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88화 (88/237)

# 88

장르의 특성.

“민경씨를 봤을 때 그냥 부잣집 막내 같은 그런 이미지잖아요.

그래서, 배역도 정말 고르고 고른다고, 드라마에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배우로서 오디션에 열심히 도전하고, 수십 번 떨어지면서 오디션에 대한 아픔이 있는지를 몰랐네요.

그런데, 그런 걸 떠나서 우리가 궁금한 건 어떻게 엔오원의 윤소원에게 곡을 얻어낸 거냐는 거에요? 헤헤헤 우린 그게 궁금하다구욧.”

퍼니 투게더의 MC 유진석은 특유의 얄미운 말투로 김민경에게 질문을 하며 놀려 대었다. 게스트들도 어떻게 트로트 노래를 아이돌에게 받았는지가 제일 궁금한지 얼른 대답하라고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

“같은 계열사이기도 하지만, 제가 소원이랑 같은 선생님에게 연기를 배우고 있어서 친분이 정말 병아리 눈곱만큼 있었어요.

‘그때 그곳에서’ 드라마, 아 타 방송사 드라마 언급해도 되나요?”

“이미 하셨어요. 이런 홍보쟁이!”

“여윽시 눈치 갑이세요 호호. 그때 그곳에서 드라마 OST 녹음을 한다고 해서 구경을 갔는데, 녹음부스가 비어있는 동안 제가 들어가서 노래방처럼 노래를 불렀거든요. 소원이가 제가 노는 걸 보고는 바로 노래를 만들어 줬어요.”

“아니, 도대체 어떻게 노래를 부르고 했길래 그걸 보고 노래가 바로 나왔어요? 자 그럼 그때 불렀던 ‘바꿔!’ 노래 한번 주세요~”

강렬한 90년대의 테크노 댄스 전주가 나오기 시작하자, 세트로 만들어진 응접실로 모든 게스트들이 나와서 ‘바꿔’ 노래를 따라부르며 춤을 추고 난리였다.

[모두 제정신이 아니야 다들 미쳐가고만 있어...

너나 할 것 없이 세상 속의 속물들이야...우어어~ 바뀌..바뀌..]

“이야 역시 명곡이에요. 10년이 넘은 노래인데도, 막 몸을 가만히 있을 수가 없네요! 춤 유발 곡이었어.”

다들 열심히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춤을 추는데, 기존의 ‘바꿔’ 노래 전주가 살짝 달라지기 시작하더니, 옛날의 테크노가 아닌, EDM으로 자연스레 노래가 변경되었다.

[둠바 둠바 둠바~ 징징징 징징 지이잉 지이잉~]

노래가 바뀌면서, ‘바꿔’ 노래보다 BPM이 조금은 느려졌지만, 여전히 신나는 리듬이었기에 다들 몸을 흔들어 댔다. 그때 김민경이 앞으로 나오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지. 실망하지는 마~!

다가올 미래를 겁내지마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모르 미오~

아모르 미오~]

“와! 이게 뭐예요? 뭐지? 이게 설마 트로트에요?”

“헐 이 세상의 트로트가 아닌데요.”

“근데, 뭔가 신나요! 아모르미오~ 중독성 있는데요!”

퍼니 투게더의 MC 유진석은 정말 신이 나는지 한참이나 춤을 추며 분위기를 띄우며 춤판을 이어갔다.

**

“사장님! 네이버 검색어에 ‘아모르 미오’ 노래 제목 올라왔습니다. 오 계속 상승인데요.

실시간 검색에서 SNS 언급률도 좋습니다. 키워드는 중독 트로트, EDM, 수능 금지곡 이렇게 키워드에 다 걸리는데요. 우리가 따로 할 게 없는 것 같은데요. 역시 큰 기획사에서 데뷔시키면서 하는 홍보는 치밀하네요.

우리가 따로 할 건 없겠는데요.”

