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
YAM?
“어? 기봉이 형? 다시 저 맡는 거예요?”
“그래, PLUS로 돌아가서 좀 편히 일하려고 했더니, 이젠 진짜 본사 MSM 소속으로 왔어.
PLUS로 돌아가면 진짜 실장이 될 수도 있을 뻔했는데, 네가 데뷔한다는 일정이 나와서 다시 널 케어하라고 하네.”
“벌써 데뷔 일정이 나왔어요? 오늘 본사 들어가면 최종 팀 멤버들이랑 팀 이름 알려준다고 했는데, 벌써 스케줄이 다 잡힌 거예요?”
“어? 이름이나 멤버들 몰라? 팀 이름은 YAM이야. 멤버는 너 포함해서 12명이고, 난 이미 멤버들 이름도 다 들었는데, 지금 알려줄까?”
“11명이라면 제가 적어낸 명단이랑 같겠네요. 팀 이름도 데뷔 조 22명이 모였을 때 같이 정한 거라서 알고는 있었는데, 회사에서 그대로 해주었네요.”
“그래, 그런데, 첫 스케줄은 ‘YAM’ 일이 아니라 배우 일이야.”
“배우 일요? 아! 전에 PLUS에서 제작한다는 영화 오디션 일 말하는 거죠? 그거 방송사랑 같이 오디션 진행하는 거 아니었어요? 촬영이나 그런 거 없던데.”
“그래, 방송국하고 진행하는 거 맞는데, 여기 신문지면광고랑 신문기사 봐라. 좀 특이해.”
“에? 언제 1차 서류심사를 했데요? 응? 2차 심사부터는 완전 공개오디션이라고요?”
[...MSM PLUS 민준기 사장은 ‘이번 신작영화 감금학원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투입하기로 했으며, 회사의 사활을 걸었다고 할 만큼 이때까지 제작했던 그 어떤 영화 보다 많은 제작비가 투입될 예정입니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이는 영화입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감독으로는 뮤직비디오, CF 감독 출신으로 트렌디한 영상으로 화제였던 ‘학사경찰’을 연출했던 김주호 감독으로 낙점 되었으며, 남자 주연 배우로는 15년 만에 영화로 복귀하는 김민결, 2년 만의 컴백인 이혜수가 사건을 풀어가는 여 교사역을 맡아서 화제가 되고 있다.
더더욱 화제가 되는 것은 주연이자 사건해결의 역할을 맡는 김창호 역할과 상대역인 최수희 역할을 공개오디션으로 캐스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예심을 거친 100여 명의 지원자가 관객들이 보는 앞에서 연기를 펼치며 관객들의 심사로 선발될 예정이다. 이는 영화계의 상식과는 어긋나는 라이브 캐스팅 방식으로...]
“기봉 형 설마, 이 2차 완전 공개오디션에 제가 참여하는 건가요? 완전 생방송 캐스팅이에요?”
“그래, 당연한 걸 물어보냐? 오늘 저녁이야. 2천 명이 들어가는 에릭 시어터에서 2차 공개오디션이 있어.”
“헐, 아무것도 안 알려주고 1차 예심도 난 가지도 않았는데, 무슨 2차에요?”
“너, 민준기 사장님이랑 이야기했잖아? 그게 1차 예심이지 뭐. 흐흐.
그리고, 완전 공개오디션이라곤 하지만 사실 어느 정도는 다 내정이 되어 있는 건 너도 알잖아.
아마도, 흥행 홍보를 위해서 너랑 몇몇 아이돌이나 개성파 배우들도 참여하게 될 거야. 그냥 맞춰 준다고 생각해.
방송하기로 했단 방송도 공중파나 케이블이 아니야. 생방송 진행이 되다 보니 편성표가 잡혀있는 방송국은 생방송 중계가 안 된다고 했다더라고.
그래서, 인터넷 ‘아메리카 TV’에서 공식 라이브 방송을 한다고 하더라.
과연 몇 명이나 볼지는 모르겠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일단 연기 준비할 몇 시간은 되니깐 나중에 본사 들어갈 때 데리러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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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이름은 YAM으로 회장님이 최종 결정을 해주셨다.
데뷔는 내년 초 2월로 일단 잡고 있는데, 변동될 수도 있어.
다음 주부터는 숙소 생활을 해야 하니, 다들 미리 준비를 하고, 부모님과 같이 전속계약서 도장 찍어야 하니깐 미리 날짜 확인하도록 해.”
이나영 팀장의 이야길 들으며 애들을 살피니 내가 뽑은 11명이 다 뽑혀 있었다.
“네에! 알겠습니다.”
데뷔 멤버로 최종 선발된 11명은 이나영 팀장의 말에 큰소리로 대답했는데, 마치 제비 새끼가 어미가 물어주는 먹이를 먹기 위해 입을 벌리는 것처럼 크고 힘차게 대답을 했다.
“그리고 전화기는 부모님께 다들 맡기고, 연락을 위한 2G폰을 지급할 예정인데, 정식으로 계약서 사인을 다 하면 그때 데뷔 예정이라고 언론 보도 들어갈 거야.
