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14화 (114/237)

# 114

우린 아이돌이야.

“제가 듣기로는 좋아요. 러닝타임이 좀 길지만, 전체적인 리듬이 좋아서 길게 안 느껴져요.”

내가 괜찮다고 이야길 하자, 가이드 곡을 들려주며 눈치를 보던 이용민 실장과 매니저 등 스태프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사실 내가 안 좋다고 해도 이게 진짜 대박을 칠지 아니면 인기가 없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가 안 좋다고 해도 이 노래를 변경하거나 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이미, 가이드 녹음까지 된 거라면 유영찬 이사는 몰라는 그 밑에 급의 프로듀서들 손을 거쳐서 완성된 곡이니 내가 뭐라고 하는 것도 문제였다.

처음 제작 단계부터 같이 했다면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도 있었겠지만, 이 정도라면 그냥 좋다고 넘어가는 게 최선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음악전문가에 스타 제작자라고 해도 자신은 좋은데, 대중에게 외면받을 수가 있고, 자신이 생각하기에 영 이상한 음악인데, 그 반대로 대중의 인기를 얻어서 히트를 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내가 뜬다 못 뜬다를 정하는 거 자체가 우스운 거였다.

대박은 오로지 대중의 기호에 따라 결정이 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좋다고 한 것인데, 내 말 한마디에 다들 안도하는 모습이 뭔가 나에게 책임감을 다시 알려주는 것 같았다.

“자 그럼, 안무도 마무리 단계라고 하니깐 잭 크리스와 같이 녹음부터 해볼까?”

**

“다들 긴장 풀고, 일단 보컬, 랩 파트로 나누어 서라고 했지만, 잭 크리스가 모두 다 전곡을 한 번씩 불러보길 원해 메인보컬이든 메인 랩이든 잭이 다 들어보고 파트를 정해 준다고 하니깐 일단 모두다 한 번씩 다 녹음을 해보자.”

모든 멤버가 노래를 다 부르고 곡에 대한 포지션이 정해졌는데, 메인보컬은 규일이가 부르게 되었고 난 중국인 멤버 소혁이와 서브 보컬이 되었다, 데뷔곡이고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곡이지만, 녹음은 아무 문제 없이 싱거울 정도로 이틀 만에 끝이 났다.

“소원형. 형도 엔오원으로 데뷔한다고 데뷔곡 녹음했을 때 이랬어요?”

“뭐가?”

“허무한 거요. 진짜 초등학생 때부터 4년이나 준비한 게 이렇게 이틀 만에 녹음이 끝나니깐 제가 뭐를 위해서 준비를 했는지 뭐가 뭔지 모르게 된 거 같아서요.

특히나 제 파트 분량이 작아서 더 그럴 수 있겠지만, 뭔가 허무해서요. 4분 55초 노래 중에 제 파트는 단 17초 밖에 없고.

이게 진짜 제가 원한 게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흠..난 처음 녹음실에 들어갔을 때 느꼈던 감정이 커서 그런 걸 잘 못 느끼긴 했네. 그런데 다현이 넌 총 분량이 17초야?”

“아, 그러고 보니 형은 프로듀스99의 모든 경연곡에서 센터 아니면 메인보컬이었네요.

상담 상대를 잘못 고른 것 같은 이 느낌.”

“뭐 조금 그런 거도 있는 거 같지만, 그래도 유일하게 데뷔를 했던 사람이니깐 도움은 될 거다. 다현이 네가 지금 17초라고 작다고 우울해하지만, 원래 5초 아이돌은 늘 있어 왔어.

심지어는 무대에 올라서 사비 한 부분만 부르는 게 전부였던 사람도 있었어.”

“에? 그게 누구예요? 5초도 너무하지만, 사비 한 부분이면 진짜 너무 한 거네요.”

“우리 슈퍼 루키즈의 선배님들이 그랬어. 우리 회사 말고도 다른 회사의 10인조 이상 되는 팀의 멤버 절반 이상은 파트 분량이 5초 정도 분량이야.

노래는 3분 내외인데, 5초씩 10명만 해도 노래의 30%야.

