기 무서워 장 안 담글 겁니까? 하루 상관이에요. 하루!MSM에서 요청해서 8화에서 끝나는 걸 12화로 편성 늘리고, 활동 중에 일정이 달라져서 리패키지 활동이 있으면, 두 트랙으로 편집해서 방송하기로까지 우리가 편의를 봐주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건 무조건 안 된다고 하니, 아무리 MSM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YAM과 같이 놀자’를 연출하고 있는 노주환 PD는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프로그램을 촬영하면서 MSM 관계자들에게 한 번도 큰소리를 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큰소리로 짜증을 토해 냈다.
보통 케이블 음악전문 방송 PD라면 공중파만큼의 힘은 없지만, 그래도 기획사들에게는 갑 중 갑이었는데, MSM이라고 해서 엄청나게 참아주고 있었고, 그게 오늘 터진 것 같았다.
“흠. 알겠습니다. PD님 진정하시고요. 그러면, 이벤트는 진행하되, 데뷔곡은 하지 않고, 그냥 모델 쇼 같은 이벤트로 어떻습니까? 그렇게 하면 군복은 우리가 다 준비를 하겠습니다.”
“뭐 그러면, 원래 부탁이 군복을 입고, 군복의 멋짐을 보여 달라는 거니깐 공연은 없는 것으로 합시다. 그럼 그렇게 결정이 난 겁니다. 바로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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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코디 누나, 이거 진짜 군복 같은데 어디서 구한 거예요? 이 명찰도 왠지 다 있는 사람 거 같은데. 이건 태권도 몇 단인 거 나타내는 휘장 같은 거도 있고. 그런데, 핏은 확실히 다른 거 같고.”
명동 사거리의 건물 4층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방송 촬영을 진행했는데, 스튜디오에는 각 군의 군복과 특수 보직 군복들이 종류별로 있었다.
나는 얼굴을 가려야 하기에 큰 선글라스를 끼고 철모를 쓰는 헌병 군복이 배정되었다.
“우리 MSM에서 거래하는 군복 전문업체가 있어. 제복 전문회사인데, 거기서 파는 물건들이야. 원래 제대할 때 들고 온 군복들을 구매해서 핏을 수정한 후에 코스프레하는 사람들에게 파는 거야.”
“그러고 보니, 서코에서 가끔 군복 입고 와서 코스 하는 사람들 보긴 봤어요. 난 그 사람들이 입는 군복은 자기가 제대할 때 들고 온 거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구매를 할 수도 있는 거였군요.”
“아마, 그 사람들은 진짜 자기 군복일걸. 그 업체 말로는 한국 사람보다 일본의 한국군 코스프레 팬들이 제일 많이 사간다고 하더라. 그 동네는 군인이 없어서 오히려 한국군 군 장류를 좋아한다고 하더라고.
어디 보자, 핏을 좀 다르게 했더니 살짝 다른 느낌이 나네. 뭔가 스키니스타일의 군복이 되었지만, 보기엔 좋네.
전투화도 신어봐. 군인들 묶는 방법으로 묶어줄게.
다들 모자도 쓰고, 경례해봐, 사진 하나 남기자.”
헌병대부터, 전차병, 해병대, 수병이 입는 세일러 군복까지 12명이 모두 다 다른 군복을 입고 사진을 찍으니 확실히 재미있는 이벤트였다.
더구나, 해병대의 팔각모에 헌병대의 견식, 총줄 같은 장구들까지 완벽했고, 코디들이 속칭 뽀대가 나게 옷을 잡아 주다 보니 일반적인 군복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군대를 다녀온 SBC 방송 스태프에게서 경례와 간이 제식으로 걸음걸이까지 배우는 장면도 촬영을 하고 보니, 언뜻 진짜 군인들 같았다.
“이러다 우리, MBS에서 하는 ‘진짜 사나이’에 스카웃되는거 아니야? 다들 너무 잘하는데.”
“제일이 형은 진짜 가야 하는 나이이니 한번 방송에서라도 다녀오시죠.
그런데, 일반 군복보다, 그 정복인가 약복인가 하는 옷들이 그렇게 멋지다던데. 그런 옷 입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이 행사 이벤트 자체가 일반 사병을 위한 거라서 그러면 안 되지. 사실 사관학교 생도들이 입는 정복이나 장교들 정복은 진짜 멋지거든. 그런데, 중국 멤버들은 이렇게 한국군인 옷 입어도 되려나? 무슨 문제 없겠죠?”
