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81화 (81/237)

# 81

그때 그곳에서. (4)

“민경아 네가 가자고 해서 일단 홍대로 가고는 있는데, 왜 이렇게 오현석 감독 드라마에 집착을 하는 거야? 내가 시놉 봤을 때는 여주인공이 그렇게 두드러지는 역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집착 하는 게 난 이해가 안 된다. 그리고, 오 감독이 아니라, 우리 회사 소속의 신인 아이돌을 봐서 뭘 하겠다는 거야? 너랑 6년째이지만, 진짜 지금 행동을 모르겠다.”

사촌오빠이자 김민경의 매니저인 김철호는 운전을 하면서도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빠는 기억 안 나? 오빠가 2년 차일 때 나에게도 ‘화학개론’ 역이 제의가 왔었어. 당시에는 내가 블록버스터에 꽂혀서는 로맨스 대본은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기에 놓쳐버렸지. 바보같이...

화학개론이 그렇게 대박이 나고 미스핑크의 지수가 그렇게 떠버릴지 몰랐어. 그때만 해도 내가 더 잘나갔는데...휴..

이제 난 어중간한 여배우고, 지수는 국민 첫사랑이란 이름을 가진 여자가수야.

지금 난 누구나 욕하는 막장 아침드라마에 출연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때, 지수는 상대 남자 배우 따져가며 작품을 선택하고 있다고.

17살부터 벌써 6년 차 배우야. 신인일 때는 다들 잘한다 했지만, 이젠 그냥 고만고만한 그냥 데뷔작에서 반짝했던 여배우일 뿐이야.

오 감독이 자신과 색깔이 안 맞는다는 내 연기와 직접 지명해가며 연기 좋다고 바로 캐스팅한 그 신인 아이돌의 연기를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

뭐가 다른지, 왜 난 틀리고, 그 애는 맞는지를 알고 싶어.”

금방 눈물 흘릴 것처럼 울먹거리며 김민경이 토해내는 한탄 섞인 말에 김철호도 동의하는지, 운전대만 꽉 잡을 뿐이었다.

**

“엇? 배..배우 김민경씨 아니세요? 이른 아침 시간에 우리 학원에 어떻게 오셨습니까? 설마, 윤소원 씨처럼 우리 학원에 등록을 하시려는 건가요?”

“하하하 그럴 수도 있고요. 우리 회사 소속으로 엔오원의 윤소원군이 여기서 연기 수업을 받는다고 해서 저와 김민경씨가 지나가는 길에 한 번 수업을 참관하고 싶어서요.”

“아~ 지금 301호실에서 김영민 선생님께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제가..”

학원 사무실의 직원이 뭐라고 더 말하기도 전에 김민경은 몸을 돌려 계단으로 올라가 버렸다.

“괜찮습니다. 우리가 올라가 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

“단역을 거쳐 조연, 주연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연습이 필요해.

특히나 연습시간이라고 해서 딱 그 시간만 연습해서는 안 되는 거야.

평상시에도 자연스럽게 이미지를 만드는 연습을 해야 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보이는 외적인 이미지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기에 혼자서 팬터마임(pantomime 현대무언극)을 해가며 연습을 해야 해. 잘 봐.”

김영민 선생님이 혼자서 옷을 입는 팬터마임을 시작했는데, 이미 옷을 입고 있었음에도 또 다시 옷을 챙겨 입는 것 같은 행동을 보자 진짜 셔츠 위에 한 번 더 셔츠를 입는 것으로 보였다.

이어서 바지를 입는 행동에서도 과장된 듯한 연기이지만, 작은 바지를 억지로 껴입고 있다는 것이 진짜 옷을 입는 것처럼 보였다.

“자 이 팬터마임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어?”

“진짜 선생님이 다시 옷을 입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런 팬터마임은 너무 과장된 연기라서 실제 연기에는 사용하지 못하는 거 아닌가요?”

“맞았어. 역시 눈치가 빠르구나. 요즘은 희극인들 말고는 사실 이런 과장스런 팬터마임을 연습하지 않아.

하지만 말이야 연기라는 건 참 신기한 거라서, 이 팬터마임이 배우들에겐 더 도움이 되는 연습이야. 정확히는 무언극이 도움이 되는 거지.

자, 네가 받아온 ‘그때 그곳에서’의 대본을 보면 네가 맡은 ‘수찬’이와 너와 엮이게 되는 ‘슬기’의 첫 장면이 나와.

[버스의 맨 뒷자리에 앉아가는 수찬이의 옆에 같은 학교 교복을 입은 슬기가 앉는다. 수찬이는 비누 냄새와 뭔지 모를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옆자리의 여학생을 몰래 곁눈질로 계속 훔쳐본다.

