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99화 (99/237)

# 99

경쟁 (4)

“자 그럼, 댄스 퀴즈대결의 승자는 ‘더 슈트’의 태정군이 승리했습니다~!

댄스 퀴즈대결은 이만 마치지만, 그냥 이렇게 끝이 나면 아쉬우니, 더 슈트의 ‘Preview’를 들으며 마치겠습니다.”

MC 조현호는 아쉬워서 마지막 무대를 꾸민다는 멘트를 했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나서는 더 슈트의 두 명을 보니 이미 이것도 정해진 것 같았다.

퀴즈대결에서 이기기 위해서 보다, 팬을 위해서 춤을 춘 게 잘한 것 같았다.

[늘 처음 만날 그 날처럼 설레기를

자연스레 꽃잎을 틔우는 한 송이 꽃과 같기를

처음의 아주 Nice 한 그 날과 같기를.

늘 프리뷰와 처음 보는 그 날과 같기를~

Forever with you~]

“소원아, 더 슈트 12명이 하는 노래를 두 명이 하니깐 힘들어하는 거 같지?”

“네, 좀 벅차게 보이긴 하네요. 그래서 왠지 실제 방송에서는 편집될 것 같은 그런 느낌도 드네요?”

“그렇지? 그럼, 우리가 뒤에서 같이해줄까?”

“형 안무랑 가사 알아요? 이 노래 이틀 전에 나온 거라서 제대로 들어 본적도 없어요. 그리고 이야기 없이 그렇게 뒤에 가서 춤 추는 거 나중에 욕 들을 수도 있을 건데요.”

“두 달 후면 군대에 가야할 버린 몸인데 욕 좀 듣지 뭐. 아까 뮤비랑 따로 연습하는 거 대충 보니깐 춤도 바로 딸수 있을 것 같고.”

“그건 민호 형이니깐 되는 거죠. 전 한참 해야 될 거 같아서 포기할게요.

형 혼자 뒤에서 같이 춰주세요.”

“그럼 혼자 가볼까? 헤헤.”

뭔가 즐겁게 웃으며 어깨를 들썩 거리더니 민호형이 더 슈트 애들의 사이로 자연스레 스며들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민호 형 말대로 금세 춤을 땄는지 거의 같은 속도로 춤을 같이 추기 시작했다. 아마도, 두 달 후 군대를 가야 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아서 이런 돌출행동을 하는 거 같긴 했는데, 이게 춤을 너무 잘 춰서 문제였다.

“어 엇? 저거 뭐야? 김민호 저거 말려!”

“PD님 지금 말리기에는 이미 늦은 거 같은데요. 다른 사고나 안치게 빌어야죠.

그건 그렇고 엄청나네요. 이 노래 이틀 전에 나온 거라 아마도 오늘 처음 안무랑 노래를 들어 봤을 덴데 완벽하게 따서 추고 있어요.”

FD가 하는 이야기에 이 PD도 그제야 깨달았다. 방송국에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의 팀이기에 ‘아이돌 라이벌전’ 준비를 하며 기획사로 직접 가서 연습 하고 하는 걸 본적이 있었다.

더 슈트의 애들은 이 안무를 익히기 위해서 일주일가량이 걸렸는데, 김민호는 몇 분 만에 안무를 따버렸다는게 대단했다.

“어엇? 이제는 김민호 혼자 뒤로 돌아서 추는데, 엉? 그런데 춤추는 방향은 ‘더 슈트’ 애들이랑 같잖아!

그럼 저거 미..미러(mirror) 댄스야? 방향이 반대라는 것도 다 기억을 한다는 말이잖아?”

“저걸 1절만 듣고 바로 땄다는게 미친 재능이네요. 거울을 보고 춤을 춰도 힘든데. 와 진짜 김민호는 춤에 대해서는 넘사벽이네요.”