데뷔 때까지는 SNS 활동도 금지야. 물론 말로 해봐야 잘 안 지키니 이렇게 전화기를 바꿔주는 거니깐 알아서 몸 사려라.”
“네!”
“소원이는 외부 활동이 있으니깐 예외이고. 다들 스마트폰 쓰고 싶으면 소원이 만큼 뜨면 된다. 쉽지?”
“네예!”
다들 대답은 힘차게 했지만, 금방은 무리라는 그런 얼굴들이었다.
“합숙 전에 가족들이랑 시간 많이 보내고, 지방이 집인 친구들은 전학문제 처리해주기로 했으니깐 부모님이랑 상의해서 서울로 학교 옮기는 것도 미리 확인해.”
“네에!”
“흠..흠..그럼 마지막으로 짧게는 1년, 길게는 4년 동안 연습생으로 다들 고생했다.
아마, 너희들이 이제까지 쌓아왔던 실력이 데뷔 앨범에서 다 뿜어져 나오게 멋진 데뷔 앨범을 회사에서 만들어 줄 거야.
그 이후로 히트를 하냐 못하냐는 오직 신과 팬들밖에 몰라.
우리 신인지원팀이나 강사, 기획팀들은 진짜 성공의 포인트만을 찾아서 너희를 준비시키지만, 마지막 성공의 포인트는 바로 너희들 자신에게 달려있어.
데뷔 결정되었다고 자만하지 말고, 데뷔하지 못한 다른 연습생들에게 미안해하면서 성공을 해라.
그래야, 다른 연습생들도 너희를 롤 모델로 두고 열심히 연습을 할 수 있는 거야. 힘든 연습생에서 데뷔하게 되었으니 다른 연습생들의 귀감이 되길 바란다. 이상이다 해산!”
신인 지원준비팀인 이나영 팀장과 몇몇 직원들은 쿨하게 등을 돌리고 연습실을 나갔지만, 이야길 하면서 그 눈에 글썽거리던 눈빛을 보니 또다시 한 팀을 데뷔시킨다는 결과에 감정이 북받쳤던 것 같기도 했다.
“소원아, 고맙다. 난 진짜 안될 줄 알았는데. 진짜 고마워.”
“나도 고마워.”
“형 뽑아줘서 고마워요.”
제일이 형부터 중국계 태국인인 막내 ‘가빈’까지 나에게 다들 고마워하며, 악수하거나 포옹을 했다.
“제가 뭐 한 거 없어요. 다 회사에서 한 거예요. 부담스러워요. 그래도 다들 감사하다고 하시니 이거 참.”
“이제 우리 진짜 성공해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다들 고기 먹는 거 어때요? 기념비적인 날인데.”
초록색의 염색이 특이한 다현이가 고기를 먹자고 하자, 다들 대 찬성을 했는데, 언제나 데뷔를 위해 다이어트를 해왔다 보니 오늘 같은 날, 고기를 먹고 싶었던 것 같았다.
“나도 끼고 싶은데, 오후에 또 스케줄이 있어서, 안될 거 같아요.”
“크흑. 이게 현실이구나. 12명의 멤버들이 다 모이기 어려운 현실.
그럼, 오늘 말고, 숙소에 들어가는 그 날 고기 먹자. 오늘이 기념비적인 날인데, 이런 기쁨을 가족들과 느끼자.”
“제일이 형 말이 맞는 거 같아요. 저도 가족들이랑 식사해야겠어요. 드디어 결정 났다고 데뷔하는 걸 부모님께 먼저 이야길 안 할 뻔했어요. 저 먼저 전화하러 갑니다.”
아역배우 출신이라는 정환이는 제일이 형 말을 듣자,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집으로 전화하기 위해 뛰었고, 다른 애들도 집에 먼저 알려야 한다는 걸 깨달았는지 급하게 연습실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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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S의 민사장 미친 거 아냐? 영화 3개인가 4개 시원하게 말아먹었다고 했잖아? 100억 이상 손해 봤다고 사장 자리도 위태롭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런데,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나오는 거지?
그것도 PLUS에서만 150억을 투자했다고 하던데, 너무 무모한 거 아냐?”
“무모한 투자도 투자지만, MSM의 저력에 난 놀란다. 계열사에서 투자하는 단위 규모가 100억대라면 본사는 얼마의 현금 동원력이 있다는 거야?
영화판도 뮤지컬판처럼 MSM에서 휘어잡으려고 시동을 거는 건 아닐까?”
“애들한테 뜯은 코 묻은 돈이 이리 클 줄은 몰랐네. 돈 집행도 바로바로 풀어서 지금 다들 감금학원 작업하겠다고 조명팀, 음향팀, 효과팀들이 서로 하겠다고 줄 섰다고 하더라.”
“뭐, 어떤 면에서는 좋네. 이런 공개 오디션 같은 영화판의 틀을 깨는 행사도 생기고, 덕분에 우리 같은 영화 잡지기자에도 상품권이 들어오잖아.
