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05화 (105/237)

# 105

사연팔이.

“이나영 팀장님. 이 8명이 소원이가 뽑은 애들이에요?”

“네 유이사님.”

“이 8명과 윤소원이 따로 친분이 있거나 접점이 있는 건 확인해 봤어요?”

“개인적인 접점이나 친분까진 아직 확인해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서류상으로는 부산 출신도 없고, 학교나 연습생기간 동안 같이 수업을 받거나 했던 기록은 없었습니다.

서류에 드러나지 않는 개인적인 접점이 따로 있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흠. 아역 출신이라서 배우로 전향시키려고 했던 정환이와 나이 때문에 아이돌 쪽에서 배제하려고 했던 제일이를 뽑았다는 건 좀 의외군요.

이 8명으로 데뷔 멤버를 구성해줘야 한다고 한 이유가 있을 텐데, 다른 말은 없던가요?”

“따로 뽑은 이유를 이야기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이 8명의 멤버에서 추가되거나 변경이 되고, 고정 멤버가 아닌 ‘NTC321’ 방식으로 유동적인 멤버 구성이 된다면 자신에겐 책임이 없다고 했습니다.

결과가 좋지 않아도 그건 위에서 정해준 것 때문이라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따로, 위에서 멤버를 정해서 꽂는 걸 싫어하는 거 같습니다.”

“흠. 사고 치는 멤버들이 있으면 빼버리고 언제든 충원 가능한 이런 유동적인 방식이 운영하는데 더 편하고, 안정적인데, 연습생들 입장에선 안정감 때문에 다들 이런 유동적인 멤버 운영방식을 싫어하는군요.

이 팀장님의 개인적인 생각은 어떻습니까? 우리가 앞으로 데뷔시킬 팀에 계속 유동적인 멤버 구성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보십니까?”

“이사님이 생각하는 그 안정감 때문에 연습생들이 불안해한다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 연습생들은 모두가 ‘NTC321’을 보면서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저와 상담을 하는 애들도 걱정하는 것이 데뷔할 때 다시 맺는 5년 혹은 7년의 전속계약을 하는데도, 고정 멤버가 아닌, 후보처럼 끼워져서 데뷔하고, 인기가 없으면 전속계약 기간이라도 다른 멤버들에 밀려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바로 지금 ‘NTC321’을 눈으로 보고 있으니깐요.

그래서, 데뷔가 결정되더라도 불안할 것 같다고 상담을 했었습니다.

안정감이 없다 보니 연습생들은 유동적인 멤버 운영방식을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뭐, 이렇게 계약하지 않으면 데뷔 못 한다고 잘라 말하면, 어쩔 수 없이 다들 계약을 하긴 할 겁니다.”

“그럼, 소원이에게는 고정 멤버 운영이라고 하고, 다른 애들에게는 활동 중 멤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계약하세요.

나중에 데뷔 후 인기가 없다면 소원이도 반발하지 못할 겁니다.

소원이 장담대로 첫 데뷔곡부터 히트한다면 그냥 모른 척 넘어가는 거로 하면 됩니다.

뭐, 소원이에게는 애초부터 아이돌 보다 프로듀서로서의 재능을 원한 것이니, 인기가 없어서 실패로 결정된다면 유동적인 멤버 구성으로 해서 프로듀서로 돌리도록 하죠.”

“네. 그러면 바로 그렇게 진행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8명과 계약해도 되지만, 나중을 생각해서 일단 22명이 다 참여하는 프로필 촬영을 한번 해봅시다.

실제 22명과 만나 적이 없다면, 실제 대면했을 때, 선택이 바뀔 수도 있을 테고, 별로였던 사람이 좋게 느껴질 때도 있으니까요.

나중에 유동적인 멤버 구성으로 바꿀 때도 프로필 촬영에서 같이했다는 그런 만남이 어느 정도는 먹힐 수도 있을 겁니다.”

“네 그럼, 프로필 촬영부터 단체로 한번 해보겠습니다.”

**

“이 팀장님. 그럼, 내일 22명이 다 같이 프로필사진을 찍는 거예요?”

“그래. 위에서는 일단 데뷔 조에 들 수 있을 정도로 준비된 애들이라서 다 같이 한번 프로필을 찍어 보자는 의견이야.

너도 알 걸. 소녀연대를 처음 결성할 때도 소녀연대 멤버들 뿐만 아니라, 4명이나 더 있었잖아. 그중 2명은 계속 MSM에 남아서 배우가 되었고, 나머지 둘도 다른 걸그룹으로 데뷔를 했었어. 뭐 그 끝이 좋지만은 않았지만..

