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
경쟁 (3).
“아니 김정혁 사장님. 그럼, 따로 엔오원은 경쟁공연 관련해서 준비하는 게 없다는 말인가요? 대상 프랜차이즈에서 일정을 다 짜는 거 아닙니까?”
“네, 저희 대상 프랜차이즈에서 엔오원의 스케줄을 조정하고 짜긴 하지만, 스케줄을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경쟁공연 관련해서는 그냥 단순히 밀착 촬영을 한다는 거 아니었습니까?
PD님께도 별도의 대본이 없는 방송이라고 들었는데요. 아니었는가요?”
“그렇긴 합니다만, 그냥 단순히 밀착 촬영이라면 그냥 연예가 프로그램과 별 차이가 없지 않겠습니까? 프로그램 이름이 ‘아이돌 라이벌전’입니다.
아직은 파일럿 프로그램이지만, 첫 방송에서 엔오원과 더 슈트의 경쟁공연이 성공하게 된다면 고정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이럴 때 서로 잘해줘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건 맞지만, 사실 KBC에서 만드는 예능 음악방송이니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자사 프로그램인 ‘더 콜업’에서 만들어진 ‘더 슈트’를 밀어주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방송국 입장 때문에 이런 경쟁공연을 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우리에겐 이긴다 하더라도 본전밖에 안 되는 거지 않습니까? 우리에게 이득이라고 할 게 없는 게 현실입니다.”
“흠..흠, 그건 그렇지요. 하지만, 엔오원도 마무리를 화려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경쟁공연을 위한 방송프로그램에서 노출을 좀 하고, 공연을 준비하는 그런 특별한 소스가 있어야 좋지 않겠습니까?
우린, 마지막 공연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는 그런걸 어필해야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다음 달부터 이어지는 마지막 전국 콘서트도 티켓 판매를 위해서 이번 경쟁 전부터 홍보를 해서 하면 좋지 않을까요?”
“콘서트 티켓은 이미 다 매진이 되어서 티켓판매가 종료되었습니다.
일본과 인도네시아 팬들을 위해 외국 콘서트가 추가되긴 하겠지만, 그쪽은 KBC 방송에서 홍보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햐! 김정혁 사장님 너무 튕기시네요. 대상 프랜차이즈에는 다른 가수 없습니까? 너무 인정사정 안 봐주시는 거 아닙니까?”
“허허허. 이 PD님 화내지 마시고요. 엔오원의 스케줄을 우리 대상 프랜차이즈가 맡아서 짜고는 있지만, 우리 독단적으로 어떻게 스케줄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각 회사에서 파견나온 실장, 매니저들이 협의해서 메인 스케줄을 잡고, 개인 스케줄을 서로 잡는 방식입니다.
거기서, KBC의 경쟁 프로그램 촬영에 대해서 촬영이 나오는 건 협력하지만, 별도의 준비나 특별한 스케줄을 만드는 건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건 저희 대상 프랜차이즈의 독단적인 생각이 아닙니다.”
“그럼 그냥 대충 연예가 중계처럼 대충 찍어가라는 겁니까? 저 이번이 첫 입봉작입니다. 지금, 경험 없는 PD라고 기획사에서 애먹이면서 길들이기 하는 겁니까?”
“아휴, 어떻게 이 PD님께 그러겠습니까? 엔오원의 스케줄에 카메라가 따라붙는 것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다만, 전체적인 스케줄에서 별도로 시간을 빼서 촬영대본을 가지고 별도로 진행하는 건 일정상 불가능하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엔오원이 아닌 개인 멤버들은 기획사에 따라서 언제든지 ‘아이돌 라이벌전’에 스케줄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쪽으로 진행하셔야지 원하시는 방송을 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저에게 뭐하고 하셔도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전체는 못 빼주지만, 개인은 상황에 따라 빼줄 수 있다는 말이군요.
알았습니다. 흠, 그렇군요. 어쩌면 그렇게 개인으로 라이벌 만드는 게 더 좋을 수도 있겠네요.
일단, 오늘부터 스케줄에 카메라는 동행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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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기봉 형, 갑자기 개인 스케줄이 생겼네요.”
“그래 오늘 오후에 홍대에서 김민호와 같이 스케줄이 생겼어.
KBC 방송인데, ‘아이돌 라이벌전’ 방송이야. 이름에서 느껴지는 거 없어?”
