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85화 (85/237)

# 85

신개념 장르.

“아니 네가 못 올 곳을 온 거야? 나도 MSM 소속이거든. 자회사지만.”

뒤에 자회사 지만을 작게 이야기하며 들어오는 사람은 배우 김민경이었다.

“기봉이 형 차 타고 오는데, 차를 알아보시고 세우시더라고. 녹음하러 MSM에 간다고 하니깐 잘되었다고 해서 같이 왔어.”

"엔오원 성대현을 보고 차에 탄 거 아니다. 오해하지 마.

너무 우울해서 스트레스 풀려고 노래방 가는 길에 기봉 매니저 차가 보여서 불러세워서 그냥 탄 거야.

그런데 차에 타 있던 대현이가 본사 스튜디오에 녹음 간다고 해서 따라온 거고.

여배우 혼자서 스트레스 풀려고 혼자 노래방 가는 게 좀 그랬는데, 스튜디오 마이크 자리는 비워두는 시간이 더 많다고 해서 노래나 좀 부르려고.

지금 녹음부스에 아무도 없는데, 내가 노래 좀 불러도 되겠지?"

무작정 녹음실로 들어가는 김민경의 안하무인에 짜증이 났지만, 녹음 전 준비하는 동안에는 녹음부스가 비어있는 게 사실이긴 했다. 녹음기사님은 원하는 노래를 적어두면 노래방처럼 틀어주겠다고 했다.

뒤따라온 기봉 형은 문앞에 서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양손을 모아 빌었다.

“미안, 미안. 어제 철호 형에게 이야길 들었는데, 며칠 전 본부장님이 직접 배우 프로필 들고 오현석 감독 찾아갔는데, 또 까였다고 하더라고.

대 놓고 실력 없다고 MSM 배우는 안 쓴다고 했다더라. 그 이야기했던 게 민경이 귀에도 들어가서 너무 우울하다고 해서.

왠지 그냥 혼자 노래방 보내면 사고 칠 것 같고 해서 내가 데리고 왔어. 좀 봐주라. 그래도 한지붕 아래, 한 가족인데.”

이야길 듣고 보니 녹음부스 안에서 잔인한 여자라고 고래고래 악을 쓰며 노래 부르는 김민경이 안 되어 보이긴 했다.

연기를 하는 배우로 몇 년을 했는데, 본인이 직접해도 안되고, 회사에서도 나서 주었음에도 결과가 안 좋으니 배우라는 자신의 직업에 회의감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안쓰러웠다.

더구나, 내 연기 상대역을 해주며 나름 정도 들고, 신세를 진 게 있다 보니 녹음부스에서 땡깡을 부려도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트로트도 한 곡 가즈아~ ‘애정의 배터리’ 틀어주세요. 기사님 부탁해용~”

스튜디오 엔지니어 기사님이 급하게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서 애정의 배터리 MR을 받아 노랠 틀어주는 게 보였다.

“음? 이 누나 노래 의외로 잘하는데. MSM에서 보컬 연습이라도 받은 건가?

일단은 톤이 좋은데. 원곡 부른 임진영처럼 톡 쏘는 건 아닌데, 밝은 톤의 목소리가 좋은데. 의외다.”

대현 형의 이야길 듣고 보니, 진짜 연기할 때와는 다른 밝은 톤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꽤 듣기가 좋았다.

“기사님 혹시 이거 지금 녹음될까요? 한번 다시 들어보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자동 녹음이 되고 있어서, 첫 노래부터 일단 다 쌓아두고 있습니다. 제가 듣기에도 목소리에 잡음이 없고, 괜찮은 목소리인데요.”

녹음실에서 잔뼈가 굵은 기사님도 민경 누나의 목소리 톤이 좋다고 하니 꽤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거였다. 이런 목소리는 하늘의 선물이었다.

“기사님! 이번엔 ‘바꿔’ 틀어주세요. 이정희 알죠? 테크노여전사!”

밖에서 우리가 무슨 이야길 하는지도 모른 체, 이번엔 빠른 템포의 테크노노래를 혼자서 안무까지 하면서 불러 젖혔다.

