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03화 (103/237)

# 103

언발란스(unbalance).

“저는 일본에서 자랐기에 돔구장에서 공연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최고의 가수들만이 돔구장에서 공연을 할 수 있거든요.

그런, 저의 꿈에 퓨퓨 여러분들이 함께 해주셨고, 저의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퓨퓨들에게 너무나 감사합니다.

프로듀스99에 나오기 전에는 노래하는 것, 춤추는 것, 팀 동료들과 같이 하나가 되어 무대에 오르는 것에 대해서 늘 기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어떨 때는 귀찮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동료를 믿고 그들과 함께 끝까지 달려가는 것의 재미와 기쁨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저 김시타의 달라진 모습을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저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신 여러분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신나던 꿈도 깨고 나면 아쉬움만 남는 기억.

Do you remember. you remember.

내가 부족하고 힘들더라도, 계속 꿈을 꿔.

어떤 소원이라고 그 꿈은 이루어지게 될 테니깐.

저 하늘의 별이 빛을 잃더라도, 외로운 밤이 되더라도 좋아.

언젠가 꿈은 외로움을 넘어 흥겨운 춤과 노래가 가득한 꿈이 될거야...]

“캬! 시타형 솔로 곡도 느낌이 있네요. 이 곡으로 솔로 데뷔 하는 건 아니죠?”

“6인조 Vic6란 이름으로 다음 달에 나온다는데, 거기에 들어가는 솔로 곡이라고 하더라.”

마지막 무대이니만큼 모든 멤버가 솔로 무대를 가졌고, 그간의 감사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홍보까지 하며 무대를 꾸몄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세어보니 올해로 데뷔한 지 12년이나 되었더군요. 참 오래되었죠?

처음 데뷔를 한 이후 실패를 했을 때는, 길거리 캐스팅을 하며 저에게 아이돌의 꿈을 꾸게 했던, 저를 부추겼던 기획사의 직원이 정말 밉기도 했었습니다.

눈앞의 현실과 일반적인 행복을 버리고, 아이돌이라는 꿈을 좇아 모든 걸 쏟아부으면 남는 건 나이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조언에 한때는 꿈을 포기하기도 했었고요.

하지만, 언제나 그런 저를 붙잡아 준 것은 춤과 노래였습니다.

형태도 없는 꿈을 좇는 건 참 힘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눈에 보이지 않는 꿈을 이룰 수 있게 저를 지지해 주신 여러분의 사랑으로 이렇게 눈에 보이는 진짜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아마도, 군대에 다녀오면 아마도 저 김민호를 기억조차 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저는 앞으로도 제 모든 것인 춤과 노래를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리는 삶을 살고 같은 꿈을 꿀수 있게 노력 하겠습니다.

그동안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빠! 건강하게 다녀와요. 기다릴게요!”

“기다릴게요~흑흑..”

민호 형은 군대에 가기에 회사에서 별도의 솔로 곡을 만들어 주지 않아 어쩔수 없이 댄스 타임만을 가졌는데, 사회에서 추는 마지막 춤이라 그런지 온몸이 부서져라. 모든 걸 불태우듯이 춤추는 게 느껴졌다.

드디어 내 차례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소속사도 없이 프로듀스99에 지원을 했고, 형들을 따라 그냥 열심히 하다 보니 이렇게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제가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끄적거렸던 글들이 노래가 되고 여러분들에게 들려줄 수 있게 된 것이 아직도 신기하기만 합니다.

이미 만들어질 때부터 해체가 예정되어 있던 그룹을 좋아하기는 힘든데, 우리 퓨퓨들이 만들어 준 엔오원이란 꽃길을 편하게 걸어왔던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꽃길을 걷게 해준 퓨퓨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이돌이 되겠습니다.

힘든 가시밭길이라도 여러분들이 있다면 즐겁게 같이 걸어갈 수 있는 윤소원이었습니다.”

나도 민호 형처럼 따로 만든 솔로 곡은 없었지만, 프로듀스99때 만들어서 앨범에도 실렸던 내 노래가 있었다. 그리고, 그 곡은 멤버들 모두가 무대에 올라와서 같이 부를 수 있는 곡이었다.

[원 투 쓰리 포~

모자를 눌러쓰고, 눈치를 서로 보며 서로가 어색했던 날.

얇은 옷을 입고 너무 추웠던 날.

여기에 모였던 모두가 타인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모두 마음을 열고, 같이 걷고 있죠.

하고 싶은 일은 너무 많고, 하라는 것도 너무 많은데

할 수 있는 건 없는 우리들.

그런 우릴 보는 사람들의 눈초리는 언제나 우리의 단점을 보고 있죠.