“아~ 더 슈트하고 경쟁하는 프로그램이네요.
그럼, 민호 형과 저랑 둘이서 그쪽 ‘더 슈트’애들이랑 붙는 거예요?”
“붙기는 뭐가 붙냐? 댄스와 보컬 부분을 두고 겨룬다고 하는데, 상세한 건 아직 알려주지를 않네. 일단 가봐야 알겠지. 뭐.”
기봉이 형의 말에 경쟁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걸 알게 되었지만, 전생에는 없던 프로그램이다 보니 이게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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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4명 모두 여기 준비된 운동복으로 갈아입으시고요.
모자와 선글라스는 호주머니에 넣어두세요. 운동복으로 녹화 시작합니다.”
홍대에 있는 카페에서 촬영한다고 카페로 들어가니 다짜고짜 방송에서 준비한 옷이라며 다짜고짜 나와 민호형에게는 파란 트레이닝복을, 더슈트의 김태정과 최동건에게는 연두색의 트레이닝복을 입혔다.
“핫! 4분 모두 왜 이렇게 키가 커요?
이러면 좀 떨어져야겠는데. 이거, 진행하려면 또 붙어야 하고. 큰일이네.
저기, 다리 좀 굽혀 주...”
“조현호 씨 발 받침대 드릴까요? 앵글은 안 사는데 흉부 위로만 찍어 드릴게요. 발 받침대 써요.”
“PD님 그렇게 발 받침대 쓰게 해놓고는 풀샷 찍으실 거잖아요! 저 두 번 죽이시는 거예요. 그냥 가겠습니다.”
“자기는 눈치가 빠르네. 그럼 오프닝 갑니다~!”
“어휴,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키가 다들 큰 거지? 아, 민호씨는 요즘 애가 아니구나.
네, 파일럿 프로그램 ‘아이돌 라이벌전’의 MC 조현호입니다.
여러분 제가 메인 MC입니다. 기쁘지 않으신가요?”
“와~ 기뻐요! 현호형 멋져요!” “와아~”
키가 168인 조현호를 중간에 두고 양쪽에 180대의 2명이 서 있자, 모양새가 우스꽝스러웠지만, 그대로 호응을 받으며 조현호는 방송을 진행했다.
“제가 첫 메인 MC를 맡은 이 방송은 ‘아이돌 라이벌전’으로, 이미 ‘뜬’ 아이돌과 이제 ‘뜰’ 아이돌을 서로 라이벌로 연결하여 서로가 자극을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뜬’ 아이돌은 더 뜨게~, ‘뜰’ 아이돌은 빨리 뜰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겠죠.
자 그럼 ‘뜬뜰’ 준비되셨나요?
먼저 김민호씨와 최동건군이 나설 차례입니다.
여기 카페에서 일단 동시에 출발해서 홍대 놀이터 앞에 있는 미션지를 확인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미션지에 적혀있는 대로 진행하면 되는 것인데요. 당연히 먼저 도착해서 옷 색상과 같은 미션지를 먼저 열어 보시는 것이 유리합니다.
늦게 도착하는 사람은 미션지를 아예 볼 수 없고, 먼저 미션지를 본 사람의 미션에 같이 따라야 합니다. 자, 준비되었나요?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셔야 누구인지를 못 알아볼 겁니다. 쓰셨죠? 오케이! 그럼 출발!!”
출발소리에 최동건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촬영을 하는 카페를 벗어나 나는 듯이 달려갔다.
민호 형도 선수를 빼앗겼지만, 지는 게 싫었는지 미친 듯이 뛰어갔다.
한편에 놓여있는 모니터링용 화면에는 최동건이 사람들과 부딪혀 가며 뛰어가고 있었고, 민호 형도 죄송합니다! 를 연신 외치며 뛰어가고 있었다.
좀 위험해 보이긴 했지만, 이런 단순한 달리기에서 엎치락뒤치락 하다 보니 박진감은 확실히 있었다.
“아자! 내가 이겼다!”
먼저 달려나간 최동건이 확실히 먼저 도착을 해선 연두색의 미션지를 빼 들었다.
“헉..헉..아휴 숨차. 미션지를 공개하겠습니다.
지금부터 나오는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시오. 먼저 도착한 사람에게는 노래를 스킵(SKIP)할수 있는 권한 3번을 드립니다.”
