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
꿈과 희망.
“신곡은 컴퓨터 시스템상으로 12시 정각에 오픈되지만, 실제 실시간 차트 반영은 5분이 지나야 될 거야.”
“더블 타이틀 곡이니 1, 2위를 우리가 다 차지했으면 좋겠는데. 기봉이 형이 보기엔 우리 이번 곡으로 가능할까요?
지금 포탈 검색어에는 우리 쇼케이스랑 이름은 계속 순위권에서 들락날락하고 있으니 될 것 같기는 한데. 너무 큰 기대일까요?”
“여러 개의 기획사가 붙어서 컴백일정까지 우리가 조정했잖아. 그만큼 된다고 컴백 날짜 잡은 거야. 소원이도 그렇고 다들 회사의 기획력을 한번 믿어봐.”
“그래 우리가 다른 경쟁자들이 없는 날 컴백하려고 얼마나 알아보고 했는데, 지금 1위하고 있는 노래들도 팬덤이 없는 가수들의 노래들이기에 하루에도 몇 번이나 1위가 바뀌는 상황이야. 이 상황이라면 팬덤이 있는 너희가 1, 2위 쉽게 할 수 있으니깐 기대해봐.
그리고, 1, 2위로 줄을 세우면 스트리밍 특성상 1, 2위로 더 오래 가니깐 장기 집권도 노려볼 만해. 우리도 노래 다운받고, 스트리밍 돌리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라고 운전을 하는 매니저를 제외하고는 다들 핸드폰으로 음원을 다운받고, 스트리밍을 돌리기 시작했다.
노래를 받으면서 본 아티스트 페이지에 달린 댓글들도 살펴봤다.
11시 50분부터 노래를 들었다고, 노래 너무 좋다고 하는 작업성 댓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공개된 지 몇 분도 안 되었는데, 계속 듣고 있고 노래 중독이라고 달리는 댓글은 너무하네. 이분 우리 회사들 홍보팀 직원 아니에요? 크흐흐”
나도 노래를 들으면 들을수록 중독될 것 같다고 댓글을 달아 주었다.
차 안은 우리 더블 타이틀 곡인 ‘Pink Heart’, ‘Moon Light’가 각각의 핸드폰, 테블릿에서 재생되어 돌림노래처럼 차 안을 맴돌았다.
“만약인데, 더블 타이틀이라 화력이 분산되어서 두 곡이 4, 5위를 하면 진짜 아쉬울 것 같은데, 그리되면 뭘 밀어야 하는 거예요? 회사에서는 그런 계획도 혹시 잡혀 있어요?”
“순위에 따라 다른데, 4, 5위로 차트에 들어가 있다면 더 이상은 손을 안 대는 게 맞지.
그 정도 순위만 되어도 주말 예능이나 라디오 방송 나가서 밀고 당겨주면 1위로 올라갈 수 있거든. 진짜 어중간하게 10위 언저리가 되면 회사에서 고민해서 한 곡에 화력을 집중하겠지. 일단 음원 순위를 한번 보자고.”
확실히 이번 싱글의 2곡 모두 내가 듣기에도 좋았고, 느낌도 좋은 곡이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미래에는 없는 곡이었다. 내가 회귀한 이후 그에 따른 변화로 인해 만들어진 오리지날 곡이다 보니, 이 노래가 제대로 히트를 할지, 못 할지를 판단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더 마음이 쓰여 입이 바짝 말라 갔다.
아마도, 다음 싱글이 나올 때쯤에는 ‘더 콜업’에서 데뷔한 팀과 대결을 해야 했기에 우리의 싱글이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 싱글이 1위, 2위를 하는 게 ‘엔오원’이라는 팀에게 의미가 크다고, 내 나름대로 판단했다.
“12시 5분요! 새로 고침!!”
“어?”, “음.”, “응?”
여기저기서 침음성이 튀어나왔다.
내 핸드폰의 화면을 봐도 1위는 고사하고 10위까지 우리 노래가 없었다.
한참이나 차트 화면을 아래로 내렸지만 없었다.
“뭐야? 우리 핸드폰 통신이 안 되는 거야?”
“나도 그런데, 뭐지?”
“엇? 사과뮤직에서는 우리 노래가 4, 5위에요!”
“근데, 왜 워터멜론에는 없지? 다른차트는?”
“오! 도시락 뮤직에는 우리 노래가 2, 4위!”
“Nnet음원 차트에서는 3, 5위에 랭크!”
“뭐야? 워터멜론이 제일 큰 곳 아냐? 아 창이 뜬다.
‘갑작스러운 시스템 테이터 처리용량 초과로 인해 실시간 차트의 순위적용이 10분간 지연됩니다. 회원 여러분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기자들이나 언론사에서는 가장 큰 워터멜론 차트를 보고 기사를 쓰잖아.