이런 세상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격려와 용기죠.

우린 잘하고 있어~

우린 잘하고 있어~

우린 잘하고 있어~

서툴지만,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우린 잘하고 있어~

우린 잘하고 있어~

우린 잘하고 있어~

꿈을 가지고~

이젠 노력을 할 때야!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아.

모두가 함께하면, 하나가 모두가 되는 거야.

One For All~ 모두가 All For One~

우린 잘하고 있어~

우린 잘하고 있어~

우린 잘하고 있어~]

노래를 부르며 우리 가족이 초대된 좌석으로 가서 부모님과 친척들, 동생과 그 친구들까지 일일이 손을 다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전생의 은인이자 연인이었던 지현이도 내가 초대해준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이제 중학생이 된 꼬마였지만, 전생의 생각을 하면 아직도 마음 한쪽에는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내가 다가가면 상처받을 것을 알기에, 빙 둘러서 학비를 지원해주고, 간호학교로 진학하는 것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끝내야 했다.

이렇게, 엔오원의 활동은 끝이 났고, 다음날 숙소에서 짐을 빼면서 그렇게 엔오원이라는 단어는 우리들에게 추억이 되었다.

**

“아, 진짜 민호 형! 형네 회사로 좀 가요! 왜 남인철 실장님 차를 타고 이리로 출근하는 거예요?”

“소원아 이제 개인 행사도 없고 해서 회사에서 매니저도 이제 안 붙어.

남인철 실장님이 우리 아파트라서 그냥 같이 타고 오는 거지.

여기 오면 그래도 너도 있고, 대현이도 있고 연습실 무료에, MSM 식당도 레드샵 직원 번호만 대면 무료니깐 좋잖냐.”

“그거 다 무료 아니거든요. 계속 올 거면 우리랑 계약하던가요!”

“너도 알지만, 아직 전속이 3년 남았어. 군대 기간은 유보되기에 군대까지 하면 5년이야.

가수 프린스(Prince)처럼 이마에 ‘노예’입니다. 하고 도장이나 찍고 다닐까 싶다. 급 우울해지네. 소원아 점심으로 고기나 먹자. 난 이제 체중관리 안 해도 되거든.”

“어휴. 그럼 형 밥값이나 좀 해요. 군대 가기 전까지 고기 사줄 테니까, 연습생들한테 형 춤 노하우나 좀 뿌리고 가세요.”

“고기만 먹으면 안 될까? 귀찮은데..”

“형이 제대하고 돌아올 때 되면 MSM 연습생들이 스타가 되어서 형이 컴백할 때 지원사격 해줄 수도 있잖아요. 미리미리 미래의 인맥에게 좀 베푸셔야죠.”

“아! 그러네. 알았어. 내가 가지.”

“여기 카드요. 이걸로 연습 끝나면 연습생 애들이랑 고기 드세요.”

민호 형이 아직도 회사와의 정산이 완료되지 못한 걸 알기에 레드샵 회사법인카드를 건네주었다.

“아직 정산이 다 안 끝났어도, 이 정도 돈은 있다. 인마. 이게 사장 노릇 하려고 하네. 그런데, 넌 안가고?”

민호 형은 입으론 투정을 부리면서도 법인카드를 지갑에 재빠르게 챙겨 넣었다.

“오늘 MSM PLUS 민준기 사장님과 점심 약속이 있어서요. 다음에 같이 먹어요. 법인카드니깐 한우 먹어도 됩니다. 연습생 애들에게 형이 팍팍 쓰고 군대 가세요.”

“그럼 우리 윤소원 사장 카드로 인심 좀 써볼까. 흐흐 땡큐다~”

**

“네? 영화 오디션을 봐 달라 구요?”

이젠 엔오원이 아니다 보니 MSM에서 나왔던 김기봉 매니저가 따라붙지 않았고, 공식적으로는 MSM 소속의 연습생인 신분이었기에 따로 케어해주는 매니저도 없었다.

대신에 ‘레드샵’의 남인철 실장 밑에 있는 로드매니저가 나를 차에 태워 다녔다.

MSM PLUS의 민준기 사장이 나를 보자고 했기에 PLUS 소속인 김민경 누나의 신곡을 의뢰하기 위해서인지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뜬금없이 영화 오디션을 봐달라고 하니 이게 무슨 일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올 여름개봉을 목표로 해서 PLUS에서 따로 제작하는 영화가 있는데, 이게 남자 주인공은 김민결로 결정이 났고, 여자주인공도 이혜수로 결정이 났어.

