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86화 (86/237)

# 86

나의 그때 그곳에서.

“자 오늘은 이미지 변신에 대해서 좀 더 들어가 보는데, 평소에도 이미지 변신을 위한 말하기 훈련을 계속해야 해.

일단 소원이는 발성, 강약, 호흡법이 너무 좋기에 입 모양을 바꾸는 것만 연습해도 충분해. 예전에는 입 모양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이젠 캡쳐도 있다 보니 발음에 따른 입 모양의 예쁜 모습에도 신경을 쓰는 추세야.

그러니 입 모양에 신경 쓰면서 이야기를 해보자.

같은 말이라도 친구끼리 웃으면서 하는 '죽을래?' 와 진짜 살인자가 칼을 들고 무서운 표정으로 '죽을래?' 하는 말은 표정부터 달라야 하는 게 맞는 거잖아. 이런 말 한마디에서 연기의 질이 드러나는 거야.

자 그럼 친구와 지하철에서 웃으며 이야길 하다 '죽을래?' 하는 대사부터 해보고,

그다음으로는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지하실에서 네가 죽여야 할 피해자를 보면서 '죽을래?'를 하는 대사를 해보자. 민경 씨랑 소원이 마주 보고. 먼저 친구처럼 웃으면서. 그다음에는 서로 멱살 잡고 죽을래! 해보자. 대사는 좀 바꾸어도 상관은 없어.”

“누나! 계속 귀찮게 굴면 죽는다. 진짜!”

“이게 진짜 감정 넣어서 연기하네. 너도 까불면 죽는다. 뒤지는거야.”

김민경은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연기를 하며 눈을 부라리는데, 진짜 미친년 같아 보였다. 이런 연기는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서로 화가 난 감정이 있네. 민경이 감정 좋아! 이 감정을 잊지 말고, 서로 손을 마주 잡고 드잡이질을 하듯이 밀고 당기면서 크게 외치면서 해봐! 감정을 터트려!!”

“너 뒤진다! 진짜! 아오~이걸 그냥! 콱! 마~!”

**

“컷! 다시 한 번 갑시다. 술잔에 다들 다시 물체우세요.

실제 술 먹고 얼굴 붉게 돼야 하는 조연들은 진짜 술 마셔도 됩니다. 소원이는 미성년이라 절대 안 돼.

자 다시 갑니다. 테이크 3! 액션!”

“수찬아, 너 정말 괜찮냐?”

“그럼 괜찮지 인마. 10년 전에 헤어진 슬기 때문에 눈물이라도 흘리랴? 그냥 술이나 마셔. 그런데, 첫사랑에게 청첩장을 주는 여자의 마음은 뭐냐?”

“그건 나도 내가 여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는데.”

“너 인마. 넌 게..아니다. 미안하다. 그거랑 여자는 또 다른 건데 미안하다. 저기 네 남자 애인 오네. 먼저 가라. 난 한잔 더 마시고 갈게.”

“그래, 이번 주 일요일에 애들 다 같이 모여서 결혼식 가기로 했으니깐 토요일까진 참석 여부 나에게 문자 보내라.

아마 애들은 너 안 온다고 해도 다 이해할 거다. 슬기가 우리랑 좀 다른 거니깐 너무 생각 많이 하지 말고. 술도 적당히 먹어라. 간다.”

“캬. 시바 오늘따라 소주는 더 다네. 휴..시파. 이모님! 여기 소주 한 병 더 주세요.”

“컷! 좋아. 다음 씬으로 넘어갑니다.

소원이는 술 먹는 연기가 너무 리얼한거 아냐? 포장마차 의자에 앉는 것도 그렇고, 너무 자연스럽게 자세가 나오는데, 이것도 따로 연기 연습한 거야?”

“하하하. 그냥 주위에서 먹는 걸 많이 관찰한 거죠. 뭐. 하하.”

말은 이렇게 했지만, 전생에서는 모델 숙소생활을 하며 술을 정말 진탕 마셔댔었다.

술을 먹고 했던 게 이렇게 연기에 도움이 될지 몰랐다.

“소원이는 이제 내일부터는 쌍문동 촬영지와 스튜디오 촬영지로 가면 될 거다. 1, 2화 회상 파트에 필요한 부분은 다 찍었어. 내일 오전 스튜디오 촬영 후에 머리 커트하면 될 거야. 수고했다.”

“네, 수고하십시오. 스태프분들도 수고하셨습니다.”

**

“촬영이 일찍 끝나서 12시 라디오 스케줄까진 시간 비는데, 어떻게 할래?”

“그럼, 쌍문동 촬영지로 가죠. 거긴 지금도 찍고 있죠?”

“그럼, 그 골목길에서 찍는 분량이 이 드라마 전체 분량의 60~70%는 될걸.”

“그럼, 팬클럽에서 보낸다는 밥차도 쌍문동 촬영장으로 보내달라고 해야겠네요.”

