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90화 (90/237)

# 90

첫사랑과 막장의 사이. - 5권시작

“일단, 은채와 수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호흡 근육을 강화하는 거예요.

이미 MSM에서 연기 수업을 들으면서 호흡연습을 하고 나름대로 강화를 한 것 같지만, 아직도 부족해요.

호흡 근육을 강화하면 긴 대사를 무리 없이 한 호흡으로 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물론, 둘 다 아이돌이니 이 호흡 근육을 강화하면 노래를 부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그럼 이 호흡근육은 어떻게 강화해야 하는가가 궁금할 거에요?

우스갯소리지만, 신기하게도 아주 옛날 고대 그리스의 웅변가들이 하던 훈련법이 어떻게 전래 된 것인지 우리나라에 전해져서 아직도 수련법이 내려오고 있답니다.

바로 ‘뺑뺑이’에요.”

“뺑뺑이요? 뺑뺑이라면 학교 체육 시간에 농구 골대 집고 오기 같은 그거 말하는 거죠? 선착순 달리기 같은 거.”

“맞아요. 세 명 다 군대에 안 가서 뺑뺑이를 모를 줄 알았는데, 여자인 은채도 다 알고 있구나. 이러면 설명이 쉬울 것 같네요. 하하”

나에게 연기를 가르치는 김영민 선생님은 오늘부터 나와 같이 연기 수업을 듣기로 한 정은채와 이수나를 가르치며 흥겨워했다.

같이 수업을 듣던 민경이 누나는 ‘아모르 미오’ 노래가 대박이 터지면서 잠자는 시간도 없이 스케줄을 진행하고 있었기에 연기 연습에 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남자 둘이서 쓸쓸히 연기 수업을 진행했는데, 나랑 같은 반이면서 MSM의 연습생인 은채와 수나가 연기 수업을 같이 듣고 싶다고 해서 오늘부터 나오기 시작한 거였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뛰어서 언덕 위에 세워져 있는 신전의 기둥을 만지고 내려오는 훈련을 했어요.

언덕을 뛰어서 다녀온 숨이 차는 헐떡거리는 상태에서 웅변을 시켰어요.

한마디로 선착순 달리기 후에 웅변을 시키는 거죠.

호흡을 뛰면서 조절할 수 있어야 언덕에서 내려온 이후 숨을 가다듬고 웅변을 할 수 있어요.

숨을 헐떡거리면 신의 축복을 받지 못한 것이라 여겨서 다시 언덕 위의 신전으로 달리게 하였죠.

달리기하면서 키워지는 횡격막을 비롯한 복부 근육이 강화되면 호흡이 좀 더 쉽고, 강하게 숨을 들이쉬고, 내실 수 있게 됩니다.”

“선생님 이건 아이돌 연습생들도 많이 해요. 러닝머신에서 뛰면서 노래 부르기나 연습실 계속 돌면서 노래 부르기를 하면서 호흡 근육을 단련하고 있어요.”

“네, 맞아요. 요즘은 대부분 연습생이 다 할거에요.

하지만, 거기에 더해서 우리 연기 쪽은 스트레칭을 하면서도 대사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연습을 할거에요.

아이돌이 율동을 하듯이 배우는 그 상황에 맞는 움직임을 보여주며 대사를 해야 하기에 이런 스트레칭, 요가 같은 어려운 자세를 하면서 대사 연습을 해야지 나중에 어려운 자세에서도 대사연기가 쉽게 될 거에요.

그럼 일단 워밍업으로 연습실을 빠른 걸음으로 돌면서 대사 연습을 해봅시다. 은채가 슬기 역할 하고 시작!”

내가 가지고 온 그때 그곳에서의 대본으로 연기 톤의 대사를 하며 빠른 걸음으로 연습실을 돌기 시작했다.

“야! 이수찬! 너 사실대로 말해, 너 수업시간에 곁눈질로 숙희보고 있었지? 너 숙희 좋아 하는 거지?”

“슬기 니 미친 거 아이가? 내가 왜 꺽다리 숙희를 곁눈질로 봐가면서 좋아하겠노?”

“그럼, 너도 숙희 옆의 지희 좋아하는 거지? 맞지?”

“이게..말이가 빵구가. 택도 없는 소리 하지 마라.”

“야, 너 순간적으로 1초 정도 멈칫했어. 너도 지희 좋아 하는 거야?”

“뭐라카노? 내 간다.”

“야! 너 내 가슴 보면서 껄떡거렸잖아! 그래놓곤 순진해 보이는 지희를 좋아하는 거냐?...남자 새끼가 줏대가 없냐?”

“그..그거랑 줏대가 무슨 상관인데? 비키라 내 지나갈끼다.”

“오케이 여기까지 은채 방금 ‘좋아하는 거냐’ 하고 나서 숨이 살짝 모자랐지?”