내가 혹시나 해서 물어봤는데, 갑자기 PD는 물론이고 모든 방송스태프들이 당황하기 시작하더니, 급히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당황하는 것을 보니 이런 부분을 아예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인민해방군 군복이 아니라 한국군의 군복을 입으면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가 좀 이런 것은 엄해서요.”
중국인 멤버인 미준, 소혁, 위안도 이제야 걱정이 되는 것 같았다.
우리 쪽 기봉이 형도 부랴부랴 회사와 통화를 했고, 결국 중국인인 미준, 소혁, 위안은 이벤트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 났다,
그리고, 외할머니가 한국인인 토모는 어머니도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기에 이중 국적이었는데, 일본과 이중 국적이라도 한국인이기도 하니 이벤트에 참여를 해도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토모까지 빠져, 나중에 일본진출을 했을 때 문제가 될 수도 있어. 결국 일본진출 시에는 한국, 일본 이중국적자인 토모가 앞에 서야 하는데, 일본인으로 한국군인들 군복 입었다고 공격 당할 수 있어.”
“괜찮아요. 우익 혐한은 다 나이든 오타쿠 같은 사람들이라 우리 CD를 원래부터 안 사는 사람들일 거예요.”
“그래도, 그런 말들이 나오면 인식이 나쁘게 되니 이번엔 빠져. 회사 차원에서는 그런 말들이 나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어.”
“기봉이형, 아까 코디 누나한테 들으니깐 일본에는 오히려 군복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고 하던데요. 일부러 한국군 군복 사가는 사람들이 일본 사람이 제일 많다고 하고요.
논란이 되면 뭐 더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노이즈 마케팅도 될 수 있으니깐, 토모도 같이 가죠.”
기봉이 형은 나에게 뭐라고 하려다가, 나에게 빚진 게 있다는걸 기억한 것인지 그냥 넘어갔다.
“형들 죄송합니다. 우리는 진짜 안된다고 하면 안 되는 나라라서.”
“괜찮아, 다 이해해 어쩔 수 없는 거지. 그 동네는 말 한마디에 방송 출연 금지도 바로 되는 나라이니 이해해.”
결국 중국 멤버 3명이 빠지고, 9명이 건물에서 내려가서는 2열 종대로 줄을 서서 명동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이벤트답게 방송 카메라들은 멀리 떨어져서 찍었는데, 그러다 보니 연예인이 아닌 진짜 여러 군복을 입은 군인 9명이 행군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차가 다니지 못하는 넓은 길로 나오자 산개해서 길거리를 가득 메우듯이 걸었다.
“소원아, 왠지 그 ‘범죄와의 전쟁’ 에 나오는 영화의 한 장면 같지 않냐? 우우우~ 우우우~ 풍문으로 들었소~ 하는 그 OST도 막 들리는 거 같지 않아? 다들 웃으면서 걸어봐! 하하하.”
제일이 형의 말을 듣고 보니, 영화 속 그 장면이 떠오르면서 그 오래된 노래가 마치 들리는 것 같았다.
“와! 저 군인들 뭐야? 존잘 존잘!”
“어디? 헉. 핵존잘! 미남 옆에 미남 그 옆에 또 미남이네. 뭐지? 그 연예인병사들 그런 건가?”
“아는 연예인은 없는 거 같은데.”
“그러고 보니 다들 어려 보이는 것도 같고.”
“야, 원래 군인들은 대부분 다 20살에 군대가. 어린게 당연하지.”
“그래도 당연히 군인 아저씨라 불렀는데, 저 핏을 보니 군인 아저씨라 못 부르겠다.”
“잘생기면 다 오빠야! 사진 좀 찍어야 겠다. 존잘러 군인 오빠! 사진 찍어도 되죠?”
“네 사진 찍어도 됩니다. 가까이 오세요!”
한두 명이 사진 찍어달라고 해서 바로 옆에 붙어서 사진을 찍자, 낮시간이라 혼잡하지 않았던 명동거리가 갑자기 부산해지기 시작했다.
