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13화 (113/237)

# 113

4분 55초?

“역시, 성별에서 오는 차이가 있네. 남자가 편곡한 ‘로미오’ 보다는 여자가 편곡한 ‘로미오’가 더 좋고, 여자가 편곡한 ‘줄리엣’ 보단 남자가 편곡한 ‘줄리엣’이 좋네요.”

“어쩔 수 없는 거지, 대현이가 게이도 아닌데, 로미오를 불러봤자, 애정이 안 나오지?

노래든 문학작품이든 결국 이성에 대한 애찬과 사랑이 있어야 제대로 된 감정이 실리는 거지. 작사든 작곡이든, 남자 노래는 남자가 적고, 여자 노래는 여자가 만드는 게 맞는 거야.”

“그럼 석천이 형은?”

“그 사람은 규격 외니깐 제외!

하지만, 반대로 김국종처럼 마초같은 남자인데도 여자의 가성 같은 목소리를 내는 케이스라면 또 좀 달라질 수는 있겠다.

이번에 YAM 데뷔곡은 대현이가 편곡한 ‘줄리엣’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럼, 누나들이 편곡한 ‘로미오’는 걸 그룹에 판매를 하죠. 남녀 그룹이 로미오와 줄리엣을 각각 부른다면 서로 마케팅이나 홍보 쪽에서 소스로 쓸 건 떡 지가 있는 거니깐 서로 이득일 수도 있고.”

“오케이 그럼 내가 우리 게놈 프로젝트회사를 통해서 로미오 곡 판매를 알아볼게.

그건 그렇고, 류진율이 우리 좀 보자고 하더라.

진율이가 대상 프랜차이즈에서 이번에 10인조로 데뷔했는데, 결과가 안 좋아서 우리 노래를 좀 받았으면 하던데 어떻게 할래?”

“진율이 형이면 같은 엔오원 출신이라 곡 값 다 받는것도 좀 그런데.

줄리엣을 주기엔 좀 애매하고, 예전에 만들어 둔 걸 줘야 하려나.”

“일단 스케줄 보고 만나는 날짜를 맞춰보지 뭐.”

**

“전상일 본부장님 그게 무슨 말인가요? 우리 YAM 데뷔곡이 정해지다니요? 저에게는 아무런 이야기 없으셨잖아요? 이러려면 우리 레드샵을 인수 할 이유가 없지 않나요? 우리야 돈을 벌었으니 된 거지만. 이해가 안가네요.”

“그게 말이지 YAM 데뷔전략을 리패키지 전략으로 가기로 결정이 났어.

데뷔 싱글앨범은 우리가 준비한 노래로 가고, 그 반응을 보고 네 노래를 추가해서 리패키지 데뷔앨범을 발매하는 전략이야.

레드샵에서 주는 곡은 그 리패키지 앨범의 타이틀로 할 예정이고.

원래는 더블 타이틀로 가려고 했지만, 엔오원 출신의 팀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우리도 신인 그룹에 더블 타이틀로 가는 건 좀 무리라고 판단을 했어.

그래서, 일차적으로 ‘MSM FRIEND PARTY’에서 계약을 했던, 잭 크리스의 노래를 타이틀로 쓰고, 추후 변화를 보고 리패키지로 가거나 다음 앨범에 네 노래를 쓰는 거로 하려고.”

“잭 크리스라면 블루코튼의 ‘블루커피’ 작곡가군요. 이미 성과가 있는 외국 아티스트의 곡으로 안전하게 가겠다는 거네요?”

“뭐 그런 것도 무시할 수 없지. 잭 크리스는 이미 대박을 친 곡이 있지만, 너는 그룹이 부르는 곡이 처음이라는 것도 고려가 되었고. 프로듀스99에서 만들었던 곡은 판단하기가 곤란하니 예외로 뒀어.”

“잭 크리스의 곡이 히트하면 자연스레 리패키지는 딜레이 되거나 아예 백지화 될 수도 있겠네요. 뭐, 그래도 나름대로 리패키지 앨범으로 체면을 차리게는 해주신 거긴 하네요.”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고. 거기다 ‘MSM FRIEND PARTY’ 자체를 이제 없애려고 하고 있는데, 그러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계약된 잭 크리스의 노래를 터는 거라고 이해해 주면 좋겠다.”