노래의 클라이막스인 메인 멜로디나 지르는 부분 때문에 보컬들은 1분 이상의 분량을 가져가 그러면 어쩔 수 없이 5초 가수 혹은 1초 가수도 나오게 되는 거야. 우리 데뷔곡인 Get Up은 거의 5분이나 되는 긴 노래기에 그래도 10초씩은 돌아가는 거야.

그러고 보니 이런 내용으로 예전에 뉴스도 한번 나왔었어.

가수로 무대에 오르는데, 1초, 4초 정도의 한 파트만을 부르는 가수.

과연 이들을 가수라 불러야 하는가에 대한 거였지. 하루 정도는 화제가 되었지만, 금세 그런 논란은 사라졌어. 그 결론이 뭔지 알아?”

“모르겠어요. 멤버 인원이 많으니 어쩔 수 없다는 거로 결정이 난 건가요?”

“팀 인원이 많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뉴스에 나온 논란이 금방 사라진 이유는 우리들이 아이돌이기 때문이야. 아이돌은 가수가 아니기에 그런 노래 분량 논란 같은 것을 들이대면 안 된다는 여론도 있기에 금방 결론이 났어.

그 이후로는 그 누구도 무대에서 1초, 5초 노래 부른다고 아이돌 가수에게 뭐라고 하지 않아.

어쩌면, 우리의 가치를 가수에서 끌어내린 걸 수도 있지만, 가수는 말 그대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야.

우리는 노래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다 하는 아이돌이야. 무대에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연기도 하며 개그도 하는 사람. 그게 바로 아이돌이야.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17초밖에 안 된다면 댄스와 예능감으로 무대에서 자신의 분량을 챙겨야지. 노래 분량이 17초밖에 안 된다고 댄스나 카메라 받는 지분도 17초라는 법은 없잖아.”

“와. 역시 한번 데뷔한 사람은 다르네요. 오늘 뭔가를 배운 거 같아요.

질문 아래 전의 나와 형에게 답을 들은 이후 뭔가를 배운 저는 다른 사람인 겁니다. 발전을 했어요.”

“뭐래, 똑같은 다현이구만.”

이제 고1인 다현이도 뭔가 특이한 놈으로 보였다.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발전한 거 같아요. 즐겁게 연습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형 고마워요. 흐흐흐”

**

“자 다시 라인 잡고! 가빈이 라인 확인해! 다리 위치 틀렸어! 다시!

2번째 Get up에서 더 어깨를 펴고 앞으로 나와야 한다고!”

지금 찍고 있는 SBC MTV의 ‘YAM과 같이 놀자!’의 방영 날짜가 정해지다 보니 연습이 좀 더 빡빡해졌고, 데뷔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입을 옷을 맞추고 나서부터는 먹는 것에서부터 관리가 시작되었다.

핸드폰 사용을 허락받은 나도 눈치를 볼 만큼 매니저들의 관리와 간섭이 심해졌는데, 데뷔 쇼케이스까지는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뮤직비디오 촬영 컨셉이 정해졌다.

농구장에서 촬영할 예정이고, 롱테이크 기법으로 쭉 촬영되는 스타일이야.

노래 내내 카메라의 무빙에 맞추어서 위치 잡는 연습도 오늘부터 시작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카메라 앞이라고 다들 어느 정도 자제했지만, 연습이 추가된다고 하자 모두 다 ‘우~’하는 소리를 낼 정도였다.

“그리고, 우리의 비공식 첫 방송 무대도 정해졌다.

지금 촬영 중인 ‘YAM과 같이 놀자!’의 무대 촬영인데, 그 무대가 좀 특이한 곳으로 결정이 났다.”

“설마, 초등학교에 가서 하는 거예요?”

“아니면 게릴라 무대?”

“홍대 버스킹이나 길거리 공연이에요?”

“흠흠. 그런 거면 좋았겠지만. 특이하게도 군부대다.”

“네?”

“헐, 저 때문에 방송에서 민호 형 만나러 가서 그 군부대에서 공연하는 거예요?”