그러니 위에선 이미 데뷔 조에 들 정도의 애들이니 한번 프로필을 찍어 보자는 거야.

같이 섰을 때 서로를 빛내줄 수 있는지, 아니면 서로를 잡아 먹을 것인지 보자는 거지.”

“하긴 MSM에서 데뷔 준비가 되었다는 연습생들이니 그냥 다시 돌리기엔 아쉽긴 하겠네요.

실제로 팀으로서 봤을 때, 다른 경우도 있으니.

일단, 알겠습니다. 내일 바로 스튜디오로 갈게요.”

“그래, 나중에 데뷔 조에서 떨어지더라도 그 친구들이 다른 회사에서 다른 이름으로 데뷔했을 때 우리 팀이 될 뻔했다는 걸 이야기할 수도 있을 테고.

뭐, 너에게도 나름 좋은 경험이 될 거야.”

**

“어? 왔다 왔다. 그런데, 윤소원 혼자가 아니네. 김민호 선배 맞지?”

“이야 우리 진짜 윤소원이랑 같은 팀으로 데뷔할 수 있는 거야?”

“키가 확실히 크네. 제일이 형이랑 키가 비슷하겠는데.”

“역시 연예인이라 다르네. 후광이 있는데.”

“김민호 선배님은 군대 간다고 스케줄이 없어서 매일 우리 MSM에 놀러 오고 있다더니 진짜 맞네.”

“스케줄이 없어서 머리도 잘 안 감고, 밥도 카페테리아에서 엄청 먹고 간다더라.”

“그래도 오늘은 머리 감았네.”

애들아. 다 들리거든.

스튜디오에 들어가자, 연습생들이 자기들끼리 작은 목소리로 이야길 한다고 했지만, 주위가 조용하다 보니 다 들렸다.

어쩌면, 한국말이긴 하지만, 외국 출신들이 많아서 묘하게 발음이 어눌한 것이 억양이나 강세가 달라져서 더 잘 들리는지도 몰랐다.

인사를 하곤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따로, 단체복 없이 평상복으로 서서 단체로 한번 찍고, 뭉쳐서 찍고, 키 순서대로 찍으면서 여러 가지 단체 사진을 찍었다.

MSM에서 데뷔 조에 들 만큼 확실히 비주얼 적으로는 무난한 애들보다는 어디를 가든 눈에 띄는 애들이었기에 20여 명이 같이 뭉쳐있자, 개성이 확실히 강한 아이들이 서서히 눈에 띄긴 했다.

“자, 개인 프로필 촬영하고, 2명씩 4명씩, 8명씩 12명씩 찍습니다.

태국의 ‘가빈’부터 개인 촬영 들어갑니다!”

개인 촬영을 하게 되면 나머지는 그냥 쉬고 있어야 하기에 민호 형 옆에 앉아서 이야길 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민호 형이 자리를 잠시 비우자, 데뷔 조에 있던 정환이란 나와 동갑인 애가 내 옆자리로 왔다.

아 왠지 피곤할 것 같은 이 느낌...

“안녕. 우리 연습이나 강의 시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22명 데뷔 조에 내가 포함될 수 있게 네가 뽑아 줬다고 들었어. 고마워. 아, 말 편하게 해도 되지?”

‘응? 22명은 내가 아니라 회사가 뽑은 거고, 내가 뽑은 건 그중에서 8명이야. 그리고, 그 최종 8명에는 너도 포함되어 있어. 그러니 걱정하지 마.’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회사에서 애들에게 그렇게 말했다면 이유가 있을 것 같아 넘어갔다.

그리고, ‘동갑에 같은 회사 소속이면 말을 놓으면 되지, 뭘 연예인이라고 말을 높이냐? 연습생으로는 네가 선배야!’ 라고도 이야길 하고 싶었지만, 옆자리에 앉아서 불안한 듯이 내게 이야길 하는 애에게 타박하듯이 이야기 하는 것도 좀 그랬다.

“응. 그래 동갑인데 말 편하게 하면 되지. 그리고, 고맙고 할 건 없어. 그냥 네가 찍은 연습 영상 보고 괜찮은 것 같으니깐 내가 선택 한 거지. 부담 가지지 마.”

“아, 고마워. 그래서 그런데. 혹시라도 나에게 관련된 나쁜 소문을 듣더라도 그건 옛날이야기이니 지금은 다르다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나쁜 소문? 너에게 그런 게 있어서? 난 그게 뭔지 모르는데.”

갑자기 옆자리에 온 거라든지 어렵게 이야길 하는 것도 왠지 자신에게 있는 나쁜 소문 때문에 미리 나에게 이야길 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큰 문제가 되는 나쁜 거라면 MSM에서 퇴출이 되었을 텐데, 아직 연습생으로 있는 것을 보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닌 것 같기에 일단 들어봐야 알 것 같았다.

