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84화 (84/237)

# 84

레드넘버.

내 마음 같아서는 밤을 새워가며 대현 형과 누나들을 닦달해서 곡을 만들게 하고 싶었지만, 3시간에 2곡을 만들어 내는 것만으로도 다들 정신력의 한계였다. 대현 형 회사의 다른 작업자들도, 3시간 만에 2곡의 노래 가이드까지 딸 수 있게 작업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다들 놀라워했다.

녹음실이 게놈프로젝트 회사 안에는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작업실의 다이내믹 마이크로 가이드 녹음까지만 하고 끝을 내었다.

“소원아, 노래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데, 이 ‘오춘기’ 노래 나 주면 안 되냐? 이거 내년에 내 솔로 앨범 낼 때 좀 쓰자.”

“음. 형이 불러서 ‘그때 그곳에서’ 드라마 OST로 넣읍시다. 내년 솔로 앨범까지 기다리기엔 시간 아깝잖아요. OST로 대박 날 수 있어요.”

“야, 아무리 네가 나온다지만, 나도 들리는 소문 있거든. 유명한 배우들이 하나도 없다면서? 대박은 힘들지 않겠냐?”

“그래서, 형이랑 누나들 이름 좀 빌려주세요. ‘빛살처럼 너에게 가겠다’도 누나들이 불러서 OST에 좀 넣을게요. 두 그룹 팬들이라도 좀 당겨봐야죠.”

“너희 둘은 괜찮을지 몰라도, 우린 회사가 좀 엄격해서 허락을 받아야 할 거야. 아마 따로 행사 뛰는 데 방해만 안 되면, OST 허락은 해줄 것 같은데. 일단 이야길 해볼게. 그런데, 이거 저작권 등록은 어떻게 할 거야?”

“그거야 당연히 우리 이름으로 등록해야죠.

그래서 그런데, 빨간 펀치에서 ‘레드’를 따오고, 엔오원의 NO.1에서 ‘넘버’를 따서 ‘레드 넘버’라고 이름을 정하는 게 어때요?

‘신당동 호랑이’와, ‘뒤돌려차기’ 같은 팀들보단 이름이 좋죠?”

“레드넘버? 흠. 이름 괜찮은데. 곡도 만들고, 행사도 뛰는 거냐?”

“행사는 아마 안 될 거에요. 곡을 만들고 판매하고 하는 건 우리가 할 수 있고, 지금 회사와의 계약에도 걸릴 게 없지만, 별도로 행사 섭외하고 행사 뛰러 다니는 건 계약위반일 거예요.

그냥, 곡을 만들어 팔고, 활동하지 않아도 되는 OST에 참여하는 것이 한계일 거예요. 빨간 펀치 누나들은 혹시 모르니깐 계약서사본 들고 오면 OST나 이런 저작활동을 할 수 있는지 우리 회사 법무팀에 한 번 물어볼게요.”

4명이 앞으로의 일에 관해서 이야길 하고 오현석 감독에게 오늘 만들어진 2곡을 파일로 만들어 메일을 보냈다.

메일에는 ‘레드 넘버’ 멤버들에 대한 이야기를 넣어서 2곡 모두 OST에 넣어 홍보, 마케팅에 써도 된다고 명시했다.

**

“오 감독님. 이 노래를 메인 OST로 결정하는 게 좋겠죠? 이거보다 좋은 노래는 없는 것 같네요.”

“어엇! 박 감독! 이 곡 어디서 난 거야? 가사가 장난 아닌데. 우리 후반부 클라이맥스에 그대로 넣으면 되겠는데.

이거 누가 부른 거지? 이 여자들 목소리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목소리인데.”

“이거 누구 건지 모르시겠어요? 오 감독님은 바로 아셔야죠.”

“작사, 작곡자 못 밝히고 가수 못 밝히는 게 혹시 MSM에서 준 OST야? 또 전상일 본부장이 작업지는 거야? 박 감독! 계속 날 실망하게 할 거야?”

“허허. 오 감독님. 어제는 진짜 미안했어요. 학교 선배이자 제가 음악감독으로 자리 못 잡을 고 있을 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 선배가 부탁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

그런데, 이 노래는 오 감독님이 저한테 보내준 노래잖아요. 오늘 아침에 윤소원이 한데 받은 음악 파일이라고 메일 전달해서 보내줬잖아요.

아예 노래도 안 들어보고 저에게 전달해 준겁니까?”

“응? 이게 윤소원이 보내준 노래라고? 이게? 그럼 이건 누구 목소리지? 여자 듀오 목소리인데.”