[둥따, 둥따, 둥따~ 빰빰 뺨뺨~ 둥두따다 둥두따다..
She Was More Like A Beauty Queen From A Movie Scene
I Said Don't Mind, But What Do You Mean I Am The One...]
갑자기 미션지를 나누어 준 곳에서 마이클 잭슨의 빌리 진(Billie Jean)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동건도 당연히 마이클 잭슨의 빌리 진은 알고 있었지만, 백스탭을 밟는 그 부분만 알고 있다 보니 어중간하게 춤을 췄다. 이제 21살이다 보니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 안무를 처음부터 다 아는 건 무리였던 것 같았다.
하지만, 29살인 민호 형은 달랐다.
뛰어온다고 헐떡거렸지만, 마이클 잭슨 특유의 사타구니를 잡고 다리를 들었다 내리는 안무가 완벽하게 바로 몸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마이클 잭슨이 모자를 벗어 던지는 것처럼 쓰고 있던 야구 모자를 벗어 던지곤, 쓰고 있던 선글라스까지 벗어 버리자, 주위에서 난리가 났다.
“엔오원이다! 꺗!”
“민호 오빠다! 이거 무슨 방송이야? 옷은 뭐야?”
“아니, 모자와 선글라스는 벗으면 안 되지. 그라믄 안돼!
햐.. 질서 유지팀 들어가 주세요! 공간 만들어 주시고...아씨, 숨어서 판정하기로 했던 거 취소하고, 판정단 다 나와서 팻말 드세요. 어서!”
카페에서 모니터하던 PD가 무전기로 비명을 지르듯이 소리를 질러대자 여기저기서 스태프들이 뛰어나와서 현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주말이 아닌 평일 오후이라 유동인구가 작은 축에 들었지만, 한번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길을 지나다니지 못할 정도로 인파가 몰려들어 버렸고, 이십여 명의 스태프들이 질서 유지나 그런 것을 하려고 해도 제대로 되지가 않았다.
하지만, 방송 촬영은 계속되었다.
“팻말을 든 20명의 판정단 중 10명 이상이 ‘O’ 팻말을 들어야 미션이 통과가 되는 것입니다. 자 방금의 댄스는 통과입니까? 팻말을 들어주세요!”
시민판정단들이 팻말을 들었고 ‘O’ 팻말이 통과의 기준인 10명을 넘어섰지만, 몰려든 인파로 인해 추가적인 방송 촬영이 진행되지 못했다.
“야 촬영중단!, 중단해. 다시 다 돌아와. 촬영 끝났다고 알리고, 거기 접어!
아 진짜, 거기서 왜 모자랑 선글라스는 벗은 거야? 짜증 나게. 일반인처럼 보이게 해서 판정을 받고 해야 하는 건데. 휴..”
“이렇게 되면, 아예 그냥 홍대 노천방송 스타일로 가죠.
짜여진 틀보다는 아예 다 열어 두고, 호응받는 걸 기준으로 해서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럴까...골치아프네. 일단 현장에서 패널 할 애들부터 뽑아서 준비를 시키고...”
스태프들이 모여서 회의를 할 때 민호 형이 돌아왔는데, 시킨 대로 춤추고 했음에도 방송을 접게 만들어서 그런지 괜히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완전 오픈 방송으로 결정이 나고, 급하게 펜스까지 설치된 이후에 다시 방송녹화를 진행했다.
“자! 두 분 헤드셋 끼세요. 거기서 나오는 음악에 맞추어서 춤을 추시면, 노래 제목을 저기 앉아계신 분들이 알아맞히는 겁니다.
같은 노래가 나오는 헤드셋이며 중간에 칸막이가 있어서 서로 보지는 못할 겁니다.
제한 시간은 5분이며 많은 노래를 맞춘 쪽이 승리하는 겁니다. 자, 준비해주세요.”
헤드셋에서 음악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다행히 모두 다 아이돌의 음악이었다. 그냥 아는 안무를 그대로 따라 추려고 했는데, 공터 앞 간이 의자에 앉아있는 팬들이 보이자, 그냥 방송에 맞추어서 안무하기엔 뭔가 미안했다.
아마도 민호 형의 신분 노출 이후 촬영정보를 듣고 급히 뛰어온 팬들일 게 확실했고, 패널로 참여할 사람을 뽑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렇게 바로 앞에 앉을 수 있었을 터였다.