“오케이. 야외 촬영은 다 했으니 그쪽으로 보내달라고 연락해보마.”

**

“시간이 10시가 넘었는데도 구경하시는 분들이 많네요.”

“오 소원이 왔어? 그러고 보니 내일부터는 너도 여기 오지?”

“네. 그래서 한번 와 봤어요. 동네주민들이 지금도 사시는 집을 빌려서 찍다 보니 확실히 구경하시는 분들이 많네요.”

남자 여자 주연인 김지섭과 윤차희는 교복에 머리스타일, 메이크업을 어리게 해두니 진짜 고등학생 같아 보였다. 튀지않는 외모였기에 어쩌면 가능한 변신인지도 몰랐다.

서로 손만 잡고 골목길을 거닐며 하늘을 보며 서로 뽀뽀를 하기 위해 눈치만 보는 그런 씬이었는데, 주위의 구경꾼들로 집중이 잘 안될 텐데도 둘 다 제대로 몰입을 해서 연기하는 것 같았다.

“엇! 엔오원 윤소원이다!”

“어디 어디? 나도 볼래!” “진짜다! 진짜 윤소원이 나타났다.”

드라마 촬영하는 모습을 보려고 모여 있던 애들이 나를 알아보곤 소리를 지르고 뛰어왔다.

“헐, 너 여기 있으면 안 되겠다. 오히려 촬영에 방해되네. 이만 들어가야겠다.”

연기하는 모습을 더 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대충 눈인사를 하고 돌아서 나가는데, 나를 보기 위해 뛰어온 초등학생 애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

단발머리에 눈이 동그란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눈이 때지지 않았다.

“야 빨리 차로 가자!”

주위의 혼란 때문에 기봉이 형이 나를 끌다시피 차에 태우고 출발을 하는데, 한참이나 머리가 멍했다.

‘눈 밑에 점과 얼굴 이목구비에 남아 있는 모습. 분명 지현이였어. 어린 지현이.’

초등학교 5, 6학년으로 보이던 여자아이의 얼굴에서 과거의 내 기억의 파편을 발견해버렸다.

술과 약물에 취해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만나게 된 전생의 연인 ‘이지현’이 분명 맞는 거 같았다.

순식간에 전생에 같이 보내었던 2년의 시간이 떠오르고, 그 추억이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어려진 지현이는 그저 신기한 연예인을 보는 듯이 나를 봤지만, 나는 내 마음에 기억하고 있는 아련한 추억 속의 이지현으로 인해 가슴이 먹먹했다.

“소원아. 이런 유명세는 감내해야지. 네가 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이젠 팬들 눈치를 보면서 해야 하는 거야.

이렇게 쫓기듯이 갈 수밖에 없는 연예인의 삶에 순응해야지. 어쩌겠냐?”

내가 과거의 추억에 아파하는 걸 저렇게 착각해 이야기하는 기봉이 형 덕분에 기억에 묻혀 우울해지지 않고 현실로 돌아 올 수 있었다.

‘그래, 지현이는 어릴 때 쌍문동에 살았구나. 아까 그 골목길이 어쩌면 나에겐 그때 그곳일 수도 있겠구나.’

미래의 나에겐 지현이와의 추억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의 나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초등학생인 지현이를 만나서 그때 고마웠다고 말하며 감사를 표할 수도 없는 게 지금이었다.

그렇게 그때 그곳에서 미래의 내가 만날 인연을 만났다는 것 그게 전부였고 끝이었다.

**

[그게 인생이야. 문을 박차고 집을 나서봐.

네 사랑을 찾아봐.

다가올 미래를 겁내지 마.

아모르 미오~

아모르 미오~

아모르 미오~~]

MSM PLUS의 부장실에서 김민경이 열심히 MR에 맞추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안무와 미래에 유행하게 될 망치 춤까지 해서 짜준 안무를 다시 김민경이 자기 입맛에 맞게 살짝 바꾸어서 여성미를 더하니, 음악적인 것과 비주얼 적인 면에서 확실히 기존의 트로트와는 달랐다.

PLUS의 김일규 부장은 물론이고, PLUS 소속의 30년 차 트로트 가수인 주한미, 그리고, 주한미의 추천으로 같이 온 2명의 트로트 음반제작자까지 넋을 잃고 볼 수밖에 없었다.

“어때요. 부장님?”

노래를 마치고 숨을 고르면서 김민경은 4명에게 어서 빨리 소감을 이야기해달라고 눈으로 닦달했다.

“노래 부르면서 마이크 배꼽까지 내리는 저런 건 어디서 배운 거야. 하하”

“성량이 좋은데요. 왜 이때까지 트로트 안 했어요? 끝내주는데. 왜 이런 이쁜 보석을 MSM에서 놔두고 있었던 거에요?”

“가수도 가수지만, 이 노래가 물건인데요. 이 노래 나오면, 이 박사급의 후폭풍이 불 겁니다. EDM과 트로트의 접목인데, 배우 출신 가수가 부른다면 사운드적으로나, 비주얼 적으로 독보적일 것 같은데요.