“간고쿠 군진 가코이~”
어느 순간부터는 명동에 쇼핑관광을 온 일본인이나 중국인 동남아사람들까지 와서는 우리가 누군지도 모르고 일단 사진을 다 찍어서 갔고, 일본 유튜버로 보이는 여자 유튜버와는 아예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해서 아예 통행이 불가능하게 되자, 그제야 SBC방송국과 서울시청에서 나온 관광 경찰분들이 오셔서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데뷔무대에서 부탁받았던 군복을 입고서도 멋질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었다며, 촬영을 만족 스럽게 끝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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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존잘러들 누구냐? 트위터랑 인스타에 명동 존잘러 군인이라고 떠도는데, 아는 사람 없어?]
[헐? 진짜 군인이야? 내 취향인데. 내 인생 향년 17세에 첫사랑을 군인과 하는구나. 헤헤]
[진짜, 잘생겼다. 뒤에 파란 해군 옷 입은 군인도 존잘러인데. 진짜 얘네들 누구지?]
[짤들 오다가 주워왔다. 9명인 거 같은데, 국방부에서 홍보행사 한 거 같음]
[국방부 아님, 이거 보고 게티에서 게이들이 국방부에 문의 넣었는데, 국방부 행사 아니고, 방송국의 녹화였다고 하더라.]
[그럼? 연예인? 아이돌? 덕녀들아 너희의 힘이 필요해! 도와줘! 집단지성보다 무거운 집단덕력을 보여줘~!]
[네이버 실시간 올리자. 그러면 기레기들이 알아서 얘네들 찾아 줄거임. 얼굴 사진으로는 머리 스타일이 없다 보니 다들 긴가민가한 애들이 너무 많음.]
[오 개똑똑. 검색어는 ‘명동 꽃미남군인’으로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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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명동 꽃미남군인’ 이 검색어는 뭐지?
오호라~ 페북, 인스타에서 핫한데 누구지? 군복은 브랜드가 없으니 브랜드 이벤트는 아니고.
그래, 명동거리 이벤트면 서울시청에 문의하면 바로 나오지. 행사 이벤트 담당이 누구였더라.
네, 김 주사님 문명일보 김정세입니다. 잘 계시죠? 하하하 네네.....그럼, 명동 군복행사는 SBC MTV에 하는 ‘YAM과 같이 놀자’ 방송이었어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주사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네네. 감사합니다.
아싸! 아직 아무도 정체 모르니 단독이다. ‘명동 꽃미남 군인 정체 알고 보니. 기겁’ 이 타이틀이다. 엇? 그러고 보니, 내일이 데뷔 쇼 케이스네. MSM소속이고, 이러면 또 추가 딜이 가능하지. MSM 홍보팀 연락처가 어디보자...”
[게이들아 기레기가 꽃미남 군인들 정체 확인해 줬음. MSM에서 데뷔하는 ‘YAM’이란다.]
[얌? 이름 참 주옥같이 지었네. 그래서, 싸인회는 언제?]
[아닌거 같은데, YAM은 12인조인데 여긴 9명인데.]
[MSM 노예녀가 기사보고 확인해줌. 없는 3명은 중국 멤버라서 없는 거래.]
[아, 그 동네는 인정. 그런데, 윤소원이 있어야 하는데, 그럼, 저 잠자리 선글라스 쓴 헌병이 윤소원임?]
[그런 듯. 이게 SBC MTV ‘YAM과 같이 놀자’ 방송녹화였던 듯 한데. 정주행하러 갑니다. 하려 했더니 아직 1화밖에 안 한 거네. 아쉽.]
[애들 비주얼이 다 은혜롭네. 방송 보고 은혜받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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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네. 기자님 보도자료 다 보내드렸습니다. 미남군인 아이돌, 애국 아이돌은 이미 다른 기자님이 쓰셨으니 다른 애칭이름으로 기사 좀 잘 부탁드립니다. 네네.”
“네, 기자님 내일 정오에 음원이 공개됩니다. 쇼케이스는 오후 5시입니다. 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햐 이거, 노주환 PD가 제안 준거 안 받았으면 어쩔뻔했어. 홍보팀 전화기에 불이 나네, 불이나.
내가 먼저 가서 고개 숙이고 고맙다고 해야겠어. 기봉이 너도 같이 가게 과일바구니 챙겨.”
“네. 바로 챙기겠습니다. 알아서 데뷔 쇼케이즈 하루 전에 이렇게 펑펑 터트려 주니깐 느낌 좋은데요.”
“아무리 언론이나 온라인에서 주목받아도, 데뷔곡이 떠야 해. 화제가 되고 있다고 긴장 풀지마. 그래도 느낌이 오긴 오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