“네, 평소에는 이 정도 길이면 한 번에 칠 수 있는데,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서 하니깐 저 이후로 숨이 딸렸어요.”

“좋아 이번엔 수나가 한번 해보자. 시작!”

.....

“오 수나가 호흡이 더 좋은데, 그러면 한 번도 똑같은 장면 연기 다시 해보자. 걸음은 더 빠르게. 내가 소원이 뒤에 따라가면서 손가락으로 찌르고, 은채는 수나 뒤를 따라가면서 속도를 더 높일 수 있게 찔러가면서 해보자.

강도를 올려보자!”

“자 대사는 끝났지만, 여기서 숨이 차더라고 헐떡거리면 안 되는 거야.

숨을 참아! 호흡을 가다듬어!

아랫배에 힘을 주고 배를 당긴다는 생각으로 아랫배에 힘을 줘! 그래야 호흡 근육이 강화되는 거야. 힘줘! 그렇지! 그렇지.

천천히 아랫배로 숨을 쉰다는 것처럼 부드럽고 길게, 천천히 들이마시고, 오케이 가득 들어찬 공기를 천천히 균일하게 떨림 없이 뱉어내고 좋아!."

**

“김영민 선생님 수업을 들어보니 어때? 그런데, 너희 둘 다 ‘여기는 아이돌 캠프’ 최종 30인 안에 들어갔잖아? 그러면, 미션 곡 준비하고 해서 바빠야 하는거 아냐?”

아침 연기 수업을 마치고, 김기봉 매니저의 차로 세명이 같이 학교로 가면서 근황을 서로 물어봤다.

“미션곡은 준비하고 있는데, 그렇게 바쁘지가 않아.

‘더 콜업’ 쪽과 방송 진행일정이 같아야 한다고 해서 프로듀스99에 비해서는 좀 널널한 일정이래.

그런데, 넌 김영민 선생님의 이런 방식의 수업을 들으면서 뭔가 바뀐 게 있는 것 같아? 우리가 원래 듣던 수업과는 뭔가 좀 많이 달라서 판단을 잘 못 하겠어.”

“나도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어.”

“뭔가 확~ 좋아진다는 생각보다는 차츰차츰 달라질 거야. 김영민 샘은 바로 연기력을 올리기보다는 연기력의 밑바탕이 되는 기본기를 먼저 탄탄하게 만들어 주고, 그 위에 연기력을 올려주시는 거라, 일단 기본으로 깔리는 것부터 착실히 해봐.

그러다 보면 너희 둘 다 느끼게 될 거야.”

“좋아 믿어보지. 그런데, 너 나오는 드라마 뒤 내용은 어떻게 되는 거야?

스포라도 좀 해줘!”

“나도 아직 대본이 안 나와서 잘 몰라. 아마 8화 이후로는 쪽대본으로 나올 것 같은데, 아 맞다. 이런 쪽대본이 나오는 급박한 현장에서 적응력을 올려주는 게 김영민 샘의 기본기일 거야. 대본 보고 바로 내 스타일로 만들 수 있는 적응력을 길러줄 거야.”

“말 돌리지 말고, 스포 빨리해줘!”

“그게..성적으로 매력이 있는 섹시한 슬기랑 내가 맡은 수찬이가 서로 관심을 가지기는 하는데, 수찬이가 몰래 또 보는 게 여자주인공인 지희야.

문제는 지희 하나를 두고 남자주인공인 찬욱이와 서브 남자주인공인 상호도 지희를 좋아하거든.

내가 맡은 수찬이는 이 찬욱이와 상호도 같이 지희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고는 말을 못하는 거지.”

“부산에서 올라와서 입이 험한 상남자 같더니 의외로 말을 못하는 소심남인 거구나.”

“그렇지, 겉으로는 조폭이나 할 법한 강한 단어를 쓰며 허세를 잡지만, 오히려 소심한 거지. 그래서 소심하다 보니 찬욱이와 상호 때문에 지희를 바라만 보는 거야. 그러면서 육체적으로 성숙한 슬기에겐 또 마음이 흔들리는 거고.”

“햐. 이 드라마도 막장이긴 한데, 첫사랑 막장이네.

게이같은 창진이는 안경잡이 모범생 상호를 짝사랑하며 게이라는 성 정체성을 깨닫는 첫사랑이고.

수찬이는 여신과 같은 지희를 바라보며 짝사랑하지만, 슬기와 첫사랑을 하고.

찬욱이와 상호는 지희를 두고 삼각관계의 짝사랑을 하는 거네.

이거 막장 급인데. 이러면 여자들이 좋아 할만한 드라마인데. 왜 2%대 시청률이지?”

“감독님은 8화부터 시청률이 오른다고 기대를 하더라고, 이런 막장 연애가 그때부터 얽히기 시작하거든.

그리고, 또 대본 보니깐 꺽다리 숙희는 게이 창진이를 좋아하게 되는 거 같기도 해.”