“그러게, 나름 홍보작업 잘 치네. 일단 관망모드로 보자. 장르 순위 1위 찍으면 우리가 힘 보탤 필요 없고, 1시간 넘게 트로트 장르 1위 못 찍으면 조금만 하트 찍어줘. 그래도 내 동생이 처음으로 프로듀싱한 가수인데, 트로트 차트는 1위 찍어줘야지.

일단, 관망하면서 커뮤니티에 언급될 수 있게 뻘글 홍보 글만 좀 올려줘 봐. 등락 보면서 추가로 찍어줘야 할지 판단하자.”

━야, 어떻게 된 거임? 가수 키우고 있다는 거 개구라라고 했잖아. 연애질 편하게 하기 위해 팀 만든 거라고 언냐들이 이야기했잖아!

┗그러게 진짜 가수 키우고 있었네. 그런데 트로트 가수라니. 아이돌이 트로트 가수 키우다니 핵 소름. 그런데 노래도 괜찮아서 핵 소름.

┗트로트 같지 않은 트로트인데, 한번 듣고 나도 계속 흥얼거린다.

┗ 이거 수능 금지곡 각. 중독 각~

┗근데 아모르 미오는 여자 이름 맞지? 어느 나라 배우야? 일본 배우 맞지?

┗헐, 야동 배우 이름이었음? 품번은?

┗SAM-572

┗오늘은 이거다! 강호의 도리가 싸라있네.

┗야이 미친!

**

“네, 본부장님. 그렇지 않아도 김일규 부장님 전화 받았습니다.

행사 끝나고 이제 막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네. 내일이나 모레 빨간 펀치쪽 스케줄 확인만 되면 바로 일정 잡아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네. 알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휴우. 소원이가 끝까지 예능으로 데뷔해야 한다고 3주나 딜레이했는데, 다들 그 방식 안 맞는다고 했는데, 소원이 말이 다 맞았네. 진짜 이제 김일규 부장은 소원이한테 뭐라고 말도 못하겠다.

아, 네 전화 받았습니다. 네네 사장님. 내일 빨간 펀치 스케줄 때문에 전화 드렸습니다. 네네. 그럼 모레 오전 시간에 제가 픽업하러 가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소원아! 워터멜론차트에 ‘아모르 미오’ 올라왔음! 87위로 차트 인!!”

숙소에서 돌아가며 씻고 나오니 대현 형이 핸드폰으로 차트에 노래가 진입했다고 보여줬다.

“역시 공중파 예능이 최고다. 퍼니 투게더가 예전보다 인기 없어졌다곤 하지만, 역시 공중파긴 공중파다. 노출되는 게 다르네.”

“오 트로트 장르에서는 3위야! 어 아니다, 방금까지 3위였는데, 지금 1위 찍었다. 이야! 트로트 장르 1위면 대단한 거 아니냐?”

“대단한 거지. 기존 1위 곡이 장진영의 ‘애정의 밧데리’야 1위부터 5위까지 전부 다 장진영 노래야, ‘따르릉’, ‘같이 산다는 건’ 등등 장진영이 1위부터 5위까지 1년 가까이 하고 있었어.”

“헐, 진짜네. 7위에 이윤정의 ‘초연’이고, 9위에도 이윤정의 ‘사랑하자’네. 10위안에 있는 10곡 중의 7곡이 장진영, 이윤정이네. 와 진짜 고인물 끝판왕이 트로트 장르네. 이러면 김민경의 ‘아모르 미오’도 장기집권하는거임? 이러면 소원이랑 대현이 돈방석 앉는 거야? 대박~!”

“설훈도, 태친아, 송대간, 같은 유명한 트로트 가수는 그럼 이제 앨범을 안내는 건가?”

“그건 내가 말해주마. 그분들도 음반은 내는데, 듣는 타겟이 다른 거지. 네이버 차트나 워터멜론 차트에서 유료결제해서 트로트 들으시는 어르신들이 없다는 소리야. 일단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음악을 결제해서 듣는 세대가 아닌 거야.”

“아! 형 그러고 보니 효도 MP3라고 해서 트로트 600곡 1,000곡 넣어서 5만 원에 파는걸 본 거 같아요. 어르신들이 컴퓨터나 핸드폰을 쓰기도 어렵고 금전적인 문제도 있으니 실시간 유료 차트 자체에 그 세대 사람들이 없는 거구나.”