민호형은 스태프들의 곤란한 상황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지 뒤로 돌아서 춤을 추면서 나에게 웃으며 V자를 그려주더니 양 사방으로 혼자서 방향을 계속 바꿔가면서 춤을 췄다. 나름, 정면의 더 슈트 애들을 볼 수 없는 양 옆에 앉아 있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 같았다.

노래가 끝이 나고, 안무도 끝이 나자 더 슈트 애들이 고개를 돌렸는데,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아마도, 자신들에게 왔어야 하는 박수와 환호가 뒤에서 춤을 추었던 민호 형에게 쏠렸다는 것이 기분 나쁜 것 같았다.

뭐, 나 같았어도 기분이 나쁠 것 같긴 했다.

“애들아, 잠시만. 너희 표정이 그러면 안 되지.

이건 너희가 나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거야. 저기 스태프들 봐봐.

바쁘게 편집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거 보이지? 만약에 너희 둘만 계속 했다면 짧게 편집이 되었을거야.

그렇게 짧게 될 거를 내가 늘려 준거야. 오히려 내 덕분에 너네 노래가 더 길게 공중파에 나간다는 생각을 해야지.

뒤에서 사전 협의 없이 끼어들었다고 기분 나빠하면 안 되는 거야.

그리고, 표정도 숨길 줄 알아야지. 아이돌이면..”

일장훈시라도 하려는 민호 형의 말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민호 형 그만해요. 요즘 이러면 꼰대소리 들어요. 예전에는 가요계 쪽에서 선후배 따지고 했지만, 요즘 그러면 악습이라고 욕 들어요. 빨리 가요.”

계속 ‘아~소원아, 그게 아냐, 난 저 애들 도와 준거란 말이야.’를 민호 형이 이야길 했지만, 받아들이는 더 슈트 애들이 다르게 받아들이면 좋은 의도도 나빠지는 거였다.

민호 형이 더 슈트 애들에게 이렇게 나서는 게 아마도, 김상현 실장의 GSH 엔터가 저 애들의 뒤에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일부러 이렇게 하는 것 같기도 했다.

**

“이번 주 연예가 중계에서는 10대 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는 ‘엔오원’과 ‘더 슈트’의 경쟁 공연에 대해 소개해 드립니다.

그 경쟁공연의 전초전이 홍대 앞에서 있었다고 하는데요. 영상 보시죠!”

“엔오원의 김민호군이 더 슈트의 데뷔곡인 ‘Preview’를 보고는 그대로 더 슈트 멤버들 사이에 끼어서 춤을 추네요.

마치 같은 그룹의 멤버 같은데요. 하하하”

“하지만, 가수 출신인 저에게 이건 엔오원 김민호군의 도발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요.

‘난 너네들 춤 금방 따서 출수 있다’는 그런 메시지로 도발을 하는 것 같습니다. 왜 그거 있잖아요. 비보이들이 춤 배틀을 할 때, 서로 어렵다는 기술을 보여주는데, 똑같이 해주면서 비웃어 주고 하는 그런 기술 말입니다. 이건 그거 같아요.”

“아,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네요. 경쟁공연 전에 너희는 우리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기선 제압 같은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뭐 기선제압이니 뭐니 해도 우리들 입장에선 그냥 귀여운 애들이죠 뭐. 하하하.”

연예가 중계에서는 그냥 어린 10대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게 전부였는데, 이런 패널들의 발언이 보태어 지자, 주 시청층인 10대 팬들을 움직였다. 네이버에서 경쟁공연과 KBC방송국의 파일럿 프로그램인 ‘아이돌 라이벌전’이 어떤 건지 검색해 봤고, 덕분에 파일럿 프로그램임에도 ‘아이돌 라이벌전’이 검색어에서 오르락내리락 했다.

화제가 된다면 섭외가 되는 게 당연했고, 나와 민호 형은 물론, 다른 멤버들도 2~3명씩 라이벌전이나 다른 예능에 출연해 근황소개를 하였기에 경쟁공연에 대해서 기사들이 하나둘씩 올라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경쟁공연이 홍보되기 시작했다.