“MSM FRIEND PARTY를 없앤다고요? 나름대로 미국, 유럽, 호주에 알려진 음악 파티이지 않나요?

실력 있는 작사, 작곡가들을 픽업하는 MSM의 중요한 아티스트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그랬지, 잭 크리스 같은 나름 실력있는 아티스트들을 발굴해내기도 했지. 하지만 말이야, ‘MSM FRIEND PARTY’를 개최하는 이유가 아티스트의 발굴이라는 목적도 있지만,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가장 큰 이유인 MSM의 글로벌 화에 튼튼한 계단이 되어주길 원해서였어. 물론, 그렇게 되지 못했기에 이번에 정리를 하려는 거고.”

그랬다. 2000년 후반부터 메년 일본, 호주, 미국, 프랑스, 벨기에등등을 돌아가며 매년 ‘MSM FRIEND PARTY’를 열었던 이유는 전 세계의 음악 트랜드와 흐름을 가진 아티스트들을 발굴해 그들의 재능을 MSM에 이식하기 위해서였다.

단순하게는 그들이 만들어 내는 트랜디 한 곡을 받아서 세계로 진출하는 것이었는데, 그게 10년이란 세월이 지났음에도 큰 성과가 없었다.

오히려, 전 세계에서 데리고 온 아티스트들의 곡 보다, 한국인들이 만들어 낸 노래들이 대박이 터져서 일본과 중국에서 재미를 봤었고, 동남아 시장에서 한국 K-POP과 MSM 소속의 가수들이 이름을 알리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10년 가까이 준비한 글로벌 화와 미국을 위시한 서구영어권으로의 진입시도가 들인 돈이 무색하게 성과가 없었고, 아무런 투자가 없었던 다른 기획사에서 터져 버리니, ‘MSM FRIEND PARTY’의 존재 가치에 대해서 고민을 했을 것 같았다.

치밀하게 준비한 MSM보다 글로벌 진출을 위한 준비가 없던 실탄소년단이 갑자기 뻥 떠버리더니 빌보드를 씹어 먹고, 영국차트와 여러 영어권 국가의 차트에 진입하며 한류의 대표가 되어 버린 걸 봤으니, 준비해온 회사 입장에서는 배가 아플 만했고, 돈만 먹고 있는 ‘MSM FRIEND PARTY’ 같은 행사를 없애는 게 당연했다.

한정된 MSM 소속의 프로듀서들이 외국 아티스트들의 트랜드에 영향을 받아서 새로운 MSM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내었다면 또 달라졌을지도 몰랐지만, 그런 음악 트랜드의 융화보다는 외국에서 유행하는 노래 스타일을 따라가기 바빴던 몇 년이었다.

그리고, 그 몇 년의 낭비로 인해 업계 원탑이던 위치가 이젠 3개의 기획사가 비슷해진 Big3의 시대가 되어 버렸다.

아마, ‘MSM FRIEND PARTY’행사에 들였던 수십억을 한국에서 프로듀서들을 양성하는 데 투자했다면 아마 그 이상의 결과를 거두었을지도 몰랐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찍을 때도 잭 크리스의 곡을 연습하고 녹음하는 장면이 주가 될 테지만, 네가 만드는 곡도 촬영은 같이 할 거야. 그러니 레드샵에서도 빨리 곡을 보내줘.”

전상일 본부장은 빨리 곡을 보여 달라고 했지만, 잭 크리스의 곡을 먼저 본 이후에 우리 노래를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할 것 같았다.

**

“자 다시 가방 들고 들어오는 거부터 갑니다.”

영화도 아닌데, 몇 번이나 숙소로 짐가방을 들고 들어가는 부분을 찍었다.

각방의 고정카메라와도 인사를 하며 신인 아이돌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맞게 순진한 연기를 해야 했는데, 나만 빼곤 다들 진짜 신인이라 이런 카메라 하나에도 신기해하며 순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것에 신기해하는 애들 모습이면 충분히 여덕 몰이 가능할 것 같은데. 입덕 포인트만 잘 잡으면 되겠어.’

