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
마케팅의 신기원.
[비가 오니, 첫사랑 생각이 나서 한번 적어본다. 스압주의 요약없음]
대학생 때 스포츠 교양으로 농구수업에서 그 애를 만났었다.
같은 인문대에 다니는 애였는데, 팀을 정해줬을 때, 같은 팀이 되었다.
우리 집 근처에서 그 애는 자취하는 애였는데, 이전까지는 이런 애가 우리 동네에 있는지 자체를 모르는 애였다.
집이 같은 방향이다 보니 학교 끝나고, 동네 초등학교에서 농구하는 것도 가르쳐주고, 학교에서 인사도 하다 보니 밥도 같이 먹고 등하교를 같이하는 그런 친구가 되었었다.
"야, 준기야. 이거 다르게 듣지 말고 그냥 들어.
네가 거절해도 되는데, 여의도 벚꽃 구경에 좀 같이 가주면 안 되냐?
난 대전출신이라 길을 모르잖아."
"그래, 같이 가줄게."
"진짜? 같이 가줄 거야?"
"어 그럼 가짜로 가냐? 같이 가자!"
그렇게 여의도 벚꽃 구경을 가서 처음 손도 잡아 봤고, 누가 먼저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말 그대로 썸을 타는 그런 사이가 된 것 같았다.
그땐 정말 순수하게 이 애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짜장면 먹고 싶다고 하면 같이 먹어주고, 자취방 형광등이 나갔을 때는 내가 가서 갈아주고 할 정도였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둘이 늘 같이 있다고 사귀는 거 아니냐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아닌데, 안 사귀는데" 하는 그 애의 말을 멀리서 듣고는 내가 고백했을 때 지금의 관계도 유지되지 못할 것 같아서 내가 고백을 하지도 못하고 쫓기듯 군대에 갔었다.
나중에야 생각해보니 갑자기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으면 일단 아니라고 하는 무조건 반사 같은 대답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늦어 버린 뒤였다.
너는 흰 피부가 눈부시게 이쁜 아이였고, 유달리 밝은 아이였기에 늘 곁에 사람도 많았고, 옆에 있던 나를 대신해 다른 선배와 사귄다는 친구의 이야기에 군에서 많이 울기도 했었다.
제대 후 바쁘게 살다 시간이 흘러 우연히 너를 본 건 낯선 이의 타임라인에서였다.
너는 누군가의 여자친구가 되어서 나를 설레게 했던 밝은 미소를 그 사람에게 보여주고 있었고, 행복한 너의 모습에 분노인지 슬픔인지 모를 감정에 며칠 동안 멍해 있었다.
그리고, 그 묵은 감정이 비로소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단순히 썸이라고 했던 너와의 관계는 나의 첫사랑이었다.
용기없는 내가 참 바보 같았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아픔을 겪고 난 이후론 이성을 만날 땐, 나 혼자 고민하고 혼자 결론 내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사람에게 대시를 했고, 이제는 마누라와 애도 있지만, 아직도 가끔가다 그 애가 생각이 난다.
이제는 동창회도 안 나가고 바빠서 SNS 자체를 하지 않다 보니 그 애의 근황을 알 수도 없지만, 젊고 모든 것을 다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때의 그 설렘과 기억이 오늘 우연히 본 드라마를 보고 기억이 났다.
어릴 때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추억하고 싶다면 '그때 그곳에서' 드라마 한번 봐봐라.
아련하고 가슴 아픈 그때의 기억이 너희에게도 찾아올 거다.
┗첫사랑을 해봤어야 알지. 이번 생은 글렀어. ㅠ.ㅠ
┗그래서 그 애랑 했음? 안 했음?
┗짜장도 먹고 형광등도 갈아 줬다잖아. 진짜 짜장만 먹고, 형광등만 갈아 줬겠냐?
┗짜장도 먹고, 단무지도 묵고, 어! 볼짱 다 봤다는 거지.