“그렇지 거기에, 트로트 차트에 장진영, 이윤정만 있는 이유가 젊은 2~30대도 대 놓고 들어도 안 부끄럽고, 당당히 들을 수 있는 트로트 노래니깐 차트에 있는 거야.”

“기봉이 형 그게 무슨 말이에요? 노래 듣는 게 왜 부끄러워요?”

“민호 네가 트로트를 안 들으니깐 그렇게 이야기 하는 거야. 만약에 핸드폰에 노래를 넣어서 이어폰으로 듣는데, 그 노래가 태친아의 ‘거울도 안 보는 미녀야’ 그 노래를 애인이나 친구와 같이 이어폰 나눠서 들을 수 있겠어?

나이가 좀 있는 30~40대라도 회사 사무실이나 집에서 스피커로 노래 들을 때, 그런 전통트로트 음악을 들을 수 있겠어? 집에서는 애들이 안 좋아할 거다.”

“음. 그러고 보니 전통트로트를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노티나는 틀딱이라고 회사 사람들에게 이야기 들을까 봐 못 들을 것 같네요. 30대 중에서 그런 전통트로트 노래가 좋더라도 대 놓고 듣기는 힘들 것 같아요. 나이든 취급은 받기 싫으니깐. 형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래, 그래서 젊은 3~40대가 온라인으로 음악을 듣더라도 주위 눈치를 보다 보니 전통트로트 보다는 이런 퓨전 트로트를 듣는 거지.

자연스레 들어도 크게 눈치 보지 않을 수 있는 장진영이나 이윤정의 트로만 듣는 거야. 트로트 차트 10위에 왜 7곡이나 그 둘의 노래가 들어 있는지 알겠지?”

“와! 그럼 소원이는 이런 거까지 다 계산해서 저 노래를 만든 거야? 대박!”

“그래서, 우리 MSM에서는 소원이를 높게 평가하는 거야. 단순히 노래를 즉흥적으로 잘 만드는 재능이 아니라, 장르의 특성과 마케팅 포인트, 전체적인 시장 상황까지 꿰뚫고 노래를 만들었고, 데뷔방법도 기존 트로트와는 다른 방법으로 정해서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거야.

나도 방금 트로트제작자분에게 이런 설명을 듣고서야 소원이가 대단하다는 걸 깨달았다.”

기봉이 형의 말에 형들이 우와~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냥 EDM과 트로트가 접목된 노래가 나중에 뜨는 걸 알고, 그 뜨게 되었던 리듬과 흥행 성공의 루트를 그냥 따라 했을 뿐인데,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트로트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저런 이론을 만들어 내곤 알아서 내 얼굴에 금칠을 해주었다.

“훗. 민호형 이 정도 계산은 수학도 아니라 산수에요 산수. 이제 저를 리스펙트할 마음이 드십니까?”

“형으로 모실까? 그럼, 나도 노래 하나 만들어 주냐!”

“형은 군대 가니깐 형을 위해 군가 하나 만들어서 국방부에 기부할게요.”

“이 자식! 넌 군대 안 갈 것 같지? 안 되겠다 밤이 늦었지만, 스트레칭 한번 하고 자자!”

“아악~! 형 살려주세요!!”

**

“트로트 장르 1위인데, 통합 장르에서는 85위 위로 올라가지를 않는군.

트로트를 듣는 사람들 자체가 작다 보니 이 순위가 한계인 것 같군.”

“네. 그래도 제작자들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처음 트로트를 만들었는데, 바로 이렇게 반응이 크게 올지 몰랐다고 합니다.”

“전문가라고 해서 비싸게 데리고 왔는데, 돈값도 못하고 있잖아.

그 사람들 말 듣고 그냥 트로트 기본 방식으로 데뷔했으면 지금처럼 반응이 안 왔었을 수도 있어.”

“그래도 그 사람들 영향력이 있다 보니, 이런 기사들 내기에는 좋습니다.