녹음부스 밖에서 10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헤드셋을 끼고 핸드폰으로 가사를 보면서 아무렇지 않게 쇼를 하며 노래를 부르는 걸 보니 천상 연예인이긴 했다.

“흥이 있네. 이 언니 흥이 있어. 트로트 하면 잘할 것 같은데.”

빨간 펀치 원희 누나의 이야길 듣고 보니 뭔가 머릿속에 떠오를 것 같은 게 간질간질했다.

“내가 매니저 하면서 행사장에서 트로트 가수들을 많이 봤잖아.

아마도, 애정의 배터리보다 좀 더 빠른 트로트 곡이 있으면 행사장 다 휘어 잡을 수도 있겠는데. 아, 그 노래보다 빠르면, 트로트가 아닌가?”

기봉이 형의 말에 내 머릿속을 간지럽히며 떠돌던 기억이 시원하게 떠올랐다.

핸드폰으로 검색하니 그 노래는 분명히 있었다. 음반은 나왔지만, 노래가 아직 히트 전이었다.

책상과 의자를 꿰차고 앉아서 또 열심히 가사와 악보를 그리고, 컴퓨터로는 마디까지 체크하며 작곡을 했다. 내가 잘 모르는 전자음악에는 스튜디오 녹음기사님의 도움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다른 사람들은 물론, 녹음부스에서 바꿔를 힘차게 부르던, 김민경도 밖으로 나왔다.

“노래 제목이...아모르 미오(Amor mio)? 이건 뭐야? 스페인어로 ‘내 사랑’인가 하는 말 아니야?”

“맞아요. 제가 한번 불러 볼게요. 자 한번 들어보세요.”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지. 실망하지는 마.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지 마, 힘들고 아픈 날이 있겠지만,

자신에게 실망은 하지 마. 모든 게 잘될 수는 없는 거야.

그게 인생이야. 문을 박차고 집을 나서봐.

네 사랑을 찾아봐.

다가올 미래를 겁내지 마.

아모르 미오~

아모르 미오~

세상일이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 사랑도 이미 가버렸지만,

그 추억으로 다시 한 번 사랑을 하는 거야.

마음이 가는 대로 하면 돼.

네 사랑을 찾아봐.

다가올 미래를 겁내지 마.

아모르 미오~

아모르 미오~]

“뭐야? 트로트야? 소원이는 이런 거도 할 수 있는 거야?”

“그런데, 아모르 미오가 너무 생뚱맞은데, 갑자기 스페인어라니.

창법은 트로트 같은데, 전개 방식이 트로트의 작사 방법이 아닌데.”

“네. 색다른 트로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제 가져다 붙인 반주까지 다 되었네요. 반주에 맞추어서 불러볼게요.”

녹음기사님이 전체를 끼워 만든 반주를 PLAY하자. 전자음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둠바 둠바 둠바~ 징징징 징징 지이잉 지이잉~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지. 실망하지는 마.]

둠바거리던 첫 전주에서 마치 테크노 음악 같은 전자음이 뽕 빨 날리며 징징거리며 나오자 다들 당황을 했다. 거기에 맞춰서 내가 노래를 부르며 어슬렁거리듯이 8자 걸음을 걸으며 다이아몬드 스텝을 밟았다.

[다가올 미래를 겁내지마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모르 미오~

뽕빨빠 뽕빨빠라랑~] 거기다 노래 중간엔 클럽 EDM처럼 아아아아 거리다 전자음에 맞추어 내가 망치 춤을 추자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야 이거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뽕빨빠~ 하는 이 부분 후크 중독성 장난 아닌데. 병맛 EDM인 거야?”

“이 박사의 ‘테크노 뽕’ 장르인가? 트로트라고 하기엔 너무 화끈한 데.”

“대현 형 노래 들어보니 어때요?”

“너무 실험적인 느낌이 강한데, 트로트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겠는데. 특이하고, 중독성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트로트와 EDM의 접목이라는 의미는 있겠는데. 그런데, 문제는 네가 이 노래를 직접 부를 거야?”