┗개 부럽. (35살 마법사 준비생)
┗글 담백하게 잘 쓰네. 나도 그 드라마 한번 봐야겠네.
┗까이더라도 대시라도 해보지 내가 다 아쉽네.
┗진짜 지나고 보면 대학교 1학년 때의 그 연애 경험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연애 경험인 듯. 그때의 사랑이 성공하지 못해도, 그때의 그 순수한 마음과 추억이 평생가는 듯. 나도 옛사랑이 생각나네. 개 아련.
┗주..주작이라고 말해줘! 난 못 해봤단 말이야!
┗그 시절 어릴 때의 그 시절을 그리워 하는 거지. 글 좋아서 퍼감.
┗드라마는 고등학생일 때네. 남녀 공학 완전부럽.
┗주작임 암튼 주작임 ㅠ.ㅠ
┗첫사랑은 그냥 첫사랑으로 남겨두는 게 좋지. 그래서 드라마도 나오는 거지 월화미니시리즈네 챙겨봐야겠다.
┗뭔가 이글처럼 드라마도 잔잔한 첫사랑 이야기더라.
**
“소원아, 인터넷에 글 봤어?”
“어떤 글요? 지섭형이 적어서 올린 거예요?”
“아니, 그냥 커뮤니티에 도는 글인데, 한번 읽어봐. 첫사랑에 대한 감정을 아련하게 적은 글인데, 이글이 우리 드라마를 보고 첫사랑이 생각났다고 홍보를 해주시더라. 이글이 커뮤니티마다 다 퍼지는 덕분에 5화 시청률이 3%가 넘었더라.”
“지희 누나도 다 읽어 본 거예요?”
“그래, 나도 읽어봤지. 난 커뮤니티 안 하는데, 친구가 카톡으로 링크를 주더라.”
“오 그 정도로 화제에요? 한번 읽어볼게요.”
“이거 만화도 나왔네. 시간 남는 금손이 그려줬는가 보다. 오~ 그림체도 이뻐! 화제긴 화제인가 보다.”
“와 이 정도면, 우리 시청률을 이 첫사랑 글이 하드캐리해 준거네. 감독님은 드라마가 재미있으니깐 자연스레 오른 거라고 하더니. 이글이 효자였네.”
“그러면 이거 글 적은 사람을 촬영장에 초대하거나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연락처라도 알면 내가 기프티콘 쏴줄 수 있는데. 연락해볼 방법은 없을까?”
“제가 원글 주소 아니깐 가서 한번 연락해볼까요? 어디 보자, 흠. 메일주소 같은 연락처가 아예 없네요. 남긴 건 아이디밖에 없네요. kiwonjjang 이라 이름이 그럼 짱기원인가?”
“기원짱 이라는 닉네임이잖아요. 짱씨가 어디있어요? 아니면 장씨로 장기원이겠죠. 닉네임 말곤 연락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연락이 불가능하네. 드라마 맨 마지막 회에 자막이라도 한번 감사하다고 넣어 달라고 해야겠다.”
‘에? 닉네임이 기원짱이야?’
**
“형이 글 올린 거지? 그 첫사랑 글로 드라마 홍보한 글.”
“나 아냐, 우리 직원이야 하하하.
어때? 효과 좋지? 이게 바로 스토리 텔링 마케팅이야. 작업친 우리도 이렇게 모든 커뮤니티에 다 퍼질지 몰랐다.
그만큼 첫사랑의 아련함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겠지?”
“효과는 엄청 좋은데, 형이 걱정되어서 전화했어. 회사에서 이런 걸 하고 있으면 회사 매출은? 직원들 월급이랑 사무실 월세는 감당이 되는 거야? 이렇게 커뮤니티에 글 올리고 하면 돈이 안 되잖아.”
“뭐래? 야 이게 제일 돈 되는 일이야. 생각해봐 방송국이나 기획사에서 운영하는 홍보팀은 이런 일을 못 해. 아니 할 수가 없어.