**

“아휴, 대학교 행사는 왜이리 빡시냐.”

“그렇구나. 우리 김민호 영감님은 이런 행사를 했다고 힘이 들구나. 우린 괜찮은데. 군대 갈 때가 되어서 그렇 구나. 후후”

“태평아, 너도 5년 후에 군대 가야 되는 거 알지? 넌 나이 안 먹을 것 같냐?”

“그전에 통일되길 매일 빌어 보겠습니다. 행사 전에 팬클럽 애들이 편지 준거 드릴게요. 민호 형은 이제 군에서 위문편지 받겠네. 흐흐

소원이 꺼도 있네. 오빠의 지현이란다.”

“지현이요?”

보통은 받은 편지를 뜯어보지 않고, 숙소에 모아두었다가 시간이 나면 한 번에 다 뜯어서 봤는데, 쌍문동의 그 지현이가 편지를 보낸 줄 알고 급히 뜯어 봤다.

<소원오빠 절 기억하시나요? 전 오빠를 기억하고 있어요.

전생의 조선시대에서 오빠의 부인이었던 김지현이랍니다.

전 오빠를 보고 단숨에 제 전생의 기억이 되살아났어요.

그때 오빠와 보냈던 수많은 행복한 나날들이 기억나서 행복해요.

이 편지를 보시면 아마, 오빠의 기억도 돌아오실 거예요.

기억이 돌아오시면 북한산 형제봉 입구 88번째 나무의...>

“에휴.”

편지지에 눈물 자국인지 침 자국까지 있자, 편지를 읽다가 혈압이 오를 뻔 했다. 편지를 분쇄해서 버리기 위해서 천막 대기실의 뒤로 가려는데, 민호형이 가로 막았다.

“야, 그 편지를 보곤 한숨 쉬고 밖으로 나가는 게 예사편지가 아닌 거 같은데. 오늘 축제 게스트로 온 다른 걸 그룹 여가수랑 만나기로 한 거 아냐? 요즘도 편지로 소식을 주고받다니. 어디 걸그룹의 멤버냐?”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닙니다요. 분쇄해서 버리려고요.”

“이야 증거도 없애려고 하네. 진짜 째서 버리는지 내가 따라가마.”

“아, 진짜 이형. 진짜 영감 다되었네요. 마음대로 하세요.”

내용이 이상한 편지라도 팬 래터라서 갈기갈기 분쇄해서 버리는 게 조심 스러웠는데, 그러다 보니 천막 대기실에서 좀 떨어진 축제행사 짐들이 쌓여있는 곳으로 이동을 했다.

거기서 편지를 민호 형에게 보여주곤 갈기갈기 찢어 버렸는데, 민호 형은 찢어 버리지 말고, 판타지 소설로 SNS에 올리라고 하며 배꼽 빠지게 웃었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대표님?

지금 이 행사 마치면 밤 11시가 넘어 갑니다. 이 시간에 바로 천안의 클럽행사를 뛰라는 게 말이 됩니까?”

갑자기 우리 뒤에서 들려오는 매니저로 추정되는 사람의 전화통화 소리에 민호 형과 나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냥 멈출 수밖에 없었다.

행사 상자 바로 뒤에서 통화를 하는지 귀를 기울이자 전화에서 나오는 사람의 소리도 들렸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 같기도 했다.

“잔말 말고, 행사 돌려. 별수 없잖아.”

“하지만, 애들 경쟁공연 연습을 해야 하기에 애들 연습시간을 밤에 배정을 해두었습니다. 애들도 오늘 행사가 이걸로 끝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매니저의 입에서 경쟁공연이라는 말이 나오자, 이 매니저가 ‘더 슈트’나 ‘더 네온걸스’의 매니저인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잖아. 그렇게 방송이랑 음원작업을 온라인에서 쳐도 애들 인기가 안 오르잖아. 그럼 어쩌겠어? 행사라도 돌려야지.”

“네? 진짜 마케팅 전문가들을 고용했다고 일주일이면 대세 아이돌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했지 않습니까?