“난 이 노래 완전 좋아! 노래에 흥이 있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아! 진짜, 이 노래를 소원이가 방금 다 만든 거야? 이야, 진짜 소원이 다시 봤다. 대단한데!”

“노래는 제가 만들었는데, 음높이와 흥을 끌어 올리는 그런 부분이 있어야 하기에, 흥이 있는 민경이 누나가 불러줬으면 해요. 다행히 누나는 완전히 마음에 들어 해서 좋네요.”

“내가? 이 노래를? 난 가수도 아닌데. 근데, 진짜 이 노래 나 주는고야?”

“네, 이 노래를 누나가 노래 부르고 춤추는 걸 보고 만든 거예요.

개그맨이 음반 내는 개가수도 있잖아요. 배우도 음반 내고 노래 부르면 되는 거죠. 이참에 배우 가수, 배가수 합시다.

아까 누나가 녹음부스에서 날뛰는 흥과 끼라면 이 노래를 소화할 수 있을 거예요. 자 다시 한 번 불러드릴 테니까 잘 보세요. 아니 아예 영상을 찍으세요.”

다시 한 번 다들 보는 앞에서 아모르 미오를 부르고 춤을 췄다.

민경 누나가 핸드폰으로 촬영했으니, 더는 이렇게 노래 부르고 춤은 안 춰도 될 것 같았다.

“아직 녹음도 제대로 못 했는데, 오늘 제작 발표회 스케줄때무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일단, 대현 형이랑 빨간 펀치 누나들이 곡 좀 마무리해주시고, 이거까지 녹음도 좀 해주세요. 다 되면 메일로 좀 보내주시고요. 부탁해요!”

‘아모르 미오’를 만들면서 2013년 발매된 김현자 선생님의 아모르 파티의 리듬과는 다르게 한다고, 일일이 코드를 비교해가며 만들었더니, 시간을 너무 써버려서 어쩔 수가 없었다.

김현자 선생님의 역주행 신화는 앞으로 5~6개월 후 MBS의 무모한 도전에 나오면서 대박이 터지고, 역주행을 시작했는데.

아직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EDM 트로트’란 신개념 장르에 우리회사의 기획력이 더해지면 대중들은 열광할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나머지 녹음을 형과 누나들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

“그럼, 부산에서 올라온 ‘수찬’역을 맡은 윤소원군에게 질문하겠습니다.

이번 OST에 ‘레드넘버’ 라는 프로젝트팀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살짝 드라마와는 연관성이 좀 떨어지지만, 레드넘버에 대해서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네, 기자님. 드라마의 OST에 참여하는 것이니 드라마 관련 질문 맞습니다.”

“흠. 그럼, 레드넘버 관련 질문을 하겠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서 떠도는 이야기로는 엔오원의 성대현과 빨간 펀치의 이채연이 사귄다는 소문이 도는데, 이걸 확인해 줄 수 있을까요?

또, 레드넘버는 프로젝트팀인데, 혹시 언제 끝이 날 예정인지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일단 대현 형과 채연 누나가 사귄다는 건 정말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는 뜬소문입니다. 곡을 만들고 하다 보면 4명이 자주 만나기는 하지만, 따로 밥을 먹어 본 적도 없습니다.

그리고, 레드넘버 팀이 프로젝트팀이긴 하나, 끝이 나는 기간에 대한 것은 없습니다.

아마도, 만든 곡이 안 팔리고, 서로가 음악적으로 자극이 되는 게 없다면 자연스레 없어질 겁니다.”

“그럼 지금 작업하고 있는 OST 이후의 작업은 어떤 것이 예정되어 있나요?”

“아직 완전 확정은 아니지만, 가수를 키워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네? 레드넘버가 프로듀싱까지 한다는 말인가요? 그러면 별도의 회사를 차리는 건가요? 지금 소속사와는 어떻게 되는가요?”

“그런 디테일한 부분은 미정이지만, 현재 데뷔를 목적으로 한 가수를 준비시키고 있습니다. 기대해 주십시오.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데뷔를 목적으로 한 가수를 키우고 있다는 소리에 여러 기자들이 더 질문했지만, 이 이상은 드라마와 관련이 없는 질문이라고 아예 그 질문을 받지를 않았다.