중소규모의 드라마 제작사나 기획사의 경우에는 주로 언론 보도자료 뿌리고, 언론 관련 홍보를 하는 게 주 업무야. 자기 회사 관련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네이버에서 기사로 그 정보가 홍보되길 원하는 거야.
그럼, 바이럴 마케팅의 수단인 SNS나 네이버 블로그 관련은 누가 홍보와 광고를 집행하겠냐?
다 우리 같은 마케팅 업체들이야.”
“기획사나 방송국에서 하는 게 아니고?”
“인력이 없잖냐. 일반 직원이 아닌, 인터넷 검색관련 노하우가 있는 사람이 봉급쟁이 하겠어?
블로그나 SNS로 홍보일 몇 개만 해도 월급만큼 나오는데. 자기 사업하지 누가 봉급쟁이 하겠어?
홍보부에 있는 직원들은 가장 기본적인 홍보일 만 하는 게 현실이야.
뭐, MSM같은 빅4 기획사는 좀 다르지만, 대부분의 중소 업체들은 우리 같은 홍보 마케팅 업체에 일을 의뢰해.
나도 단순히 아이돌 스케줄 어플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아이돌들이 입는 신발, 의류, 시계 같은 연관 검색어 작업해주고, SNS에서 작업해주는 게 주 업무야.
그리고, 이야기 안 하려고 했지만, 이번에 너희가 프로듀싱한 김민경의 ‘아모르 미오’도 우리가 음으로 양으로 끌어줘서 트로트 장르 1위 찍은거야.”
“에이~ 형! 구라치지마, 확인 안 된다고 너무 허세를 부리네.”
“아 쨔식 아니라니깐, 진짜야! 너 이번 드라마에 직접 만든 OST도 나간다고 했지? 그거 몇 화부터 나오는 건데?”
“7화부터 내가 프로듀싱한 OST가 나올 예정이야. 그럼 형이 직접 실력 보여주는 거야?”
“그래, 딱 드라마 끝나고 컴퓨터 앞에 대기하고 있어봐라. 드라마 시청률에 OST까지 내가 확실하게 밀어줄 테니깐. 너 이 짜식 형에게 큰절을 하고 싶을거다.”
“큰절 두 번 하면 되는 거야? 제사 받기는 좀 그런데. 헤헤 일단 형이 믿으라고 하니깐 한번 믿어볼게. 잘 좀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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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 6화가 시청률 몇%라고 했지?”
“3.4%였습니다. 5회가 3.2%였고요.”
“시청률은 상승세이긴 한데, 5, 6화 때는 인터넷에 그 첫사랑 글이 화제를 일으켜서 순간적인 상승세로 볼 수도 있습니다.
상승추세는 오늘 7화 시청률을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유의미한 시청률이 나와야지 8화부터 치고 올라가는 추세를 한번 기대해 볼만 할건데.”
“잘되겠죠. 감독님 다음 씬 촬영 준비되었습니다.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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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안기 전엔 알지 못했다
내 머물던 이 세상 이토록
찬란한 것을 작은 숨결로 닮은 사람
겁 없이 나를 불러준 사랑....]
“헐, 사장님, 이 노래 가수 빨간 펀치 아닙니까? 목소리 들어보니깐 맞는 거 같은데.”
“아마 맞을 거야. 노래는 확실히 좋은데.”
“대박! 저 진짜 빨간 펀치 좋아하는데, 상큼이들이 이런 슬픈 노래도 부를 줄 알고 장난 없네요. 와~! 이건 회사 일이 아니라 덕 영업을 좀 하겠습니다.”
드라마가 끝나지도 않은 시간에, 홍보 글을 적으려고 했더니, 이미 OST에 대한 글이 빨간 펀치의 공식 카페에 올라오고 있었다.
“노래가 좋긴 좋은가 보다. 이 정도 반응이면 차트 작업쳐도 되겠지?”