“어? 소원형 노트북도 들고 온 거예요? 이야 IT인이네.”

“소원형 노트북 좀 써봐도 돼요? 비밀번호 걸려있는데. 이거 이거, 보면 안 되는 거 있는 거 아니에요? 일본 분들입니까? 아님 미국분들입니까?”

“야, 안 봐도 토렌트지. 그런 걸 왜 묻냐. 그거 사생활치매하는거야. 다른 사람 컴퓨터는 보는게 아냐.”

“토모야, 단어가 잘못되었어. 어디서 그런 걸 주워들었냐? 사생활치매는 또 뭐야?”

외할머니가 한국인인 일본 출신 멤버 토모가 인터넷을 통해서 말을 배웠는지 이상하게 단어를 썼다.

한국인 쿼터인 토모와 중국계 태국인인 가빈, 중국인인 미준, 소혁, 위안까지 한국말이 서툰 5명이 있다 보니 내가 일부러 입덕 포인트를 만들기 위한 상황을 안 만들어도 단어 사용으로 인한 웃음이 빵빵 터졌다.

물론 본인들은 왜 그렇게 사람들이 웃는지를 모르는 그런 상황이 웃긴 거였다.

SBC MTV의 프로그램 이름이 ‘YAM과 같이 놀자!’였는데, 역시나 예전 내 기억에는 없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다.

데뷔곡을 준비하는 생활을 촬영하고, 데뷔 앨범을 내기 일주일 전에 오프라인 첫 공연을 하는 형식의 프로그램이었는데, 예전에 인기가 있던 소녀 연대의 ‘소녀학교에 가다’와 요즘 인기있는 ‘학교공격’을 섞은 것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멤버들과 같이 떡볶이도 만들어 먹고, 숙소입주 축하 아이스크림도 회사에서 받아서 맛있게 먹고 나니 어느새 밤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촬영 스태프들이 은은한 조명으로 세팅을 하며 거실에서 촬영한다고 모이라고 하자, 어제 기봉이 형과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이 났다.

“소원이 너도 알겠지만, MSM에서는 팀을 처음 만들 때부터 리더와 센터를 정해두고 포지션을 짜게 되어 있어.

이번 YAM은 너란 존재 때문에 예외적으로 그런 부분을 정하지 않고 만들어진 거고.

아마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촬영하면서 리더와 센터를 뽑게 될 거야. 한데 말이야..”

“기봉 형이 하려는 말이 뭔지 알겠어요. 회사에서는 제가 리더나 센터가 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이죠?”

“아니, 그걸 또 그렇게 받아들이면 안되고.. 사실 그렇긴 한데 그것보단 제일이나 영호가 너보다 나이가 많은데, 리더로 네가 된다면 둘의 자존심 문제가 좀 있을 것 같아서 그러지.

여자그룹도 될수 있으면 연장자를 리더로 하려고 하는 이유가 자존심 문제잖아. 남자는 또 그런 체면이나 자존심이 더 크게 작용하니깐 네가 좀 이해를 해주라.”

“알겠어요. 이렇게 이야기하는 기봉이 형 입장도 이해되고, 회사 입장도 이해가 되긴 되요. 제대로 된 연습생 기간도 없는 내가 리더가 되면 다른 연습생들의 사기 문제도 있겠죠. 거기다 굴러온 돌이다 보니 MSM 특유의 색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니 나름 심각한 문제겠죠.

뭐, 저도 리더자리 꿰차고 애들 뒤치다꺼리하기 싫고요.

그리고, PLUS에서 이번에 영화 홍보 도와줘서 고맙다고 다른 건도 많이 추천해줘서 그쪽 일도 하려면 리더가 아닌 게 저에게 더 좋을 것 같긴 해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먼저 이야길 할게요.”

“그래 진짜 고맙다. 너한테 어떻게 이야기해야 너 기분 안 상할까 고민했거든. 진짜 소원이의 이런 유연한 사고방식이 참 고맙다.”

“에이 그래도 제가 사고 치면 바로 욕하실 거잖아요.”

“아냐, 진짜 나중에 네가 무슨 사고를 치든 내가 다 뒤집어 써주마. 대신에 운전면허는 내가 실장 되면 그때 좀 따자. 알았지?”