“요즘 제일 유명한 여성 듀오 있잖습니까? 빨간 펀치요. 그 두 명이 불러준 거예요.”

“아니, 어떻게 그 둘이 불러준 거지?”

“오 감독님 진짜 메일 제목만 보고 저에게 전달하신 거네요. 첨부 파일에 다 나와 있잖아요.

윤소원이랑 엔오원의 성대현, 빨간 펀치의 2명이 ‘레드넘버’라는 팀으로 저작활동을 한다고 되어 있잖아요.”

“아니. 왜?”

“그건 저도 모르죠. 일단, 오 감독님께는 손해 보는 건 아니죠.

저 같으면 오전에 이 메일 열어보고 엔오원과 빨간 펀치가 ‘레드넘버’로 뭉쳐서 ‘그때 그곳에서’ 드라마 OST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언론에 보도자료 뿌리고 난리를 쳤을 겁니다. 그리고서 TVL방송국이랑 투자자들한테 가서 빨리 진행해 달라고 했을 겁니다.”

“야 인마! 그걸 왜 이제 말해주는 거야? 나 간다. 윤소원이 한테 연락해서 노래 넣는 거 이야기해줘 부탁해 박 감독!!”

앉아있던 의자까지 넘어트리며 급하게 사무실을 떠나는 오현석 감독을 보니, 어제 전상일 본부장과 이야기했을 때의 여유는 온데간데없었다.

“아니, 자기가 전달해준 메일인데, 그걸 나한테 뭐라고 하고 있냐. 자기가 메일을 제대로 안 봐 놓고서는 에휴, 돈 벌어먹기 참 힘들다.

그런데, 진짜 이 노랜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드네. 노래 참 잘 뽑았다.”

**

“왜 감독님이 주연, 조연 배우들만 따로 불러낸 거지?”

“그건 나도 잘 모르지. 설마, 그 소문 때문인가.”

“캐스팅, 투자문제? 설마..아, 그래서 갑자기 이렇게 급하게 불러낸 건가.

어휴..게이같은 배역이라도 2년 만에 제대로 된 분량 있는 ‘창진’역을 잡았다고 좋아했는데. 제길.”

밤 11시가 넘어서 갑자기 오현석 감독의 연락을 받고는 모자를 눌러쓰고 호프집에 왔는데, 다들 안 좋은 소문을 들었는지 분위기가 착 가라앉다 못해 바닥을 기고 있었다.

“왜 이렇게 분위기가 다들 눅눅해? 너네들 똥꼬발랄한 고등학생역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어두워서 되겠어?”

“그러게요. 그러고 보니 호프집에 6명이나 와서는 술도 안 시키고 있었네. 사장님 여기 술요!”

오 감독과 박 작가는 주인이 내어오는 생맥주를 단숨에 한잔을 비워 버리곤 싱긋이 웃으며 테이블에 둘러앉은 배우들을 지켜봤다.

“우리, 첫 촬영일정이 정해졌다. 바로 이틀 후다. 그리고, 제작 발표회는 내일 오후 5시로 결정이 났다.”

“에? 감독님 정말입니까?”

“그래, 지금 투자사와 TVL 방송국까지 도장 다 찍고 왔다. 우리 첫 촬영과 동시에 홍보와 마케팅 작업에 다 들어간다. 너희들이 나와 박작가를 믿고 잘 기다려 줘서 정말 고맙다. 우리 진짜 제대로 된 드라마 한번 찍어보자.”

“네 감독님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저도 잘하겠습니다.”

“넌 방금까지 ‘창진’ 역이 게이 같다고 투정부렸잖아.”

“야 그런 건 좀 잊어주라.”

“그리고, 오늘 모든 게 결정 날 수 있도록,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소원이에게 나도 정말 고맙다. ‘레드넘버’가 우리 드라마 OST에 참여한다는 보도자료가 가장 크게 도움이 되었다.

소원이에게 다들 박수 한번 쳐주자!”

“레드넘버가 뭔지는 모르지만 고맙다 소원아. 미성년자라서 맥주도 못 마시고, 콜라라도 마셔라.”

“오! 엔오원, 빨간 펀치가 프로젝트팀으로 합쳐진 게 레드넘버야?

지금 연예계 조회 수로 기사 1위다.

[...상반기 최고 화제인 엔오원과 실력파 여성듀오 빨간 펀치의 프로젝트팀 ‘레드넘버’의 OST 참여로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드라마 ‘그때 그곳에서’의 베일이 풀리고 있다. 홈메이드를 표방한 ‘그때 그곳에서’는 영화 ‘화학개론’의 오현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첫 드라마라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기자들 웃기네, 언제 관심을 줬다고.”