“네, 될 것 같아요. 그럼 드라마 끝나고 새벽 타임에 매크로 돌립니다.”
“그래, 일단 15위 내외까지 우리가 돌리면 그 이후는 엔오원 팬클럽의 퓨퓨 인가하는 애들이 화력 지원해줄거야.
난 또 새로운 홍보키워드랑 스토리 만들었으니깐 그거 뿌리마.”
“에? 웬만한 건 이제 다쳐서 오늘 또 그런 스토리텔링 홍보 올리면 마케팅 작업 티가 날수도 있을 건데요.”
“나도 알아, 이번엔 좀 클로즈(close) 되어있는 곳에 하려고.”
“어디요?”
“드라마 등장인물 중에 창진이 있잖아. 게이성향 밝힘증 양성애자 역할. 그런 사람들이 있는 커뮤니티도 있거든. 닫혀 있는 커뮤니티인 만큼 한번 영업 성공하면 장난 아니야.”
“맘 카페보다 어렵다는 그쪽 성향도 작업하실 생각이라니 여윽시 경영자의 마인드는 다르네요.”
“일단 한번 해보는 거야. 묻혀버릴 수도 있고, 역효과 날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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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그때 그곳에서’ 드라마 봤냐? 인터넷 글보고 나도 봤는데, 우리나라 방송도 많이 좋아졌다. 드라마에 고등학생 성소수자가 나오다니. 이거 처음 아니냐?
┗처음일 듯. 케이블이라 가능한 거 같음.
┗창진 역의 이석우도 살짝 우리 느낌 나는데. 진짜 성향 있는 거 같은데. 누구 아는 사람 있어?
┗드라마 OST 좋다.
┗가슴 아프다. 마치 내 어릴 때 이야기 같다. 작가가 창진이와 찬욱이, 숙희의 지고지순한 아픈사랑을 괴물들의 사랑으로 묘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드라마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좋아야 하는데, 우리 모임 차원에서 지지선언 같은거 할까? 그러면 드라마 작가가 좀 이쁜 사랑으로 적어주지 않을까?
┗이 게이말에 영자로서 대 찬성. 지지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자! 내가 총대 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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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끝이 날 시간이 행사 스케줄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시간이었는데, 기봉이형의 전화는 물론이고, 다른 매니저에게도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야! 대현이가 부른 드라마 OST ‘오춘기’ 노래가 차트 67위란다. 빨간펀치의 ‘빛살처럼 너에게 가겠다’가 66위! 드라마 인기에 비해서 OST 반응이 너무 좋은데.”
그리고 숙소에 도착해서 씻고 나오니 40위권에 2곡이 올라가 있었다.
“소원아! 이거 대박 나는 거 아니냐? 계속 등수 오르는 거 같은데.”
“뭐 오르겠죠. 저 내일 아침 일찍 또 촬영이라 먼저 잘게요. 형들 잘자요~!”
이미 기원이 형이 작업치는 걸 알고 있었고, 아침 일찍부터 촬영 스케줄도 있었기에 나는 먼저 잠을 자 버렸다.
하지만, 형들은 새벽까지 드라마를 결제해서 보고 OST 순위를 체크하며 거의 날밤을 새웠다.
“이야 빛살이 10위다. 오춘기는 16위. 대박! 대현이 이제 솔로 그냥 하는거네. 연금 벌었다.
노래 댓글도 웃기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 드라마도 궁금해서 다운 받아 본다는데. 드라마도 이렇게 해서 뜨는 거야?
우리 팬클럽 ‘퓨퓨’ 애들도 열심히 스트리밍 돌리는가 보다. 대현이는 팬클럽 애들에게 뭐라도 쏴라!”
그리고, 10위 16위의 두 곡은 날이 밝자, 팬클럽의 화력지원과 도대체 무슨 드라마 OST기에 이렇게 순식간에 올라오는지 궁금해서 들어보는 사람들로 인해 수월하게 빛살이 1위 오춘기가 7위를 찍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