버스가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앞으로 쏠리는 여학생의 하복 상의의 살짝 벌어진 틈으로 보이는 탐스러운 흰 가슴을 보고 놀라며 침을 삼킨다.

‘와, 가시나 가슴 직이네.’] 자 이 장면을 네가 연기를 해야 해.

너무 감정을 과하게 잡으면 변태 고등학생이 되는 거고, 너무 감정을 작게 잡으면 무미건조한 행동이 되는 거야.

일단 팬터마임으로 과장되게 한번 연기를 해봐. 자 저 의자를 버스 맨 뒷자리라고 생각하고.”

내가 의자에 앉아 있는데 김영민 선생님이 마치 치마를 입은 여고생처럼 다소곳하게 걸어와 옆에 앉았다.

이미 외운 대본에 나와 있듯이 곁눈질을 하며 옆을 보는 연기를 했다.

“컷! 아니, 팬터마임을 해라고, 감정선을 최대한 크게 해서! 마치 교복과 가슴 사이의 벌어진 틈으로 머리를 들이밀 정도로 감정선을 크게 연기해봐.

그다음에는 좀 더 감정을 줄이고, 다시 한 번 더 감정을 줄이고 하는 단계별 연기를 할 거야. 그러면서 네가 나타낼 수 있는 감정을 단계별로 나눌 거야.

그래야, 그때그때 맞는 감정의 크기를 네가 조절을 할 수 있는 거야.

같은 흥분이라도, 첫사랑의 가슴을 훔쳐보는 흥분과 못생긴 여자의 작은 가슴을 보는 흥분의 크기는 다르단 말이야.

그 감정의 컨트롤과 행동에서 연기의 질이 판단되는 거야.

자, 최대의 크기로 가장 큰 감정으로 한번 해보자.”

“그 최대의 감정을 드러내려면 옆자리에 앉는 사람이 진짜 여자여야 할 것 같은데요.”

김영민 선생님과 둘만이 있던 연습실에 갑자기 문이 열리며 엄청 예쁜 여자가 들어왔다.

“어, 어? 배우 김민경씨 아니세요? 갑자기 어떻게?”

“소원이에게 볼일이 있어서 들렸는데, 마침 잘되었네요. 제가 상대 배역을 해도 되겠죠?”

나는 어디선가 얼굴은 본 것 같은데, 누구인지 이름이 금방 떠오르지 않았는데, 김영민 선생님이 말하는 이름을 듣고서야 누구인지 알아봤다.

‘분명 MSM PLUS 소속의 배우일 건데, 나에게 무슨 일이지.’

김민경은 원래부터 자신의 자리였다는 듯이 내 옆으로 걸어왔는데, 걸어오면서 입고 있는 스트라이프 투피스의 상의 단추를 풀더니 양쪽으로 잡아당겨 쇄골이 보일 정도로 상의를 풀어헤쳤다.

내 옆자리에 앉아서는 상체를 앞으로 한번 숙였는데, 그때 살짝 보이는 흰색의 브래지어와 우윳빛의 위 가슴에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래! 소원아! 그거야! 그거! 역시 넌 연기 천재였구나. 대본이 원하는 연기를 한 번에 바로 해버리네. 퍼펙트하다! 그러면 다음 씬으로 가볼까.”

“네. 네? 선생님! 감정선을 최대한으로 넣어서 머리를 들이밀 정도로 한번 해보라면서요?”

“이놈아. 말이 그렇다는 거지. 어떻게 김민경 씨한테 그렇게 하겠냐? 이놈이 은근히 밝히네.”

“전 괜찮아요. 그 최대의 감정에서 최저의 감정으로 감정을 단계별로 만들어 가는 연기 수업을 저도 한번 들어보고 싶네요.”

“어? 그..그래도 되겠습니까?”

“네, 사실 오늘 방문한 이유이기도 해요. 우리 회사 소속으로 회사 내의 연기 수업을 받지 않고, 외부의 연기 수업을 듣는 것과 오현석 감독님의 마음에 들어 바로 캐스팅이 되었다는 윤소원의 연기가 궁금해서 온 거거든요.”

“흠. 그렇다면 소원이에게는 가장 좋은 수업이 되겠네요.

대본연습에는 상대 배역이 있으면 가장 좋으니깐요. 자 소원이는 다시 갈 테니까 흥분 가라앉히고. 얼굴에 미소도 좀 지워라. 이놈아!

최대 감정으로 한번 가보자.”

마치 대본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다시 내 옆자리에 앉은 김민경의 옆 모습을 보니, 진짜 내 마음이 진정 되지 않았다. 회귀 후 가장 가까이 붙어있는 미녀이다 보니, 10대의 기력이 날뛰는 게 당연했다.

가슴을 몰래 훔쳐보는 연기는 처음에는 정말 좋았다.