헌데, 홍보 마케팅을 위해서 우리 소원이가 오디션에 참여도 해주고, 영화OST에도 참여를 해주었으면 해서. 이 영화야.”

민준기 사장이 건네주는 영화 대본을 보니 영화 제목이 ‘감금학원’이었다.

MSM PLUS의 사장인 민준기는 MSM의 창립자인 민수민 회장과는 먼 친척이었는데, 원래는 영화배급을 맡아서 하던 프로모터 출신이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영화배급 쪽에서 20년 가까이 일한 경력과 민수민회장과의 친인척 관계로 배우들 전문 회사였던 PLUS를 인수할 때 민수민회장이 낙하산으로 앉힌 인사였는데, 50대의 중후한 외모와 언제나 ‘허허’거리는 인자한 성품으로 인해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은 많았지만, PLUS 회사 차원에서는 그리 좋지 못했다.

PLUS의 사장이 되자마자 자신이 이때까지 만들어 보고 싶었던 영화에 투자도 하고 직접 제작을 하며 연달아 5편이나 되는 영화에서 시원하게 적자를 보고 있는 게 현실이었다.

그 적자 규모도 200억대에 가깝다 보니 아마도 이번 6번째 영화에서 흥행수익을 올리지 못하면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지도 몰랐다.

‘이 영화도 내 기억에 없는 처음 보는 영화인데. 이런 영화가 있었나?’

“스릴러 공포영화네요. 그러면 제가 맡는 역이 이 주인공 동생역인 ‘창호’ 역할인가요?”

“창호 역할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사실, 뒤에 나오지만 1인 2역의 역할이야. 이중인격이라서 완전 다른 2명의 성격을 표현해야 하거든.

그래서 이 역할에 캐스팅할 배우를 뽑는 오디션을 방송 프로그램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어.

이전 영화들의 문제점이 이런 제작 전 사전 홍보작업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았거든.”

“흠. 방송에서 영화에 관한 내용이 많이 나오게 되면 영화 줄거리 다 봤다고 오히려 관객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그건 우리도 고민했는데, 후반의 반전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하지 않고 영화의 중반까지 내용만 어느 정도 공개를 하고, 그 공개된 부분과 비슷한 ‘지킬 앤드 하이드’의 대본으로 연기 대결과 오디션을 진행할 생각이야.

더불어, 현재 MSM PLUS가 뮤지컬 ‘지킬 앤드 하이드’의 국내 판권을 들고 있어서 뮤지컬 쪽에도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고.”

“1타 2피를 노리시겠다는 거네요. 흠.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사실 제가 오디션에 나간다고 해서 큰 홍보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야, 소원이 정도면 충분하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가 된 소원이가 다시, 배우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배우가 된다는 그런 스토리는 대중에게 먹힐만한 이야기야.”

“지금 MSM에서 따로 팀을 만들고 있어서 완전 전향이라는 홍보는 안 됩니다. 그런데 딱 3회 방송되는 프로그램이네요.”

“허허허, 3회도 엄청 늘려서 잡은 거야. 프로듀스99처럼 오랫동안 합숙을 하거나 할 게 없는 거라. 짧을 수밖에 없지. 일단 긍정적인 답을 얻었으니 우리 밥이나 먹지.”

**

식사 후 ‘감금학원’의 대본을 제대로 보는데, 학교 기숙사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과 그걸 해결하기 위한 선생님들의 추격과 액션이 주 내용인 영화였다.

여기에 내가 오디션 지원할 창호란 인물이 이중인격이라는 특징으로 인해 여러 가지 트릭을 숨기고 하는 영화였는데, 예전에 히트했던 ‘고교괴담’ 같은 공포영화에 가까웠다.

아마도 여름방학 시즌에는 공포영화가 대세이니 시기별 추세와 고교괴담 이후 학원 공포물이 나오지 않은 지 꽤 되었으니 차세대 학원 공포물의 빈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문제는, 내 전생에 이런 영화는 없었다는 거였다.

물론, 히트하지 못하고 소리소문없이 작은 극장 몇 군데에서만 상영하고 내려갔다면 내가 모를 만도 했다.

‘에이 홍보를 위해 배역 오디션에만 참여하는 건데 뭐. 되든 안 되든 오디션만 보고 끝을 내지 뭐.’

혹시라도,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캐스팅되더라도, MSM에서 따로 만드는 그룹 핑계를 대면서 발을 뺄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고민을 하다 보니 MSM 본사에 이미 도착을 해 있었고, 이번에는 MSM의 전상일 본부장과 신인 기획팀의 팀장인 이나영 팀장을 만날 차례였다.

사람을 만나는 건 좋았는데, 고3 연습생이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 다들 거물이라는 게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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