그리고, 경쟁공연으로 이제 화제가 되고 있고요.”

“나도 경쟁공연으로 화제가 되어서 어느 정도는 음원 성적도 오르고, 인기가 생길 줄 알았는데, 전혀 팬들이 안 붙고 있다고.

팬 미팅 행사 참석하겠다는 인원이 500명이 안 되고 있어. 얼굴만 되는 애들만 잔뜩 뽑혀서는 태정이 빼곤 라이브도 안 되고, 예능에 내보내면 병풍에. 어휴...연기라도 잘한다고 하는데, 거의 무명인 애를 어느 PD가 캐스팅을 하겠어?”

“그래도 오늘만 해도 언론기사에는 인기몰이라고..”

“야, 기레기 놈들한테 들인 술값이 그 기사 값이야. 술 먹이고, 계집 안겨준 만큼 그런 기사가 나온 거야.

업자들끼리 뭐라는지 알아? 왜, 이런 애들을 뽑아서 경쟁 전을 낭비 하냐고 한 덴다.

엔오원과의 경쟁전이면 분명히 서로 상승효과가 일어나야 하는데, 더 슈트에 뽑힌 애들이 다 비주얼만 되는 무 재능의 애들을 뽑았으니 뭐가 제대로 되겠냐고 내 뒤에서 씹는다고 아주 하루해가 짧아요. 짧아.

너도 매니저일 4년 넘었으면 이젠 대충 알거 아니냐?

돈 안되는 게 뻔히 보이는 아이돌이나 배우에는 돈을 더 넣지를 않는 다는 거.

다음 달 경쟁공연까지 해보고 안 되면, 지방행사 돌리다 끝낼 거니깐 너도 일단은 알고 있어.

자본금도 이제 거의 다 날아가고, 인기가 붙어야 그걸 보고 더 집어넣어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만들 건데. 이건 뭐 인기 몰이할 입덕 포인트도 없고.

어휴. 그러니 행사 돌 수 있는 만큼 더 돌려.

여자애들이라면 옷이라도 벗겨서 올리겠는데, 괜히 ‘더 네온걸스’를 다른 기획사에 줘서는 에이! 생각할수록 짜증나네.

하여간, 너 오늘 애들 데리고 바로 천안 클럽으로 내려가!”

민호 형과 숨도 쉬지 않고, 전화통화를 다 듣는데, 결국에는 매니저도 까라고 하니 알았다고 하곤 한숨을 길게 쉬면서 멀어져 갔다.

“마치 내 옛날을 듣는 거 같다. 넌 인기가 없는 아이돌의 미래를 방금 통화로 다 들은 거야.

인기 없는 여자 아이돌이라면 군부대 행사라도 몇 개 더 있고, 섹시로 인해 뜰 수 있는 기회가 오히려 더 있을 수도 있는데.

인기 없는 남자 아이돌들은 저렇게 죽어라 지방 행사만 돌다가 그냥 사라지는 거야. 더 슈트 애들도 참 안되었네. 잘해줘야겠다.”

“그러게요. 더 슈트 멤버들이 뭐 잘못한 게 있겠어요? 이상한 기획사를 만난 게 문제지. 에휴.

그러니 모레 음악방송 스페셜 무대에서 애들한테 진상 짓 하지 말고요.”

“그래, 그래야겠다. 돌아가자.”

**

“와! 소원이 표정어두운거 봐라. 민호 형 너무한 거 아닙니까? 영감이라고 놀려서 소원이 데리고 가서 군기 잡은 거 아니에요? 햐 미필 멤버들끼리도 군기를 잡네. 미필이 군기 잡는 이 세상 참네!”

“태평아 아니거든.”

“딱 봐도 맞구만 무슨, 늘 웃고 다니는 소원이 얼굴이 죽을상이잖아요.

소원아! 민호 형이 꼰대짓 하면 들이 받아버려! 내가 책임질게! 이 형은 언제나 소원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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