뽀얀 피부의 잡티 하나 없는 흰 가슴을 그것도 꽉 찬 B컵 혹은 살짝 모자란 C컵의 가슴을 고개 숙여가며 대놓고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

대본의 수찬이는 몰래몰래 곁눈질로 훔쳐봤지만, 감정의 극대화라는 핑계로 대놓고 머리를 들이밀었다.

대본에 나와 있는 비누 냄새와 알 수 없는 향기보다는 진한 향수 냄새와 성숙한 여자의 살 내음이 코끝에 걸리자 진짜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싶었다.

하지만, 한번, 두 번, 네 번, 아홉 번...회가 거듭되자, 이 예쁜 가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김영민 선생님과 김민경 그리고 매니저로 보이는 남자분의 시선을 받다 보니, 어떻게 하면 10대 남자의 이 흥분을 단계별로 나눌 수 있을까를 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김영민 선생님이 이야기했던 첫사랑의 가슴과 못생긴 추녀의 가슴 사이의 감정의 단계를 만드는 게 너무 힘들었다.

아니, 첫사랑의 가슴을 보는 최대의 감정은 쉬웠다. 문제는 이렇게 예쁜 가슴을 보면서 감정을 줄이고 줄여, 못생긴 가슴으로 바꾸어 흥분의 강도를 줄여나가는 게 어려웠다.

거기에 더해 흥분이란 감정의 강도를 단계별로 나누어서 표현해야 하다 보니 조절이 참 힘들었다.

무려 30번의 같은 연기를 하며 적응이 되자 그제야 흥분의 단계를 4개로 나누어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일단 아쉽지만, 4단계로 같은 감정을 나누어서 표현할 수 있게는 되었네.

오늘 배운 것을 계속 생각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서 7단계로 나눌 수 있으면 아마 그 누구도 너에게 연기 못한다고 뭐라고 하지 못할 거다.

오늘은 김민경 씨 덕분에 빨리 된 거야.

다음엔 살인, 폭력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컨트롤 할 건데, 그건 의자나 그릇 등등 몇 개 때려 부술 수 있는 걸 가지고 수업해보자.

소원이 수고했다.

김민경씨는 제 수업을 어떻게 보셨나요? MSM과는 좀 다른 수업 방법일 건데, 이른 아침부터 올 만큼의 가치가 있었습니까?”

“네. 충분히 가치가 있었네요. 소원이가 수업받을 때 저도 같이 수업을 받고 싶네요.”

“저는 좋습니다. 소원이도 상대 배역이 있어야 할 테니, 3명 모두에게 다 좋은 거죠. 그런데, 왜 갑자기 MSM이 아닌 외부의 수업을 받으려고 하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소원이가 수찬이 역할로 캐스팅되었다는 ‘그때 그곳에서’의 여 주인공 역에서 까였거든요. 그리고, 오현석 감독님이 원하는 색깔과 저의 연기가 안 맞는다는 소릴 듣고는 그 색을 지워내 보려고 했는데, 그 실마리가 안 보였었어요.”

“그렇다면 제 수업을 듣고 싶다는 건, 제 수업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는 건가요?”

“뭐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MSM의 지도법과는 확실히 달라서 좋네요.”

김민경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왠지 오현석 감독이 이야기한 MSM 특유의 연기를 지우기 위해 나를 따라 수업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수업이 끝났으니 소원이는 나 좀 보자. 저기 매니저 기봉씨도 와 있네.”

분명히 오늘 처음 본 사이임에도 나이가 많다고 반말로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게 기분 나빴지만, 내가 연기연습을 할 수 있게 성심성의껏 가슴으로 도와준 게 있다 보니 ‘네 누나’ 하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

“PLUS에서 본사로 가더니 기봉이는 연락도 없고, 이제는 담당 연예인이 아이돌이 되었다고, 차도 더 큰 거 타고. 그런데 연락은 없고. 참 섭섭하네. 그렇지 기봉아?”

“아유 형님 왜 이러십니까? 제가 로드일 때 다 철호 형님 밑에서 로드 생활하며 다 배웠지 않습니까. 우리 민경 씨 스케줄 다니며 저도 인맥 만들고 했는데, 형님하고 민경씨 인연을 어떻게 잊습니까. 술은 안되니깐 음료수라도 한잔하시지요.”

매니저인 기봉이 형은 PLUS에 있을 때 김철호 매니저의 밑에서 김민경의 스케줄을 같이 처리했다는 소리를 듣자, 왠지 호구 잡히는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니깐, 너도 드라마 결말을 모른다는 거지?”

“네, 누나. 대본 나온 건 6화까지밖에 없어요.

드라마 처음 시작이 슬기가 결혼한다고 창진이가 오랜만에 제 배역인 수찬이에게 연락을 하는 거잖아요.