“군부대에 남자 아이돌 가수가 왜 가는 거예요? 군인들이 다 싫어 할거 뻔한데.”

“그러게. 고추 달린 남자 100명보다 여자 트로트 가수 1명이 더 대우받는 곳인데. 왜 거길 우리가 찾아가는 겁니까?”

“방송국이 우리 망하게 하려고 각재는 듯. 멘붕 멘붕.”

“그 방송국이 지금도 찍고 있다.”

이용민 실장의 말에 다들 입을 다물었지만, 남자 그룹이 군부대에 가게 되면 어떨지 그림이 바로 그려지는 상황이다 보니,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무대에 올랐을 때 야유나 안 받으면 다행일 거였다.

“첫 방송 데뷔무대가 군부대였던 남자 아이돌로 역사에 남을 수는 있겠네요. 역대급이긴 할 듯.”

처음 군부대에서 우리의 첫 무대가 이루어진다는 소릴 듣고는 다들 멘붕이었지만, 금세 잊고 데뷔준비를 했다. 그리고, 리패키지 전략에 따라 우리 레드샵이 만든 ‘줄리엣’도 녹음을 하고, 미리 준비를 했다.

물론, 내가 만든 줄리엣이 더 좋다고 하는 애들도 있었지만, 회사 차원에서 전략을 수립한 것이기에 일단 따를 수밖에 없었다.

**

“광고 끝! 드디어 시작하네요.”

숙소에 다들 모여 밤 11시에 하는 SBC MTV ‘YAM과 같이 놀자!’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일 8화 촬영을 위해 군부대로 가는 일정이 있었고, 사흘 후에는 데뷔 쇼케이스가 잡혀 있기에 다들 연습으로 인한 피곤함에 절어 있었다.

하지만, 늦은 시간이라도 티비 앞에 모여 처음 방송에 나오는 자신들의 얼굴을 본다고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햐, 나름 화장실 거울로 봤을 때는 나도 꽤 잘 생긴 것 같았는데, 제일이 형이랑 소원이 형 사이에 서니 바로 하층민이 되어 버리네.”

“다현이 네가 자릴 잘못 잡은 거지. 거긴 정환이 아니면 다 하층민 되는 자리야.”

“근데, 이렇게 방송을 보니깐 진짜 데뷔가 실감이 난다.”

“방송 끝나면 매니저 형 전화로 집에 전화 한 통 해봐. 그러면 더 실감 날거다. 아마도, 친척이나 친구들은 난리가 났을 거야.”

“하지만, 내일 군 부대가서 군인 형들의 야유 소리에 현실로 돌아오겠지. 햐 진짜 생각할수록 말이 안 되네. 군부대에서 첫 데뷔무대라니.”

“방송에서 우리 멘탈 강하게 해주려는 거 같아요. 아마 군부대 이후로는 어느 무대에 서도 견딜 수 있을 것 같긴 해요.

아휴. 말해 뭐해 빨리 잡시다. 시청률도 내일 나온다는데, 안자고 기다려서 뭐해요. 어서 잡시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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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뭐죠? 이상한데요.”

“그러게. 저기 저분들 ‘시스템보이’ 라는 팀분들이잖아.”

“어? 진짜네. 어? 저 차에 적힌건 ‘임팩트나인’ 인데요. 다른 신인 보이그룹이 많아요.”

군부대 출입을 위해 부대 밖에 마련된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으니 속속들이 연예인들의 차량이 모여들고 있었고, 모여든 차량에서 내려서 스트레칭을 하는 사람들을 보니 전부 다 남자 연예인들이었다.

군부대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여자 걸 그룹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이거 뭐지? 게이 특집이라도 국방부가 준비하는 거야? 왜 군부대에 남자 아이돌만 가득하지?”

멘붕수준이 된 우리에게 그제야 매니저인 기봉이 형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국 군부대에서 남자보다 여자군인이 더 많은 부대가 오늘 온 부대야.

국내 유일! 여군이 더 많은 군부대 ‘국군간호사관학교’야.

너희가 그렇게 기다린 YAM의 첫 데뷔무대가 바로 여기야.”