“너 혹시, 아역이 성인 연기자가 된 이후에 못 뜨는지 알아?”

“난 잘 모르겠는데. 너 아역 출신이었어?”

“내가 연기자 출신인 것도 모르고 뽑아 줬구나. 고마워. 지금 있는 그대로를 보고 선택해줘서.

10년 전에 초등학생 때, 아역연기자로 데뷔했었어. 아침 드라마, ‘그 여자의 정원’이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아들로 나왔었고, CF도 몇편있어.”

잠시만, 그러면 나보다 훨씬, 아니 대부분의 우리 또래 연기자 중에서는 대선배였다. 거기다 MSM 소속이라 기획사 빨도 있는데, 내가 전혀 모른다는 건 좀 문제가 있었다.

거기다 말을 조심스레 하고, 선배인 걸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으니 뭔가 의구심이 들었다. 보통의 아역배우 출신들은 연기경력이 오래되었다고 자부심을 가지는 케이스가 많아서 그게 성장을 막는다는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아마 그런 걸 나에게 이야기 하고 싶은 것 같았다.

“보통 어릴 때 CF나 드라마에서 연기데뷔를 하고 얼굴을 알린 애들은 그 기간이 1~2년이 지나면 대부분 착각을 하게 되어 있어.

주위의 모든 어른들이 귀여워 해주고, 설익은 연기지만 연기를 잘한다고 떠받들어 주거든.

스태프나 같이 나온 성인 출연자들은 아역들의 행동 하나에 웃어주고 조금 잘못된 행동도 어리광을 부린다고 미소를 지으며 넘어가 죽거든.

이런 것들이 아역연기자들을 착각하게 만들어.

그러다 보니, 아역들은 어른들에게 웃음으로 애교를 부리면서 이득을 얻는 걸 쉽게 생각해.

시간이 지나며 학년이 올라가고 이젠 사회의 기본 통념이나 촬영장에서 지켜야 할 행동을 자연스레 체득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아역들은 어릴 때 했던 행동들이 여전히 미소로 넘길 정도의 행동이라고 생각해서 그대로 해버려.

어릴 땐 괜찮던 행동들이 어느 순간에는 나쁜 행동, 진상 질 하는 애새끼들이 되어 버리는 거지.

스태프나 성인 출연진들에게 개념 없는 아역배우로 그때부터 미움을 받게 되는 거야. 자기도 모르게.

제대로 또래들과 시간을 보내며 어울리지 않다 보니, 그때도 그게 왜 잘못된 것인지를 몰라. 부모가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컨트롤하거나 훈육을 하지만, 이미 몇 년간의 성공적인 아역 활동으로 그 부모들도 대부분 같은 착각에 빠져버려.

우리 애는 한국의 드라마, 영화계의 미래를 밝힐 명 배우라고 생각해 버리거든. 아역의 문제를 부모인 어른도 같이 겪으며 해결이 안 되는 거지.

그러다, 나처럼 서서히 묻히는 거야.

그리고, 그걸 깨달을 때가 되면 주위에는 그 말을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

이젠, 늘 고개 숙이고, 스태프들을 배려해 주는 것도 연기자의 일이라고 깨닫고 있지만, 이젠 그 기회가 없어.”

흠. 내가 몰랐던 아역배우들의 성공적인 성인 연기자로의 전환이 어려운 이유를 듣게 되었지만, 이거 왠지 나에게 사연 팔이를 하는 것 같은데..

그리고, 저기서 마치 사연 팔이를 하려고 줄 서 있는 연습생 군단 20여 명의 말을 내가 다 들어줘야 할 것 같은 불길함도 느껴지는 건 왜일까.

아마도, 회사에서 데뷔 멤버를 선발하는 전권과 비슷한 권한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연습생 애들이 나에게 호감을 사려는 것 같은데 곤란했다. 아주 곤란했다.

대부분의 성공한 아이돌 중에서는 원래 금수저도 있지만, 흙수저도 많았고, 모질지 못한 내가 그런 이야길 듣는다면 정에 이끌려서 멤버들을 뽑게 될지도 몰랐다. 나중에 배우로 성공하는 제일이 형만 해도 홀어머니를 모시고 가정환경이 좋지 못했다고 했다.

당장 옆에서 이런 과거의 본인이 했던 나쁜 평판을 걱정하며 그런 부분은 이미 고쳐서 없으니 걱정하지 말고 자길 뽑아 달라느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정환이 한 명만 해도 부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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