그러면서 옛날을 회상하는 거로 과거의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고.

각 집마다 쌍문동으로 이사 오는 이야기, 학교에서 만나는 이야기를 지나서 남자 주인공인 ‘찬욱’이와 ‘상호’가 여자 주인공인 ‘지희’를 두고 밀고 당기고 하다가 결국

찬욱이와 지희가 사귀기로 하는 것까지 대본이 나와 있어요.

그 뒤로 다시 깨지고 하는 건 잘 모르겠어요.

저는 슬기랑 사귀는 것도 아니고 안 사귀는 것도 아닌 묘한 관계이고요.

이게 6화까지 대본이에요. 14화 중에서 6화라서 아직 여주인공이 어떻게 결말에서 되는지를 잘 모르겠어요.”

“내일까지 6화 대본까지 복사하나 해서 보내고, 앞으로 나오는 대본들도 나오자마자 바로 복사해서 나에게 보내. 알겠지? 내 연락처 핸드폰에 저장하고.”

“네, 누님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이러는지 물어보면 안 되겠죠?”

“그래, 물어보지 마. 다쳐.”

“혹시, 주연인 찬욱역의 ‘김지섭’ 형이랑 뭔가가 있는 건가요?”

“아니거든. 그 사람 누군지도 몰라.

오현석 감독이 연출하는 여주인공이 결국에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역할로 끝이나. 그게 아주 내 마음에 걸려. 내가 하고 싶은 배역을 빼앗긴 것에 기분이 너무 나빠서 그런 거니깐 넌 촬영현장에서도 뭔가 여주인공에 이상한 게 느껴지면 바로바로 나에게 연락을 해. 알았어?”

“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바로바로 연락하겠습니다.”

**

“기봉이형, 원래 민경누나가 저런 스타일이었어요? 뭔가 독이 잔뜩 오른 것 같아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아요. 대본을 보냈다가 대본 유출되는 사고 같은 게 날 것 같은데. 어떡할까요?”

“원래는 안 저랬어. 나름대로 관리하기 편한 여배우였는데, 아마도 요즘 침체기라서 신경이 날카로워 있을 거야.

대본을 보내줘도 유출하고 할 만큼 머리 이상한 애는 아니야.

저번 작품이... 그러고 보니 벌써 1년 전 드라마네.

‘야간식당’ 알지? 일본 만화원작으로 SBC에서 했던 드라마. 그 드라마가 2%대 시청률로 끝이 났는데, 거기서 연기 논란이 터졌어.

상대역인 남자 아이돌이 발연기를 하니깐 상대역이었던 민경이도 맞춰주다 보니 같이 도매금으로 욕을 들을 수밖에 없었어. 드라마도 완전히 박살 나서 거기 나온 배우들이 이젠 거의 다 TV에서 볼 수가 없어.

그러다 보니 연기에 대해서 요즘 좀 강박이 있는가 봐. 오 감독에게도 까였다고 하니 속이 타겠지.”

“아까 연기 합을 맞춰 봤는데, 제가 논한다는 게 웃기지만 연기 잘하던데요. 오늘 처음 본 대본인데도 금방 보고 바로 대사 쳐주고.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장난 아니던데.”

“그래서 작품 선정이 중요한 거고, 아이돌이 좋은 거야.

배우는 망작을 한번 하면 웬만한 스타 아니면 복귀가 힘들어. 어중간한 인기의 배우들은 그냥 날아가. 다음번 드라마나 영화에서 대박을 쳐야 복귀할 수 있는데,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차기작이 또 망작이면 그냥 끝이야.

감독이나 작가들도 망작 연속 2번 터트린 배우는 캐스팅 안 해.

그래도, 회사가 큰 회사면 끼워 팔기로 복귀를 시켜주는데, 그게 힘든 회사의 배우들은 그날로 바로 은퇴라고 보면 돼.”

“반면에 아이돌은 노래만 다시 히트하면 망작드라마 제조기라도 다시 캐스팅되니 배우에 비하면 확실히 아이돌이 좋은 거네요.”

“그렇지. 나중에 너 성공하고 대박 터지면, 민경이도 좀 꽂아주고 해라.

내가 처음 로드할 때 모셨던 배우라서 좀 알아. 인성도 꽤 좋고, 로드들한테 잘해주고, 착했어.

데뷔작이랑 차기작만 히트 쳤고, 이후로는 작품 복이 없어서 안타까워.”

기봉이 형의 이야길 듣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전생의 기억에서도 김민경이라는 여배우에 대해서 기억이 없었다.

아마도 제대로 된 작품선택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 데뷔작만 기억되는 이름없는 여배우로 사라졌던 것 같았다.

기봉이 형 말에 따르면 마음씨도 착하고, 가슴도 참 착한 배우인데, 안타까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