“오옷~ 간호사관학교면 오늘 온 보이 그룹들이 다 이해가 되네요.

왜 미리 이야기를 안 해주셨어요?”

“너희가 군부대에서 데뷔한다고 했을 때 그 표정들을 찍기 위해서지.

다들 군부대 공연한다니깐 얼굴이 다 안 좋았잖아.

지금 봐. 너희 얼굴이 급 방긋이 않아.”

기봉이 형이 말했듯이 국군간호사관학교라는 소리에 다들 얼굴이 밝아져서 웃고 있긴 했다.

“일단, 너희가 신인이라 오프닝무대를 서게 되어 있어. 군부대 입구 통과되면 바로 준비를 해야 할 거다.”

**

“오늘 군 위문 열차에는 아주 특별한 게스트가 있습니다.

오늘 바로 이 무대에서 데뷔하는 보이그룹입니다.”

“와~! 첫 데뷔하는 보이그룹이라니.”

“누나들이 잘 봐줘야겠네.”

“평균연령 18.4세 아마도 대부분이 다 누나들이지만, 당돌하게 이렇게 멘트를 부탁했어요.

‘오빠라고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와! 패기 있네요. 여기 있는 누나들이 주사기랑 메스 칼 잡는 무서운 누나들인걸 모르는가 봐.”

“오빠라고 부를게요. 꺄아아~”

“와우! 그럼, 다들 10대 소녀로 돌아갈 준비 되었나요? 우리 소녀들 준비됐나?”

“준비됐다~!”

“오늘 첫 데뷔무대를 위해 온 ‘YAM’, You And Me를 화끈하게 맞아주세요!”

“어? 저.저..엔오원의 윤소원 아냐?”

“맞네. 윤소원이다. 그럼 이 팀이 MSM에서 나오는 거야? 요즘 티비를 못봐서 몰랐는데, 이러면 나 계타는 거야? 소원아~~”

Get Up의 노래가 나오며 정신없이 첫 무대를 하는데, 똑같은 회색의 군복을 입은 누나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보니, 이건 또 느낌이 달랐다.

군대라는 특수사회에 속한 사람들의 앞에 서는 무대라서 사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남자군인이든, 여자군인이든 열렬한 환호는 똑같았다.

그리고, 이들의 열렬한 환호를 보니 ‘Get Up’이 뜰 수 있을 것 같았다.

“여윽시 남자든 여자는 다 같은가 봅니다. ‘한국 군대의 전투력은 걸그룹이 지켜준다’는 말은 바꾸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 군대의 전투력은 아이돌이 지켜 준다’로 말이죠. 안 그래요?”

“네, 맞아요!”

“자, 그럼, 연이어서 강한 임팩트를 가진 임팩트나인의 무대가 이어집니다! 환호 주세요~!”

제대로 국방 TV에서 하는 위문열차를 본적은 없었지만, 군부대의 반응은 어디나 같은 것 같았다. 여고나 남고에 다니는 팬들의 가두어진 열정이 터지면 엄청나듯이, 마찬가지로 갇혀서 생활하는 이곳에서도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우리 같은 신인은 물론, 이름도 잘 모르는 남자 아이돌이 와도 호응이 좋았다. 군인들이라 다들 체력도 좋은지, 2시간의 방송시간에도 다들 열렬한 환호를 보내주었다.

걸그룹들이 군부대 공연을 가면 진짜 환호해 주는 군인 오빠들 덕분에 기분이 좋다고 말했던 게 다 이해가 되었다.

“자 위문 열차는 끝이 났지만, SBC MTV 방송의 ‘YAM과 같이 놀자’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4학년생도 대표 앞으로.”

사회자의 멘트에 환호를 지르던 누나들 대신에 아주 각이 진 누나가 앞으로 나와서 우리에게 상장 같은 것을 전달했다.

“미리 4학년 생도들에게 설문조사를 해서 오늘 데뷔한 YAM에게 부탁하고 싶은 의견을 받았습니다. 자 그럼, 국군 간호장교 4학년 생도들이 신인 아이돌 YAM에게 부탁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공개해주세요.”

“YAM 멤버들이 군복을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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