“이야, 아침 드라마 저리 가라 급으로 얽히는 거네. 슬기는 오히려 까진 것 같지만, 수찬이를 바라보는 지고지순한 역이고.

이 정도 막장 연애 극이면 스포트라이트 좀 받겠는데.”

“1화부터 7화까지는 순수한 고등학생들의 좋아하는 감정이라면, 8화부터는 그 순수한 좋아함이. 사랑으로 커지고, 그 사랑을 가지기 위해 치정극이 시작되거든.

오현석 감독님 말로는 뜨거운 사랑은 풋풋한 만남과 가벼운 인연이 여러 번 겹쳐서 만들어지기에, 그 뜨거운 사랑을 만들어 가기 위한 만남과 인연을 겹겹이 쌓아나가는 준비 작업이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고.

그래야 나중에 막장 치정물이 되더라도 겹겹이 쌓인 인연과 만남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그래서 7화까지는 그런 준비가 필요하데.”

“그런데, 지금 시청률이 2%대잖아 나중에 그런 치정극이 되어서 흥미를 끌더라도 너무 늦게 발동이 걸려서 반전을 입소문 내줄 계기같은게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러게, 감독님도 뭔가 생각이 있겠지. 학교 다 왔네. 둘은 먼저 올라가. 난 출석만 하고 바로 스케줄 가야 해서 다음에 보자!”

**

“사장 형님. 이건 뭐 홍보작업을 치려고 해도 이 드라마는 칠만한 건수가 없는데요. 이거 때문에 드라마를 봐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일단 드라마를 다운받아서 봐야겠네요. 이거 분명 일하는 거예요!”

“그래, 드라마 보고 캡쳐해서 올리면서 하이라이트 잘 편집해. 스압 주의해서 올리는 거 알지?”

“바이럴 홍보 원데이, 투데이 하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첫사랑 관련 글들이랑 짜깁기해서 이런 아련한 첫사랑이 들어 있는 드라마로 글 올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데, 형 동생 잘나가는 엔오원 멤버인데, 왜 이런 드라마에 출연한 거예요? 공중파도 꽂아줄 것 같은데.”

“나도 통화해보니깐, 그냥 꼽혔데.

다른 이유가 있는 눈치인 거 같은데, 이야길 안 해주네. 그리고, OST에 자기 노래 2곡 넣을 수 있는 것도 나름 메리트라고 하더라.”

“오~ OST! 그럼 그 OST 노래 나오면 작업치죠. 우리 회사는 음원 관련 마케팅 전문이니깐요.”

“그건 그런데, 갑자기 2%대 드라마가 OST 하나 나왔다고 팍 뜨는 게 좀 그렇잖아. 그러니 미리미리 밑밥을 좀 깔아두고 OST 음원 나오면 추가 작업을 치자.”

“오~역시 꼼꼼하십니다. 그렇게 합죠. 그런데, 이거 아무리 동생이라도 마케팅 비용은 다 받는 거 맞죠?”

“야, 우리 회사 사업자 등록증 안 봤냐? 윤기원 외 3명 되어 있잖아.

그 외 3명에 내 동생도 들어가 있어. 내 동생도 우리 회사에 돈 태웠어.”

“에잇, 그럼 이건 그냥 회사 일이네요. 성과금 보너스라도 주셔야 흥이 날것 같은디..”

“흥 핑계 대는 거 봐라. 짜식! 보너스는 내가 따로 챙겨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드라마 다 받았네. 빨리 보고 밑 작업 쳐!”

**

“엇? 감독님. 갑자기 5화 시청률이 3% 넘었다는데요.”

“야! 인마! 갑자기는 뭐야? 이제 8화가 다가오니깐 오른거지.

설마, 너 나 안 믿었냐? 햐, 촬영감독이라고 몇 년이나 같이가고 있는데, 너도 날 안 믿으면 어떻게 하자는 거냐? 엉?

8화부터 내가 시청률 오를 거라고 내가 했잖냐. 으응? 이 감독 좀 믿어주라.”

“아니, 그게 감독님 안 믿는다는 게 아니고요. 그게, 갑자기 2%대에서 3%가 되었다고 하니 신기해서 그러는 거죠. 하하하.

시청률 3%가 된 기분 좋은 날인데, 웃으셔야죠! 스마일~”

“햐 이놈 봐라, 3%로 웃으랴? 5%는 돼야 웃을 수 있지. 너부터 일단 정신개조 받자, 우리 드라마는 5%라고 늘 말하고 다녀 알았어?”

4년째 같이 일을 하는 촬영감독에서 장난 비슷하게 화를 내는 오현석 감독은 말로는 5%가 아니면 안 된다고 했지만, 어느새 입가에는 살짝 미소가 올라오고 있었다.

“감독님 다음 씬 준비 다 되었습니다.”

“그래, 다들 준비되었지? 레디 액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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