‘트로트 여신 장진영의 뒤를 잊는 트로트 EDM 여전사 김민경 등장!’ 그분들 영향력으로 언론에선 이윤정->장진영->김민경으로 이어지는 트로트 여가수의 계보와 삼각 트라앵글이 만들어졌다고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허 참. 이제 한 곡 히트한 건데, 설레발은 이미 국가대표급이네.”

“장진영이 벌써 데뷔 10년 차입니다. 그 이후 히트곡이 있는 젊은 트로트 여가수가 없었으니깐요. 트로트를 좋아하는 세대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일 겁니다. 거기에 EDM을 좋아하는 젊은층에도 먹히고 있으니 우리 PLUS의 차세대 에이스로 잘 키우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PLUS에 신인, 연습생들 스케줄 다 조정해서 소원이 스케줄에 맞춰. 소원이 쉴 때 일일이 애들 노래 부르는 거 심사 보게 해.”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

“김일규 부장님. 이건 아닌 거 같아요. 계약서에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명시가 되어있지 않던데요.

저는 아티스트로서 MSM과 계약을 했지. 프로듀서나 직원으로 계약이 된 게 아니지 않습니까? 레드 넘버를 4명이서 만들 때 우리 계약서를 변호사님께 들고 가서 이런 부분도 한번 확인받았습니다.”

늘 싱글싱글하는 내가 정색을 하며, 계약서에 이런 부분이 없으니 신인들 노래 심사를 못 하겠다고 하자 김일규 부장은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아니, 소원아 그냥 스케줄 없는 시간에 그냥 노래 부르는 거 들어주고 하면 되는 거잖냐. 회사 사정도 좀 봐주라.”

“김 부장님 저도 쉬어야죠. 이렇게 연습생들이나 신인들의 노래를 봐주는 건 유노동 무임금이지 않습니까? 저 어제도 3시간 밖에 못 잤어요. 저 바쁜 거 아시잖아요.

일단, 빨간 펀치 누나들이 오면 전상일 본부장님과 만나기로 했으니깐 일단 본부장님과 만나서 일 관련으로 결정이 나면 그때 다시 이야기해요.”

내가 지금 이야기하지 말자고 이야길 하니 김일규 부장은 어린놈에게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는지 얼굴이 시뻘게지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소원아, 괜찮겠어? 아무리 계열사 부장이라고 해도 너한테 개인감정 생기면 너 문제 될 수도 있지 않겠냐?”

“대현 형 그런데, 전상일 본부장님 만나서 이야기 하기 전에는 뭘 이야기해서 확답을 주는 거 자체가 안될 거에요.

어쩔 수가 없어요. 오늘 본부장과 이야기해 보고 결정 나면 그 이후에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야죠. 그리고, 김 부장님은 민경이누나 데뷔 방법 문제로 해서 저에게 빚도 있으니 아마도 괜찮을 거예요.”

“그런데 전상일 본부장은 우리 4명을 왜 다 만나자고 하는 거냐?”

“아마도 프로듀서 계약을 하자고 할 거예요. 일단 오늘은 튕겨야 해요.”

“왜? MSM과 계약을 하게 되면 우리 노래를 아이돌이 불러준다고, 그러면 최소 중박이상이잖아. 설마, 다른 회사에서 오퍼 온 게 있는 거야?”

“다른 곳에서 온 오퍼는 없어요. 아마도 MSM과 계약을 하긴 할 거예요. 그런데, 계약하더라도 지금이 아니라, 우리 몸값을 좀 더 올린 다음에 해야 해요.

MSM에서는 입도선매(立稻先賣)해서 우릴 일찍 잡으려고 하겠지만, 일단 히트곡이 하나 더 있어야 해요.”

“아, 내일 ‘그때 그곳에서’ 드라마 OST로 우리 노래 나오기 시작할 거지? 그거 기대하는 거야?”

“기대는 하는데...안타깝게도 4회까지 시청률이 2.5%에요. 애국가 시청률이라 기대는 안 하려고요. 마음을 비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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