[단독] ‘레드넘버’ 키우는 신인가수 있어. 혹사 논란 있던 빨간 펀치 새 둥지 찾나?

[단독] 깜짝 놀랄 신인을 데뷔시키겠다. 고등학생 프로듀서 탄생?

┗꼴값하네. 딴따라 경력 6개월 만에 누가 누굴 데뷔시켜. 놀고 앉았네.

┗인정. 신인이 신인을 만들고 있다라. 웃기는 소리지.

┗열애설 묻으려고 소원이가 어그로 끈거 같음.

┗나도 이거. 소원이가 커버치면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끄는 것 같음.

┗소원아 우리 안 속아! 진짜 준비하고 있었다면 기자 많은데 왜 공개를 안 했겠어?

┗홍보빨 있는 곳에서 정보공개 안 하는 거로 봐서는 100% 뻥카!

┗열애설에 연기 솔솔 난다~

“아니, 신인가수로 민경 누나를 키우기로 했으니깐 공개를 할 수가 없는 거지. 어떻게 이렇게 이야기가 흐르는 거야? 내가 직접 봐도 이렇게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게 신기하다.”

제작 발표회가 끝이 나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데, 인터넷 댓글을 보니 속이 갑갑했다. 아닌 걸 아니라고, 맞는걸 맞다고 해도 의도와 다르게 전달이 되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

“이게, 진짜 우리 민경이가 부른 거야? 이거 단순한 노래방 반주가 아닌데. 이걸 어떻게 녹음한 거야?”

“철호 형, 나도 진짜 깜짝 놀랐다니깐, 배우 김민경에게 이런 가수의 끼와 흥이 있었을지는 진짜 상상도 못 했어.

그걸 우리 소원이가 노래 딱 3곡 듣고는 바로 캐치해낸거야.

민경이의 끼를 캐치하자마자 막! 그냥 막~ 노래를 앉은 자리에서 바로 써 젖히는데, 우와~ 진짜 모차르트가 현생에 태어난 줄 알았다니깐.

그냥 막 일필휘지야. 일필휘지. 그냥 막 가사와 리듬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야. 장난 아니었어.

실력 좋다는 빨간 펀치 애들이랑 싱어송라이터인 성대현도 혀를 내두르더라. 녹음기사들까지 다들 경악을 금치 못하더라.”

“그럼 지금 민경이는 어디에 있어?”

“빨간 펀치 애들이 저녁 행사 스케줄 있다고 해서 같이 따라갔어. 나이도 비슷하고, 소원이가 가수 할 수 있다고 바람을 넣는 바람에 그새 우울하던 기분이 좋아져서는 행사장 가서 같이 노래 부르고 싶다고 가버렸어.

내가 있었다면 말렸을 텐데, 나도 소원이 스케줄 때문에 자릴 비운다고 컨트롤을 못했어.”

“기분이 좀 나아졌으면 다행이다.

어제 그 이야기 듣고, 실망해서 배우 그만둘까 하면서 오늘 아침부터 우울했는데, 기분이 나아졌다니 다행이네. 아, 이럴 때가 아니구나. 나 이거 들고 PLUS로 간다.

이 노래 김일규 부장님께 들려 드려도 되는 거지?”

“뭐, 소원이가 준다고 했으니깐. 회사 안에서는 괜찮겠죠.”

“소원이는 ‘더 콜업’ 첫 방송 행사 스케줄 갔을 테고. 일단 알았어. 우리 민경이 신경 써 줘서 고맙다.”

“아유 형 내가 뭐 한 게 있다고. 그냥 민경이 제 복이야.

우연찮게 소원이랑 민경이가 엮이면서 민경이의 새 가능성이 발견된 거니깐 다 자기 복이야.

정 뭐하다면, 나중에 비중 있는 남자 조연 자리 있으면 우리 소원이 좀 챙겨주던가.”

“햐 이 자식 그러고 보니, 은근슬쩍 말꼬리 낮아졌네. 하하하.

그래, 너도 이제 클 때 되었지. 오늘을 잘 풀리면 진짜 너한테 한잔 크게 쏘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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