“그래도, 우리 드라마 관련 기사가 연예면 1위 했다니깐 기뻐요.”

“우리 다들 힘내서 시청률도 1위 꼭 하자! 그땐 이런 호프집이 아니라, 한우 고깃집에서 오늘 일을 안주 삼아서 한잔하자. 물론 소원이는 그때도 콜라 다 알지? 하하하.

기분이 정말 좋지만, 내일 제작 발표회를 위해 딱 한 잔씩만 하고 집으로 가자. 다들 피부 관리하고 최고의 모습으로 제작 발표회에 와야 한다. 알았지?”

“네. 다들 건배!”

오현석 감독은 물론이고 작가와 배우들 모두 기분이 좋아서 맥주잔을 부딪치고 있었지만, 난 콜라가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아무리, 엔오원과 빨간 펀치가 화제의 인기 가수라지만, 이 둘이 OST에 참여한다는 것만으로 연예면 1위를 할 수는 없었다.

댓글을 살펴보니 역시나 전쟁터였다.

┗그러니깐, 빨간 펀치 애들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엔오원 멤버들이 병문안을 갔다고?

┗그렇다니깐, 그리고나서 원래 빨간펀치 매니저가 잘렸어. 지금 매니저는 새 매니저임. 이거 뭐가 있어 보이지 않냐? 멀쩡한 매니저를 왜 잘랐겠어? 제대로 남자 관리 못 한다고 잘랐겠지.

┗와 시발 성대현 착하게 보여서 안 그런 줄 알았는데, 밝히는 거 오지네. 같은 아티스트 계열이라고 그새 붙어먹냐?

┗데이트 사진이 없어서 열애기사가 안 나와서 그렇지. 이미 기자들은 빨간펀치 애들이 게놈프로젝트 기획사에 들락거리는 걸 다 확인했다고 하더라.

┗그건 OST 작업 때문에 들락거리는 거 아님? 망상 오지네.

┗썰이 진짜 되는 거 모름?

┗그런데, 성대현 쯤되면 더 이쁜 애 만날 수 있지 않음?

┗ㄹㅇ씹인정. 가슴 큰 거도 아닌데, 왜 빨간 펀치 애들 만남? 더 이쁜 애들이 전화만 걸면 뛰어올 건데.

다행히 나는 미성년자라서 열애설과는 관련 없는 것 같았지만, 대현 형과 누나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냥 같이 OST 작업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런 열애설이 쉽게 만들어지고, 같이 걷고 있는 사진이라도 있었다면 바로 속보나 단독 제목을 달고 열애설이 터져서 네이버 검색어까지 1위를 휩쓸었을 것 같았다.

**

“우리 회사에서는 빨간 넘버니 뭐니 다 때려치우라고 난리가 났어.

다행히 너희 회사 법무팀에서 이런 저작활동은 지금 계약서의 권리 침해와는 상관없다고 알려줘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또 회사에서 우리 잡아먹으려고 난리였을 거다.”

“앞으로 3년 남았는데,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다. 노래 만들 힘이 있으면 행사 더 잡아도 되지? 하면서 이야길 하는데. 어휴..진짜 계약 끝나면 회사 나오고 싶어.”

어제 그렇게 기사 외적으로 불판이 달구어져서 우리 팬클럽과 빨간펀치 누나들의 팬클럽과 전쟁이 벌어 질 뻔도 했다.

결국, 비즈니스적인 음악 협업으로 다들 인정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분란을 일으키는 몇몇은 OST 작업을 하는데, 왜 공중파 드라마가 아닌, 듣보잡 드라마의 OST를 작업하느냐고, 거기서부터 연애하기 위해 윤소원이 출연하는 드라마를 이용하는 거라고 뇌피셜을 뿌려대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게놈프로젝트 회사에선 작업이 힘들어, 우리 회사로 오기로 했는데, 회사 건물 내에 녹음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모이는 것도 매니저인 기봉형이 빨간 펀치 누나들을 먼저 차에 태워서 오고, 따로 또 대현형을 데리러 가서 오기로 했다.

“저 왔습니다.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최대한 빨리 마스터 녹음하고 끝을 냅시다. 아, 그리고 오는 길에 같이 오신분이 계셔.”

대현형이 기타를 매고 들어오는데, 뒤따라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에? 아니 어떻게 여기를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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