완전공개오디션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고인 물이 좀 바뀌는 계기는 되겠지. 물론 돈은 죽어 나가겠지만.
시간 남으니깐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기자들이 주섬주섬 카메라와 가방을 프레스 석에 두고 나가자 그 앞에서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눈치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감독님 들으셨죠? 일단 영화전문기자들은 다 긍정적으로 보고 좋아하는데요.”
“그래, 다행이네. 나도 처음에 민준기 사장이 배우를 뽑는데, 프로듀스99처럼 사람들 투표로 뽑는다고 했을 때, 이게 무슨 개소리냐고 욕했다니깐.
그런데, 생각해보니깐 인물 조감독이나 투자자, 연출가들 10여 명이 보고 뽑는 배우보다 수천 명의 관객이 보고 뽑는다면 확실히 당위성이 있긴 하겠지.
그리고, 수천 명이 뽑아주는 연기라면 우리가 기대하는 천재성이라는 게 보일지도 모르는 거고. 진짜 천재성을 가진 슈퍼스타가 나와줘야 영화계 인력풀이 깊어지고 커지겠지.
송강호, 최민식으로 너무 오래 했어.
젊다는 조승우도 내년에는 마흔 살이야.
조승우 밑으로는 제대로 천재성이 보이는 남자배우가 없어. 기근이라고 할 정도야. 이런 공개 배우 오디션으로 많은 원석이 발견되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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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윤소원씨 이 명찰 달고 저쪽 대기실에서 대기해 주세요.”
참가번호 88번의 명찰을 달고는 대기실에 들어가니, 100여 명의 사람이 뿜어내는 대기실의 열기가 후끈하게 얼굴로 밀려왔다.
이 알 수 없는 열기에 문 입구에 서서 사람들을 살펴봤다.
“야, 긴장되더라도 물 그만 마셔. 나중에 무대 올라서 질질 싸려고 그려냐?”
“난 너무 떨려서 그러지. 바로 2천 명이 보는 무대에 서게 될 줄 몰랐단 말이야. 너도 무대 경험 없으면서 기분 괜찮냐?”
“난 백화점 아르바이트하면서 얼굴에 철판 깔았으니깐. 어? 저거 윤소원 아냐?”
“오! 진짜네. 이야, 아이돌도 오고, 유명인들도 다 참여를 하네.
이러면 반칙 아니야? 인지도 있는 애들이잖아.”
“아니지. 오히려 더 공정하다는 거 아니냐? 저런 유명 아이돌도 대기표 달고 공개적으로 무대에 오른다는 거니깐 특혜 같은 게 없다는 말이지.”
“그러네. 에이씨. 그러고 보니 이 대기실의 모든 사람이 다 경쟁자네. 배역은 1개인데, 저런 아이돌에 대작에도 출연했던 연기자들도 다 참여했고.
모두가 적이네. 그런데, 아이돌은 아이돌이네.
저기 있는 배우 권현중에 비하면 아이돌 얼굴도 좀 떨어지는 거 같네.
배우는 배우 얼굴이라고 딱 나와 있는 그런 잘생김이고, 아이돌은 아이돌이에요. 하고 말을 해주는 얼굴이네.”
“야, 그냥 둘 다 잘생긴 거야. 권현중이 좀 더 분위기 있는 얼굴이라 아우라가 있는 거 같아 보일 뿐이야. 뭔가, 잘생김이 잔뜩 붙은 사람들과 있으니 다른 세상 같네.
이런 사람들과 같은 대기실을 쓰다니 이것만으로도 좋네.
그런데, 공개오디션인데, 왜 대본이나 그런 건 하나도 안 주는 거야?”
“오디션 참여자가 100명이나 되니 오디션 대본이나 영화 대본의 유출 때문에 미리 안 주는 거겠지.
그리고, 뒤 순서일수록 대본 볼 시간이 많으니 유리하잖냐.
그걸 방지하려고 하는 거겠지.
아마도, 시작 20분 전에 앞번호부터 시간 재면서 줄걸.
20분에서 30분 안에 대본 보고 거기에 따른 연기 숙지까지 하는 순발력, 해석력, 집중력 같은 걸 보고 싶겠지.”
“격한 감정의 대본이 아니면 좋겠는데, 난 20~30분 만에 격한 감정 못 잡겠던데.”
[아..아..지금부터 MSM PLUS 제작의 ‘감금학원’의 공개오디션을 시작하겠습니다.]
“어? 이거 전무호 목소리 아냐? MC를 전무호가 보는 거야? 방송녹화도 같이한다고 했는데, 어디서 녹화를 하고 있는 거지?”
[이번 감금학원의 주연 김창호 배역에 지원해주신 응시자는 892명이었으며, 그중 1차 예심을 거친 100분의 배우분들이 지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100명의 배우 중 오직, 단 1명 만이 김창호 역에 뽑혀 스타가 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자 그럼, 공개오디션의 첫 과제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첫 과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