애정의 밧데리 임진영의 뒤를 이을 신세대 트로트여신이겠는데요.”

“임진영이 85년생이고, 민경이가 95년생이니 10살 차이라서 라이벌로 붙기보단 확실히 뒤를 이을 차세대 트로트여신으로 홍보하면 되겠네요.”

“그래? 그 정도야?”

김일규 부장은 배우 매니저로 이 자리까지 올라왔기에 노래를 듣곤, 긴가민가했지만, 30년 차 트로트 가수인 주한미는 물론이고 트로트 음반제작자들도 다 좋다고 센세이션 하다고 이야길 하자 뭔가 감이 왔다.

“철호야! 민경이 가수 프로필부터 찍어와! 우리 PLUS도 가수 한번 만들어 보자.”

**

“전상일 본부장. 오늘 긴급회의로 MSM의 이사진과 회장님까지 급하게 모이게 한 이유가 뭡니까? 그것도 음반제작 관련 쪽 사람들만 모인 것 같은데.”

“네 허 이사님 모신 이유는 바로 이겁니다. 영상부터 보시지요.”

“음? 배우 김민경인 거 같은데, 트로트? 노래가 특이한데.”

“네 맞습니다. 현재 PLUS에서 배우에서 트로트 가수로 전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뭐, 2년 넘게 제대로 된 배역을 못 따낸다면 전향도 고려해 볼 만하지. 그런데, 이거 때문에 우릴 다 부른 거요?”

“물론, 김민경의 트로트 전향도 맞지만,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김민경은 우리 MSM 소속으로 2년 있었고, PLUS를 인수한 이후 배우는 PLUS 소속으로 다 전속시켰기에 PLUS에서 4년을 보낸 MSM의 식구입니다.

영상에서 보다시피 트로트 가수로 나쁘지 않은 목소리 톤과 성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 이런 재능을 이제야 알아보았는지 아쉬울 따름입니다.”

“지금이라도 이런 끼를 알아봤으면 된 거지.”

“네, 오늘 이사님들을 다 모이게 한 이유가 그겁니다.

6년이나 함께한 한 식구가 가진 끼를 아무도 몰라봤다는 겁니다.

김민경의 끼와 트로트 전향의 가능성을 보고, 거기에 맞는 노래를 만들고 가수로 전향시키는 일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누구지? PLUS의 김일규 부장이야?”

“김일규 부장은 4년 동안 PLUS의 필드 내 관리를 잘 맡아 오고 있는 건 사실이고, 나름 괜찮은 실력자입니다.

하지만, 그는 배우 매니저로 일했기에 이런 부분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웃기게도 우리 MSM에 들어온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햇병아리가 김민경의 끼와 가능성을 알아봤다는 겁니다.”

“6개월? 누구지? 그런 제작자가 새로 들어왔나?”

“제작자가 아닙니다. 바로 아이돌로 계약한 고등학생인 윤소원이 알아보고 이 노래를 만든 겁니다.”

“응? 고등학생? 그 엔오원의 그 애 맞지? 지금 무슨 드라마 캐스팅되었다고 보고서는 본 거 같은데.”

“보컬스쿨에서 노래 잘한다고 칭찬은 많이 받는 거로 알고 있었는데, 이런 프로듀서의 재능도 있었어?”

“고등학생이 이 정도면 대단한데. 그런데, 그 애 MSM에 들어올 때 다른 회사에서 뭘 배우고 한 게 없다고 해서 아이돌 계약으로 들어온 거 아니었어?”

“네, 맞습니다. 그 윤소원입니다.

우리의 문제가 이겁니다. 지금 눈부시게 빛을 내는 윤소원이라는 보석을 우리가 영입하고서도 보컬스쿨이나 연기스쿨 심지어 매니저들도 이 눈부시게 빛나는 빛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이니 김민경이 가진 숨은 끼도 제대로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것이고요.

그런 끼를 딱 노래 3곡 듣고는 바로 트로트 가수로의 재능을 보고 그 자리에서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재능. 흔하지 않습니다. 아니, 우리 MSM을 일으켜 세운 윤영진 이사님도 가지지 못한 재능입니다.

그런 재능을 우리는 눈뜬 봉사처럼 알아보지도 못한 겁니다. 지금까지 MSM에서 금과옥조로 여겨온 연기스쿨, 보컬스쿨, 댄스스쿨의 선생님들도 알아보지 못했다면 문제가 있는 겁니다.

지금 MSM의 실적이나 아이돌, 배우의 활동을 도표화 한 겁니다.

4년 전 피크를 찍은 이후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단순히 침체기라고 보기엔 문제가 있습니다.

소녀연대의 해체 후 걸그룹은 물론 새로 데뷔한 남자 아이돌 팀마저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MSM이 변해야 삽니다. 그 변화에 대해서 허락을 맡고자 오늘 긴급회의에 이사님들과 대표님을 모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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