이런 팬들에게 그냥 방송에 참여했다는 것보다는 속칭 말하는 ‘계’를 타게 해주고 싶었다.
칸막이를 벗어날 정도까지 앞으로 나가서 팬들과 거의 1m 정도의 거리에서 춤을 춰주었다.
“와~ 저거 끼 부리네.”
“저긴, 계 탔다!!”
카메라 앵글에서 벗어난다고 뒤로 물러나라는 스태프의 손짓도 보였지만, 그냥 무시하고 노래에 나오는 걸 그룹의 안무를 쳐주었다.
“레드실크의 아이스크림!”
“정답입니다! 그럼 바로 다음 곡갑니다!”
옆에서 안무를 보고 퀴즈를 맞추었는지 곡이 넘어갔고, 실탄소년단의 노래가 이어서 나왔다.
이것도 아는 안무라 춤을 추고 있는데, 갑자기 주위 사람들이 ‘와’ 거리며 나를 보는 게 느껴졌다.
아니, 어느새 내 옆에 바짝 붙어서 춤을 추고 있는 ‘더 슈트’의 김태정을 보고 있었다.
“와 같은 안무를 추더라도 칸막이에 가려져 있을 땐 몰랐는데, 같이 붙어 있으니깐 춤 선 차이가 조금 보이는데.”
“그런데, 둘 다 보컬 담당 아니야?”
“그러고 보니 둘 다 보컬이네, 그러고 보니 소원이는 몸치 아니었어? 엄청 잘 추는데. 의외인데.”
춤을 추며 태정이의 얼굴을 보니 어떤 각오가 보이는 것도 같았다.
왠지 내가 팬들을 위해 칸막이 밖으로 나와서 바로 앞에서 춤 춰주는 게, 태정이에게는 도발로 보였던 것 같았다.
태정이의 얼굴 표정에서 질 수 없다는 게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PD님 퀴즈는 맞추었는데, 그냥 놔둘까요?”
“그래, 놔둬. 이렇게 서로 경쟁하는 게 더 좋아. 일단 노래 끝까지 가.”
뭔가 태정이에게서 느껴지는 절박함 같은 게 있었기에, 팬들을 향했던 춤 방향을 아예 태정이 쪽으로 바꾸었다.
그러자 태정이도 나를 마주 보듯이 서로 음악에 맞추어서 춤을 추는데, 이게 다른 이들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진 것 같았다.
“이야! 소원이가 도발했어!”
“오~ 태정이도 승부를 받아들인 것 같은데. 우리한테는 노래가 안 들리는데, 들리는 거 같은 이 느낌 오진다.”
“그만큼 실탄이들 노래가 좋은 거겠지.”
퀴즈를 맞힌 것 같은데도 노래가 끊어지지 않자, 스태프 쪽을 보니 계속하라는 손짓이 보였다.
춤만 추는 건 또 방송에서 조금 아쉬울 것 같아서 노래도 불렀다.
[Say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손을 들어 소리질러 Burn it up~
불타오르네!
싹 다 불 태워라. Bow wow wow]
내가 부르다 보니, 태정이도 같이 부르는 것 같았고, 어느새 앞줄의 팬들은 Bow wow wow도 같이 따라 하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와, 둘이 잘 부르는데, 그런데 다른 팀이잖아? 어떻게 화음이 맞는 거지? 신기하다.”
“둘 다 어느 정도 이 노래로 연습을 해봤다는 거겠지. 따로 연습해서도 이렇게 즉흥적으로 붙이니 둘이 또 어울리네.”
“둘 다 보컬 담당이라 이런 춤을 추면서도 노래가 다 되네. 아이돌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장난 아니다.”
“음향! 지금 오디오 다 따고 있지?”
“네 물론입니다.”
“와우~ 여러분 방금 다들 봤어요? 분명 노래가 없었는데, 노래가 같이 나오고 있었던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죠?”
“네 에~”
“바로 이겁니다! ‘아이돌 라이벌전’은 라이벌 간에 자극을 주어서 더 발전할 수 있게 해주는 겁니다.
아, 그리고 직캠은 방송 이후에 올려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는 이 방송을 스튜디오에서밖에 진행을 못 합니다. 이런 현장에서 바로 볼 수 있는 오픈 방송을 계속 원하시면 꼬옥~ 방송이 되는 날 직캠을 올려주시길 바랍니다! 미리 올리시면 절대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