**

“연습의 효율이나 팀의 구심점을 위해 듬직한 큰형 제일이 형을 리더로 추천합니다. 제일이 형이 중심에서 딱 자리를 잡고 있으면, 멤버들이 뭉쳐서 팀웍이 잘 만들어질 것 같아요.

그리고, 아역 출신으로 얼굴 표정이 다양한 정환이를 센터로 추천합니다. 카메라가 단체 샷을 잡을 때 중심에서 정환이 얼굴이 일을 다 해줄 같아서요. 아마도 다들 찬성할 거라 믿습니다.”

거실에서 촛불을 켜두고 속마음을 대화하는 시간에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자, 제일이 형의 얼굴은 상대적으로 편해진 것 같았고, 내심 욕심은 냈지만, 나 때문에 센터 자리를 생각지도 못했던 정환이는 눈에서 고마움의 광선이 나올 정도였다.

“일본에 갈 때는 토모가 서브리더로 앞에 나서고, 태국, 동남아 가면 따갈로그어 할 줄 아는 가빈이가 서브리더가 되고, 중국에 가면 미준, 소혁, 위안이가 서브리더로 제일이 형을 받쳐주는 거로 하자. 다들 찬성이지?”

마치 찬성을 안 하면 안되게끔 이야기를 하자 작은 불만이 다들 조금은 있더라도 촬영 분위기에 홀려서 대찬성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데뷔준비를 위한 촬영을 내가 할 때, 대현 형과 빨간 펀치 누나들은 로미오와 줄리엣 노래를 완성해서 나에게 파일을 보내주었고, 가이드 녹음이 된 잭 크리스의 ‘Get Up’ 이란 노래도 우리에게 공개가 되었다.

[Hello~

우리 널 이미 오랫동안 보았지만, 넌 말을 해줘도 모를 거야.

고개 숙이고 다니지 마, 너를 제대로 볼 수 없잖아.

서로가 마주 봐야 너의 눈 색깔을 기억할 수 있잖아.

그래야 내 심장이 뛰잖아.

그러니 고갤 들어. 우리 같이 겟업~!

너의 그 눈빛을 나의 몸과 마음을 다 뒤집어 놓고 있잖아.

고갤 들어 네 곁에 누가 있다는 걸 봐줘.

그게 우리야.

우리가 세 번을 만나게 되면 우린 영원히 함께 할 거야.

그게 지금부터야!

서로가 마주 봐야 너의 눈 색깔을 기억할 수 있잖아.

그래야 내 심장이 뛰잖아.

그러니 고갤 들어. 우리 같이 Get Up~!]

가이드 녹음된 노래를 들으니 요즘 핫 하다는 일렉트로닉 팝 스타일인데, 뭔가 이상했다.

“엥? 노래가 4분 55초에요? 너무 긴 거 아니에요?”

“그러게. 요즘 4분 넘는 노래도 잘 없는데..요즘은 학교에서도 3분 30초 컷으로 노래 만들라고 하는데, 노래가 너무 긴 거 같은데요.”

그래도 멤버 중에서 실용 음학과에 다니는 영호 형이 학교에서도 이렇게 길게 곡을 만들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고 보니, 한국 사람들은 노래 들은지 1분이면 이게 뜰지, 못 뜰지를 다 판단하고 좋은 노래, 별로인 노래를 구분한다고 했다.

성격이 급한 것도 있지만, 다른 나라 사람과 비교하면 멜로디와 리듬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속도 자체가 빠른 거였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Get Up의 초반 1분은 일렉스타일의 전주가 너무 길었다.

하지만, 4분 55초라는 긴 노래인데도 다 듣고 나서 시간을 보고서야 긴 노래라는 걸 알아챌 정도로 뭔가 특이한 리듬감은 확실히 있었다.

“소원아 데뷔 멤버가 아닌 제작자로서의 Get Up은 어느 정도의 노래냐? 이게 될 것 같아?”

제일이 형은 노래를 다 듣고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나에게 먼저 물어 왔다.

그리고, 부담되게 다른 멤버는 물론이고 매니저, 실장들까지도 나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흠. 제가 듣기로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