원래 12시 05분에 줄 세우기 못하면 기사도 안 나가.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그러게요. 다른 중소사이트는 회원이 작아서 알바로 작업이 가능하지만, 여기가 국내 최대 사이트라서 알바를 써도 안되기에 워터멜론을 기준으로 삼는 거잖아요. 왜 우리가 컴백할 때 이런 일이 터지는 거지?”
다들 구시렁거리며 인터넷과 다른 음원 사이트를 살펴보며 얼른 10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떴다! 떴어! 와아!!!”
“섰네. 섰어. 1, 2위가 우리 노래다! 오예~!”
“더블 타이틀로 한 보람이 있네. 다들 연락하는 기자들에게 차트 1, 2위 더블 타이틀곡이 석권했다고 기사 좀 잘 부탁한다고 빨리 연락해.”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워터멜론 뿐만 아니라 사과뮤직, 도시락뮤직 등등에서도 우리 노래가 슬금슬금 올라가더니 1, 2위를 모두 석권했다.
**
<펑~>
“더블 타이틀곡 1, 2위 석권을 축하합니다!!”
“음원 정벅~! 유후~”
새벽 1시가 다 되어 연습실에 도착했는데, 직원들이 모두 다 남아서 우릴 축하해 주었다.
이 시간까지도 음원차트에선 우리 노래가 1, 2위를 지키고 있었는데, 자고 일어나더라도 우리가 계속 1, 2위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있었다.
“야 인터넷 기사에 ‘이제는 막을 자가 없는 대세 중의 대세 엔오원!’ 이렇게 올라와 있더라. 손발 오그라들 뻔했어. 하하하
첫 싱글 ‘My Love’는 이틀 동안 1위 했는데, 이번에는 딱 보름만 갔으면 좋겠다.”
“다음 주에 ‘나인틴’이 컴백을 하기 때문에 아마도 일주일이 한계일 것 같지만, 그래도 우리 충분히 잘한 거야. 화력이 분산되는데도 1, 2위를 한 거면 역대급이지. 아마 신인으로는 처음일걸.”
“다음 주에 ‘나인틴’에 밀리더라도, 10위권 안에 보름은 갈 거야. 다음 주 음방 돌고, 팬싸하게 되면 차트 터줏대감도 될 수 있어.
내일 아침 라디오 스케줄 있으니깐 술은 안되고, 축하의 의미로 우리 사이다나 한 잔씩 하자. 캬~”
**
새벽에 일어나 샵으로 가는 길에도 음원차트는 계속 1, 2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머! 축하해요! 어서와요. 컴백 노래 2곡이 1, 2위를 다 해버리고. 최고의 남자 아이돌이 우리 샵에 오는 게 참 기분 좋네요. 호호호”
머리와 메이크업을 받는 중에도 우리는 물론 기봉이형과 매니저 형들에게 계속 축하전화가 왔고, 라디오를 위해 SBC 방송국에 갔을 때도 지나가는 복도에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다들 축하를 한다고 인사를 해주었다.
“이야~ 저번에 봤을 때도 소원이는 고등학생 같지 않은 고등학생이었는데,
타 방송국 노래 프로그램에서 소원이가 ‘애희’ 노래도 말이야 막~ 그냥, 캬~ 막 잘 부르더라고. 역시 고등학생답지 않았어.
두 번째 싱글을 낸 엔오원이 음원차트의 1, 2위를 다 석권해버리고 말이야. 그래서 우리가 알아보니깐 1년 차 신인으로서는 이렇게 1, 2위를 같이 석권한건 처음이래요. 이러면 바로 연말에 신인상 가는 건가요? 하하하.
자 그럼, 근황은 넘어가고, 시청자 사연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태진오빠! 혹시 게스트로 아이돌그룹이 오면 꼭 물어봐 주세요.’ 라고 보내주신 전라도 광주에 사시는 이해인양의 사연입니다.
여자 목소리로 가야겠네요오~
‘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 3학년의 아주 평범한 이해인이라고 합니다. 이름은 밝히지 말아 주세요. 앗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했는데, 이 모양으로 정정하겠습니다. 이해인이 아니라 이모양이에요. 이모양!! 아, 이 모냥이 되어서 더 이상한가? 하여튼 이모양입니다.
저의 꿈은 아이돌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정말 많은 오디션을 봤는데, 다 떨어졌어요. 어휴~
저에겐 재능이 없으니 아이돌이 안 될 거라고 포기하라고까지 말을 하시는 기획사 실장님들도 계셨어요.
하지만, 전 아이돌이 정말 되고 싶어요. 중2병을 깨어나지 못한 고3이라고 뭐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화려한 아이돌의 삶을 살고 싶어서 아이돌이 되고 싶은 게 아니에요.
저는 제가 힘들고 외로울 때 노래로 힘을 주고 도움이 되었던 그런 아이돌 오빠들처럼 저도 다른 힘든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아이돌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저에게는 아이돌의 재능이 없다고 하니, 참 슬퍼요. 저는 계속 아이돌의 꿈을 꿔야 할까요? 아니면 꿈을 포기해야 할까요?
이걸 라디오에 나오는 아이돌 분들에게 꼭! 꼭! 물어봐 주세요.’ 라고 광주의 이모양이 사연을 보내주셨습니다.
이모양은 가장 중요한 인생의 전환점인 고3 수험생 시기에 이런 고민을 하는 것에서 일단 공부에 신경 쓰지 않는 아주 긍정적인 학생인 것 같아요.
수능이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옷~!!”
태진쇼의 진행자인 MC 태진은 웃음을 만들기 위해 오버를 하면서 이야길 계속했다.
“그럼, 아! 같은 고등학생인 윤소원군은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어요? 같은 고등학생이고, 데뷔하기 전까지는 연예인 학원도 안 다녔다고 하니깐 가장 이 이모양과 접점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저보다 한 살 많으신 누나인데, 제가 이렇게 조언을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일단, ‘도전하세요!’ 라고 무작정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방송용으로 가장 모범적인 답일 거예요.
그런데, 모범 답안지는 모범인 이유가 다 있잖아요.
성공한 CEO나 예술가의 성공은 잘 포장되어 보통사람들의 입을 통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는 그런 멋진 모범답안이 되어 누구나 다 노력하면 그들처럼 성공할 수 있다고 되어 버리거든요. 그게 아닌데.”
“이야! 역시 고등학생답지 않아. 고등학생이 아니야! 소원인 인생 다 살아 본 고등학생이야. 아, 계속해요.”
“그렇다고 현실적인 문제로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꿈을 포기하라고 하는 건 또 너무 아닌 것 같아요.
해인 누나처럼 아! 이모양처럼 꿈을 지금 포기하고 일반적으로 살게 되면 나중에는 분명히 후회하게 될 거에요.
그래서 저는 꿈을 좇아서 꿈을 잡을 수 있을 만큼의 열정이 있다면 꿈을 계속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젊은 날의 열정이 가장 큰 무기잖아요. 나이가 들수록 다시 꿈을 잡으러 가기에는 힘이 들 거에요.
그렇다면 열정이란 가장 큰 무기가 있을 때 꿈을 잡기 위해 노력하세요.
그러다, 가장 큰 무기인 열정을 자기 자신도 모르게 잃어버린 것 같다고 느껴지면 그때 꿈을 포기하면 될 거 같아요.
그래야 나중에 꿈을 위해 열정을 불태워 봤다고 이야길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나중에 꿈을 포기하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이야, 소원이 공부 잘했구나. 이때까지 나온 아이돌 중에서 이렇게 좋은 고민 상담을 해준 아이돌은 첨이야. 전국 고민 자랑에 고정 게스트로 부르고 싶을 정도야.
여러분은 지금 음원차트 1, 2위를 모두 다 휩쓸고 있는 아이돌 엔오원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번에 컴백한 엔오원의 신곡, 차트 2위인 ‘Moon Light’를 듣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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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사장형! 이제 워터 멜론에 돌리는 거는 빼도 될까요? 3위랑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에 빼도 될 것 같은데요. 정오에 하는 라디오에서도 계속 틀어주고 있으니 사람들이 알아서 먼저 찾아 들을 것 같은데요.”
“그래, 그렇지 않아도 오후 5시에 사과뮤직부터 DB 돌리는 거 빼려고 했어. 그것보단, 워터멜론에서 어제 자정에 우리가 돌린 걸 특이 접속으로 확인만 하고 제대로 처리 안 한 건 확실해?”
“네 포트가 지금도 열려있고, 페북 연동되면서 점수 올려주는 조회데이터도 여전히 열려있습니다.”
“그러면 오후 5시쯤에 진짜 유저들 들어올 때 수치 보고 워터멜론도 철수해.”
“옙 라져~ 그런데, 이거 음원순위 조작하는 게 확실히 돈이 되긴 되는 거예요?”
“그럼 당연하지, 알바 고용해서 매크로 돌리기보단 더 비용이 적게 들고, 효과는 더 좋으니깐 이게 기획사를 낚는 낚싯대가 될 거다.
그리고, 이걸 메인으로 해서 온라인 마케팅시장을 한번 잡아 보자.
물론, 이걸 알음알음 알려야 하는 과정을 어떻게 비밀스럽게 잘 처리하느냐가 문제겠지만.”